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커뮤니티에 올린 글


  아무튼 합주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고쳐야 할 점, 개선해야 할 점이 묵묵히 스네어만 때리던 저에게도 하나둘씩 떠올랐습니다. 저는 밴드 생활을 몇년씩 한 어울림 형 누나같이 밴드 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밴드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연습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나름의 실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적어봅니다. 이 글을 적는데는 중학교 때부터 아빠 따라 갔던 합창단 연습 관람,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 4부성가대 연습 참가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우선 저는 락 밴드가 추구하는 음악적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음악적 목표 외에도 우리 어울림을 비롯한 많은 동아리는 물론 동아리로서의 가치-친목, 화합, 이해, 도전-도 가지고 있고 그러한 가치들은 음악적인 가치들과 동등한 지위에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어울림과 같은 음악 동아리가 갖는 음악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의견을 피력해 보려 합니다.


  대학생 아마추어 락 밴드가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목표 중 가장 정점에 위치한 것은 원곡의 음과 악상과 느낌을 그대로 재연해 내는 것, 즉 완벽한 모방입니다. 자기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연주를 따라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그때 자신들이 얻은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입힌 곡을 새로 짓고 그 곡을 무대에 올릴 수도 있겠지요. (갑자기 올해 대동제 때 어울림 전에 공연을 한 인문학부 99학번 락 밴드가 떠오르는 이유는 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 밴드의 실력은 원곡을 충실히 재연해내는 능력과 비례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끔 중간이나 절정 부분이나 후반부에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 애드립을 넣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좋다고 평가되기 이전에는 이미 밴드 전체가 원곡을 충실히 모방했다고 평가가 되어 있겠지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이곳 어울림 멤버들은 다함께 완벽한 카피를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우선 락 밴드의 합주를 할 때에도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한 명 이상 필요합니다. 합창단이나 성가대에는 지휘자가 있습니다. 지휘자는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각자 맡은 부분적인 음악, 그리고 음악에 대한 표현의 의지 등을 하나로 규합하여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도록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조절하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락 밴드에는 지휘자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와 멤버 간의 화합이 합창단이나 성가대에 비해 신속히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우리들도 가끔 합주를 하다가 화합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각자 악보를 숙지하고 원곡을 많이 들어본 다음 모여서 연주를 해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원곡의 느낌이 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락 밴드에는 지휘자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가끔씩 원곡의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느 정도는 맞다고 봅니다.


  제가 어느 정도는 맞다고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험이 많은 밴드 멤버들은 각자 곡을 들어 본 다음 곡을 어떻게 재연해야 할지 생각을 해보고 충분히 연구를 한 다음에 다 함께 모여 처음 연주를 해도 어느 정도 화합이 잘 됩니다. 각자 따로 떨어져서 곡의 음악적 특성을 익혀도 각 멤버들이 익힌 음악적 특성이 일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렇게 화합이 잘 된다면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멤버들에게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것은 이렇게 고쳐야겠다' 등의 말을 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경험이 없는 밴드 멤버들은 각자 곡을 연구한 후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나 내용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 부분은 어떻게 연주해야겠다는 지침이나 지시는 자기가 곡을 들으면서 스스로에게 내리는데, 그러한 지침이나 지시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연주를 하다가 중간에 자주 멈추어서 수시로 일관성 있는 지침이나 지시를 모든 멤버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관성 있는 지침과 지시에는 상당한 강제력이 수반되는데, 이러한 강제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지휘자의 능력에 있습니다. 지휘자가 곡을 충분히 숙지하고 음악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원곡을 최대한 그대로 옮겨오기 위한 일관된 지침과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밴드의 모든 구성원이 곡을 완벽히 숙지하여 자기 세션뿐만 아니라 다른 세션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면 합주를 하면서 연주에 대한 평가와 개선점을 말할 때 여러 명이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질 높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한 명이었을 때 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면을 다른 사람이 보충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모든 멤버들이 이러한 막중한 '지휘자'의 역할을 도맡아 하려 하지 않는다면 밴드 멤버 중 적어도 한 사람은 밴드 전체를 아우르는 수준의 능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연주를 하다가 잘못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일 경우 지휘자는 바로 말을 해주어야 연주를 하는 사람이 바로 고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다들 합주실을 빠져나와 같이 저녁을 먹고 있을 때 그러한 잘못된 점을 말하는 것은 상당히 힘듭니다. 음악을 말로 설명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다들 악기를 손에 가지고 있을 때 음악과 함께 한 설명을 통하여 문제를 바로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침의 전달을 신속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밴드 멤버들은 일정한 약속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곡의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호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가대에서는 지휘자가 '테너, 주의 자비 부분부터 다시 합시다' 라고 말하면 바로 그 부분부터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자도, 베이스 알토 소프라노 파트의 단원들도 모두 똑같은 악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휘자의 말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든 사람들이 신속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락 밴드의 멤버들이 각자 맡은 세션에 해당하는 악보만 가지고 있거나 어떤 사람은 악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는 모든 멤버들이 어느 특정한 부분부터 다시 연주해 보아야 할 때 상당히 애를 먹습니다. 그래서 약속이 필요하고, 그 약속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곡의 구성을 Intro, 1절, 2절, Bridge, Ending 등으로 크게 나누고, 그 나누어진 구성에 영어 알파벳으로 기호를 붙입니다. 그리고 모든 멤버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악보에 알파벳을 써놓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우리 Letter C부터 다시 해보자'라고 했을 때 바로 문제점을 고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기호를 만들고 약속을 하기 전에 모든 멤버들이 곡의 커다란 구성을 숙지해야 함은 당연합니다.


