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거의 모든 시장은 이 독점적 경쟁시장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시장이 독점적 경쟁 형태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안도감을 느끼고, 나도 나중에 작은 시장이다 할지라도 독점적 지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남들이 해보지 않았던 것이지만 막상 상품이 나오고 보면 남들도 많이 원하게 되는 그런 상품, 내 취향과 개성과 능력에 따라 하나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A와 B가 경쟁하고 있다가 A와 B 사이에 차이점이 생기게 되면, 각 A와 B는 더이상 경쟁하지 않게 되고 각각의 2개의 시장으로 나뉘게 된다. 취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하다 보면 차이가 생기고, 이 차이에 따라 사람들이 자기 취향에 맞는 곳으로 찾아 들어간다. A와 B는 더이상 경쟁하지 않는다.
이러한 종류의 '차이가 생김으로써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현상'은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어떤 상품을 지구 중의 한국, 한국 중의 서울 안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출시하더라도 상품을 구입하러 사람들이 몰려올 수 있게끔 해 준다. 한 예로 나는 전부터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아는 노년층 인구가 (교수, 연구직, 아직도 정정하신 할아버지/할머니) 하나의 커뮤니티에 모여 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지혜와 지식을 공유하거나 오프라인 강의 연계 등으로 유료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사이트가 미국에 이미 있었다. SeniorNet이라는 단체로, 기본적으로 비영리 단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오프라인 유료 강의와도 연계되어 있고 기부나 멤버십 등의 메뉴도 만들어 놓았다.
<그림: SeniorNet>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한국에도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맥없이 포기해야 할까?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미국과 한국 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모든 '노인 지식/정보/지혜 공유/강의 인터넷 사이트'는 SeniorNet이 독점하거나 이 사이트가 거대 공룡이 되고 그 밑에 영세한 여러 커뮤니티가 있는 식으로 될 것이라 하더라도 한국에까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지는 않게 된다. 쓰는 언어가 다르고 문화의 차이가 있어서 사람들(수요자)이 배우고 싶어하는 내용도 다르다. 다른 국가에 따라 법/제도도 다르게 적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사이트를 그대로 모방한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진짜 이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차이가 생기면서 경쟁이 없어지는 예로 들었을 뿐이다.)
다른 경쟁 상품과의 차이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브랜드는 그 대표적인 경우라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될 것이다. 그중 사회가 워낙 다원화되고 먹고 살기 편해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점차 존중하기 시작하자, 소수 취향의 일부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충성과 지지를 받는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요즘 이러한 상품들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의 다수와 취향이 다른 것은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내 취향에 영향 받는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다면 나를 칭찬하는 사람들의 동네로 자리를 옮기면 되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면서 우리는 다른 곳으로 유랑할 능력이 생겼다. 이렇게 빠른 순간에 다른 곳으로 폴짝 뛰어가는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경쟁을 피하는 방법 중 또다른 하나다.
예전에 내가 주목했던 상품은 인터넷에 판매하기로 공지글을 올리자마자 매우 빠른 속도로 매진된 요조의 '주성치 희극지왕 티셔츠' 와 후속편 '식신 티셔츠'다. (오늘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놀러갔는데 다 매진 되어 있었다.)
<그림: 요조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식솬~ 티셔츠>
사실 별거 없다. 품질 좋은 단체티 하나 사서 손수 인쇄하고 예쁘게 포장해서 present by yozoh 쓰고 택배로 보내주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 안에는 엄청난 상품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오직 '요조'만이 소유할 수 있는 독점적 가치다. 그 예를 들어보자.
- 홍대 4대 얼짱 중 하나인 요조가 직접 인쇄했다는 사실
- 한정판
- 모던락, 인디씬 등의 컬쳐 코드
- 요조 라는 가수의 이미지
이런 것들이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뎁이 4차원 이미지를 담아 정성껏 만든 은방울(예시가 참 편파적이긴 하죠 크크)을 한 개에 만원씩 해서 이쁜 포장과 손으로 직접 쓴 편지까지 같이 동봉하여 소포로 보내준다면 그 은방울은 기존의 크리스마스 용품점이나 대형 기념품 샵 같은 곳에서 파는 비슷한 용도, 비슷한 기능성을 가진 은방울보다 훨씬 잘 팔릴 것이다. 그렇다고 뎁의 은방울이 기존의 은방울 시장을 뒤엎어 버리지는 않는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뿐 기존의 수요를 없애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기존의 다른 경쟁 상품과의 차별화의 정도를 높여나가면 높여나갈 수록 경쟁은 점점 사라지고 수입은 점점 높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완전히 소수 취향인 물건은 엄청난 가격으로 팔려나가지 않을까? 정말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은가?
<그림: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 실제 경매장면 (출처: blog.naver.com/atp106m)>
아무리 무한경쟁시대라도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내면 그 경쟁의 힘겨움에서 너무나도 쉽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경쟁시대라고 무조건 '나는 경쟁을 해야지. 암' 해서야 되겠는가. 남들 다 하는 토익, 토플점수 만점을 향해 계속 공부하는 식의 괴로운 경쟁은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시대에서는 남들과 달라야 살 수 있는 것 같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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