여러분 운동 좋아하시나요? 평소에 즐기시는 분들은 문제 없겠지만 만약 저처럼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항상 덴마크 철학자처럼 어두운 골방에서 요구르트와 커피만 마시며 우울한 하늘 아래 책을 계속 읽으며 운동 하나도 안하고 하루를 보내야 할까요? 아니면 과외로 번 돈을 털어 헬스클럽 2개월을 끊어야 할까요?
가장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운동은 돈이 들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집안에서 혹은 집 앞 공원이나 주변 코스 등을 이용해 하는 운동입니다. 단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론 자기가 스스로 계획한 운동이죠. 인터넷 카페의 스트라이다 클럽 같은 곳에서 만나 즐겁게 운동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차피 운동을 위해 일정 시간을 할당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그 시간에 여럿이서 같이 모이자고 약속하는 것이 더 지속적인 운동을 보장하여 좋은 것 같네요. 하지만 분명 클럽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노력과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혼자서 운동을 계획해야 할 때 그 계획을 실현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학생 A군은 올 여름 계절학기와 학원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녀야 하고 밤에는 iBT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이 친구가 이번 여름 헬스클럽에 갈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이라 그는 혼자서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유동적으로 시간을 편성하여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과연 A군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 매우 궁금합니다.
Problem_作心三日
'작심삼일' 즉 '마음을 먹어도 사흘을 버티지 못한다'라는 말은 요즘 같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는 언제나 타인에 의해 요구되지 않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혼자 계획해서 실천하는 일에만 적용됩니다. 학원같이 돈을 내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올 출석을 합니다. 대학교 수업은 출석이 학점에 반영되니 출석하기 위한 추동이 생기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합니다. 친구들과의 스터디 그룹도 내맘대로 빠지면 친구들이 성나므로 함부로 빠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은 어떨까요? 작심삼일은 자율적인 삶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우리의 천적입니다.
'난 이번 주부터 주 3회, 아침 7시에 일찍 일어나서 30분동안 공원 3바퀴 전력질주를 하고 역기 벤치프레스를 3세트 들고 오겠어' 라고 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밤 늦게까지 대학교 앞에서 놀다가, 혹은 도서관에서 밤 늦게까지 과제를 하다가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옵니다. 피로를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8시간 정도 자야 되는데, 과연 그는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나 기운을 내고 운동을 할 수 있을까요? 그가 운동을 포기해도 주위에서 정말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우리 대학생들이 모두가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 '자율적으로 계획한 일'이 운동이든 그 외의 일이든 말이죠. 그날 그날 컨디션이 바뀌어 어떤 날은 아주 개운하고, 어떤 날은 피곤해 정신이 들지 않을 정도이기도 합니다.
The Waffle 혼자 계획한 일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이제부터는 불규칙적인 생활방식을 버리세요. 그리고 자신이 자율적으로 계획한 일 바로 이전에 일정한 시간의 여유를 두어 그 일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 시간을 확보하세요. 위에서 이야기한 사람의 예를 다시 가져와 본다면, 매일 일찍 집에 들어와 충분히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이 되겠죠?
외부적인 조건이 일정하게 규정되어 있을 때 우리는 혼자 계획한 일을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일정하게 규정된 조건이 만들어지면 그 조건에 맞는 형태로 인간은 적응하게 됩니다. 고정된 조건은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에 내가 계획한 그 일을 실천하기 전의 컨디션이 항상 일정하도록 도와줍니다. 그 어떤 삶의 순간도 극단을 추구하지 않으며, 하루나 이틀 혹은 일주일의 주기를 지나면 원상태로 되돌아옵니다. 모든 것이 단순히 순환하며, 단순한 순환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모든 일이 진척되어갑니다.
앞의 일과 뒤의 일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앞의 일을 다 끝내고 나면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뒤의 일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나 잘 해낼 가능성이 변해 있습니다. 나의 조건도 변해 있습니다. 절대로 여러 일의 집합인 '하루' 혹은 '일주일' 의 조건이 미리 한꺼번에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한계적(marginal)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앞의 일이 끝난 후부터 뒤의 일, 즉 혼자 계획한 일을 하기 직전까지의 일정 시간을 준비의 시간으로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준비의 시간을 거치면서 외부적인 조건은 일정한 것으로 고정되며 그 조건을 바탕으로 나는 혼자 계획한 일을 한결같은 마음가짐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이런 느낌과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계획한 일을 실천한다면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저만치 가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컨설팅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출첵 조교와 조모임 친구와 수면클리닉 의사가 되세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을 하기 직전에는 반드시 일정량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항상 자기를 지켜보세요. 그리고 숨가쁜 움직임으로 기준점에서 멀리 벗어나면 곧 바로 돌아오세요. 추상적인 결심이나 의지가 아닌 구체적인 사유 방식이 행동과 태도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계획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계획으로만, 상상으로만 완벽할 뿐이고 실제 행동으로 옮겼을 때에는 자신의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오곤 합니다. 주변에 자신을 계속 지켜봐줄 선생님이 계시다면 그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무사히 일을 끝마칠 수 있을텐데, 우리는 점점 자기가 혼자서 계획하고 자기가 알아서 실천하는 일들을 생활 속에 더 많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컴퓨터 앞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자동차를 점검할 때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장치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합니다. 평가는 숙달된 준비를 한 사람만이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더 이상 깐깐할 수 없을 만큼 완벽주의적인 잣대를 대어보아 결점이 없고 칭찬받을 만한 점이 많을 때 우리는 자신의 일에 대해 객관적인 박수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나 자기 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즉각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잡고 있는 일들에 집중하다보니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잠시 멀어지지는 않을까요?
체크리스트는 어떤 특정한 과정을 통과하기 전, 통과하는 도중 혹은 통과한 후에 그 과정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관리 도구입니다. 생활 속에서도 우리는 체크리스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번거로울 뿐이죠. 누가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옆에 종이 쪽지 하나를 인쇄해 놓고 그곳에 쓰인 문장과 지금의 나를 비교할까요? 그런데 요즘은 학생이나 사무직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장시간 한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이 매우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자리에서 (주로 책상 앞에서) 오랜 시간동안, 그것도 컴퓨터의 도움으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자리잡았습니다. 즉 체크리스트의 활용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체크리스트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하나_나한테 꼭 맞는 체크리스트여야 한다!
