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준비를 하면서도 나는 가끔씩 방안에 버젓이 놓아둔 일렉 기타를 만지작거리고는 한다. 그리고 잠시 몇 개 코드를 쳐 보았다가 1,2번 줄에서 놀아봤다가 다시 코드를 쳤다가 다시 공부를 하는데, 이전에도 지금도 항상 들었던 생각은 혼자 하는 음악의 한계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피아노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경우 말고 정말 꽉 찬 사운드로 음악을 하고 싶다면 대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필요한데, 혼자 집에 있을 때에는 이런 밴드의 경험을 할 수가 없다.
밴드 생활도 어느 정도 해보아서 알지만 절대로 한 세션으로 참가하면서 다른 세션들을 나에게 아주 완벽히 맞추어주는 노래방 반주기계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상대하면서도 완벽 혹은 무결성을 만족시키지 못함에 따른 불만도 상당히 쌓였다.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섬세한 느낌은 물론 라이브로 연습해야만 살릴 수 있지만, 그런 기교 말고 단순히 박자에 맞는 진행만을 원한다면 그것이 하나도 틀림 없기를 바라는 게 당연하다. 프로그램이 이 역할을 대신 해준다면 좋은 합주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 같다.
보통 혼자서 한 세션을 맡아 연습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는 기타프로가 있다. 특정 마디부터 다시 연습하려고 하면 마우스로 마디를 클릭하여 재생하고, 내가 일렉 파트를 맡으면 일렉기타 트랙을 mute 시키는 등 수많은 손동작과 함께 연습을 하게 된다. 만약 이렇게 특정 마디로 되돌아가고, 일정 마디를 반복하고, 어떤 악기와 어떤 악기만 연주하게 하는 등 합주를 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을 음성인식을 통하여 프로그램에게 명령할 수 있다면 연습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훨씬 더 편리할 것이다.
'69마디부터 다시' 하면 69마디로 커서가 되돌아가고, '하나 둘 셋 넷' 하면 내가 박자를 세는 간격의 평균 값으로 템포를 설정하여 연주를 해주는 등의 기능이 있다면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내가 일렉이나 베이스가 아닌 키보드나 드럼을 치고 있을 때에도 컴퓨터에 직접 다가가 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나중에 음성인식 기술이 좀 더 발전하고 일반 노트북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되면 수많은 아마추어 젊은이들이 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게 되지 않을까.
R.P.G Shine
W&Whale
Hardboiled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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