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있으면 글 써보세요!!

CROISEMENTS: 프랑스어권 동아시아 인문과학 평론지
2014년 제 4호 여행, 이웃 
논문 기고 안내
Croisements의 제 4호는 동아시아의 '여행, 이웃'을 주제로 합니다.
국가, 영토, 공간은 오늘날 한계 혹은 경계의 개념을 모호하게 하는 복합적인 영향력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문화적, 정치적, 전략적, 경제적 영역은 서로 좁은 범위로 관계되어 있어서 종종 안정적인 정체성을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긴 전통 안에 새겨진 여행은 인간, 사상, 물건의 실제적이고 또한 가상적인 이동에 관해 공간을 관계시킵니다. 유토피아, 탈출, 추방, 富 혹은 이타성의 순환은 현실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의 능동적인 혹은 수동적인 발견을 나타냅니다. 여행자는 중심에서 어긋나는 행위자이며, 세상에 다가가는 규범과 독특한 방법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웃은 필요한 상대물입니다. 인간과 사상은 유목민이면서도 동시에 정주민입니다. 그리고 영토 안에 자신을 기입하려 하고, 지도 안에 발자국과 존재감과 확신을 나타내려 합니다. 또한 방랑의 자유에 양보하는 것 같은 공동체의 삶도 그려집니다. 여행은 지도를 만드는 여행자 스스로가 종이 위에 새긴 경계선을 뛰어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제학, 정치학, 법학, 역사학, 지리학, 인류학, 사회학뿐만 아니라 문학과 영화학 역시 우리에게 이 복잡성을 연구하기 위해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이 세상에 자신들을 투사하고 살아있으면서 경쟁적으로 바뀐 공간을 분배하는 규칙과 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croisements@france.or.kr 로 2013년 11월 30일까지 논문을 접수받습니다.
논문은 이번 호 코디네이터가 수합하고 분량 조절을 하기 전에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받습니다.
요약문을 제외한 본문은 최대 7000 단어로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논문과 함께 프랑스어로 170 단어의 요약문과 요약문의 영문 번역, 그리고 저자의 짧은 소개글을 첨부해주시기 바랍니다.
보충 설명: http://croisements-revue.org/recommandations/

생각나는 주제는..
1) 최근 전 중공군 참전용사의 한국 방문과 중공군 유해 환수
2) 교통과 통신의 발달에 따른 한중일 간 국경의 모호화 (중국과도 무비자 협상중..)
3) 동남아시아의 도시문화는 어떻게 한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았을까

Posted by 마키아또
,

     지역주의에서는 국제적으로 모두가 지킴으로써 역외 행위자를 배제하지 않으려는 GATT체제와 같은 움직임이 있고, 그리고 양자간의 무역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려는 자유무역협정의 움직임이 있다. 경제에서는 철저히 자국 국익을 생각하면서 타국에 양보할 것과 양보하지 않을 것을 구분하고, 자국에 유리한 국제적인 공급사슬을 만들기 위해 특정 국가를 선택하여 협력할 수 있다. 무역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원수와 무역 담당 정부부처는 계산한 대로 타국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하고 우월한 경제력을 이용하여 세계화에 따른 황폐화를 저지르기도 한다. 


     반면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관리 능력에 관한 비교우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게 독점적인 이득을 가져다주고 다른 나라에게 반대로 비교열위와 차별을 제공하지 않는다. 관리를 잘하는 국가는 일차적으로는 국가의 생존 차원에서 에너지의 수급과 경제발전을 지탱하기 위해 환경을 보존하고, 이차적으로는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댐을 만들고 환경정화시설을 설치하고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에 신경을 쓴다. 재화와 서비스 시장이 보여주는 독점의 폐해와 상관이 없는 대신 환경은 긍정적 및 부정적 외부효과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며, 이에 따라 외부효과를 시장 질서로 해결하기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 등의 논의가 EU 국가 안에서 있어 왔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에 대해서도 점유율을 막대하게 가지고 있는 기업이 등장했다. EU 기후행동집행위원회(DG CLIMA)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 내에서 각 기업이 공장 가동을 하면서 배출권을 경매 방식으로 사고 판 이후 추후에 배출한 양만큼의 배출권을 EU에 반납하는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배출권의 가격은 그때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술집약적인 대기업이 배출권 경매 판매로 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인 키프로스와 에스토니아에게는 무한의 배출권을 제공해주는 특혜도 EU가 강한 제도적 틀로 실시할 수 있다. 주변국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강제성 있는 경제통합체가 작동하는 결과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경우 다양한 경제발전 단계와 소득의 격차,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정체성의 형성이 다른 점이 이러한 시장을 통한 해결조차 불가능하게 하고 있고, 무엇보다 경제통합이 되기 이전에 OECD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탄소배출권 거래는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 간에는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탄소배출을 공업화 단계부터 시작한 뒤로 어느 정도의 충분한 시간이 거래 대상국 간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국가간 GDP 수준이 비슷해질 정도로 산업화나 정보화를 위한 탄소배출이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가 되어야 비로소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한 국가라도 GDP 성장을 위한 저기술 고오염의 경제발전을 이제 밟아나가고 있는 단계라면 그 국가와 거래가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의 경우는 자국의 경제를 이끄는 자국의 기업이 공장을 자국 내에 가지고 있지만 동아시아의 경우는 한 나라의 기업이 공장을 다른 나라에 이전해놓고 있는 형국이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거래 방식의 설정은 매우 어렵고 또한 논란거리를 낳을 뿐이다.


