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

 지금까지의 대학교 1년 생활을 되돌아보았을 때 나는 대부분 학교라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수동적인 소비 생활에서 벗어나 학교 안의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공연을 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지금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하자는 영감을 받아 지난 1년이 가진 부족함을 음미하고 있다. 락과 재즈의 음악 동아리와 학부대학의 자문단, 사랑스런 학교의 많은 친구들, 그리고 학과 공부, 모두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진 것이다. 1학년이니까 일단 학교 안에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해 봐야 하는 것이라고 정당화할 수도 있지만 나의 부족했던 점은 눈에 띄게 드러나 있다.


  대학생에게 체험의 기회는 매우 많이 열려 있고 사람들은 대학생들에게 호의적이고, 체험을 하기 위한 비용도 훨씬 저렴하게 대접해준다. 대학생들은 이 드넓은 세상에서 어떤 특정한 이해관계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 즉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할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대학생이 하는 일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회로 나간다는 것은 학교라는 작은 기관보다 훨씬 큰 기관, 회사, 정부와 같은 커다란 집단 그리고 그 집단 속의 사람들과 특정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더불어 더 넓은 세상에 널려있는 지식과 스타일 그리고 가치관과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적, 물적인 두 가지의 관계망을 점점 도화지에 스케치 하는 과정이 대학생의 제일 중대한 과정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당연하지만 꼭 이런 이야기들은 다시 곱씹어 보았을 때 더 명확하게 다가오고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영감을 가져다준다. 내가 만든 이야기인데도 내가 영감을 받았다.


 넓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그러한 결심은 나에게 두 단계의 과제를 제시해 주었다. 첫째는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 즉 학교 안의 단체에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제대로 일하자는 과제다. 1학년 때에는 나 혼자 무언가를 계획하여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대표적인 것이 공부이고 그 외의 동아리에서 내가 주도해서 의견을 냈던 많은 회의다. 완벽함의 범위가 나 자신으로 한정되어 있어도 나는 내가 한 일들을 완벽하다고 속으로 칭찬했다. 공부에 대해서는 학교가 나름의 칭찬을 했고, 학교 안에서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서도 나 혼자 계획한 일들에 묵묵히 찬성하며 따라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는 예전의 내가 보여주었던 독단적인 활동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내 귀에 그 불만이 들어오지 않아서, 혹은 내가 그 불만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 밖에서 불만과 지적이 있는데 내가 한 활동들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는가. 내가 칭찬하고 나 밖의 사람들도 칭찬해야 완벽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내 스스로 계획을 많이 하지 않고, 무엇이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천천히 계획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내 능력이 절대적으로 더 뛰어나도 사회의 어느 곳이든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모든 단체 안에서는 그런 나의 능력을 일단 숨기고 있어야 한다. 독단적인 나에 대해 다시 한번 크게 반성한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내가 독단적이지 않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두 번째 과제는 학교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기관에 나 또한 관계를 맺고 참여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매우 두려웠다. 그 사람들은 무조건 나를 적대적으로 여기고 면접에서 무조건 떨어뜨릴 것이라고 과장해서 두려워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한 두려움은 어쩌면 이 사회에서는 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 나의 치밀한 계획만 있다면 나는 이 사회 안에서 충분히 입지를 잡고 살아갈 수 있다는 나의 오만한 속 생각에서 유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즉 나는 이 사회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일단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자연스러운 관계망 형성의 원리에 대해 무감각했다.


  요즘 들어 나의 정체성이 점차 명확해지고 내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고 또 무엇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에 따라 더 넓은 세상에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놀고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물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회 속에서의 나에 대한 인식과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제 나는 대학교 2학년이고, 나를 벗어나고 학교를 벗어나 세상 속으로 조금씩 얼굴을 비추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혼자서만 계획하고 성취하고 만족하는 모습은 새내기의 기대수준을 만족시켜주는 데 불과하다. 이 세상 속에 있는 많은 사람, 단체, 지식, 스타일, 그리고 가치관과 끊임없이 관계 맺기를 시도해 보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도전할 때면 나는 그렇게 즐겁지 않을 수 없고 또 피로함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사회와의 관계 맺기는 이미 내가 계획했던 내면을 완성함과 동시에 새로운 나의 모습을 그려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보다 멀리 보아야 한다.



멀리 보기 위한, 넓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한 나의 결심

  • 이 블로그는 나 혼자 끄적거리는 공간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노하우와 영감을 줄 수 있는 나의 창작 공간으로 만든다. 얼마 전 알게 된 Creative Commons (CC) License를 활용하여 나의 저작물 그리고 블로그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책임을 지고 그만큼 더 근사하고 멋진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3월 14일에는 CC Korea Conference도 가볼 생각이다. 아, 그리고 예전에 만났던 민사고 12기 후배의 아버님께서 연세대 법대의 저작권법 전문 교수님이신 게 떠오른다.
  • 어울림과 So What에서의 활동을 계속하며 물론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을 위한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음악을 통한 아르바이트를 생각해 본다. 중고등학생 과외는 멀리 보는 자의 행동은 아닌 것 같다.
  •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에서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며 학부대학에서 직접 제도와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사람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확장한다. 지금까지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이 강했다.
  • 오늘 다큐멘터리 '대국굴기'를 봤는데(뒤늦게 본 편이지만) 참 많은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모든 나라가 제각각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개성 넘치는 대처법을 가지고 강대국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구한다. 이것이 내가 나아갈 분야인 정치경제와 무역 그리고 제도에 관한 연구일 것이다.
  • 나의 스타일 지도 만들기, 인간관계의 지도 만들기. 나는 나라는 프랑스, 네덜란드, 체코가 좋다. (체코 여자는 너무 이쁘다.) 각각의 나라들의 모든 문화를 사랑한다. 정치외교학 좋아하고 음악 좋아한다. 등등..점점 뻗어나가는 생각들.
  • 그 외의 많은 것들.....연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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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로] 새내기들이여, 꾸며라!

