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대학생 문화를 날카롭게 다룬 기사가 등장하다니, 흥미롭고 또 이런 기사를 접하니 기쁘다.
하지만 이 기사의 논지에는 몇 가지 비판을 하고 싶다.
1
.. 지금 보니 대학생 인턴기자가 쓴 기사군. 역시 대학생의 인간관계는 보통 성인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기가 퍽이나 힘든 주제다.
2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의 단장으로서 매우 큰 관심을 갖는다.
기차타고 MT는 옛말…‘외톨이 대학생’이 느는 이유
동아일보|기사입력 2008-01-23 18:42
[동아일보]
취업난과 더불어 1994년 도입된 대학 학부제 때문에 '외톨이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전공에 관계없이 다양한 학과 지망생들이 모여 지내는 1, 2년간은 '반'에서, 전공이 정해진 뒤에는 뿔뿔이 흩어져 2, 3년간 '과'에서 지내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시간과 공간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또 갈수록 취업난이 가중됨에 따라 학교 내에서도 경쟁이 심해져 '청량리에서 기차타고 대성리로 MT 가는' 모습은 옛 추억이 돼 가고 있다. <-1학년때 열심히 다녔으면 나중에 후회는 없을 거다. 우리 대학은 그래도 1학년때 열심히 논다. 난 그게 참 좋다. 특히 학부제에서는 노는 1학년은 반드시 필요하다.
●"외교학과생이 왜 경제반?"
S대 06학번 A씨(21). 서울대군요
그는 대학 입학당시 외교학과에 가고 싶어 사회과학대학에 지원해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입학해 보니 그는 '외교반'이 아닌 '경제반' 소속이었다.
"외교학을 하려는데 내가 왜 경제반이냐"고 묻자 조교들은 "학부는 학과 배정을 받기 전 1년 동안 임시로 지내는 곳이기 때문에 (왜 임시로 지내는가? 학부의 1년이 그렇게 '임시'적일 정도로 하찮은 건가? 학부대학을 만든 취지는 학생들 잘 되라고 하는 것인데, 결국에는 모든 1학년생들이 언젠가는 떠나는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있도록 만들었지 않은가. 이 점에 대해 학부대학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임시로 지내는 곳을 제도화함으로써 생기는 소속감의 급격한 저하를..)외교학과 지망생들이라도 경제반 사회반 언론반 등 다양한 학부에 전공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배속된다"고 대답했다.
'학부제'와 '소속반'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A씨는 '경제반에 들어가서 외교학과로 진학하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1994년 도입된 학부제는 과거 학과 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방식이 아닌 공통 계열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사행정제도.
가령 신입생은 '국어국문학''가 아닌 '인문대학'에서 인문대 공통 과목을 공부하면서 각 학과에 대한 기초 정보를 얻은 뒤 2, 3학년 때 '국어국문과' 등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는 식이다.
선발은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로 원하는 학과에 3~5지망까지 지원을 한 뒤 정원에 맞춰 학점 순으로 뽑는다.
학점이 좋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공은 외교학, 선배는 경제학, 담당교수는 심리학
A씨는 1년 동안 경제반에서 생활하면서 소속반(경제반)과 희망전공(외교학과)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는 A씨에겐 큰 부담이었다.
경제반에서는 외교학과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반 선배들은 경제학과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반 출신 외교학과 선배를 찾으려 했으나 선배들은 전공 선택 후에는 독서토론회, 세미나 등 반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담당 교수는 심리학과였다.
결국 A씨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전공 설명회에 참석한 뒤 그곳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외교학과에 지망해 합격했다.
●"학부 때 친했던 애들 모두 다른 과"
A씨는 원하던 전공을 꿰차는 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A씨와 함께 외교학과를 지망했던 같은 반 소속 친한 친구가 불합격해 사회학과로 가게 된 것.
의지할 친구가 사라진 A씨는 전학 온 학생의 심정으로 첫 학기 시간표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짜야했다.
A씨는 혼자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도 혼자 공부했다.