  결론은 지휘자 혹은 음악감독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문제의 해결은 다 같이 모여서 악기를 잡고 있을 때 그때 바로바로 해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합주가 빨리 끝나고, 서로 같이 놀고 먹고 마시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밴드든 오케스트라든 사물놀이패든 합창단이든 고등학교 대취타대든, 모든 음악단은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고 신경을 써주고 서로의 생각과 신호를 맞추려 노력하는 자세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 어울림도 그런 자세를 뿌리 깊게 가지고 있는 멋진 동아리가 됩시다.



 다 아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렇게 나름 논리를 갖추어 글을 써놓으면 그 '다 아는 내용' 을 함께 활용함으로써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써보았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머리가 아프다. 좀 자고 다시 학교로 가야지.


2007. 8. 30.

Posted by 마키아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화는 가벼울 때도 있어야 하고 무거울 때도 있어야 한다. 아무런 걱정이나 문제가 없이 평탄한 시기에는 사람들과 만날 때 지극히 일상적이고 단순하고, 생각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 때로는 지극히 유치한 대화의 소재를 꺼내면서 수다를 떨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 수 있다. 연예계의 가십, 좋아하는 레스토랑, 요즘 공연하는 대학로 뮤지컬, MT에 갔을 때 생긴 에피소드,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칭찬, 친구들과 게임이나 스포츠를 했을 때 생긴 일이나 자신의 기분, 현재의 기분이나 안부에 대한 묻고 답하기 등등 가벼운 대화의 소재는 참 많다. 하지만 집단 내에 문제가 생기거나, 국가적 혹은 초국가적 이슈가 등장했을 때나,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진심을 표현할 때에는 가벼운 대화에서 무거운 대화로 넘어가야 한다.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제시,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문제점 상정, 상대방의 정치적 식견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합리적인 지적, 상대방을 좋아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외로움이나 슬픔의 극적인 표현 등은 매우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은 삶 속에서 가벼운 상황과 무거운 상황을 번갈아 경험하고, 그에 대처하기 위해 가벼운 대화와 무거운 대화를 한다.


  흔히 진지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무거운 주제에 관한 대화만을 즐겨 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 꼭 무거운 주제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지한 사람은 평소에 친구들과 같이 레스토랑에 가거나 당구장에 가거나 차에 탔을 때 한 마디도 하지 않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자청하는 사람이다. 또한 연애관계에서도 상대방에게 시시콜콜한 혹은 한번 듣고 웃어넘기면 그만인 이야기는 절대 꺼내지 않다가 '우리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류의 진지한 말만 하여 대개 여성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주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얽혀 있는 원인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가벼운 대화를 잘 들어주는 성격에 있다. 만약 그들이 가벼운 대화조차 꺼려한다면 그들은 모든 주위 사람들이 꺼리는 대상이 될 것이다.