 자신 있게 반이나 과 선배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08학번 새내기들을 바라보면서 나와 내 친구들은 '요즘 새내기들은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아' 라며 속으로 흐뭇해한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부각되고 대학생들도 어른 못지않게 백화점과 쇼핑센터를 드나드는 시대가 왔기 때문일까. 80년대의 풋풋한 하얀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는 옛말이고, 이제는 너도 나도 꾸며야 사람들의 눈에 띄고 그래야 사람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시대이다. 나도 멋지게 단장한 후배들을 더 반갑게 맞아준다. 지금의 대학은 긴장감 없이 편안한 동네 잔칫집이 아닌 초긴장 상태의 생중계 토크쇼 장(場)이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평소에도 긴장하고 꾸미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은 흐트러지더라도 편안한 모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신촌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연대생들은 다른 대학생들보다 외모를 가꾸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자신을 꾸미는 주된 통로는 소비다. 친한 친구들과의 술 약속, 홍대의 라이브 공연장과 클럽, 열심히 돈을 모아 떠나는 해외여행, 이러한 모든 행위는 돈을 필요로 한다. 물론 처음부터 멋지게 꾸밀 줄 아는 새내기들도 많겠지만, 새내기의 들뜬 마음으로 소년들은 평소에 안 가보던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고, 소녀들은 미숙한 손놀림으로 파우더를 두드린다.


 하지만 소비만을 중심으로 겉으로 꾸미기에만 열중하다 보면 사람은 자신만의 색깔을 잃는다. 소비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결국 누구나 다 한번쯤은 해 본 것들이 되며, 결국 너와 나는 빛을 잃고 똑같아진다. 자신을 꾸미기 위해 애써 번 돈을 희생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꾸며 놓았기에 결국 꾸며도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외모를 꾸미는 것은 참 좋고 나도 그런 사람을 매우 반기지만, 외모만 꾸며서는 한계에 부딪친다.


 난 아직 부족한 선배이지만 후배들에게 소비로 대표되는 '누구나 하는 일상적인 일들'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무언가를 창조해보는 경험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지금부터 당장 여기서 자신이 온 힘을 쏟을 수 있을 만한 하나의 단체를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애써 번 돈을 순식간에 써버리지 않아도, 윗사람들의 연줄을 타지 않아도 자신만의 창조로 자신을 빛내고 꾸미기를 바란다. 음악 동아리든 연구 단체이든 학생회이든 무엇이든 괜찮다. 수동적인 소비 활동에서 탈피하여 자신을 세상 앞에 내보일 수 있는 기회가 그곳에 무한하게 열려 있다. 고3 티를 벗고 예뻐지고 잘생겨진 당신은 이제 한 차원 높은 '꾸미기'를 시도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으로 만든 아름다움은 남들과 다른 당신만의 매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촌 번화가에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홀로 외로운 군중이 될 때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을 의식하고 나와 그들의 겉모습을 비교해볼 때가 있다. 통학을 해서인지 혼자 번화가를 걷고 지하철을 타면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도 나는 얼마나 아름다워지기 위해 나를 꾸몄는가에 대해 고민해 본다.

 /이동욱(정치외교․07)

2008년 3월 3일
연세춘추 제1581호
'백양로' 칼럼에 싣다
링크

개강호에 글을 싣게 되다니, 나에게는 큰 경험이고 영광이다.
아울러 내 블로그를 찾아와준 연세춘추 05 분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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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So What 게시판에 올린 후기.


 안녕하세요 욱입니다. 이번 뮤캠 아주 성공적으로 잘 끝났습니다. 별 탈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역시 우리 동아리는 한다 하면 하는 동아리인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뮤캠때 고등학교에서 하는 알바 때문에 쇼케이스 바로 직전에 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땐 정말로 아쉬웠어요. 멋진 영화를 처음부터 보지 않고 절정부터 보아서 그 감동이 덜해진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전일 참가 고고씽 했지요. 크크



 우선 서울에서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무지~하게 먼 이곳 '누나 펜션'으로 모든 쏘왓 멤버들을 데리고 온 광표와 두혁이한테 크나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사전답사도 갔다오고, 지식iN에서 낚시성 글로 한방 맞은 후 현장 표지판에서 직접 시간표를 적어오기까지 하는 노력을 보여준 두 친구, 너네가 진짜 멋있는 놈들이야.


  아무튼 화창하고 따뜻한 아침 동방에서 몇 안되는 사람들이었지만 모여서 짐은 용달차에 부치고 가벼운 몸으로 전철과 버스를 무지하게 갈아탔습니다. 덕소의 문호리에 온 다음부터는 버스 간격이 40분, 50분 막 이래서 과연 잘 갈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많이 했는데, 나름 재빠른 울 광표 군의 활약으로 13명은 무사히 누나 펜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첫날 아쉬웠던 점이 한가지 있다면 사람이 너무 적어서 첫날부터 하기로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모두 금요일로 미루고 목요일과 금요일의 일부 프로그램은 아예 무산시켜버린 점. 이번 뮤캠을 통해 전일 참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겠더라구요. 뮤캠의 시작과 끝부분에 우뚝 서서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정말 소중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차려놓은 밥상에서 먹고 즐기기는 쉽지만 밥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은 힘든 것처럼, 뮤캠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가까이 와닿았습니다. 다 올수는 없어도 첫날에 사람들이 많이 오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뮤캠의 일정과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고, 결국 모두가 더 즐거운 뮤캠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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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첫날 밤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노는 재미로 지냈습니다. 한철이형을 중심으로 한 토크쇼 굳이에요 굳~~ 널럴한 시간표를 쓱싹쓱싹 그려서 붙여놓은 다음 느긋한 마음을 가지며 꼭 재즈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참 즐거웠습니다. MT처럼 게임이나 술 마셔라 위주가 아닌, 마치 친척 식구들 모두 모인 자리처럼 편안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둘째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프로그램. 전 감모 시간이 개인적으로 재미있었어요. 소설 쓰는 산체스형과 함께 저는 광고 콘티를 썼습니다. 하나의 음악에 대한 감상과 표현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비슷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고, 그 부분에 집중하며 모든 세션이 음악을 연주하면 곡의 분명한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곰형의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도 맛없는 건 하나도 없고 어찌 그리 다들 잘 만드시는지.. (떡만두국은 단연 돋보였지요) 일하는 팀 정해놓고 역할 분배가 제대로 되어서 모두들 참 기분 좋게 놀고 먹고 할 수 있었지요. 역시 최고의 행사는 최고의 기획으로부터 나온다는.. 그래서 기획회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봤습니다.


