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1장의 주제는 공유와 그에 따른 언론의 자유, 그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에 대한 내용이다. 20세기와 다르게 21세기는 더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일에 혁신의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집단지성’이 중요해지고 20세기에는 그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가 이제 폭발적인 성장을 꾀하려 한다.
웹은 평등에 유익하다고도 하지만 현실은 이론과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생각해보았을 때 우리는 국제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앞으로 주식시장의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아는 경우 그 정보가 인터넷으로 공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한번 올라간 정보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지만, 어떤 정보를 올리느냐는 웹 바깥의 현실 세계에서의 판단을 통해 결정하는 한계가 아직 남아있다.
나는 이미 좋은 연줄을 확보한 사람들이 결합하도록 허용해 기득권을 강화한다는 주장에 매우 동의한다. 연줄이 가장 잘 활용되는 공간은 페이스북이다. 오프라인 상의 지인은 온라인에서도 만나서, 오프라인에서 서로가 다른 도시 또는 다른 국가에 있기 때문에 만나서 회의를 함으로써 공격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강력한 의견 형성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내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재불한인회의 한 임원과 그의 한국 생활중 만난 업계 관계자와 지인들은 그 임원이 주불한국대사관의 영사와의 식사 자리에서 영사가 자신을 무시하는 언동과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하였고, 이러한 주장과 동조 의견 형성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에 있는 커뮤니티도 함께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져 한때 주불한국대사관이 인터넷 상의 여론에 대처하기 위해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기득권이 약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인터넷의 여론을 형성하는 일은 매우 쉬워졌다. 기득권이 형성한 여론에 반박하고 컨텐츠를 삭제하거나 신고하는 사람은 약자이므로 행동반경에 제한이 있다. 그 반대의 경우로 기득권을 고발하기 위하여 형성한 여론은 쉽게 진작될수 있다.
웹에서의 대화가 대부분 무질서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트위터만 보아도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사용하여 화제를 정렬하고, 반드시 댓글을 달고 먼저 말한 사람을 멘션하여 대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끔 웹의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웹에서의 대화는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도 소통이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통을 촉진한다. 물론 한 명의 유명인에 대해 수만 개의 댓글이나 멘션이 달린다면 과부하로 인해 소통이 불가능하겠지만 일반적인 개인들은 오프라인 광장에서의 대화 방식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아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네티켓을 몸소 실천하며 토론에 임한다.
웹을 이용한 창의적인 협업방식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흔히 웹2.0 기술을 사용한 전자정부를 구현했다고 하는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페인 등에서 발전의 소지를 찾아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확산, 불평등의 완화, 자유와 집단 창의성의 증진을 목적으로 웹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따로 만들어놓은 웹사이트에 모이기로 약속하고 그곳에서 함께 협의한 주제에 대해 일한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이와 같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협업에 익숙해있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일반인들도 참여하면서 웹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공유와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효과적인 협업방식을 통해 상부가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직적으로 협업하는 아이러브비즈와 같은 사례는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진행된 ‘I can do it’ 프로젝트에서도 발견된다. 숲속에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를 한명이 발견하여 그 좌표를 네트워크에 공유하면 다른 참가자들이 그 사람과 같은 조를 이루기 위해 신청을 하고, 그렇게 각 지점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조가 자연스럽게 확정되면 출동하여 쓰레기를 처리하고 결과를 네트워크에 다시 보고한다. 피라미드형 위계질서가 없어도 공동으로 행동할 규칙이 만들어져 있으면 사람들은 그 규칙의 틀 안으로 들어가서 공동의 작업을 진행한다. 에스토니아의 이 프로그램에서 그 규칙은 선착순이었다.
하지만 1장에서도 소개한 위키피디아가 현재 큰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알 수 있듯 자유롭게 참여와 탈퇴가 보장된 무료 집단지성 사업에서는 정작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나 자금의 조달이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 누가 돈을 모으는 일을 책임지고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평등주의는 불가능하다. 위키피디아의 최종 글 선정을 핵심 집단이 맡는 것처럼 자율통제 안에서도 결국 위계질서가 형성된다. 위계질서는 집단에서 필수적임이 웹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위계질서 하에 각자에게 책임성이 부여되면 위키피디아도 모금 활동을 조금 더 조직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 운영에 관련된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사회적인 활동으로 바뀌게 하는 웹의 힘은 여전히 건재하다.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로 사고방식을 바꿀 때 그것이 정치의 영역에 적용된다면 정책 제안을 할 때 반드시 집단지성으로만 제안이 가능한 경우와 기존의 공직자가 제안을 하는 경우의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기존의 게시판에서 일반 이용자가 정책 제안을 글로 올리는 방식을 넘어서서 아이러브비즈 게임과 같은 집단의 참여 틀을 거쳐야만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까.
수많은 개인이 각자 잘하는 특성을 살려 다른 사람들이 그 개인의 참여를 독려하고 그 개인에게 자긍심을 안겨주는 인센티브를 이용하여 조직이 운영되는 인터넷 상의 집단지성 메커니즘은 기존 정치에서 말하는 ‘리더’와 ‘리더십’이 부재하더라도 조직이 운영되는 결과를 낳는다. 다만 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상업화와 폐쇄화에 집단지성이 흡수되지 않도록 모두가 의식을 가지고 깨어있을 필요는 있다. 개인의 집단지성에 대한 팔로워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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