  항상 진지한 태도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좋지 못하다. 사적인 인간관계는 90%의 장난과 10%의 진지함으로 이루어져 있고, 언제나 중핵(中核)인 진지함을 장난이 두껍게 둘러싸고 있다. 진지한 사람은 일에서는 성공할지 모른다.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일은 거의 모두 정확함과 신속함을 요구하고 상사와 부하와의 원활한 '공적인'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사람이 성실하다는 평과 함께 많은 대우와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같이 놀고 쉬고 먹고 마시는 등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가벼운 소재로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심지어 진지한 대상을 풍자하면서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한달 간의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코엑스 안의 호프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열두명 정도 들어앉은 이곳, 모두들 즐거운 대화를 원하고 과거의 일에 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이때 갑자기 말을 꺼내더니 '지난 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점이 아쉬웠어. 다른 팀은 우리보다 이런 점에서 더 뛰어났는데, 나중에 윗사람들의 평을 들어봐야지.' 식의 무거운 소재를 늘어놓는다면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사람이란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인 소득, 직업적인 성공, 영적인 안정, 신체적인 건강, 지적인 성취 등에만 신경쓰는 존재가 아니다. 삶의 모든 영역이 자기관리에 치중해 있으면 얼마나 웃음이 없고 장난이 없는 메마른 삶이 펼쳐지겠는가.


  그래서 대화를 통해 대부분의 대화를 가벼운 주제로 채워넣는 일이 중요하다. 삶의 영역을 가벼운 주제의 대화에서는 내가 어떤 언행으로 대처한다 해도 항상 즐겁게 된다. 특별히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가벼운 주제의 대화에 빠져들어 있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분위기가 별거 아닌 거 가지고도 하하 호호 즐겁게 웃는 분위기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가벼운 주제의 대화는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해주고 웃음과 즐거움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가벼운 대화를 윤활유로 하여 사람들을 많이 사귀고, 따라서 우리의 일에서도 성공하고 사람들 만나는 기쁨도 더 많이 누린다면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마키아또
,

  첫인상을 잘 심어주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편협한 선입견을 심어주는 경우는 꽤 많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우리들은 종종 초콜릿이나 떡과 같은 먹을 것들을 돌리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그런 음식을 받았을 때 곧바로 거절한다면 그 사람에게 첫인상을 좋지 않게 남기게 된다. 이렇게 처음부터 다른 사람에게 거절이나 냉담, 무시, 조소, 이질감 등을 안겨준다면 앞으로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대화가 필요할 때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누구나 첫인상을 통해 저 사람이 나와 함께 길을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나와 동떨어진 길을 걸어갈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처음에 인간관계의 방향이 잡혀버리면 나중에 대화를 하거나 같이 행동을 할 때에도 서로 어긋나게 된다. 고의적으로 저 사람을 피하거나, 그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경우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낸다거나 하면서 둘 사이의 진심을 이해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이렇게 좋지 못한 첫인상이 서로에게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는 선입견을 주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오해는 점점 커진다. 오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오해는 상대방의 말을 잘 새겨듣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인데, 이것은 말을 듣는 사람이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나 감정 등의 진심을 함께 들으려 하지 않고 대충 정보만 들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고, 결국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대화를 할 때에 커뮤니케이션의 정도가 밑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즉 서로 아무런 접촉의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중요한 '정보의 정확한 전달' 의 기능마저 떨어진다.

   

  둘째 오해는 서로가 말을 안 해도 둘 다 알고 있는 암묵적인 지침이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흔히 친구끼리는 같이 무언가를 해아 할 때 '너는 이것을 하고 나는 이것을 하겠다' 정도를 말해 놓으면 '언제까지 이것을 함께 하자' 같은 것은 둘 다 동의하고 있는 의리나 우정 등의 가치에 의해 자동적으로 알게 되어있다. 즉 서로가 말을 안 해도 둘 다 알고 있는 지침이란 개략적으로 말한다면 '둘 사이에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끊임없이 서로 도와주고, 자기 몫뿐만 아니라 친구의 몫도 신경 써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정도가 되겠다. 따라서 한 친구가 다른 친구한테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에 다른 친구는 그 '어떤 일'뿐만 아니라 그 일을 마친 다음에 바로 연결되어 있는 새로운 일도 같이 도와준다. 그런데 만약 A라는 사람은 B가 자신에게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고, B는 A가 자신과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서로의 암묵적 커뮤니케이션은 끊긴다. A가 B에게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을 때 B는 A가 도와달라고 한 그 일만 도와주고 바로 자신이 하던 일로 되돌아갈 것이다. A는 왜 B가 그 다음 일까지 도와주지 않았냐며 화를 낼 것이고 A가 생각하고 있던 우정이나 의리에도 금이 갈 것이다.