외로웠다. -> 동아리를 해라. 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지 못한다면 자신의 무능함을 탓해라. 오늘날의 경쟁사회를 우리는 개인 간의 '매력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은 서로가 업무 능력이나 지식을 가지고 경쟁하는 사회와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저 사람 참 매력있구나, 하면 그 사람과 사귄다. 나와 같은 반에 있는 바로 위 학번 선배라도 매력이 없으면 내가 피하면 된다. 굳이 그 사람과 친해지려 노력할 필요 없고 MT에 끌려갈 필요 없다는 얘기다. 후배가 MT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언제나 선배의 부족한 매력과 능력에 있다. 그리고 능력보다는 매력이 더 큰 원인이 된다.
외톨이가 된 것 같아 우울했지만 다른 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A씨를 비롯한 2학년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1학년 때 반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과가 정해진 뒤로는 각자 시간표가 달라 반 친구들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 밤에 만나면 충분히 만날 수 있다. 시간표가 밤 늦게까지 짜여져 있는가? 아니다.
전공 첫 학기. 공부도 생소해서 원하는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도 많이 해야 했다.
때문에 시간이 난다고 해도 한가롭게 놀 시간은 없다.
그렇게 반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친구보단 학점"
언론정보학과 05학번 K씨(22·여·4학년)는 "A씨의 고민은 모든 2학년한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K씨도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같은 과 친구들의 얼굴을 잘 모른다.
1학년 학부 시절에는 반방이나 학생회 등에서 쉽게 동기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전공이 정해진 다음부터는 같은 과 학생끼리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아예 없었다.
또 1학년 때 '새내기' 기분에 친구 사귀기에 열중했던 동기들이 2학년부터는 본격적인 학점 따기에 몰두하면서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모이지 않았다.
K씨는 "같은 반 출신 친구와 지금도 단짝으로 지내며 함께 시간표도 짜고 수업도 듣지만 그 동안 새 친구는 거의 못 사귀었다"고 말했다.
조모임이 있는 수업이라면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 과제가 끝난 뒤에도 연락을 지속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 그 연락은 하는게 이상하다. 같이 잠깐 조모임을 한 사람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비슷한 관심사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 소중한 사람들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
K씨는 과대표가 돼 MT와 점심모임, 동아리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동기들을 초대했지만 참여율이 워낙 저조해 이제는 포기했다.
●"졸업반 되니 취업걱정…눈에 뵈는 거 없어"
이 과 조교 C씨(24·03학번)는 "단합을 위해 MT를 계획하고 과 사무실에 비치된 연락처를 통해 학생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도 답장은 50% 정도 밖에 안 오고 이 중 20% 정도는 불참한다는 거절 문자"라고 말했다.
C씨는 "막상 MT에 가도 분위기가 어색하기 때문에 '집안 일' '선약' 등을 핑계로 그 시간에 전공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생명공학과 졸업반인 P씨(25·여)도 "그동안 MT나 과 모임에 참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친구라고 할만한 동료도 2, 3명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학부에서 학과로 넘어오는 시기에 뿔뿔이 흩어지고, 2학년부터는 전공과 취업준비에 몰두하느라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 3학년을 보내고 4학년이 된 뒤에는 과에서 인간관계 만들기를 아예 포기했다"는 게 P씨의 얘기.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4학년이 되니까 같은 과 동료들이 '친구'로 안 보이고 '경쟁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같은 과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직장에만 가는 것인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같은 과에 있더라도 사람들의 진로는 천차만별,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특성은 다양하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곳이 있는 법이다. 이 사람이 동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로의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이고,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이 좁기 때문이다.