     2011년 8월에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제안한 동아시아탈원전네트워크는 전문가들의 모임이라는 면에서 여론 형성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원자력을 사용하지 않을 때 어떤 방안이 구체적으로 가능한지를 국민들의 실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인 낮은 에너지 사용을 국민적 아젠다로 설정할 수 있는 캠페인 진행 능력과 관련 조례 및 규칙을 통해 강제성을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의 보궐 취임 이후 ‘원전 하나 줄이기’ 라는 제목으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으며 서울시는 약 200만 TOE를 2014년까지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1년 서울의 에너지 소비량인 1,696만 TOE의 11.7%에 해당한다. 참고로 국내 원전 중 최대 규모인 영광5호기는 79만 TOE이다.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에서는 노하우를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과 일본에서 가져올 수도 있고 그 나라로 전해줄 수도 있다. 이러한 노하우 공유는 경제적인 보상과 함께 맞물려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하지만 추후에 동아시아탈원전네트워크가 제안하는 각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 중단 및 기존의 가동중인 발전소의 안전 점검 강화 혹은 가동 중단이나 폐쇄 결정은 결국 정부의 에너지 담당 부처의 최종적인 결정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권력기관의 의사결정에 아무리 유명한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하고 그것이 한일 협력의 범위로 확장된다 하여도 실제로 정부 부처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원자력의 피해를 모든 시민들이 인지하여 꼭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반대 여론이 충분히 형성되어야 시민들에 의한 압력을 받아 정부의 행동이 바뀌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국내정치 차원에서 이러한 압력의 인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과 중국의 시민들이 일본 경제산업성, 적어도 원자력발전소 입지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상당히 강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의 시민과 언론 차원에서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이해 증진과 피해지역 일본 시민들과의 정서적 공감대 형성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마침 저번 주에 한중일삼국협력사무국 주최로 열린 ‘제3회 한중일 캠퍼스 하모니’  에서 이러한 목적의 후쿠시마 시민 컨퍼런스를 제안한 바 있다.


     환경 문제는 그 본래의 특성상 협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부정적 외부효과가 크고 환경 문제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틀과 기구가 형성되어 있지 않을 때 더욱 협력의 의지가 각 국가 행위자에게 증대된다. 함께 지구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는 행위는 전략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안보나 무역 차원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보다는 보다 행위자의 자율성이 떨어지는 행위이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경우에는 환경 문제가 지역 전체의 문제로 비화될 때 국가들이 이슈 중심적인 ad-hocracy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이러한 행위의 반복이 추후 협력을 위한 제도 형성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

   현재 내가 연세대학교 안에 참여하고 있는 연세-게이오-릿쿄-푸단 리더십포럼과 이번 중일 협조체제와 동아시아 내 전자민주주의 가능성을 같이 묶어서 본다면 이 단체의 발전방향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질 수 있다.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조재욱과 전재성의 두 논문은 세 국가 간의 관념, 규범, 정체성에서 겹치는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는 국가를 구성하는 일반 대중의 다수가 띠는 모습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다.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양보하고 민족주의를 억제하고 국익을 내세우기 전에 지역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주장이고 현재 논문은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이 정치연구원의 후원을 받아 20대의 젊은 한중일 3국 대학생들이 모여 공통의 겹치는 관념, 규범, 정체성을 형성하는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젊은 시절 이렇게 동아시아 협력을 목표로 훈련된 학생들이 국가의 결정자가 되었을 때 실제로 동아시아 지역 통합을 논의할 수 있게 만든다.