  정리하자면 친분의 정도에 따라 선입견과 오해의 정도가 달라진다. 서로 많이 알고 지내고 대화를 많이 한 사이라면 서로에 대한 선입견은 거의 없거나 완전히 없으며, 따라서 오해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서로 친하지 않고 서먹서먹한 사이라면 선입견과 오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아질 것이고, 이미 쌓인 선입견과 오해를 대화로 한꺼번에 혹은 조금씩 풀기에는 선입견과 오해가 너무 많을 것이다. 누군가 말은 오해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오해의 근원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
  나의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직업적성 검사를 해 보았다. 결과는 사무형, 조직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최고의 수완을 발휘한다. 사무형은 감정에 호소할 필요가 없이 완벽히 이성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 오직 나의 직무에 충실하며 다른 사람에게 아부할 필요가 최소한으로 낮아지는 직장에 어울리는 적성이다. 옛날부터 대한민국 정부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던 나는 나의 이상에 나의 현실이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방 청소는 안 해도 정리는 반드시 했던 나였다. 옛날의 나는 평소에 어떤 일을 하며 시간을 때웠는지 생각해 보았는데, 옛날의 나는 책을 종류별로 책꽂이에 꽂아놓기, 책상 위의 물건 배치 바꾸기, 컴퓨터의 문서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정리하기 등의 지극히 사무적인 일을 일종의 유흥으로 삼고 있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내 주위의 세상이 규칙과 원칙에 입각하여 아무런 실수 없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미덕은 내 주위의 세상은 물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까지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그 사람들 사이의 예절과 원칙이 있어야 나의 마음도 편안했다. 나아가 나는 단순히 말로만 이야기해서는 조직이 유지될 수가 없고 반드시 제도와 문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나는 지금에 이르러 GLPS PA 일을 하고 있다. PA란 Program Assistant의 약자로,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초등학생/중학생 영어 캠프에 프로그램 행정 관련 조수로 참가하는 민족사관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지칭한다. 이곳에서 나는 동료 선배들과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제도와 PA의 활동 지침을 문서로 작성하여 본부장 PA 선배님을 도와드리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지만, 이 일을 함으로써 PA들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때문에 나는 이 일에 최선을 다한다. 지금 다니는 대학교에서도 나는 나의 적성에 따라 갈 길을 결정했다.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은 학부대학 행정 관련 부처와 함께 힘을 합하여 대학교 1학년생들의 수업 제도에 관한 문제점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단체다. 내가 사랑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나의 적성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일을 맡게 되어서 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나는 꼼꼼한 행정가가 되기 위해 작은 조직에서부터 일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고등학교의 선배님들과 황형주 선생님, 그리고 대학교의 교수님들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조직 속에서 일을 맡아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배우는 일은 참 가치있는 일이다.


  나의 맡은 일에 충실하던 중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내가 가고 싶은 직장에서는 문서의 전달과 정보 처리, 직장 동료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논의를 통한 생산적인 제도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외교통상부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알아냈다. 그곳에 링크되어 있던 외교통상부 특별채용 설명회 동영상에서 사회자가 심층면접 이후에 있을 역량평가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역량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읽어보니 과연 조직 내에서의 사무 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처음에 나는 이러한 꼼꼼한 성격과 어느 직장에서나 조직관리와 행정적 업무는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행정학과에 가려 했다. 하지만 꼭 행정학과를 가야 나의 적성에 맞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고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앞으로도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면서 조사할 것이지만, 항상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자세로 일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그리고 작은 조직에서부터 나의 일하는 능력을 길러나가 나중에 정부기관과 같은 큰 조직에 몸을 담겠다는 꿈은 절대로 잃지 않겠다.


2007. 8. 7.

Posted by 마키아또
,

딸아! 연애를 해라!

호랑이 눈썹을 빼고도 남을 그 아름다운 나이에 무엇보다도 연애를 해라.

네가 밤늦도록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두드리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몹시 흐뭇하면서도 한편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단다.

그동안 너에게 수없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마는,

또한 음악이 주는 그 고양된 영혼의 힘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마는,

그러나 책보다 음악보다 컴퓨터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역시 사람이 사람을 심혈을 기울여 사랑하는 연애가 아니겠느냐.

네가 허덕이는 엄마를 돕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기꺼이 설거지를 하거나

분리된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갈 때면 나는 속으로 울컥 화를 내곤 한단다.




딸아! 제발 그 따위 착한 딸을 집어치워라.