체크리스트는 일종의 개인 코치입니다. 예를 들어 회원관리가 잘 되는 헬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하면 하나의 '벤치 프레스 6세트'라는 행동이 가지는 수많은 세부사항에 대해 일일이 지적을 받고 보다 효과적인 운동을 할 수 있게 되고 평가자가 있다는 사실에 성취 욕구도 높아집니다. 체크리스트가 있다면 나의 평가자가 사람에서 '자료'로 바뀌었을 뿐 특별한 차이는 없습니다. 어차피 주위에서 나를 평가하는 사람은 일정한 기준 몇백 개만 가지고 나를 평가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 기준을 기분 따라 바꾸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변한 기준을 가진 체크리스트는 사람과 큰 차이를 갖지 않습니다. 단 리스트에 써 있는 항목을 자기가 열심히 받아들인다는 열정과 믿음은 가지고 있어야 하겠죠?
개인 코치로서의 체크리스트이기 때문에 그 안의 세부 항목은 자신의 특성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리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면 좋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한다 하더라도 나는 도저히 그런 식으로 작업할 성격이 못 된다면 과감히 버릴 때도 있어야 합니다. 최선의 결과물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성격과 능력을 곰곰이 따져보아 자신이 특출나게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옆에서 쿡쿡 찔러줄 수 있는 항목들을 스스로 설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만드세요. 개인 트레이너를 주문할 때 나의 체형이나 요구사항을 적는 일처럼 말이죠.
다음 사이트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삶에서의 많은 체크리스트를 모아놓은 사이트입니다. www.checklists.com 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좋다고 하며 쓰는데, 이러한 종류의 체크리스트는 개인이 가진 특수성을 결여하여 행동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파워가 상당히 낮습니다.
둘_객관적인 성공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아무리 자기에게 꼭 맞는 체크리스트라 할지라도 써놓은 항목이 누구나 다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그건 종이에 낙서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객관적인 성공의 기준을 종종 까먹기 때문에 그를 보완하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활용합니다. 체크리스트는 예전에 써놓은 것으로서 다시 들추어볼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 전에 인터넷 사이트나 책 등의 자료를 통하여 '이렇게 하면 부자될 수 있다' '블로그 방문자 끌어모으는 10가지 비법' 등의 규범적인 내용들을 많이 참고하여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규범을 수집하세요. 그 다음 규범에 맞는 질문을 만들어 체크리스트 항목에 추가하세요.
남들과 다르고 싶다고 자기 개성만 추구하여 남들에게 인정도 못 받고 잠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개성을 추구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 '저 사람은 참 개성 있는 친구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도 함께 동의하는 당위(sollen)를 품고 그 위에 자기만의 독특한 존재(sein)를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셋_한 과정 안의 최대한 구체적인 작업과 관련되어야 한다!
우리들의 일은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수없이 많이 쪼갤 수 있습니다. 모든 체크리스트는 커다란 과정의 흐름 속에 있는 한 가지의 구체적인 작업에 대한 체크리스트여야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 도구라 불릴 수 있습니다. 과정을 많이 쪼개면 쪼갤수록 하나의 작업은 더 구체적이 됩니다. 최대한 쪼개고 하나의 작업을 완료하기 위한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보세요. 자기만의 생각과 자신의 기존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하여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도 있고, 주변의 사례를 본 후 그 사례 안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을 하나하나 역추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은 제가 블로그 포스트의 작성 과정이라는 커다란 과정 안에 있는 하나의 구체적인 작업인 '포스트의 주제 평가'에 관한 체크리스트 일부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급하게 만들어서 참 몹쓸 예시기는 하지만) 저는 주제를 찾고 개요를 작성해 본 후에 포스트의 주제를 평가하여 니치 적합성, 흥미성, 정보성, 독창성 or 경쟁 우위성, 커리어 연관성 등의 객관적이면서도 개인에 맞추어진 기준을 적용해 봅니다.
넷_의무와 선택을 구분하라!
하지만 체크리스트의 항목을 모두 다 체크해야 '나는 잘한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가혹한 일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체크리스트의 항목을 두 단계 정도로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렇게 합니다.
Positive : 하면 좋고 안해도 그만인 요구사항. 많이 하면 할수록 나는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선택의 영역이다.
Negative : 반드시 아무것도 체크할 수 없어야 정상인 사항. 의무의 영역이다.
사실 Positive보다는 Negative가 훨씬 중요합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구요, 컴퓨터가 바이러스 검사를 할 때에도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게 가장 좋고 깨끗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체크리스트의 항목을 2단계로 구분해 놓으면 이번 일은 성공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한계선을 만들 수 있고, 구체적인 한계선에 따라 체크리스트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마치며
그 외에 체크리스트 항목 개수, 체크리스트 주제의 구체적인 정도 등은 알아서 자신에게 맞게 설계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기를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해서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고, 자신의 발전에 커다란 밑바탕이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자가 없을 경우에는, 행동 하나하나 할 때마다 걱정하거나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복잡한 생각에 휘말리지 말고 평가의 잣대를 기록으로 남겨 마음을 편하게 갖고 그 기록에 의존하세요. 그것이 기록이 가지는 수많은 종류의 힘 중 하나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하드디스크: 가장 액세스가 쉽다는 점에서 자주 열어보아야 하고 자주 수정과 갱신을 하는 파일들을 저장할 때 사용합니다. 그러나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하드디스크 안의 내용은 안전하지 못하며, 그래서 정기적인 백업이 필요합니다. - 외장하드: 액세스는 하드디스크만큼 쉽지는 않지만 하드디스크의 역할을 보조해줄 수 있습니다. 외장하드 내 폴더 또한 자주 수정과 갱신을 하는 파일들을 저장할 때 사용합니다. - 백업 파일: 정기적으로 유저 폴더 안의 파일 전체를 저장해 놓아 하드디스크의 내용이 손실되었을 때 가장 최근 지점의 위치로 파일들을 복원해 주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파일에는 중요도가 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계획을 세울 때 각 일에 대한 중요도가 A,B,C로 나뉘는 것처럼 파일 또한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중요도라는 요소를 낳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중요도에 초점을 맞추어 파일을 저장하고 복사하고 업로드하고 백업하는 여러 가지 전략을 만들어 평소에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 습관적으로 그 전략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길들여져야 할 것입니다.