근데 솔직히 요리 하는건 좋은데 밥을 다 만들고 나면 싱크대가 완전 전쟁터더라. ㅎㅎㅎ 우리 모두! 배고파서 열정적으로 요리하는 건 좋지만 흥분하지는 말아요. 허허 (부족한 요리 실력 때문일 수도 있지만..)


 둘째날 밤부터 사람들이 꽉꽉 들어찼고 그때부터 뮤캠 분위기가 제대로 났지요. 준형이형 주위에 쪼르르 앉은 통기타 노래방 손님들도 첫날보다 배로 늘어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ㅎㅎ (준형이형 왼손가락 안 아프세요?) 역시 이런 자리에 노래는 빠질 수 없는거고 재즈동아리라고 재즈만 할 (스튜디오에서 잼) 필요도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시카가 말했던 것처럼 간지 솔로 인터플레이 이런거 필요 없고 기타 반주에 가요 잘 부르면 그걸로 굳 이라는 생각도 문득 드는군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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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에는 가장 인상깊었던 울 민혁 형님의 'Adorno의 Jazz 비판에 대한 고찰' 캬~ 이거 정말 학문적인 토론이었어요. 역시 형이에요. 하지만 그때 제가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사람들 표정이 다들 졸려하는 표정이더라구요. ㅎㅎㅎ 곧 올리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형이 주신 연정 슬리퍼 잃어버렸는데 면목없습니다. ㅠㅠ


  그리고 재즈사와 화성학. 아 정말 최고의 강의였습니다. 두혁이 정말 미래가 밝다. 재즈사 할 때 조교밴드 만들어서 강의와 함께 음악을 병행해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방법은 참 흥미롭고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주하형의 화성학. 이걸로 체계적인 이론보다는 직관을 중심으로 화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이해 안되는 부분도 형이 기타 한번 쫙 들려주신 다음에는 아, 그게 그 말이었구나 하고 이해가 되고.. 아무튼 흥미로운 명강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뮤직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감모, 화성학, 재즈사 같은 프로그램의 기획력인 것 같아요. 전반적인 생활에 관한 기획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전자가 얼마나 치밀한가에 따라 사람들이 이 뮤캠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가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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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도 간지 좔좔~ 이었습니다. 성은이 베이스 킹왕짱 잘하더구나. 융형은 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지. 크크크 그 외에도 멋진 7.5기 분들의 활약 덕에 셋째날 밤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정작 저는 쇼케이스때 이렇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했나 하는 뒤늦은 후회 혹은 의구심이 들기도 하구요.

 그리고 댄스타임. 완전 방음 시설 구조의 스튜디오에 40명이 들어차서 날뛰니 덥기도 더웠지만 그만큼 열정적이었습니다. 이번엔 불을 누가 껐나?

 댄스타임 때 기억나는 사람은 요시형, 주영누나, 송희, 주영이, 그리고 재경이형. 크크크크크 댄스 끝나고 저는 재경이형 올빽 머리를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성은, 민지, 민경, 민정 이쪽 라인도 귀엽게 모여서 춤추는 모습 보고 기뻤어요. 이런 순간이 자주 오는 게 아니죠. 홍대에 M2 가도 못 느끼는 무언가 가족적이면서 끈끈하고, 그리고 멋을 내기보다는 즐기는데 충실한 모습..


  스튜디오와 집을 왔다갔다할 때 추운 거는 뭐 문제도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슬리퍼가 있으면 참 유용했지요. 나중에는 겨울 뮤캠 때마다 모두들 따뜻한 슬리퍼를 챙겨오시면 좋을듯. 수면양말을 신고 다니는 방법도 있겠지요.


  셋째날 밤도 그렇게 지나가고, 쏘왓에서 잘 안 한다는 게임도 즐겁게 하고, (게임 2시간 한 다음 주하형이 계단 손잡이 타고 뛰어넘어가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야마카시' 같았어요.) 무언가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느낌이 드는 새터와는 달리 편안했어요. 전체적으로 저는 정말로 하루에 5시간밖에 안 잤는데도 몸이 쌩쌩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해요. 재밌는 거 없을까 하는 들뜬 마음으로 잼 하러 갔다가 밥 먹으러 갔다가... 힘든 건 전혀 없고 재미만 가득했습니다. 셋째날 밤에는 한번도 안 자고 밤을 샌 다음 다음날 7시까지 버텼는데, 그렇게 오래 버틴 건 이번이 첫번째 경험이에요. 집에 갈 때에도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뮤캠에는 정말이지 '님 좀 짱인듯'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치밀한 기획, 편안한 분위기, 재즈와 대화 이 둘에 깊게 빠져드는 사람들... 무리하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았던 이번 뮤직 캠프는 저에게 있어 최고의 기억이 될 것 같아요. So What 화이팅이구요 사랑합니다. 동아리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 사진 올려놓고 보니 지상이형 종엽이형 요시형은 두번 나왔네 ㅋㅋ 지상형 군대 잘갔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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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Soulffles H
Artist: Mondo Grosso
Album: MONDO GROSSO best
Genre: Acid Jazz

언제 이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나요?

  쌀쌀하고 비가 오는 날 밤 사람들 북적거리는 신촌에서 혼자 걸을 때.

 가끔 혼자 신촌 거리를 걷다 보면 내 스스로 세련되고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따뜻한 노래(연인과 듣는 노래)를 듣고 혼자 걸으면 왠지 궁상맞아 보인다. 날씨가 맑고 화창하고 따뜻하면 따뜻한 노래를 들으며 혼자 가도 좋지만, 어제같이 비가 쏟아지는 쌀쌀한 날에 사람들 북적거리는 신촌 거리를 걸을 때면 따뜻한 노래가 왜 그리도 불균형의 극치를 보여주는지.. 클럽음악과 같은 열정적이고 빠른 비트의 강렬하고 시끄러운 음악은 혼자 있어 외로운 도시인의 마음에 잘 와닿는다.

음악적인 감상 포인트는?