그리고 정숙한 학생도 집어치워라.

너는 네 여학교 교실에 붙어 있던 신사임당의 그 우아한 팔자를 행여라도 부러워하거나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

혹은 장차 결혼을 생각하며 행여라도 어떤 조건을 염두에 두어

계산을 한다거나 뭔가를 두려워하며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아닐 테지.



딸아! 너는 결코 그 누구도 아닌 너로서 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당당하게 필생의 연애에 빠지기 바란다.

연애를 한다고해서 누구를 카페에서 만나고 함께 극장에 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종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그런 것은 연애가 아니란다.

사람을 진실로 사귀는 것도 아니란다.

많은 경우의 결혼이 지루하고 불행한 것은 바로 그런

건성 연애를 사랑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딸아! 진실로 자기의 일을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응석 떨지 않는

그 어른의 전 존재로서 먼저 연애를 하기를 바란다.

연애란 사람의 생명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푸른 불꽃이 튀어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말한다.

그 에너지의 힘을 만나보지 못하고 체험해보지 못하고 어떻게 학문에 심취할 것이며

어떻게 자기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냐.

그러나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깊고 뜨겁고 순수한 숨결을

내뿜는 야성의 생명성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솔직하게 말못할 것도 없다.

나는 아직도 제일의 소원의 하나로 연애를 꿈꾸고 있단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수많은 덫과 타성에 걸려서

거짓 정숙성에 사로잡혀 무사하게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여성의 삶이라는 것이 그런 범주였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
.
.


딸아! 지금 막 코앞에 다가오는 세기는 틀림없이 여성의 세기가 될 거라고 한다.

어서 네 가슴 속 깊이 숨쉬고 있는 야성의 불인 늑대(archetype)를 깨워라.

그리고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며 열정을 다해 연애를 하거라.


- 시인 문정희 -

내가 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이유는

내가 내 스스로 시 속의 '딸'처럼 지금까지 나를 가꾸어 왔기 때문이다.

우선 나를 사랑하고 나부터 고양시키자는 마음으로 살아온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넋이 나가 내 할일을 "캐막장"으로 만들어본 적은 절대 없었다.

항상 내가 맡은 일은 완벽했고, 나는 다른 사람의 성과와 나의 성과를 끊임없이 비교해서 나를 성장시켜 갔다.

일할 때에는 미친 듯이 일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한낯 미미한 나부랭이가 되어버린다.

이제 나도 일로 인정받기보다 인간성으로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

2007. 8. 5.

Posted by 마키아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들어 내 주위의 사람들과 나의 생활 패턴을 비교해 볼 때 나의 그것이 주위 사람들과 많이 어긋났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예전에는 나 혼자 집단 속에서 잘 살아갔는데, 이제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템포를 맞추어 가며 생활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남들이 놀 때 내가 일한다는 자부심이나 만족감보다는, 남들이 다 노는데 왜 나만 일하고 있는가라는 회의감이 더 앞선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회 속에 발을 담그어 가는 나의 변해가는 모습을 내 스스로도 느낄 수가 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동이 많아질수록, 같이 행동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사회성이라는 가치가 더 커진다. 자기가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여 자신만이 참여하는 일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면 그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일을 통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증진시킬 수 없다. 고작 내가 한 일에 대한 칭찬이나 피드백 등으로 표면적인 관계만을 사후에 맺게 될 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치는 주위 사람들과 행동을 유사한 형식으로 비슷한 시간에 맞추어가면서 같이 행동함으로써 발생하는 인간적인 관계이다. 연인들이 특별히 같이 할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같이 다니는 이유는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인간적인 관계의 증진'이다. 특정한 행동이나 일에 잠시 얽매여 있는 사람으로서 만나더라도, 그 만남이 지속되어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유대관계가 점점 쌓여간다. 언제나 일할 수는 없는 인간이 일이라는 짐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그 순간에 사람들 모두가 일에서 잠시 해방된 상태에 있다면 그때 인간적인 관계가 조금씩 자란다.

  따라서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어도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나 또한 그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나에게 좋다. 그 대화에서 빠진 상태에서 내 일만 계속 한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따라서 내가 일을 끝냈을 때 나와 같이 기분좋게 휴식을 취해 줄 사람이 많이 없게 된다. 그 사람들은 그전에 다 휴식을 취했고 이제는 일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을 자신과 다른 생활 패턴의 소유자보다 훨씬 더 좋아한다. 이 심리를 이용하여 내가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나의 생활 리듬을 맞추어간다면 나는 사회성 높은 행복한 인간으로 점점 커갈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마키아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My Personality라는 사이트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님들이 만든 전문 성격/궁합 검사 사이트다. 상업성을 지양하고 질 높은 학문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든다. 게다가 파스텔 톤의 이미지와 은은히 하늘거리는 인터페이스는 성격 검사를 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편안함을 준다.