1. 문서
(1) 이미 다 끝난 얘기들 문서 중 이미 수정과 갱신이 필요없고 완료된 문서는 곧바로 CD나 DVD로 굽는 것을 추천합니다. 작성이 완료되었으나 가지고는 있어야 하는데 이를 문서 폴더에 저장해놓는다면 불필요한 용량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 문서를 열어볼 일도 거의 없어서 하드 디스크에 저장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경우 이러한 문서들은 하나의 폴더에 담아 외장하드의 임시 폴더에 담아놓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임시 폴더의 이름을 "Burn"으로 합니다. 그리고 추후에 DVD-R이 가득 찰 정도의 용량인 4GB 정도가 되면 이 폴더에 모인 문서들을 한꺼번에 DVD로 굽습니다. 또한 요즘은 개인 블로그, 내게 쓴 메일, 웹하드 등 인터넷 상에 자료를 올려놓고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특별히 중요도가 높지 않거나 혹은 자주 열어보지 않는 문서라면 DVD로 굽는 방법 외에 인터넷으로 업로드하고 하드디스크에서는 삭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드디스크에 어떤 파일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구분하는 눈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2) 지워지면 큰일나는, 한창 작업중인 파일들 때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문서 중 매우 자주 수정과 갱신을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파일들은 최소한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열어서 내용을 덧붙이고 수정하여 다시 저장하고, 또한 많이 손때를 묻힌 만큼 자주 열어보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수정의 여지를 남겨놓아야 하기 때문에 죽어 있는 공간인 DVD로 구울 수는 없으며, 따라서 이러한 파일들은 언제나 살아 있는 공간인 하드디스크에 담아놓아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이러한 파일들은 파일의 폴더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파일로서 중요성을 갖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폴더별로 한꺼번에 얼리는 노턴 고스트와 같은 백업 프로그램으로도 이런 파일들을 저장하기에는 어색한 기분이 듭니다. 백업한 지 이틀도 안 돼서 그 파일 하나를 다시 새로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백업을 왜 했나 싶은 기분도 들지요. 이럴 때엔 이틀에 한 번 정도는 기분 좋게 연결해줄 수 있는 외장하드를 이용해보세요. 그리고 내 문서 안의 한창 작업중인 파일들을 하나의 폴더로 묶어놓고 그 폴더와 외장하드 안에 만들어놓은 폴더에 대해 이틀에 한 번 정도 synchronization을 실행하세요. 주기적인 싱크가 귀찮다면 파일을 수정하고 갱신할 때마다 외장하드를 연결하여 싱크를 실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림: Allway Sync의 Synchronize 작업창>
Allway Sync라는 프로그램은 원본 폴더와 대상 폴더를 설정하여 그 두 폴더 간 파일 교환이 쌍방향으로 혹은 일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 싱크를 진행해 줍니다. 한창 작업중인 파일들을 외장하드 폴더에 싱크할 때에는 원본 폴더(내 문서 폴더 안의 작업중인 파일만 모아놓은 작은 용량의 폴더)에서 대상 폴더로 일방향 싱크를 해야 갱신된 내용이 외장하드 폴더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한창 작업중인 파일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장기간에 걸쳐 완성하는 Finale, Cubase, Guitar Pro 등의 악보/스튜디오 파일 - 어쩌면 평생에 걸쳐 계속 추가해 나갈지도 모르는 아이디어 노트, 리서치 자료 (특히 공모전과 같은 중요한 일을 준비하기 위한 파일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한창 작업중인 파일이란 파일의 내용을 자주 수정하고 갱신하는 파일을 일컫습니다. 자주 새로운 파일을 안에 생성하는 폴더는 한창 작업중이라는 (2) 카테고리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폴더의 파일들은 자주 수정하고 갱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체 문서의 70%가 이런 종류의 폴더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고, 이러한 폴더는 아래에서 이야기할 (4)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3) 생겼다 없어졌다, 변화무쌍한 폴더 저의 경우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그림이나 글 자료는 문서 폴더 안에 따로 폴더를 만들어 저장해 놓습니다. 여기에 저장된 파일은 시간이 가면서 그 개수가 늘어났다가 때로는 줄어들었다가 그 후 다시 늘어나는 등 삭제와 생성을 반복합니다. 포스트를 쓰기 위해 그림 자료를 저장했는데 이게 너무 마음에 들어 소장하고 싶을 정도가 되면 가지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포스팅 후 다시 지웁니다. 이런 종류의 자료들은 (2) 문서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집니다. (사실 어느날 이 폴더가 날아가버린다 해도 울며 땅을 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흐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창 작업중인 파일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자주 폴더 내의 변화를 적용하되 파일의 삭제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기능이 Allway Sync에도 있는데요, 일방향 싱크를 하여 삭제가 반영되도록 하면 대상 폴더에 있는 파일이 원본 폴더에서는 없는 경우 대상 폴더에서 그 파일들을 모조리 삭제해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무쌍한 폴더는 영구적으로 저장할 가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백업을 실행할 때 이 폴더를 제외하고 백업할 수 있다면 그리 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합리적일 것입니다. 폴더의 용량은 커진다면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폴더를 자주 열어보게 되니까요.
(4)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할 소중한 자료들 대부분의 문서는 이러한 종류의 문서로, 자주 수정과 갱신을 한다기보다는 완성된 파일들을 누적 하고 추후에 자주 열어보는 파일과 폴더에 해당합니다. 많은 백업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문서를 시스템 드라이브의 파일과 폴더와는 따로 분류하여 정기적으로 백업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Norton Ghost 14를 비롯한 프로그램이 이러한 문서 백업을 수행하며, 3개월(분기)에 한 번 정도 백업을 해주면 안전하게 자료들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파일들은 백업을 했기 때문에 복원을 하면 하드디스크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Norton Ghost의 경우 두 번째 이상부터는 백업을 할 때 파일의 증분(increment. 새로 만들어진 파일들)만큼만 백업을 하므로 상당한 용량을 절약하게 되며, 보통 세 번째 백업이 끝나고 네 번째 백업부터는 이전의 세 백업 파일이 없어지고 새로운 전체 유저 폴더 백업을 실시하게 됩니다. 백업을 하는 파일들 중에는 (2)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한창 작업중인 파일들도 포함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일들은 가장 중요도가 높고 자주 백업을 해야 하는 파일들이기 때문에 따로 외장하드에 백업 파일이 아닌 단순한 복사본으로 저장하는 것이구요, 그에 따라 외장하드에 복사와 백업 파일로 저장이라는 이중의 작업이 수행되어도 그것을 큰 용량 낭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냥 그러한 파일들은 특별관리를 받는다 생각하시고 기분 좋게 이중으로 저장하도록 놓아 두세요.