  일단 나는 이 곡을 통해 플룻이 얼마나 세련되면서도 도시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곡 처음에 나오는 건 팬 플룻인 것 같은데, 아무튼 후반에는 플룻이 나온다. 플룻, 라틴 리듬을 살려주는 콩가, Clav 음색을 내는 신디사이저 (우리 동아리에 요시형 같은)그리고 전형적인 펑키 리듬의 애시드 재즈풍 드럼 비트, 이것들이 어우러져서 만드는 도시적인 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룻은 클래식에서 쓰일 때와 재즈에서 쓰일 때 매우 이중적인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플룻이 더 매력 있다. 내가 두 개의 성격을 가진 이중인격자를 사랑하는 것처럼. 플룻은 클래식에서는 예쁘고 섬세하지만, 재즈에서는 원시적이고 박력있는 악기로 돌변한다. 그러한 재즈에서의 특성에 도시의 느낌이 가미된 플룻이 바로 이 곡 안에서의 플룻이다. 다른 재즈 곡처럼 플룻 솔로도 있는 것을 보면 음악적인 완성도도 뛰어나다.

이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한다면 어느 장면이 좋을까요?

 비보이 댄스 배틀할 때 이런 음악을 자주 쓰지 않나? 애시드 재즈.. 뭐 힙합과 애시드 재즈는 8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같은 뿌리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광고음악으로 써도 좋을 것 같다. 자동차 광고나 남성용 향수 광고가 어떨까?

이 음악을 듣고 나서 들어 보세요.

GRP All Star Big Band - Mant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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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를 자연스럽게 디자인하기 위한 갖가지 고민이 나를 감싸돌고 있다. 사람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은 가식이 없이 진실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어내는 것을 말한다. 말하고 싶을 때에 말하고, 일하고 싶을 때에 일하며 놀고 싶을 때에 놀고, 관계를 증진시키고 싶을 때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음가짐을 사람들은 반드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아직 내가 하는 말에 대해 완벽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자연스러움이라는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면 되는 것 같다.


"시작은 급작스러우나, 그 이후는 모두 점진적이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우연히 갑자기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미미한 상태로 일어나는데 비해,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은 절대 급작스럽지 않고 천천히 진행된다. 시작은 급작스러우며 또한 급작스러워야만 한다. 용기를 가지고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그 일은 시작하지 않는다. 시작 이후의 모든 과정이 급작스러우면 일을 망치는데, 그 이유의 대부분은 앞서나가는 욕망이다. 사람들은 프로젝트, 대학의 첫 수업 등과 같이 거시적인 일을 시작할 때에는 매우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그러한 일들과 지금 여기서 말하는 '사건'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사건'은 직업, 성공, 부, 명예, 지식, 물질 등의 항목과 전혀 관련되어 있지 않으면서 오직 감정과 사람 그 자체와만 관련되어 있는 사건을 말한다. 사실 이러한 사건들이 인생에서 더욱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위에서 말한 원칙을 지키지 못한 두 가지의 분야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이성과의 만남이었다. 우선 나는 사람들과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모여 들어가 앉은 다음 말을 먼저 시작하는 것을 매우 두렵게 생각했고 또 매우 못 했다. 원래 화제는 급작스럽게 꺼내는 것이고 따라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꺼낸 화제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면, 사람들의 관심 없음을 눈치채고 난 후에 재빨리 다른 화제로 '급작스럽게'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는 사람들의 무관심을 경계하고 말을 급작스럽게 시작하게 해주는 용기가 부족했다. 그리고 한 번 말을 꺼내기 시작한 후에는 그 이후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점진적으로, 마치 영상이 Crossfade 되듯 옮겨간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급작스럽게 깨려는 습관도 대화의 단절을 부른다. 난 대화의 시작과 진행 이 두 가지 면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부했다. 물론 지금은 무엇이 자연스러운지 잘 안다. 이성과의 만남은 만남의 대부분이 대화라는 점에서 내가 대화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과 같은 실패의 양상을 띠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시작에서도 물론 자연스러움이 필요하지만, 정말로 자연스러움이 중요한 부분은 시작 이후부터다. 한번 흐름을 타면 흐름을 끊지 말고 흐름이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에서의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 흐름이 끊어지면 급작스럽고 미미한 흐름의 초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미미한 상태로 되돌아가면 거대한 상태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분위기를 한껏 잡아놓고 그녀에게 고백을 하려 하는데 옛 여자친구가 갑자기 등장하여 훼방을 놓는다면 그 다음의 고백이 성공하기까지는 한참이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술자리의 대화에서도 각자 조금 풀어지고 감정을 이성보다 앞세운 상태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과거사나 서로에게 갖는 불만사항 등의 이야기는 자리가 시작한 지 몇 시간이 지나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급작스런 충격으로 술자리가 파하면 다음날 아침에 사람들의 모습은 평소의 냉철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200년 묵은 나무가 갑자기 싹둑 잘라지면 1년만에 다시 그 나무가 원래 모습을 회복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자연의 모습이 사람 사는 모습을 닮았다는 사실은 신기하며, 그 사실은 나로 하여금 자연을 돌아보면서 잘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나는 이 말을 매우 좋아한다.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내가 대학에 와서 손에 집었던 일들 중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일들은 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이 창대했다. 재즈동아리의 정기공연도 그렇다. 우연히 백양로의 공연을 보고 마음이 끌려 들어간 동아리에서 나는 처음에는 무대에 설 수 없는 준회원이었다. 빨리 공연이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동아리에 와서 공연을 하기 전에 사람들과 친해지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고, 그 후 내가 정회원으로 동아리에 자리잡은 후부터는 점점 서로가 아이디어를 내놓고 서로 일을 도맡아 함으로써 나중에는 900명이 들어가는 대형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지금 내 동아리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은 작년 3월 초 나의 급작스러운 동아리 가입 신청서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친구들이다. 꽃밭이 미미한 꽃씨 여러 개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사람 사는 모습도 자연이 움직이는 모습과 최대한 닮아 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낳고, 물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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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글을 한동안 쓰지 못하고 주저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완벽한 정리와 독창성, 이 두 가지를 과연 내가 모두 수용하여 실천할 수 있을까. 특히 독창성을 살려 나만의 개성이 묻어난 포스트, 남들이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소재나 문체나 멀티미디어 소스로 이루어진 포스트를 쓸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하고 평가해 보았다. 완벽히 독창적인 컨텐츠는 블로그에 생명의 피를 공급해주는 동맥 혈관과도 같다고 믿는 내가 어느 순간 아이디어의 샘이 메마름을 느낄 때면 큰 곤경에 빠진다.