 

이곳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크게 외향성, 정서적 안정성, 규범성, 배려성, 개방성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알려준다.

 

나의 외향성은 7점 만점에 4.83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38.59%다. 나는 대체로 외향적인 편이고, 모든 모임을 주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쉽다. 또한 나의 감정을 어렵지 않게 표현할 줄 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외향적이지만 지나치게 자극을 추구하지 않는 절제된 외향적 성격이다. 내가 살면서 '절제'라는 덕목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검사 결과는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의 정서적 안정성은 7점 만점에 3.5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39.24%다. 나는 감정의 변화가 약간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슬퍼지거나 이유없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물론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거절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경험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나의 아픈 점을 명확히 확인시켜주어서 나는 고맙다. 검사 결과는 나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한 명쯤을 가져보도록 노력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소울 메이트를 말하는 건가.. 나에게는 아직 그런 친구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만들고 싶다.


나의 규범성은 7점 만점에 7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0.01%, 1번째에 해당한다. 평소에도 내가 완벽함을 추구하고 일처리에 있어서 전혀 빈틈을 남기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내가 철저한지는 몰랐다. 어쩌면 나의 철저한 성격이 나의 직업과 30대 이후의 삶에서 큰 자양분이 되어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나의 이러한 철저한 성격이 강박관념으로 작용하여 나의 피끓는 20대가 차갑게 얼어버릴까 두렵다. 나는 한마디로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다. 교통 법규를 위반하지 않고 술도 절제하는 편이다. 웬만해서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고, 지나치게 폭력적인 자극물도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 성적이 좋았거나, 적어도 학교에서 품행이 바른 학생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말 나는 고등학교에서 매우 품행이 바르고 조용한 학생이었다. 나보다 4,5살 많은 우리 학교 선배들처럼 사감선생님이나 여러 담임선생님과 부딪치기도 하고 가족처럼 지내기도 하면서 살아갔으면 나의 고등학교는 훨씬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기존의 것들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나의 정치적 성향도 매우 보수적이다. 나에게는 완벽주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에서 약간은 인색한 편이다. 회계 업무와 같은 영역에 아주 적합한 성격이다. 나중에 UN이나 정부중앙청사의 행정 관련 공무원이 되고 싶은 나에게도 정말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한다.

 

나의 배려성은 7점 만점에 4.33점으로 전체 검사자 중에서 하위 21.97%에 해당한다. 나는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편이다. 때로는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기의 의사를 끝까지 표현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 자신의 의사를 굽히기도 한다. 검사 결과는 자신의 이런 성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유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그리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아직도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여자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약간의 의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나의 개방성은 7점 만점에 5.67점으로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17.11%에 해당한다. 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편이고,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통이나 규범을 따르기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창의성도 높은 편이다. 나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백일몽이나 공상도 즐긴다. 때로는 위험이 따르더라도 어떤 일을 시도해보려고 하며,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영감을 얻으려고 한다. 정말로 나는 어떤 일이 내가 가지고 있는 규범에 어긋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모두 추구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개방성이 높은 규범성(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두려워한다는 말)과 충돌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맞는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나와 붕어빵처럼 꼭 닮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주기를 바란다.