2. 사진 및 비디오 일상 생활이나 여행 등의 사건의 결과로 남긴 사진과 비디오는 문서와는 달리 절대로 각각의 파일별로 수정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한글, PowerPoint, Guitar Pro로 만드는 파일과의 차이점입니다. 멀티미디어와 단순 문서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 문서는 수정과 갱신이 매우 쉽고, 그래서인지 그러한 일들이 자주 요구되니까요. 아무튼 모든 사진과 비디오는 문서와는 달리 때가 되면 DVD로 굽게 되어 있습니다. 외장하드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사진과 비디오를 외장하드에 저장해 두었다가 문서와 같이 일정 용량이 차면 한꺼번에 DVD로 굽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자주 들추어보는 기분 좋은 사진과 비디오만 유저 폴더 안에 가져다 놓으면 됩니다.
3. 음악 음악은 가지면 또 가지고 싶은 욕망 덩어리입니다. 음악을 일종의 부전공과도 같이 여기며 지고의 취미로 삼고 있는 저로서는 더욱 그러하죠. 하지만 우리가 씨디 살 돈이 언제나 부족하듯이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언제나 부족합니다. 우리는 따라서 여기서도 재테크, e-테크처럼 바이트테크(byte-tech)를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음악의 특성을 살펴보자면 음악은 사진이나 비디오와는 다르게 모든 음악이 한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플레이리스트도 만들고 기분에 따라 음악도 바꾸어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저는 mp3 파일들을 음악으로 지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로 듣는 음악은 전체 가지고 있는 음악의 60% 정도일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음악 100%를 외장하드에 저장해 놓고 우리가 주로 듣는 음악 60%를 그때그때 하드디스크로 복사해 놓으면 용량을 최적화하면서 최대의 효율을 누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새로운 음악을 다운받아 '음악' 폴더에 집어넣은 다음에 어느날 문득 최근에 새로 받은 음악들만 외장하드의 창고에 갱신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번 우리의 친구 Allway Sync를 활용해보세요. 일방향 싱크로 하여 수정과 추가만 할 수 있도록 설정을 해주고 싱크를 진행하면 음량 등의 문제로 약간의 수정을 가한 파일과 새로 다운받은 파일만 창고로 넘어갑니다. 물론 이전의 파일은 새로 수정된 파일로 대체되고, 새로 다운받은 파일은 외장하드에 새로 만들어집니다.
4. 그 외 - 즐겨찾기 과연 문서, 사진, 비디오, 음악만 잘 관리하면 될까요? 우리가 백업과 저장에 신경써야 할 파일 종류가 이것들 뿐일까요? 제 생각에는 '즐겨찾기'폴더 또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는 웹2.0이 도래한 첨단 네트워크 시대이고, 라즐로 바라바시 교수가 말했듯 소수의 허브가 다수의 작은 사이트들에 우위를 차지하면서 각 사람들과 사이트 간의 링크가 이루어지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자신과 연결된 많은 링크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자료는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예전에도 매우 중요하긴 했지만 지금의 사회가 통합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허브화(hub化)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또한 즐겨찾기 폴더 안에 넣어놓은 사이트 링크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할지를 깨달을 수 있고 그에 따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은, 즐겨찾기도 문서와 같이 백업해달라는 것입니다. 소중한 자료 파일 하나보다 소중한 링크 하나가 몇천 배는 더 값진 사회입니다.
Loving you it's easy cause you're beautiful 당신을 사랑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당신은 아름답잖아요
Making love with you is all I want to do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당신과 사랑을 하는 것 Loving you is more than just a dream come true 당신을 사랑하는 건 꿈이 이뤄지는 것 이상이죠 And everything that I do is out of loving you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La la la la la Do do do do do do
No one else can make me feel the colours that you bring 아무도 당신이 가져다 준 이 색들을 느끼게 해줄 수 없어요 Stay with me while we grow old 세월이 흘러도 우리 함께 머물러요 And we will live each day in springtime 그럼 매일매일 봄날 속에서 살게 될 거예요 Cause loving you has made my life so beautiful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내 삶을 아름답게 하기 때문이에요 And everyday of my life is filled with loving you 내 삶의 하루하루는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요
Loving you I see your soul come shining through 당신을 사랑하면서 당신의 영혼이 빛나며 다가오는 걸 느껴요 And every time that we ooh 우리가 사랑을 할 때마다 난, 아아 I'm more in love with you 당신과 더 큰 사랑에 빠져요 La la la la la Do do do do do do
Loving you it's easy cause you're beautiful
당신을 사랑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당신은 아름답잖아요
Making love with you is all I want to do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당신과 사랑을 하는 것 Loving you is more than just a dream come true 당신을 사랑하는 건 꿈이 이뤄지는 것 이상이죠 And everything that I do is out of loving you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La la la la la Do do do do do do
No one else can make me feel the colours that you bring 아무도 당신이 가져다 준 이 색들을 느끼게 해줄 수 없어요 Stay with me while we grow old 세월이 흘러도 우리 함께 머물러요 And we will live each day in springtime 그럼 매일매일 봄날 속에서 살게 될 거예요 Cause loving you has made my life so beautiful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내 삶을 아름답게 하기 때문이에요 And everyday of my life is filled with loving you 내 삶의 하루하루는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요
Loving you I see your soul come shining through 당신을 사랑하면서 당신의 영혼이 빛나며 다가오는 걸 느껴요 And every time that we ooh 우리가 사랑을 할 때마다 난, 아아 I'm more in love with you 당신과 더 큰 사랑에 빠져요 La la la la la Do do do do do do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할 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말과 글에 대한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이나 음악에 대한 기억이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예전에 들었던 음악이나 예전에 보았던 그림을 회상하는 것보다 열 배는 힘들다. 옛날에 수능 공부할 때에도 언어가 제일 낮게 나왔고,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길게 말하는 것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말이나 글과 같이 한 줄씩 쭉 뽑아내는 듯이 기억하지 않고 무언가를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기억해내는 매체에 대해서는 아주 또렷이 머리에 그려낸다. 생각해보니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생각해낼 수 있게 해주는 매체에는 지도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 그리고 한꺼번에 정보를 인출하기 쉬운 지도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적어도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을 생각해낼 때 지도를 기억해내는 것처럼 함으로써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남자들도 지도와 같은 자료는 금방 다 외워서 나중에는 지도 없이도 장소를 곧잘 찾아간다. 결국 책과 지도를 인식하는 과정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알아본다면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읽은 책의 내용을 더욱 쉽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을 기억하고 인출하는 방법 중에 '영상기억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모든 내용을 비디오와 그림으로 환원시켜 우리의 감각 중 가장 발달한 시각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실제 나도 대학교 시험을 치를 때 이 방법을 사용한다. 자료들을 3번 정도 반복해서 읽으면서 각 페이지를 눈이라는 DSLR을 통해 고화질로 한 장씩 저장해 놓은 뒤 시험 시간에는 머릿속의 사진들을 고속 인쇄기를 통해 바로 출력해내어 내 눈앞에 펼쳐 놓고 그 상상의 출력된 사진을 보고 답안을 적어나간다. 물론 프린터에 고장이 나 출력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이런 느낌으로 텍스트 자료를 영상으로 만들어 학습하면 매우 좋은 효과를 얻는 것 같다.