 이러한 고민이 내 머리를 맴돈 배경은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널리고 널려있는 포탈 사이트, 가지런히 정리되어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여러 홈페이지, 그리고 그러한 홈페이지 못지 않게 치밀하게 구성된 카페, 미니홈피, 블로그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들이 관심 갖고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지식과 생각과 감정들은 훌륭한 사이트 속에 거의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완벽함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방문과 관심을 받는 사이트들 아래에는 그러한 멋진 사이트들이 이미 소개해놓은 자료들을 전체도 아니고 일부만 스크랩해서 어설픈 편집 기술로 짜집기해 모아놓은 수많은 개인 블로그와 미니홈피와 카페가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완벽하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근사하게 써 놓은 포스트를 가지고 있고, 그 포스트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은 사람들의 높은 방문수로 이어진다. 그중 몇개는 '요즘 뜨는 이야기'가 되어 네이버 이야기맨의 공식적인 관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독창적이면서 빛나는 컨텐츠는 몇 개 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글쓴이 자신만의 쾌락을 위해 끄적거린 볼품 없는 낙서에 불과하다. (나는 나의 글이 나만의 쾌락을 위해 끄적거린 낙서가 되는 것을 무척이나 경계한다)


  나의 블로그는 완벽한 데이터베이스일까? 나는 이것은 애시당초 포기했다. 이미 멋진 데이터베이스가 외부에 많이 구축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네이버, 구글, 수많은 기업과 정부 공식 사이트, 주제어로 검색해 봤을 때 가장 회원수가 많은 1등 클럽.... 내가 새로운 자료 창고를 내 블로그 안에 들여놓는다면 분명 그 창고는 질적인 면에서 후달릴(!)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사업은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고 자연 독과점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남은 가치는 완벽히 독창적인 포스트이다. 내가 써놓은 글 하나하나는 다른 사람이 써본 적이 없는, 다른 사람이 멋지게 써보려 했으나 실패한, 혹은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무척이나 읽고 싶어하는 글일까? 이 조건들을 완벽히 만족시키는 글을 쓰기란 엄청나게 어렵다. 나는 이 조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글 하나를 쓸 때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블로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창적인 포스트를 나 스스로 개발해내어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것이 블로그의 가장 큰 목적과 가치이며 블로그를 관리하고 글을 쓰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라고 믿는다.


 원래 나는 효과적인 시간 관리법과 인간관계론 그리고 처세술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인터넷에는 나보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너무 많았고 상큼하게 요약 정리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해놓은 카페들은 넘치고 넘쳤다. 싸이월드 광장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 상황에도 나의 글이 독창적일 수 있는 희망은 있다. 인터넷에 정리되어 있거나 혹은 떠도는 글들은 요약 정리이거나 나열 위주의 글들이 많았다. 한 가지의 매우 세부적인 주제를 깊숙히 파고든 끈질긴 포스트가 눈에 띄지 않았다. 세부 주제에 대한 주관적이지만 깊은 고찰, 그것이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며 내가 더욱 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완벽히 독창적인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계속 생각하고 구상해 보겠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완벽해지려 노력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내 블로그가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블로그일 때, 그 때 비로소 사람들이 진심으로 관심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2008.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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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사람들은 오직 지금에만 입각해서 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예전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괴롭힘을 당했다. 주위에 친구도 없었고, 내가 마음 붙일 동아리나 클럽도 없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교육이나 훈계를 통해 시킨 일들만 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내 주위에는 나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고, 내 능력껏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물건들이 있고 나는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해주는지 잘 안다. 나는 더이상 강요받지 않는다.' 질문에 대한 이 사람의 대답은 당연 '그렇습니다'일 것이다. 과거에 나쁜 기억이 쌓여 있더라도, 과거의 앙금이 때로 지금의 나에게 찾아와 나를 아프게 하더라도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운 일이라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인생의 목표가 행복 추구라는 생각에 따르자면, 우리는 언제나 현재 자신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동안의 세월을 비추어 보았을 때 내가 평균적으로 얼만큼 행복했는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얼마만큼 행복한가를 돌아보라. 중요한 것은 나의 인생 전체가 아니라 지금이다. 지금 내가 조금 더 나은 행복을 위해 노력할 때, 순간의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서 내 인생 전체의 행복이 계속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를 넘기고 또 하루를 넘기면서 매일 밤 자신이 추가적인 행복을 추구했는가 아니면 불행을 겪었는가를 되짚어보라. 오늘은 기쁜 날, 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날의 개별적인 행복은 양의 값일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한다. 그 후 내가 과거를 기억하는 범위 안의 모든 나날들의 행복에 해당하는 값을 나열해보라. 개별 값, 평균 값, 그리고 누적 값으로 나열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자기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거나, 하기 싫었던 일을 하지 않으면 한계 행복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상당하다.


  오늘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내가 오늘의 개별적인 행복을 먼저 중요시하는지, 지금까지의 평균적인 행복을 먼저 중요시하는지, 아니면 누적된 행복을 먼저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나의 그날의 기분이 결정된다. 과거의 기억을 계속 상기해 보며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모두 되짚어보는 사람은 평균적인 행복이나 누적된 행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려는 사람은 개별적인 행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나 불행은 평균적인 혹은 누적된 행복이나 불행보다 더 강렬한 감정을 안겨준다. 즉 똑같이 '난 행복해'라고 말한 사람이라도 지금 이 순간의 기쁜 일 덕에 행복한 사람이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한 사람보다 더 강한 감정을 갖는다. 회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는 분명하다.


  행복하다고 내 마음이 판단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그 행복한 감정이 나를 전율시킬 정도로 와닿지 않는다면 마음 속의 판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당장 행복해지는 일들을 찾아야 내가 스스로 보기에도 남들이 보기에도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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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학생 문화를 날카롭게 다룬 기사가 등장하다니, 흥미롭고 또 이런 기사를 접하니 기쁘다.

하지만 이 기사의 논지에는 몇 가지 비판을 하고 싶다.


1

.. 지금 보니 대학생 인턴기자가 쓴 기사군. 역시 대학생의 인간관계는 보통 성인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기가 퍽이나 힘든 주제다.


2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의 단장으로서 매우 큰 관심을 갖는다.



