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밖에 나가서 운동하는 일은 나에게는 그리 행복하지 않은 일이었다. 바람은 불고 그렇다고 두꺼운 파카를 뒤집어쓰고 운동장을 달리거나 산책길을 뛰어갈 수는 없었다. 특히 아침 기온은 너무 차가웠고 해는 빨리 졌다. 많은 의학 자료들은 사람의 수면 패턴이 여름에서 겨울로 갈수록 더욱 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으로 바뀌어간다고 했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겨울에 사람이 운동을 덜 하고 실내에서 따뜻한 난로를 쬐며 책을 읽다 스르르 잠드는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안일한 선입견은 나로 하여금 겨울에는 더 따뜻한 난로를 찾게 하였고 바깥 바람을 최대한 피하게 했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고(나는 안 피지만) 책을 많이 읽는 학자의 모습, 따뜻한 카페 안에는 사람들이 많고 바깥에는 눈이 내리는 풍경, 나는 겨울에는 이런 모습을 동경하고 추구했다. 헬스클럽에 나올 듯한 음악을 크게 들으며 밖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씽씽 타고 다니는 영상은 내가 생각한 겨울에는 어울리지 않았으며, 난로를 켜고 두꺼운 니트를 입고 잠을 많이 자는 영상만이 떠올랐다. 니체, 사르트르, 베버, 그 외에 많은 작가와 학자들은 일년 내내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왔을 것이다라고 추측하며 그 사람들을 동경하는 나로 하여금 편안함을 추구하고 비활동적인 습관에 젖어들게 내버려두었다. 사실 만날 책만 읽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은 옛날의 학자나 수도사들도 맑은 날에는 밖에 나가 많이 일하고 운동을 했는데, 그 사실을 간과해버려서 결국에는 나의 건강을 악화시킨 것이다. 옛날에는 직접 힘을 써서 기계를 움직였고 지금처럼 자동화된 시스템이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든 학자든 직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적당한 운동량을 의도하지 않고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깨끗했는가. 1800년대의 학자와 지금의 대학생이 똑같이 공부하지만 공부 위주의 삶이 초래하는 건강상의 결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선입견이란 참 무섭다. 겨울에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혹은 이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거나 혹은 멋있다라는 생각이 나의 활기찬 모습을 희미하게 하고 건강을 악화시킨다. 자신의 모습을 한가지로 규정해버리면 삶은 점점 극단을 향해 나아가고, 그에 따라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성품이 나빠지거나 하는 등 어떤 문제가 반드시 생긴다. 따라서 겨울에도 여름처럼 운동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극단적인 삶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생각인 것이다.
올해 겨울이 유난히도 따뜻해서일까, 나는 어느 순간 화창한 겨울날 비록 아침에는 매서운 찬바람이 그대로 불어올지라도 오전 11시쯤 되면 기온이 영상 4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조깅하기 참 좋은 날씨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냥 막연하게 '겨울에는 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해야지' 라고 생각해놓으면 운동을 하려는 첫날 매서운 찬바람을 느낀 순간 바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런데 '겨울의 햇살이 많은 날이면 오전 11시 쯤부터 공원에서 조깅을 하자' 라고 생각해놓으면 기분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뛸 수 있다. 어떤 일을 즐겁게 하려면 그 일을 시작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거나 혹은 그 환경이 조성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바깥에서도 지내고 실내에서도 지내는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 환경을 잘 이해해 놓으면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이 하는 일을 계획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일을 성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일을 하는 동안 얻는 즐거움 또한 커진다. 나는 올 겨울에는 날씨가 추우면 평소처럼 실내에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순간 밖으로 나가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활기 없는 몸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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