내가 텍스트와 사진에 비유하여 영상기억법을 소개했지만 이러한 방법은 단순히 텍스트가 인쇄된 페이지(어떻게 보면 이것이 영상이다) 자체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지도'는 그러한 '페이지 자체'와는 다르다. 지도는 텍스트를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제 더 알아보아야 할 것은 텍스트를 영상으로 환원하는 구체적인 인식론이며, 이를 위한 기본적인 단계로 책과 지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사실 글보다 재미있는 것이 그림이고 영상이고 지도다. 무언가를 정말로 잊어버리지 않고 장기기억 속에 꽁꽁 동여매려면 재미있는 결과물'만' 가지고 학습을 해야 되는 것 같으며, 그래서 그냥 글보다는 그 글을 뒷받침해주는 여러 멀티미디어 자료를 함께 보면서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텍스트는 가장 상위의 매체이며, 텍스트에 딸린 하위 매체로 그림과 소리와 비디오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는 텍스트를 변환한 결과물이며 하위 매체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인터넷으로 말하자면 멀티미디어에 하이퍼링크가 걸려있는) 결과물이다. 또한 지도는 학습자가 실제로 학습한 내용을 집행(기본적인 말하기, 쓰기, 그 외에도 영상 제작, 작곡, 이미지 편집,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등)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되는 매체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그림과 비디오를 많이 보았다 할지라도 나중에 그것들을 기억해내지 못하면 그러한 학습에 소모한 시간은 모두 쓸모 없이 날아가버린다. 특히 인문계열인 사람들이 이를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문과는 계속해서 지도를 그려나가야 하고, 계속해서 지식을 표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책livre
- 읽기
- 말하기/쓰기
- 목차
- Chapter
- Clause
- 내용
- 키워드 - 핵심 논지
- detail의 정도(이 책을 개략적으로 훑고 넘어갈 것인가, 완전히 정독하여 모든 내용을 숙지할 것인가)
지도carte
- 지도 그리기 (백지도 완성)
- 지도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리를 파악하기
- 지역간 경계선
- 시 이름
- 지역 이름
- 지도에는 나타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그 지역 속의 수많은 건물과 자연물 그리고 지형에 관한 모든 지리의 내용
공부를 하다가 몸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축 늘어지고 호흡이 불편해지면서 두 눈이 사르르 감길 때 나는 언제나 이를 나의 컨디션 탓으로 돌렸다. 전날 몇일 간의 계속된 피로가 쌓였고 운동을 게을리 해서, 혹은 밥을 잘 못 먹어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행적이나 과정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결과로 나타난 컨디션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불만했다.
이는 운명에 순응하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자기가 평소에 피로가 쌓일 것 같으면 적극적인 요령과 처방을 통해 건강한 내일을 위해 피로를 풀었어야 했다. 혹은 지금 내가 조금 졸리거나 의자에 앉았을 때 자세 유지가 안 될 때 그러한 컨디션을 그냥 받아들이고 평소와 같이 기분 좋게 행동할 수 있어야 했다.
자신에게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보여주는 사람은 자기가 의도하고자 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자신의 컨디션을 따지지 않는다. 컨디션 운운하는 사람은 분명 자아가 불안을 느꼈을 때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처럼 자기의 잘못을 실재하지 않는 무언가에게 돌려버리는 사람이다. 물론 모든 방어기제는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소 좋아하던 페퍼톤스가 드디어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한결 들떴습니다. 민트페이퍼를 통해 공연 소식을 접한 때가 5월 말이었는데, 그때는 한창 기말고사의 압박을 느끼던 때였죠. 그런데 공연 날짜를 알아보니 마침 시험이 끝나고 다들 노는 그 기간이어서 엄청나게 기뻤습니다. (6월 20-21일) 고단한 시험이 끝나면 쌓였던 스트레스를 여기서 다 풀어버리겠다, 종강하면 나도 '뉴 히피'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인터파크로 바로 예매를 했습니다. 신기한 건 공연을 보는 사람 평균연령이 27.8세라는 거. 저는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페퍼톤스 노래라면 왠지 만화영화와 시부야케이에서 영향을 받았으니까 팔팔한 대학생들에게 잘 먹힐거라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otaku는 아니에요 크크크) 사실은 취업한 20대 후반-30대 초반 사람들에게 더 어필하나봐요. 아마도 페퍼톤스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유희열, 이적, 이한철 등과 잘 어울리는 이미지 덕분이겠죠.
같이 갈 사람을 무진장 찾아다니다가 결국 예매를 6월 12일에 했는데요, 이때 좌석이 20석 정도밖에 안 남아있어서 페퍼톤스의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공연 중 멘트에서 신재평 군은 실시간으로 인터파크 예매 현황을 확인하며 이장원 군에게 '걱정마 우리 완전 잘 팔리고 있어' 라고 했다는군요. 크크크. 아무튼 예매를 해놓고 터져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억누른 채 기말고사까지 다 봤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보러 갔죠. 콘서트 가격은 44,000원, 인터파크에서 사니까 45,000원 나오더군요. 조금 비싸죠? 그래서 사실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냥 클럽데이나 갈까.. ㅎㅎㅎ 하지만 정식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콘서트'와 그런 게스트 수준의 30분짜리 공연과는 분명 다를 거라 생각해서 예매를 했습니다. 자금 사정이 그리 넉넉치 못했는데도 미래에 쓸 돈을 땡겨서 어떻게 계좌이체까지 다 했습니다. 지금은 절대로 후회 안 해요.