기차타고 MT는 옛말…‘외톨이 대학생’이 느는 이유
동아일보|기사입력 2008-01-23 18:42 
 
[동아일보]

취업난과 더불어 1994년 도입된 대학 학부제 때문에 '외톨이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전공에 관계없이 다양한 학과 지망생들이 모여 지내는 1, 2년간은 '반'에서, 전공이 정해진 뒤에는 뿔뿔이 흩어져 2, 3년간 '과'에서 지내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시간과 공간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또 갈수록 취업난이 가중됨에 따라 학교 내에서도 경쟁이 심해져 '청량리에서 기차타고 대성리로 MT 가는' 모습은 옛 추억이 돼 가고 있다. <-1학년때 열심히 다녔으면 나중에 후회는 없을 거다. 우리 대학은 그래도 1학년때 열심히 논다. 난 그게 참 좋다. 특히 학부제에서는 노는 1학년은 반드시 필요하다.

●"외교학과생이 왜 경제반?"

S대 06학번 A씨(21). 서울대군요

그는 대학 입학당시 외교학과에 가고 싶어 사회과학대학에 지원해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입학해 보니 그는 '외교반'이 아닌 '경제반' 소속이었다.

"외교학을 하려는데 내가 왜 경제반이냐"고 묻자 조교들은 "학부는 학과 배정을 받기 전 1년 동안 임시로 지내는 곳이기 때문에 (왜 임시로 지내는가? 학부의 1년이 그렇게 '임시'적일 정도로 하찮은 건가? 학부대학을 만든 취지는 학생들 잘 되라고 하는 것인데, 결국에는 모든 1학년생들이 언젠가는 떠나는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있도록 만들었지 않은가. 이 점에 대해 학부대학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임시로 지내는 곳을 제도화함으로써 생기는 소속감의 급격한 저하를..)외교학과 지망생들이라도 경제반 사회반 언론반 등 다양한 학부에 전공과 관계없이 무작위로 배속된다"고 대답했다.

'학부제'와 '소속반'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A씨는 '경제반에 들어가서 외교학과로 진학하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1994년 도입된 학부제는 과거 학과 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방식이 아닌 공통 계열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사행정제도.

가령 신입생은 '국어국문학''가 아닌 '인문대학'에서 인문대 공통 과목을 공부하면서 각 학과에 대한 기초 정보를 얻은 뒤 2, 3학년 때 '국어국문과' 등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는 식이다.

선발은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로 원하는 학과에 3~5지망까지 지원을 한 뒤 정원에 맞춰 학점 순으로 뽑는다.

학점이 좋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전공은 외교학, 선배는 경제학, 담당교수는 심리학

A씨는 1년 동안 경제반에서 생활하면서 소속반(경제반)과 희망전공(외교학과)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는 A씨에겐 큰 부담이었다.

경제반에서는 외교학과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반 선배들은 경제학과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반 출신 외교학과 선배를 찾으려 했으나 선배들은 전공 선택 후에는 독서토론회, 세미나 등 반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담당 교수는 심리학과였다.

결국 A씨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전공 설명회에 참석한 뒤 그곳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외교학과에 지망해 합격했다.

●"학부 때 친했던 애들 모두 다른 과"

A씨는 원하던 전공을 꿰차는 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A씨와 함께 외교학과를 지망했던 같은 반 소속 친한 친구가 불합격해 사회학과로 가게 된 것.

의지할 친구가 사라진 A씨는 전학 온 학생의 심정으로 첫 학기 시간표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짜야했다.

A씨는 혼자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도 혼자 공부했다.

외로웠다. -> 동아리를 해라. 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지 못한다면 자신의 무능함을 탓해라. 오늘날의 경쟁사회를 우리는 개인 간의 '매력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은 서로가 업무 능력이나 지식을 가지고 경쟁하는 사회와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저 사람 참 매력있구나, 하면 그 사람과 사귄다. 나와 같은 반에 있는 바로 위 학번 선배라도 매력이 없으면 내가 피하면 된다. 굳이 그 사람과 친해지려 노력할 필요 없고 MT에 끌려갈 필요 없다는 얘기다. 후배가 MT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언제나 선배의 부족한 매력과 능력에 있다. 그리고 능력보다는 매력이 더 큰 원인이 된다.

외톨이가 된 것 같아 우울했지만 다른 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A씨를 비롯한 2학년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1학년 때 반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과가 정해진 뒤로는 각자 시간표가 달라 반 친구들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 밤에 만나면 충분히 만날 수 있다. 시간표가 밤 늦게까지 짜여져 있는가? 아니다.

전공 첫 학기. 공부도 생소해서 원하는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도 많이 해야 했다.

때문에 시간이 난다고 해도 한가롭게 놀 시간은 없다.

그렇게 반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친구보단 학점"

언론정보학과 05학번 K씨(22·여·4학년)는 "A씨의 고민은 모든 2학년한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K씨도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가득 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같은 과 친구들의 얼굴을 잘 모른다.

1학년 학부 시절에는 반방이나 학생회 등에서 쉽게 동기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전공이 정해진 다음부터는 같은 과 학생끼리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아예 없었다.

또 1학년 때 '새내기' 기분에 친구 사귀기에 열중했던 동기들이 2학년부터는 본격적인 학점 따기에 몰두하면서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모이지 않았다.

K씨는 "같은 반 출신 친구와 지금도 단짝으로 지내며 함께 시간표도 짜고 수업도 듣지만 그 동안 새 친구는 거의 못 사귀었다"고 말했다.

조모임이 있는 수업이라면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 과제가 끝난 뒤에도 연락을 지속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 그 연락은 하는게 이상하다. 같이 잠깐 조모임을 한 사람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비슷한 관심사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 소중한 사람들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

K씨는 과대표가 돼 MT와 점심모임, 동아리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동기들을 초대했지만 참여율이 워낙 저조해 이제는 포기했다.

●"졸업반 되니 취업걱정…눈에 뵈는 거 없어"

이 과 조교 C씨(24·03학번)는 "단합을 위해 MT를 계획하고 과 사무실에 비치된 연락처를 통해 학생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도 답장은 50% 정도 밖에 안 오고 이 중 20% 정도는 불참한다는 거절 문자"라고 말했다.

C씨는 "막상 MT에 가도 분위기가 어색하기 때문에 '집안 일' '선약' 등을 핑계로 그 시간에 전공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생명공학과 졸업반인 P씨(25·여)도 "그동안 MT나 과 모임에 참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친구라고 할만한 동료도 2, 3명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학부에서 학과로 넘어오는 시기에 뿔뿔이 흩어지고, 2학년부터는 전공과 취업준비에 몰두하느라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 3학년을 보내고 4학년이 된 뒤에는 과에서 인간관계 만들기를 아예 포기했다"는 게 P씨의 얘기.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4학년이 되니까 같은 과 동료들이 '친구'로 안 보이고 '경쟁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같은 과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직장에만 가는 것인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같은 과에 있더라도 사람들의 진로는 천차만별,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특성은 다양하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곳이 있는 법이다. 이 사람이 동료들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로의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이고,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이 좁기 때문이다.