Posted by 마키아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해보기 전에 나는 연인과의 대화는 친구와의 대화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에게는 편히 말하던 나의 고민이나 나의 실수담이나 서로 놀리는 말들을 연인 앞에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평소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연인에게는 '완벽한 매너와 말솜씨로 무장한 사람'으로서 다가가야 한다고 믿어왔다. 즉 연인에게는 불만을 표해서도 안 되고 항상 과장된 반응을 보여야 되고 몇 초 동안이라도 침묵이 오가면 절대 안 되는 줄 알았다. 이제 와서 그런 옛날의 신념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깨달았으나, 전에는 정말 심각하게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의 나의 처세를 두 가지로 갈라놓는 데 주력했다. 연인이나 친구나 지금의 어린 나에게는 그저 똑같은 사람인데, 나는 괜히 내 머리를 말도 안 되는 생각과 이론으로 채워놓고 사람들의 특성이라는 자극에 따라 내가 반응하도록 나를 디자인해 왔었다. 그리고 그러한 '디자인'은 내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다가갈 때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었으며, 긴장감의 결과는 여자에게 부담을 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갖는 언행의 범위는 친구와 연인 관계가 공유하는 범위에 연인 사이에서만 가능한 언행의 범위를 합친 것이다. 집합 A와 집합 B 그리고 그 사이에 교집합 C가 있다면, A가 친구 관계에서의 언행의 범위이고 B가 연인과의 언행의 범위이다. 풋풋한 대학생 시절에는 교집합 C가 무궁무진하게 넓다. 활동의 자유가 허락된 우리들은 대학생 시절에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도 계획하고 실천하지만 주위의 영향을 받고 나서도 계획하고 실천한다. 하지만 B-C 즉 친구에게는 할 수 없지만 연인에게는 할 수 있는 언행의 범위는 대학생 시절에는 그리 넓지 않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 둘만의 밀실이 넓어지고 둘 이외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경향도 조금씩 커진다. 꼭 다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드라마를 시청한 결과 그러한 답을 내렸다. 결국 대학생인 나에게 연인을 향한 처세와 친구를 향한 처세는 종이 한장 차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사랑하는 사람을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고 친구와 대화하듯 연인과 대화하는 능력이다. 끊임없이 연인의 일상과 상황을 알려 노력하고 그러면서 대화의 양을 늘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진다. 항상 좋은 것만 주려 고심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갔을 때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친구들과의 대화 + 알파'가 연인들과의 대화라면 그 '알파'는 중간에 가끔씩 들어갈 뿐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는 '알파'를 중심으로 보여주느냐 아니면 '자연스럽고 평범한 대화'를 중심으로 보여주느냐에 있다. 그래서 드라마 속의 모든 대사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 지루함과 평범함이 대부분인 현실 즉 일상 속에서 비일상으로서의 '알파'를 만들고 찾아내고 같이 즐기는 일이 우리의 일생 중에서 얼마나 작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과거의 나처럼 연인과의 대화는 드라마처럼 특별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자극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의 경우에는 더하다. 대학생이 되어 중요한 깨달음을 얻고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에게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마키아또
,
  회장이 언제 어디서 모이자고 멤버들에게 연락을 주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자기가 먼저 모임 장소에 10분 전에 도착해서 먹을 것까지 세팅이라도 할 것같이 펄쩍펄쩍 긍정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아리에서 모임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적인 약속을 취소한 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감정으로 '그래'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진짜 가고 싶은데 그때 과외가 있다며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할 일을 다 하겠다고 선언하는 적극적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문자나 커뮤니티 공지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는 동아리의 아무도 모른다.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그 동아리보다 훨씬 중요한 다른 집단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그 동아리는 그 사람에게는 '세컨'으로서의 동아리, 즉 더 중요한 다른 집단에서 충실히 활동한 다음 시간이 남으면 그때 활동을 개시하는 동아리이다. 동아리보다 중요한 다른 동아리, 애인, 혹은 친구가 있다면 그 동아리의 중요성은 묻혀버린다. 그 사람은 그 동아리에 대한 애정을 완벽하게 쏟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동아리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기가 힘들 때 우리는 그 동아리를 세컨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자신은 열심히 활동하려 하는데 주위 사람들의 태도와 능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을 때 우리는 좌절한다. 그럴 때에는 자신이 가치없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그곳에 대한 애정이 사라져 자신의 넘치는 애정을 다른 곳에 쏟게 될 것이다.