또 페퍼톤스 공연을 보게 된 건 게스트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의 게스트를 보니 뎁 누님과 희열 옹께서 나오시더라구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는 마이앤트메리입니다만 토요일에는 일이 있어서 금요일에 보러 가게 되었어요. (나도 점점 커가면서 여자가 좋아지나..??)
be prepared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저는 갑자기 문득 걱정을 하나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뒤늦게 예매를 해서 좌석이 상당히 뒤에 있는데 안 보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연 당일 집에서 일찍 나와서 충무로의 카메라 가게에서 8배 확대되는 쌍안경 사갖고 왔습니다. 그것도 인터넷 사이트 찾아보고 가게에 전화해서 일찍 갈테니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라고 부탁까지 하면서요. ㅎㅎㅎㅎ 하지만 공연 당일 쌍안경은 전혀 필요가 없었습니다. 공연장의 누구나 페퍼톤스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3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쌍안경은 필요없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오히려 맨눈으로 더 즐겼죠.
민트페이퍼에서는 페퍼톤스 공연 부스에서 기념 티셔츠를 판다고 공지를 해서 '사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고 결국 그것도 샀습니다. 크크크 공연 보러간 사람만 가질수 있다는 생각에 페퍼톤스 싸인이 다 써 있는 2집 CD를 사는 것보다는 티셔츠가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공연 보러 가기 전에 뎁 누님 싸인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해서 Parellel Moons를 사서 가져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싸인을 받을 기회는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구요. 앨범 사면 돈도 더 들고 하니까 안 사고 그냥 갔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공연 끝나고 뎁 누님과 페퍼톤스 형들은 나오지 않았어요. 결국 이번 콘서트 준비는 잘 했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at the spot
공연 장소는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이었습니다. 공연 3일 전까지 이화여'대' 백주년기념관인줄 알아서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어요. ^^;;;;
공연장의 위치는 운치있고 조용한 덕수궁 돌담길 정동극장 바로 근처였습니다. 시청역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그 길로 갈 때 주변에 차 달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적막함만 있었는데, 그래서 더 편안하고 낭만적인 공연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백주년기념관 건물도 창덕궁 옆 미술관이나 대학로 소극장처럼 아담한 붉은 벽돌집이었어요. 기뻤습니다.
1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 바깥 창문
2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 외관
3 공연장 내부 (공연 20분 전)
the concert
공연 처음에는 뎁 누님이 나와서 Golden Night과 Astro Girl을 불러주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페퍼톤스지 뎁이 아니다, 혹은 나는 여자다(관객 성비는 33:66. 이장원씨의 대사 '그럼 나머지 1은 뭐야??'), 이런 이유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봅니다. 1집 잘 팔려야 할텐데 ㅋㅋㅋ 잘 팔리겠죠? 아무튼 저는 처음부터 막 열광했어요.^^;;; 뎁 생각보다 키 크더라구요. 검은색 옷을 입고 나와서 그런지 전부터 좋아했던 김윤아 느낌도 나고.. 얼굴도 이쁘고 작곡도 하고.. (더이상의 묘사는 생략하겠습니다)
DJ 안토니오의 나레이션와 함께 BGM 'Now We Go!'로 짜릿하게 등장한 그들. 그들은 파란색 꽃남방과 칠부바지에 트레이드마크인 뿔테안경과 쪼리(!!)까지 완벽하게 갖춰입고 나왔습니다. 정말 뉴 히피 제너레이션이구나.. 하고 감동했어요 ㅋㅋㅋㅋ
등장 BGM이 끝나고 이어지는 순간의 정적.. 이런 정적은 공연 내내 한 열 번 정도 있었어요. 바로 그 이유는 그들의 미숙한 진행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이런 사소한 하나하나에도 긍정적 아마추어의 느낌이 막 와닿더라구요. 어, 이 잭 아닌데? 하는 소리도 정적 속에서 다 들리고.. 소극장 느낌 나고 좋았습니다.
페퍼톤스는 멘트도 청산유수처럼 못 했어요. 머리속은 막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 잘 안 나온대요. 사람들은 그래서 더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이 시점에서 연희씨 소개를 해야 되는데 말을 까먹었어요. 잠시만요.' 하고 케로로가 그려진 공책을 들고 오더니 '제가 여기 써 왔어요.' 라고도 했다는.. (앞자리에 앉은 분들은 정말 좋았겠어요) 그래서 어색한 첫 멘트가 끝나고 바로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갔습니다.
♬ 객원보컬 김현민씨와 연희씨(Westwind) - 해안도로, 오후의 행진곡 그리고 bike
두분 다 확실히 뎁 보다는 라이브를 잘 하더라구요. 잘 들었습니다. 무대매너는 약간 어색했지만 노래를 참 잘 해서 충분히 사람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적었어요. 마치 대동제를 보는 느낌이랄까? 관객들이 2집 수록곡을 잘 모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니면 1부 초반부라서 그런가? 아무튼 우리들은 페퍼톤스를 사랑합니다.
해안도로와 오후의 행진곡 그리고 bike를 들으면서 저는 특히 연희씨가 좋아졌습니다. 정말 라이브를 잘 했어요. 그중에서는 제가 모르는 곡들도 간혹 있었는데 (아마 페퍼톤스 EP에 수록된 곡인 듯) 정말 높은 음역대도 완벽히 소화해내셨습니다. 홍대든 공중파든 이제는 우열을 평가할 수 없다고 느꼈어요.
♬ 곤란했던 곡들 - 불면증의 버스, Arabian Night, 그리고 Twinkle
사실 '불면증의 버스'가 2집 곡들 중에서도 보컬이 불안한 곡인 건 사실이죠. 음역대가 높으니까ㅠㅠ 페퍼톤스 그들도 이번에 처음 무대에 올리는 곡이면서 또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이 보컬로 부르는 곡이기 때문에 많이 부담 느꼈을 거에요. 저는 아직도 '흐릿한 거리에 흔들리는 네온 싸인들' 을 부르고 급 긴장하신 장원 형의 표정이 생생합니다. 앞으로는 좋은 보컬도 기대해 보겠어요~
instrumental 곡중 아쉬웠던 곡은 Arabian Night였어요. 곡 자체가 공연용으로는 적합하지 못한 '곤란한 곡'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타격이었죠. 그렇다고 가만히 감미롭게 몰입할 수도 없구요. 그 뒤에 있었던 Twinkle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시 사람들은 곡이 MR에 기울수록 열광을 적게 하고, 마구 긁는 기타나 내지르는 보컬과 같은 생 라이브에 기울수록 열광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와중에 돋보였던 재평 형의 기타 연주! 저는 분명히 봤습니다. 그리고 곤란했던 곡들 다 해치우고 하는 멘트가 있었는데 정말 페퍼톤스다웠습니다.