●"실력이 우선"… "인간관계가 중요"…, 논란
학부제를 경험한 졸업생 및 현재 재학생 사이에서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과 "'인맥'이 느슨해져 사회에 진출한 뒤 불리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02학번 전재호(25)씨는 "1학년 때 반 동기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 놓은 결과 지금도 대학 때 친구가 많다"며 "학부제 하에서도 얼마든지 실력과 인간관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졸업생 김경재(26)씨는 "현행 학부제에서는 인간관계를 넓히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며 "사회생활에는 학점 못지않게 인간관계도 중요한 만큼 졸업생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보람 동아일보 인턴기자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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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제는 우리 대학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우리 학교가 학부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의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에서 연세대학교가 학부제를 처음 도입하고 개발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업적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세대학교의 학부제나 다른 학교들의 학부제나 생김새는 매한가지이며, 이 기사가 중점적으로 지적한 학부제에 따른 인간관계 고리의 약화 문제도 모든 대학에 똑같이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학부제가 도입되면서 반과 과가 완전 별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그에 따라 학년에 따른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모습에는 극히 반대한다. 반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터미널의 대합실과 같다. 같은 계열이라 할지라도 그 계열의 범위는 학교가 임의로 정한 것이다. 학생들이 공통적인 관심사로 묶이기는 쉽지 않다. 대학교는 고등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수업이 반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학교 행정에서 반을 공식적인 단위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의 특성은 모호하다. 이러한 모호함이 반 행사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학생들에게 안겨주고, 회의적인 몇 학생들은 반 사람들과 영원히 안면을 끊고 지내고, MT 참여율은 저조해진다. 학부제가 외톨이 대학생의 증가를 가져왔다는 말은 일부 맞는다. 모든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개성에 따라 다양한 집단에 소속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간과한 채 모든 대학생들은 반드시 기본적으로 '과'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한 맞다. 즉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대학생 자신들의 노력과 그를 통해 만들어낸 집단의 개성, 그리고 그 개성을 통해 만들어진 집단에 대한 애착이다. 이것만 있으면 학부제가 있든 없든 반, 과 모두가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취업난의 폭풍이 닥쳐와도 두려울 것 없다.
그러나, 아무튼 현재의 반은 터미널의 대합실과 같다. 이와 달리, 반이 과로 이어지면 과는 반에 비해 상당히 많은 특성과 고정된 인식 기제를 확보한다. 같은 과 학생들끼리는 같은 종류의 수업을 듣고, 거의 똑같은 시간표 분포를 이루며 같은 교수님들을 만나 서로 교류한다. 학교 행정에 관해서도 과는 행정에 필요한 단체의 단위로서 특성을 지닌다. 이 외에도 '과'라는 단어가 주는 전통적인 일체감 등이 어우러져 과에 소속한 학생들은 자신의 과에 더 많은 충성심을 보이게 된다.
결국 반과 과가 별개로 나누어져야만 하는 학부제의 제도적 상황 아래에서 우리는 '반'이 가진 특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특성이 잘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반 학생회와 과 학생회가 연계되지 않고, 지도부가 서로 무관심하니 학생들이 반과 과를 양자택일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특성을 확보하는 일은 기존의 반 선배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차츰 반의 전통, 관습, 규율, 관심사 등을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학부제를 만든 주체인 학교 행정 당국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반 선배들이 그렇게 고민하게 된 이유는 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학부제의 신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만약 미국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인간관계의 관습과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학부제에 따른 학생들의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면 합리적으로 이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대학생이 왜 반에 소속되어야 하지? 반이 왜 있어야 하지?' 그리고 나서 합리적 결정으로 자연스레 반을 아예 없애버릴 것이다. 결국 모든 학생들은 그냥 각자 학교에서 배정받은 계열에 소속해 있으며 반과 같은 단체에는 소속한 것이 하나도 없다. 자신이 소속할 곳은 자신이 찾아나가야만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제도와 관습이 정착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무 정보를 얻을 원천(선배들)이 없는 방황하는 1학년생들에게 여러 가지 실용적인 정보를 가르쳐주는 멘토(Mentor)가 발달해 있다. 멘토와 1학년생의 관계는 서양식의 개인주의적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르다. 일단 자신이 대학교라는 집단에 들어가면 그 집단 안에는 분명 어떤 집단이 또 있다. 내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집단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한국의 풍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약간 서양식인가보다, 짐작하여 생각하고 있다) 집단을 만들어 일단 그곳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서로 알아가고 싸우기도 하고 같이 도와주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서로가 같이 발전하고 출세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의 문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문화는 1학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에 대해 소속감과 애착을 가지려는 동기를 설명해준다. 그런데 학부제에 따른 1학년 대학 생활과 2학년 이후의 대학 생활의 완전한 단절이 1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따뜻한 인간관계와 그야말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온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반에서 회장과 부회장, 서기 총무 등을 하며 자신과 친한 사람들과 나름의 세력을 형성하게 되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몇 학생들은 반을 완전히 떠난다. 학부제가 미국에서 도입된 제도인 만큼 과연 제도가 대상 집단의 문화와 잘 조우하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미 늦었다. 학부제를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반과 과를 연계하는 방법, 학생들이 반과 과 모두에 애착을 가지게 하는 방법은 이러한 제도 하에서도 분명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이 문화다.
2008.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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