  무역협정, 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은 경제적 이익이나 동맹과 같은 안보적 이익을 위해서는 사전에 두 국가 이상이 왜 그러한 이익을 서로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야 하고, 그 명분은 국가, 기업, 시민사회 모두에서 교류를 통해 만들어지며, 모든 영역에서 명분이 만들어져야 국제정치에서 비판 없이 이익 공유의 실행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 중심의 ASEAN+3에 대해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중국은 타 아시아 국가들에게 패권국가로 자리하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태도를 결정한 행위자는 현재 각국의 외교부 지도자들이고, 그들의 개인적인 관념, 규범,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는 대개 냉전의 최후반기와 탈냉전기 초기이다. 반면 지금 한중일 대학생 리더십포럼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냉전 질서나 과거의 일본 제국주의 시기를 경험하지 않았고 지금의 외교부 지도자들처럼 그 때의 교육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과거의 역사와 영토분쟁에 대해 최대한 양보하고 시장의 가치를 옹호하여 삼국 간 포기하고 얻을 항목을 논의를 통해 정한다.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정체성이 각국의 학생이기 이전에 동아시아의 학생이라는 정체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담론은 최대한의 협력과 신뢰로 이어진다.


   구성주의를 따른 동아시아 지역협력은 정체성의 구성이 시민사회의 극히 일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므로 현재는 활발하지 않다. 교환학생 제도와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대학 내에 도입되어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국가 사이에서도 대규모로 이루어진 지는 25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역사로 본다면 일본이 APEC을 주창하기 시작한 이래로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교환학생이 시작하였다. 중국과 한국의 교환학생으로 본다면 한중수교 이후부터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동의하는 담론이 한중일 삼국 모두에 형성되기 이전과 달리 시장경제와 무역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담론이 형성된 후부터는 과거의 국민국가 중심적이고 권력과 이익 중심적인 지역구성을 벗어나 정체성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경제적 이득의 배분을 토의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전환되었다. 물론 모든 국민들이 이러한 협력의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며, 시민사회에 참여하는 일부 국민들 특히 외국인과의 접촉과 대화로 상호 이해를 강화한 엘리트 계층에 한정되어 의식 전환이 이루어졌다. 


   한중일 삼국의 대학생들이 모두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사용에 익숙하고 온라인으로 의견을 표출하여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인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동아시아 내의 전자민주주의 또는 전자공론장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는 연세-게이오-릿쿄-푸단 리더십포럼의 현재 모습과 향후 계획에 매우 적절히 들어맞는다. 중국 샹하이 푸단대학 학생들의 경우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접속을 우회하는 방법을 모두 알고 있고, 한국과 일본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일에도 자유롭다. 행사에 같이 참가하는 학생들이 세 국가에 나뉘어 있다보니 토의를 하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과 공식 웹사이트가 되었다. 민족주의의 성향을 가진 학생이 한 명도 없고, 현재 아무도 현실 정치처럼 주변국 정부기관과 같은 이익 결정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이다 보니 지역정체성 형성을 위한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 이는 NEAT와 같은 민간 시민사회 싱크탱크에서도 똑같이 진행되는 일이며 이 대학생 포럼은 그러한 시민사회의 영역을 벤치마킹하여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 의존한 협의는 디지털 기기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협의의 결과를 알림받지 못하게끔 하고 그들 중 민족주의나 포퓰리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인터넷에서 논의된 내용을 출판하고 기존 정치 메커니즘을 통해 보고한 뒤에야 비로소 그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면 정보기술의 발달이 만든 새로운 동아시아 정체성과 지역주의의 논의는 온전히 국가에 반영될 수 없게 된다. 


   지금의 정치는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는 외국인 상대에게도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건네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대중의 풍토에 기반한 정치이다. 과거에도 국제전화가 있었고 대사관 및 정부기관 사이의 연락 수단으로 쓰였지만 지역적인 협력에 대한 논의는 직접 만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극소수의 엘리트에게만 한정된 담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역 협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생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범위는 정보기술의 풍토가 만들어지기 전과 비교했을 때 아주 약간 더 넓어졌을 뿐이다. 동아시아 지역협력 담론의 이러한 소수 독점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한계다. 쉽게 생각한다면 대중의 의견 형성에 국가 정책결정자가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 왕래가 자유로운 유럽의 경우는 대중의 지역통합 의견 형성이 강하여 국가간 지역통합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왕래가 비행기로 한정되어 힘든 동아시아의 경우는 대중의 지역통합 의견 형성도 약해서 지식질서가 소수의 전유물로 남아왔다.

Posted by 마키아또
,

     참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아시아 지역협력이 논의된 지난 10년간 어느 것이 지속적으로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유일한 지역통합기구로 자리하여 계속될 것인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동아시아는 선진국과 신흥개발국 간의 협력이 가져오는 이득을 모색하는 경제협력 중심의 지역으로 EU와 그 성격을 달리한다.