'여러분, 곤란한 곡들 참고 잘 들어주셔서 어, 고맙습니다. 이제는 재미있어 질 거에요. 객원보컬 막 쏟아져 나올거에요. 저희들은 조용히 기타 치고.. 아 역시 우리는 아직 노래까지는 좀 미달인 거 같아요.' 이런 겸손함이 매력이죠.
♬ 난 일어서고 싶은데.. - Superfantastic, Diamonds 그리고 비밀의 밤
공연 초반에 있었던 Superfantastic. 원래 신나라면 제일 신나는 곡이기도 한데 사람들이 앉아있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앞에서 연희씨가 호응 유도해도 그리 약발이 없었습니다. 미리 일어서라고 말씀해주셨으면 다들 일어났을 텐데.. 그렇다고 제가 관객석에서 다들 앉아있는데 벌떡 일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Diamonds는 충분히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곡을 편곡을 해서 조용한 부분과 신나는 부분이 번갈아 나오게 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앉아 있었어요.
그리고 미치도록 신나는 비밀의 밤! 이건 정말 클럽데이처럼 다들 방방 뛸 수도 있었는데 이 미숙한 진행 때문에 ㅋㅋㅋ 우리 톤스 형들이 미리 다들 일어서라는 말을 못하고 성급하게 간지를 내 주셨어요. (비밀의 밤 기타가 제일 신나고 제일 어렵습니다) 우리 착한 관객들은 앞에서 일어서라면 일어서는데, 확실히 아직 무대매너에서 미숙한 점이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저희들은 페퍼톤스를 사랑합니다. 후훗
♬ 감동적인 instrumental - Heavy Sun Heavy Moon, Colorful
사실 이 곡을 콘서트에 올린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정말 사운드가 풍부했고 연주도 훌륭했습니다. 여섯 개의 스크린에서 나오는 도로 질주 영상과 형형색색 물감 터지는 영상도 좋았구요. 앨범으로 들을 때는 별로다 생각했는데 이게 라이브로도 가능하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난 뒤 두 곡에 대한 애착이 마구 생겼습니다.
♬ So Romantic! - Galaxy Tourist, 나는 달, 그리고 좋은 사람
1부 마지막에 연진 누님이 등장하셨습니다. 21일 라이너스의 담요라고 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와주셔서 기뻤어요. 그리고 어색한 토크쇼 진행을 한다며 두 형들이 누님 곁에 앉아 어색한 인터뷰를 한 뒤 바로 Galaxy Tourist를 들려주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소리가 없어서 장원 형이 옆에서 막 돌아다닌 모습, everything is real! 하기 위해 10초 전부터 준비하는 모습, 다 기억나요. 이런 게 페퍼톤스의 '공대다운 모습'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리고 연진을 보는 두명의 눈빛이 확실히 뎁이나 연희를 볼 때랑은 다르더라구요. 예전 인터뷰에서도 밝혔죠. 자신들은 연진씨 팬이라고. 그런데 정말 그게 드러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장원 형과 연진 누님이 몇년 안에 결혼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울리지 않나요?
그렇게 연진과 함께한 무대가 끝나고 사람들이 많이 기다려왔던 희열 옹께서 등장하셨습니다. 아, 그 웃는 얼굴 참 좋아요. 그리고 까칠한 말투도.. 옹께서는 역시 페퍼톤스와는 다르게 재미있는 멘트로 관중을 휘어잡으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달'과 '좋은 사람'을 불렀죠.
저는 페퍼톤스의 무대에 대선배 유희열이 나온다는 사실이 참 보기 좋습니다. 후배를 챙기는 선배, 그리고 선배를 존경하는 후배의 모습이 관객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기 때문이죠. 저번에 유희열 인터뷰를 읽어봤는데 옹께서 자기는 기존의 대중음악과 홍대의 새로운 젊은 아티스트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셨습니다. 가장 민트페이퍼 계열 모던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 유희열씨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열 옹께서는 재평 형과 정말 친한 거 같았어요.ㅋㅋ
♬ 공연의 정점 - Ready, Get Set, Go!, Balance! 그리고 New Hippie Generation
후반부에는 이 세 곡으로 아주 그냥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어버렸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페퍼톤스 형들의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멘트도 자연스러워지고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Drama에서도 열창을 하셨지만 다시 한번 멋진 모습 보여주신 뎁 누님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후반부라 그런지 뎁 누님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더라구요.) 레디앤 겟셋 고! 몇번 나올 때 관중들이 두손 드는 모습은 완전한 감동이었습니다. 정말 공연에 와본 사람만 안다니까요. 후훗
이 세 곡은 정말 모두가 모든 가사를 따라불렀습니다. 저기 어디쯤에 명왕성이 떠 있을까? 한 다음에 '아직 모르겠다' 도 같이 해주고, Balance!에서 나오는 여자 코러스도 하고, 정말이지 하나가 된 기분이었어요.
♬ 앵콜 할까 말까? 한다!! - Everything Is OK, New Standard
New Hippie Generation이 끝나고 사람들이 앵콜을 외쳤습니다. 사실 저는 기분좋게 끝나고 집에 가는 것도 괜찮다 생각했고 그리고 또 '설마 페퍼톤스가 앵콜을 준비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앵콜을 2분 동안 계속 했는데 안 나왔어요. 그러다가 3단 케이크를 하나 가지고 나오더라구요. 케이크를 보컬 마이크 앞에 세워놓더니 '우리 새 멤버 케이크입니다' 라고 중얼거린 후 바로 급 앵콜곡. 분명 '이제 10시 50분이니 차 끊기겠네' 라고 했던 그들이 아무런 말도 없이 앵콜곡을 했습니다. 급작스럽게.. 다시 한 번 페퍼톤스다운 매력 발산하는 순간이었습니다.
New Standard를 생 라이브로 질러줄 줄은 또 생각 못했습니다. 예상 외의 폭발적인 마지막 곡 때문에 다시 한번 감동했어요. 이것도 비밀의 밤처럼 기타가 여간 빡센 곡이 아니죠. ^^ 저는 이 곡이랑 Ready, Get Set, Go!에서 마지막에 기타 7번 코드 긁는 게 너무 좋더라구요.
