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할 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말과 글에 대한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이나 음악에 대한 기억이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예전에 들었던 음악이나 예전에 보았던 그림을 회상하는 것보다 열 배는 힘들다. 옛날에 수능 공부할 때에도 언어가 제일 낮게 나왔고,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길게 말하는 것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말이나 글과 같이 한 줄씩 쭉 뽑아내는 듯이 기억하지 않고 무언가를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기억해내는 매체에 대해서는 아주 또렷이 머리에 그려낸다. 생각해보니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생각해낼 수 있게 해주는 매체에는 지도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 그리고 한꺼번에 정보를 인출하기 쉬운 지도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적어도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을 생각해낼 때 지도를 기억해내는 것처럼 함으로써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남자들도 지도와 같은 자료는 금방 다 외워서 나중에는 지도 없이도 장소를 곧잘 찾아간다. 결국 책과 지도를 인식하는 과정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알아본다면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읽은 책의 내용을 더욱 쉽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을 기억하고 인출하는 방법 중에 '영상기억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모든 내용을 비디오와 그림으로 환원시켜 우리의 감각 중 가장 발달한 시각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실제 나도 대학교 시험을 치를 때 이 방법을 사용한다. 자료들을 3번 정도 반복해서 읽으면서 각 페이지를 눈이라는 DSLR을 통해 고화질로 한 장씩 저장해 놓은 뒤 시험 시간에는 머릿속의 사진들을 고속 인쇄기를 통해 바로 출력해내어 내 눈앞에 펼쳐 놓고 그 상상의 출력된 사진을 보고 답안을 적어나간다. 물론 프린터에 고장이 나 출력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이런 느낌으로 텍스트 자료를 영상으로 만들어 학습하면 매우 좋은 효과를 얻는 것 같다.
내가 텍스트와 사진에 비유하여 영상기억법을 소개했지만 이러한 방법은 단순히 텍스트가 인쇄된 페이지(어떻게 보면 이것이 영상이다) 자체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지도'는 그러한 '페이지 자체'와는 다르다. 지도는 텍스트를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제 더 알아보아야 할 것은 텍스트를 영상으로 환원하는 구체적인 인식론이며, 이를 위한 기본적인 단계로 책과 지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사실 글보다 재미있는 것이 그림이고 영상이고 지도다. 무언가를 정말로 잊어버리지 않고 장기기억 속에 꽁꽁 동여매려면 재미있는 결과물'만' 가지고 학습을 해야 되는 것 같으며, 그래서 그냥 글보다는 그 글을 뒷받침해주는 여러 멀티미디어 자료를 함께 보면서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텍스트는 가장 상위의 매체이며, 텍스트에 딸린 하위 매체로 그림과 소리와 비디오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는 텍스트를 변환한 결과물이며 하위 매체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인터넷으로 말하자면 멀티미디어에 하이퍼링크가 걸려있는) 결과물이다. 또한 지도는 학습자가 실제로 학습한 내용을 집행(기본적인 말하기, 쓰기, 그 외에도 영상 제작, 작곡, 이미지 편집,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등)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되는 매체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그림과 비디오를 많이 보았다 할지라도 나중에 그것들을 기억해내지 못하면 그러한 학습에 소모한 시간은 모두 쓸모 없이 날아가버린다. 특히 인문계열인 사람들이 이를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문과는 계속해서 지도를 그려나가야 하고, 계속해서 지식을 표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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