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 앉으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은 희망에 차오르는 21세기는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것 같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보급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인터넷 영역에서의 국제적 표준(WWW, html, 웹 브라우저, 검색을 중심으로 한 포털 사이트 등등)이 등장하면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는지는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단, 여기서 '표준' 그리고 표준이 끌어안고 있는 '디지털화'는 매우 중요하다.
생각난다 저 캐릭터.. 이름이 '유니'였던가? 많이 귀여웠음. ^^
유니텔의 모델은 당시 가장 잘 나가던 김희선!!
나름 삼성SDS에서 시작했다 보니 당시로서는 PC통신 3사 중 가장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불과 8년 전만 해도 나는 유니텔만 하며 한국의 우물 속에서 헤엄쳤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불쑥 나오는 '유료 정보입니다' 글귀에 주눅들곤 했었고, 모든 서비스가 유니텔이라는 회사를 통해 계획되고 통제되고 관리되는 사실에 답답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무료다. 적어도 신용카드 결제 창이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정보를 얻는 것은 무료이며, 그 정보는 모두 디지털화되어 있는 상태여서 접근이 쉽다. 오프라인의 우물에 빠져 있던 모든 사물과 사람은 우물 위의 수많은 주민들이 온라인 세상으로 길어올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자발적인 디지털화는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유적인 병산서원, 그리고 타이 맛사지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는 세상에는 디지털화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중 가장 빛나는 것은 마을, 지역 또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통 문화이다. 데이터베이스로 정렬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사람 느낌 나게 삐뚤빼뚤하고, 온라인 사이트와 연동하기에는 직접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고 체험했을 때에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고,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하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고귀하고 소중한 그런 것들이 바로 전통 문화다. 앞으로는 오프라인으로만 느낄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전통 문화뿐이지만, 그 외에도 정신적인 만족감을 주는 명상이나 휴식, 손글씨나 홈메이드 쿠키와 같은 정성과 같은 것들이 이전과는 달리 희소해지면서 더 큰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디지털화 될 수 없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들은 디지털이 우위를 점하는 경제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살아남는다.
사실 온라인은 평정됐다. 우리가 기존에 했던 대부분의 일들은 이제 인터넷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심지어 인터넷의 사이트에 접속하여 클릭을 몇번 하는 것이 최종 과정인 일도 생겼다. 꼭 만나거나 만져보지 않아도 컴퓨터를 통해 느낀다면 충분한 것들은 이제 오프라인의 사물을 대체하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제공해 주는 즐거움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 한계 너머에 있는 것들은 더욱 빛을 발한다.
나는 커서 직업을 갖고 취미생활을 할 때 이렇게 디지털화될 수 없는 것들에 주목하고 그것들을 주위에 가까이 두려 노력할 것이다. 남은 시간 동안도 끊임없이 디지털의 너머에 존재하는 보물들을 찾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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