●"실력이 우선"… "인간관계가 중요"…, 논란

학부제를 경험한 졸업생 및 현재 재학생 사이에서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과 "'인맥'이 느슨해져 사회에 진출한 뒤 불리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02학번 전재호(25)씨는 "1학년 때 반 동기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 놓은 결과 지금도 대학 때 친구가 많다"며 "학부제 하에서도 얼마든지 실력과 인간관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졸업생 김경재(26)씨는 "현행 학부제에서는 인간관계를 넓히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며 "사회생활에는 학점 못지않게 인간관계도 중요한 만큼 졸업생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보람 동아일보 인턴기자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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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제는 우리 대학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우리 학교가 학부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의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에서 연세대학교가 학부제를 처음 도입하고 개발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업적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세대학교의 학부제나 다른 학교들의 학부제나 생김새는 매한가지이며, 이 기사가 중점적으로 지적한 학부제에 따른 인간관계 고리의 약화 문제도 모든 대학에 똑같이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학부제가 도입되면서 반과 과가 완전 별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그에 따라 학년에 따른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모습에는 극히 반대한다. 반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터미널의 대합실과 같다. 같은 계열이라 할지라도 그 계열의 범위는 학교가 임의로 정한 것이다. 학생들이 공통적인 관심사로 묶이기는 쉽지 않다. 대학교는 고등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수업이 반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학교 행정에서 반을 공식적인 단위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반의 특성은 모호하다. 이러한 모호함이 반 행사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학생들에게 안겨주고, 회의적인 몇 학생들은 반 사람들과 영원히 안면을 끊고 지내고, MT 참여율은 저조해진다. 학부제가 외톨이 대학생의 증가를 가져왔다는 말은 일부 맞는다. 모든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개성에 따라 다양한 집단에 소속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간과한 채 모든 대학생들은 반드시 기본적으로 '과'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한 맞다. 즉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대학생 자신들의 노력과 그를 통해 만들어낸 집단의 개성, 그리고 그 개성을 통해 만들어진 집단에 대한 애착이다. 이것만 있으면 학부제가 있든 없든 반, 과 모두가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다. 취업난의 폭풍이 닥쳐와도 두려울 것 없다.

  그러나, 아무튼 현재의 반은 터미널의 대합실과 같다. 이와 달리, 반이 과로 이어지면 과는 반에 비해 상당히 많은 특성과 고정된 인식 기제를 확보한다. 같은 과 학생들끼리는 같은 종류의 수업을 듣고, 거의 똑같은 시간표 분포를 이루며 같은 교수님들을 만나 서로 교류한다. 학교 행정에 관해서도 과는 행정에 필요한 단체의 단위로서 특성을 지닌다. 이 외에도 '과'라는 단어가 주는 전통적인 일체감 등이 어우러져 과에 소속한 학생들은 자신의 과에 더 많은 충성심을 보이게 된다.

  결국 반과 과가 별개로 나누어져야만 하는 학부제의 제도적 상황 아래에서 우리는 '반'이 가진 특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특성이 잘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반 학생회와 과 학생회가 연계되지 않고, 지도부가 서로 무관심하니 학생들이 반과 과를 양자택일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특성을 확보하는 일은 기존의 반 선배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차츰 반의 전통, 관습, 규율, 관심사 등을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학부제를 만든 주체인 학교 행정 당국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반 선배들이 그렇게 고민하게 된 이유는 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학부제의 신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만약 미국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인간관계의 관습과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학부제에 따른 학생들의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면 합리적으로 이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대학생이 왜 반에 소속되어야 하지? 반이 왜 있어야 하지?' 그리고 나서 합리적 결정으로 자연스레 반을 아예 없애버릴 것이다. 결국 모든 학생들은 그냥 각자 학교에서 배정받은 계열에 소속해 있으며 반과 같은 단체에는 소속한 것이 하나도 없다. 자신이 소속할 곳은 자신이 찾아나가야만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제도와 관습이 정착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무 정보를 얻을 원천(선배들)이 없는 방황하는 1학년생들에게 여러 가지 실용적인 정보를 가르쳐주는 멘토(Mentor)가 발달해 있다. 멘토와 1학년생의 관계는 서양식의 개인주의적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르다. 일단 자신이 대학교라는 집단에 들어가면 그 집단 안에는 분명 어떤 집단이 또 있다. 내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집단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한국의 풍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약간 서양식인가보다, 짐작하여 생각하고 있다) 집단을 만들어 일단 그곳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서로 알아가고 싸우기도 하고 같이 도와주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서로가 같이 발전하고 출세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의 문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문화는 1학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에 대해 소속감과 애착을 가지려는 동기를 설명해준다. 그런데 학부제에 따른 1학년 대학 생활과 2학년 이후의 대학 생활의 완전한 단절이 1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따뜻한 인간관계와 그야말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온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반에서 회장과 부회장, 서기 총무 등을 하며 자신과 친한 사람들과 나름의 세력을 형성하게 되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몇 학생들은 반을 완전히 떠난다. 학부제가 미국에서 도입된 제도인 만큼 과연 제도가 대상 집단의 문화와 잘 조우하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미 늦었다. 학부제를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반과 과를 연계하는 방법, 학생들이 반과 과 모두에 애착을 가지게 하는 방법은 이러한 제도 하에서도 분명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이 문화다.

