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골방에서 10년간 썩은 후 보여준 것은 사회와의 부조화와 갈등, 주위 사람들의 멸시,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 등이었다. 사회와 단절된 골방의 인간은 그 정도의 인간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나만 보고 내 방식대로 생각하니까 점점 더 사회 속에서 초라해지는 것이다. 다만 오대수는 그나마 TV에서 나오는 많은 광고나 스포츠 중계방송, 연예 오락 프로그램, 교양 시사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사회와 소통했기 때문에 스스로 계획을 세워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공부도 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게 움직인다. 각자 자신들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를 찾아서 움직인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 교육 수준, 거주지 등은 모두 다르고 옷차림도 모두 다르다. 지하철을 타다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젊은 남자는 꽃다발을 들고 여자친구에게 어떤 멋진 말을 할까 고민할 것이고, 어떤 젊은 여자는 전공서적과 논문 복사본을 한아름 팔에 끼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서 성공할까 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 사람들을 보면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내가 저 사람들만큼 가치 있게 살고 있을까, 나는 저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에는 관심이 없으니 저 사람에게 관심을 꺼도 되는가, 나는 저 사람에 비하면 오늘 하루 가만히 앉아 졸고만 있는 하찮은 인간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는가 하고 주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해 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면 할수록 나의 의지와 자신감은 더욱 선명해지고, 내가 오늘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더욱 샘솟게 된다는 것이다. 졸리던 눈도 다시 번쩍 뜨인다.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고 사회 속에서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생각하면 외면적으로도 더욱 나의 모습을 가꾸게 되어 더욱 멋지게 변한다.
사람은 언제나 주위의 환경에 서서히 적응한다. 적응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놓여 있을 때 내면과 외면 모두에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변하고 싶지 않은 자화상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보다는 내가 변하고 싶은 모습을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를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항상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나는 성장하지만,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나 자신의 고양 이전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항상 마음 속에 동경하는 인물을 품고, TV나 책으로 멋진 연예인들과 위대한 기업가와 정치가와 과학자의 모습을 접하고, 내가 가고 싶어하는 도서관과 카페와 공연장을 도시 속에서 여행하듯 돌아다니는 사람은 그러한 주위 환경이 발산하는 문화에 자신을 내맡기며 서서히 성장한다. 사회 속으로 뛰어들어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들과 말로 혹은 무언으로 대화하고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얻으려는 노력은 삶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가치를 추구하든 이 작업은 필수 요건인 듯하다. 골방 속의 오대수를 벗어나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은 열망을 가진 젊은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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