  모든 동아리의 초기는 활력이 넘치고 생산적이다. 동아리의 설립 멤버들은 자신들의 모든 대학 생활을 그 동아리에 헌신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가 많고 동아리에서 즐거움을 끊임없이 생산한다. 그 동아리는 초기 멤버들에게 우선순위 1순위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틀이 잡힌 동아리는 점차 회원들의 가입과 탈퇴를 자유롭게 규정하여 놓는다. 이것은 동아리의 정체성과 제도의 발전과 함께 같이 신장되는 긍정적인 자유이지만 그 동아리가 어느 누군가에게 '잠깐 놀다 갈 동아리'로 인식되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정한 동아리를 '세컨'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한두 명일 때에는 동아리 전체의 운영과 유지, 즉 생명에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동아리의 모든 사람들이 그 동아리에 대한 우선순위를 2위, 혹은 3위로 설정한다면 그 동아리는 당연히 시들해진다. 그리고 시들해진 동아리는 얼마 못 가 곧 문을 닫게 된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시들어진 수많은 집단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같은 대학교에 다니지만 평생 한 번 만날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과 1학년 교양 수업의 조모임을 같이 할 때, 그 조모임 커뮤니티는 그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어떤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을까. 또 일년에 한 번 있는 행사에 참가해서 그 행사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했을 때, 그 커뮤니티는 어떤 우선순위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겨질 것일까. 사람들은 평생 친구, 평생 몸담을 동아리에 최고의 애정을 줄 것이고 그러한 커뮤니티는 사소한 한 때의 반강제적인 집단으로 여기고 매우 강제성을 띤 모임이 있을 때에만 참석할 것이다. 물론 조모임 커뮤니티 같은 예시는 낮은 우선순위를 가진 집단의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입한 동아리를 살펴보아도 그 정도의 애정 결핍과 낮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 동아리는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복수 개의 동아리에 가입하였다 하더라도 반드시 하나의 우선순위를 한 동아리에만 부여하지는 않는다. 세 개의 동아리 모두에 똑같은 애정을 가지고 그곳에서 똑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 세 동아리의 우선순위는 모두 '높음'이고 세컨으로서의 동아리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가장 이상적인 설정이지만 현실에서는 제일의 우선순위가 두 개 이상의 동아리에 부여되기가 힘들다. 정말 자신의 자아 실현을 위해 동아리 활동을 한다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세컨으로 밀려나는 동아리들이 많이 생겨나는데, 우리는 그러한 세컨 동아리의 우선순위를 다시 1순위로 바꾸던지 아니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그 동아리의 구성원인 이상 나는 그 동아리의 행사에 꾸준히 참가하고 다른 멤버들을 동료를 넘어선 친구로 맞이할 줄 알아야 하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동아리를 탈퇴해야 한다. 동아리는 방안의 식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고 물과 영양분을 주지 않으면 금세 시들게 된다. 동아리는 순간의 즐거움, 때에 따라 바뀌는 자신의 욕구 충족 때문에 가끔씩 드나드는 곳이 아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
UCC_이쁘다




뮤직 비디오

덴마크 음악 차트 -> http://allcharts.org/music/denmark/singles.htm

7월 25일 덴마크 음악 차트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곡이라 한번 찾아가 보았다. 과연 이 나라의 1위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유튜브에서 Sys Bjerre - Malene를 치고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꽤나 많이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가수가 직접 찍은 일상 속의 사진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UCC 비디오도 만들어 올리는 걸 보니 꽤 사랑받는구나 라고도 생각했다.

  정말 얼굴을 자세히 보니 딱 우리네들이 예전 생각하던 '사운드 오브 뮤직' 느낌의 이쁜 백인 소녀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비디오 속의 Sys가 화장을 21세기로 해서 그럴 것이다. 역시 노래도 잘하고 얼굴도 이쁜 가수는 전세계적으로 꼭 몇 명씩 있는 거 같다.

 나는 처음에 덴마크 사람들은 다들 트랜스, 일렉트로니카같이 우울하고 침잠하고 반복하는 전자 음악을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노래는 이웃나라인 독일과 네덜란드와 비슷하게 한없이 밝았다. 영국이나 아일랜드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꾸밈없고 숫기 없으면서 일상의 모습을 닮은 곡들이 덴마크 사람들의 음악 차트에도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이 곡은 한국의 모던 락과도 감성이 참 비슷하다. 내가 아는 아티스트 중에 꼽자면 '뷰렛' 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체리필터에서 소녀다운 느낌으로 한발 치우쳐 젊은 대학생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뷰렛. 뷰렛의 음악은 빠른 비트의 경쾌하고 선명한 소리로 우리들의 귀를 반짝 열리게 해 주었다. 특히 대학교 축제가 되면 여성 새내기 보컬들은 너도나도 '거짓말'을 불렀던 기억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머나먼 덴마크에서도 이처럼 젊은이들을 발랄하게 띄워주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있었고, 두 나라 젊은이들의 감성은 비슷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다른 나라와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찾는 것은 참 가슴 뛰는 일이다. 덴마크라고 해서 우중충한 날씨에 치즈와 요구르트만 먹는 조용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시야를 넓히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차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외국에서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겠다.

<참고자료 - 뷰렛>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