     1997년 금융위기 때 실질적 지원책을 내놓지 못한 APEC은 정보수집 및 교환 차원에만 머물렀다. APEC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속 국가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정보만을 미국과 일본에게 가져다주었고, 두 나라 외의 국가들은 협력을 통한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얻는 선에서 그쳤다. 과거 APEC의 실패가 동아시아 지역 역내 국가들간 본격적인 지역협력을 추진하게끔 하는 동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APEC의 가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통합을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국가는 일본이며, 최영종의 논문과는 달리 한일 FTA는 포기하고 한중일 FTA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아 결국 경제규모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수준의 한중일 3국만이 지역주의에 가장 확실한 자세로 뛰어들고 있음이 감지된다. 한국은 이전에도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공동체 협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APEC에서 미국의 헤게모니적 역할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자국의 향후의 경제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 현재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GDP면에서 약하다고 평가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지역협력 안으로 포섭하려 한다.

     일본 외무성과 통산성은 미국과의 단독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안행행 경제성장으로 ASEAN 국가들을 점차 설득하며 그들과의 수평적인 협력을 모색했다. 만약 일본이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주창한 동아시아커뮤니티 구상, 일-싱가포르 신시대 경제 연계협정을 넘어서서 ASEAN과의 관계 강화에 열심히 참여한다면 APEC에 미국만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동력을 상실했다는 배긍찬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의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ASEAN 국가들이 미국과 교역을 하고 있으며, 현재 APEC의 참여 국가 확대가 논의되고 있고, 중간에 일본의 역할이 증대되면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던 APEC 의 긍정적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할 증대는 APEC에는 도움을 주지만, 동아시아 공동체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일본은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주인공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국가이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일본의 미국에의 의존, 미국의 hub and spokes 모델의 존중,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경쟁심리이다.

     지역공동체는 지리적 근접성, 문화의 상대적 공통성, 운명의 공동성, 문제의 공통성을 지닌다고 히라노 겐이치로 교수는 이야기하였다. 이제 한중일은 비슷한 공통성을 지닌다 해도 ASEAN과 한중일 사이의 공통점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무역상대국이 아닌 지역공동체로서 ASEAN 국가를 받아들이려면 과거의 역사나 문화와는 상관없이 미래를 보고 새로운 공통성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역주의란 경제정책의 협조나 조정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정치적 과정이고, 이때 인종의 차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중해연합에서 프랑스와 튀니지는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상품의 교역관계 때문에 서로 연합에 참가하였고 이는 중국과 호주, 일본과 호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동안 호주가 설립을 주도했던 APEC이 아시아 국가들, 미국, 그리고 호주를 포함하는 구속력 있는 제도를 만들지는 않았다. 호주는 언제든 내부 정치상황에 맞추어 그때그때 자국의 이익에 따라 지역협력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백인 사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그 정치과정에 주변의 황인 국가가 전혀 간섭을 할 수 없음은 내부에서 가장 잘 조율된 이익을 반영한다는 Frieden, Milner, Rogowski 등의 국내적 지역주의 설명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2007년 노무현 정부, 2010년의 이명박 정부, 그리고 지금의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농산물 분야와 같이 농민과 서민의 삶에 직결되는 분야를 제외하고 자유무역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미국과의 통상교섭에 나서는 대표는 야당이 FTA를 반대하더라도 외교통상부의 찬성론에 따라 꾸준히 협정을 구체화하고 체결해왔다. 이제 한국은 ASEAN과의 경제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호주와 같이 불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점은 유리하지만, 중국과 일본 중 어느 국가의 이익에 더 부합하도록 한국에 적용되는 제도를 만들어갈 지를 결정할 때 삼국 협의체 안에서 주도권이 약해질 소지가 있다. 2001년과 2002년의 김대중 정부 시절의 동아시아 비전그룹과 동아시아 연구그룹은 연구 단계였기 때문에 한국이 주도하였지만, 막상 현실주의에 입각하여 어떤 국가가 현재 더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무역관계에서 우위에 있는지를 따지고 나면 한국의 주도권은 약해질 것이다. 싱가포르는 일본과 양자적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한국이 제시한 동아시아경제공동체 아이디어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과 같이 ASEAN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에 맞추어주면서 경제적 협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현재 한국의 동아시아 대상 경제협력 양상은 TPP에 참여하기로 해 미국과 더욱 가까워진 일본보다는 중국에 더 가깝다.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해 논의할 때 중심국가는 중국이 되고, 중국과 미국의 주도권 하에 일본이 두 지역기구 간의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 현재의 난립하는 지역협력기구를 정리하는 방법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