2008. 1. 23.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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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일을 계획하여 실천하고 그만큼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하는 현대인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역할과 책무로부터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가지 일에 착수한 후 그것에 엄청나게 집중하다가 막상 그 일이 다 끝나고 곧바로 또다른 종류의 일이 그 사람 앞에 다가왔을 때, 그 사람은 이전에 하던 일에서 뭔가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혹은 이전에 만났던 사람에게 오해의 소지를 던져주지는 않았는지와 같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한 고민은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러한 부조화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한 가지 일만 줄기차게 하여 아무런 걱정 없이 즐겁게 그 일만 할 수 없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마음가짐과 생각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과거에는 오늘날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만큼 시공간의 제약이 있었고, 그에 따라 한 사람은 어떤 특정한 하나의 일만 했고 하나의 주된 관심사만 가지고 있었다. 중세시대 유럽의 알자스 지방에서 포도 농사를 하는 농부, 서울의 변두리 골목에서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이발소 아저씨와 같은 사람들은 몇십 년 간 그 자리에 머물러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왔다. 물론 그들에게도 부업, 또다른 취미, 그들의 집을 찾아오는 외부인, 자주 다른 곳으로 옮겨다녀야만 하는 직업적 특성 등이 존재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그들에게 많이 주어져 있다면 그들은 훨씬 다양한 일과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현대인에 비하면 일과 책무의 다양성 면에서 매우 뒤처진다.


  지금의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은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다양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것처럼 간주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어뜨려서 누구나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항상 즐거운 것일까. 만약 400년 전과 같이 마을 중심으로 삶의 영역과 일터 그리고 공동체가 제한되어 있었다면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멀리 왔다갔다하며 다양한 일에 머리를 싸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다양한 일을 떠안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실제로도 다양한 일을 떠안는다. 대학생은 영어 실력을 쌓고 제2외국어도 공부하고 반이나 과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강남, 신촌 등지로 지하철을 타며 먼 거리를 다녀야 하고 틈이 나면 과외도 해야 하며 이성 친구도 챙겨주어야 한다. 이렇게 여기저기를 왔다갔다하며 24시간, 낮과 밤의 개념조차 모호하게 만들어 삶을 채워가다보면 갑자기 병에 걸릴 때도 있다. 다양한 일을 떠안을 수 있는 가능성과 다양한 일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불행과 스트레스를 낳지만, 후자는 그와 반대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후자보다 전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현대인은 여러 가지 일을 선택하고 그 일에 집중해야 하지만 누구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망각이다. 하나의 일이 끝나면 더이상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강한 의지, 혹은 지금 하고 있지 않은 다른 일이 신경쓰일 때 그것에 대한 신경을 과감하게 없앨 수 있는 강한 의지가 망각의 힘이다. 불필요한 고민을 달고 사는 사람은 망각의 힘이 약한 사람이고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 A에 집중하고 있는데 B를 망각하지 못한다면 A와 B의 부조화가 스트레스를 부른다. 잠을 잘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숙면을 위해 하루에 겪은 모든 일 (즐거운 일과 불행한 일에 상관없이) 들을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어야 한다. 침대 위에서 망각을 못하는 사람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힘겨운 다음날 아침을 맞이한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우리가 맡은 '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 '상태'도 있다. 밤샘 작업으로 무리하여 편도선이 부으면 2~3일간 식사를 할 때마다 편도선에 신경이 쓰인다. 멀티태스킹이 효율성을 높이므로 일하는 사람에게 미덕으로 간주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 대부분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하나의 일이 많은 고민의 여지를 남길 경우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


  하고 있는 일, 책임을 맡은 일이 너무나 다양하고 많아서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 망각하는 선택·집중·망각의 정신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불만은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에게는 당연하다. 일을 하다보면 당연히 하루 종일 지속되는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자신이 실제로 하는 일의 양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정신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정신력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완성된다. 다양한 일을 하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의 사소한 동작에도 주의를 기울여 집중하고 충분한 힘을 써서 일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간다면 망각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어차피 여러 가지 일을 해야만 하는 환경에 있다면 그 환경을 거부하려 하지 말고 그것에 가장 건강한 형태로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매 순간마다 자신이 선택과 집중과 망각의 3단계 정신작용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가 점검해보는 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일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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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스물

주주클럽


yo shoking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yo shoking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나 이제 16 너 20살이야 나 이제 16 너 20살이야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넌 전화로 내나이라 말을 했잖아 give me love
난 니가 이렇게 어릴줄은 몰랐어 give me love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난 너에게 이해해 달라고 말을 하진 않을 거야
널 보는 이런 내마음을 넌 이해해야만 해

하지만 지금은 싫어도 언젠가 니가 더 컸을때
그 때를 기다릴께 그땐 내가 널 붙들지 몰라
나에겐 어린 너는 필요 없어 애인이 필요해


난 남들은 신경쓰고 살진 않아 하지만 우리를 친구들이 본다면
나를 욕할꺼야 쇼킹 쇼킹 변명을 해봐도 쇼킹 쇼킹
너의 목소리는 쇼킹 쇼킹 니가 아니었어 쇼킹 쇼킹
난 너에게 이해해달라고 말을 하진 않을 거야

널 보는 이런 내마음을 넌 이해해야만해
하지만 지금은 싫어도 언젠가 니가 더 컸을 때

그 때를 기다릴께 그땐 내가 널 붙들지 몰라
나에겐 어린 너는 필요없어 애인이 필요해



PC통신으로 만난 남자아이가 20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자기보다 4살이나 어린 풋내기였다는 사실에

실망과 함께 그 아이가 더 클 훗날을 기대하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당시에는 이 곡의 가사가 엄청난 히트를 쳤고, 말 그대로 한국의 기성 세대에게는 'Shocking' 하게 들려왔을 것이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던 PC통신이나 폰팅 등이 직접 가사로 표현되어 대중 매체에 등장하다니, 해맑은 척 하면서 까발릴 건 다 까발리는 모습이 지금 봐도 인상적이다. 마치 패닉의 2집에 수록된 곡들처럼, 가사는 젊고 솔직하다.


당시 주주클럽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나큰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 이 선진적인 노래를 받아들여 일본의 국내가수 PV를 몰아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누구는 주다인의 특이한 창법이 고스란히 담긴 'Yo shocking give me love' 를 '요 쇼킹 디밀어'로 알고 있었다가 후에 가사를 들추어보니 'give me love'라는 사실을 알고 한참 웃었다고 한다. 나도 올해 들어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는 야야야야 쇼킹쇼킹 밖에 몰랐다.


다시 듣고 나니 이 곡은 지금 들어도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은 곧 그 곡이 세월에 상관없이 듣기 좋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음을 뜻했다. 올해 대동제에는 이 곡을 무대에 올려야지. 백양로 끝에 우거진 나무 밑 그늘에서 스무살이 된 이들에게 이 노래를 선물한다. 정말 멋지겠구나.

2008.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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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내년 대동제를 기약하게 되었음 ㅎㅎ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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