이렇게 오후 8시 1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거의 3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났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이번 콘서트는 '미숙하고 어색하여 미미한 시작에서 감동적이고 창대한 끝으로 나아간, 희망과 열정에 찬 긍정적인 공연'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페퍼톤스, 그들의 연주 실력에 더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게 되었구요, (아직 보컬은 미숙하지만) 앞으로 한국 대중음악에 어떤 큰 공헌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사운드는 클럽데이에서의 공연과는 다르게 확실히 콘서트의 빵빵한 느낌을 살려냈구요, 중간중간 쐈던 초록색 '한빛 레이저'도 콘서트다운 모습을 더욱 띄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6개의 PDP 스크린에 각 곡마다 함께 나왔던 'transaction' 영상이었습니다. 마스터 VJ잉 어쩌고...무대 옆에서 열심히 기계 만져준 스탭들 정말 고마워요~ 아참, 그리고 2부때부터 못나오신 드럼 김규희씨 건강하시구요. 티켓값 45,000원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뎁 누님께 '곧 보러 가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
기념 티셔츠입니다. 8번 트랙 'New Hippie Generation' 3분 44초. 라고 써 있군요. 연두색이라 참 이뻐요. 오늘 아침 나름 페퍼톤스라고 집에서 후추와 하모니카를 가져와 still life 세팅 좀 해서 사진 찍었습니다. ㅎㅎ 노란 종이는 티켓이구요.
조선 시대 우리나라의 선비들이 가지고 있었던 자랑스런 덕목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던 지성인의 자세는 '시서화'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누구나 필수로 갖추어야 인정받는 덕목이자 지성인을 판가름하는 기준, 그렇다고 해서 그 덕목을 성취하기 위해 특별히 돈이나 시간을 많이 투자할 필요도 없는 특성은 시서화가 가진 아름다운 문화적 맥락이다. 난 특히 이중 지성인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지금 우리 젊은 사람들이 가져야 할 능력은 수도 없이 많다. 학점과 어학능력은 기본이고 외부 기관으로부터 인정되는 자신만의 특기를 자격증이나 인증서 혹은 수상경력을 통해 보여줘야 된다. 어디 그것뿐인가? 그 사람의 외모와 행동에서 드러나오는 반듯하고 논리정연한 말과 글솜씨, 그리고 대화에서의 매너와 호감 있는 태도, 나아가서는 은근하게 풍겨 나오는 이성으로서의 매력까지.. 이상을 투사한 21세기의 대리석상은 과거 그리스의 맨들맨들한 하얀 석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화려하고 눈이 부시게 빛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보편적으로 하나의 문화 혹은 관습으로서 인정하고 있는 '시서화'와 같은 문화적 맥락이 과연 있을까? 설마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그것이 '토익 점수'는 아니겠지..
나는 젊은 사람들이 가져야 할 능력 중 조금은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result나 aptitude가 아닌 skill과 attitude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대학생으로서 나는 주변에서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본다. 한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 혹은 자기가 창조하는 결과물은 무엇이든지 더욱 근사하고 예뻐야 한다며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보다 근사하고 예쁘게 만들기 위해 개선한다. 반면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무엇이 근사하고 예쁜지조차도 모르고 환경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며 그렇게 대충 받아들인 것을 바탕으로 생산을 한다. 첫째 부류의 사람들은 수업시간에 발표할 작은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때에도 색감이나 폰트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에 관해 너무 튀거나 불균형적이거나 아마추어적인지는 않은지 심혈을 기울여 고민한다. (참고로 내 주변에는 아마추어적인 ppt 자료와 클럽 글이 넘쳐난다. 학생, 교수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들의 싸이월드나 블로그에 가면 단순히 상황을 '묘사'하기만 하면 되는 사진이 아닌, 사이트 주인의 이미지 그리고 밑에 써 놓은 글에 어울리는 사진이 마치 미술품처럼 걸려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남들보다 차별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가지고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정평이 나 있다거나 대회 등지에서 입상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근사하고 예쁜 것을 모르는 사람들과 똑같은 대학생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바로 그들에게 미래를 보는 혜안이 하나 더 달렸다. 바로 새로운 사회의 보편적 욕구와 취향을 먼저 습득하는 눈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예술적 재능을 타고나 월등한 디자인 능력을 가져야 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세대는 보편적으로 개인 차원의 삶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측면에서 기초적인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미래의 젊은 인텔리들, 즉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자신들이 만든 각종 자료를 아름답게 꾸미는 능력, document design skill이 아닐까 한다. 정보화 사회에서 모든 정보 처리가 인터넷과 컴퓨터로 이루어지고 자신을 광고할 때 컴퓨터로 만든 자료를 증거로 내보이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러한 '자료'들을 예쁘고 멋지고 일관된 테마를 갖게끔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띄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출판 기술에 한계가 있었고 모든 자료가 개별 보고서나 흑백판 단행본으로 출시되어 형식에 제한이 있었으며, 편의성을 추구한 나머지 디자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핵심만 달랑 있는 자료들 가지고 먹고 사는 시대가 아니다. 핵심을 폭넓게 감싸고 있는 멋진 테마와 디자인이 결합된 자료를 가지고 노는 시대이다.
나는 주변의 어른들이 흔히 요즘 대학생들이 손글씨를 너무 못 쓴다고 툭 던지듯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어쩌면 점점 한 세대의 손글씨가 점점 미워지는 건 당연하다. 손글씨가 예쁘면 너도 나도 기분 좋아지는 시대가 아니라, 폰트나 레이아웃이나 배색이 예뻐야 서로 좋은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시대는 변하지만 시대가 갖는 요구사항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들 모두 보고서 레이아웃 만드는 법, ppt 디자인하는 법, 사진 멋지게 찍는 법, 포토샵 편집법, 글과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는 법 정도는 기본 소양으로 알고 있자. 인터넷과 관련하여 네이버도 스마트 에디터를 내세워 멋지고 예쁜 것들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는데, 이는 document design skill의 조류와 일치하는 것이다.
조선 시대의 우리 선비들이 문방사우를 주된 도구로 한 시서화를 기본 소양으로 삼았다면, 21세기 멀티미디어 시대의 학생들은 컴퓨터를 주된 도구로 한 문서 디자인을 기본 소양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말한 기본 소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교의 대상으로는 쓰이지 않고, 일종의 21세기 인텔리 대접을 받기 위한 최소 요건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예쁘고 아름다운 문서가 오고가는 사회를 만들어 기성 세대들에게 무시당하지 말고 당당하게 어깨 펴고 살아보자. 우리들은 정말 컴퓨터를 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