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을 잘 심어주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편협한 선입견을 심어주는 경우는 꽤 많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우리들은 종종 초콜릿이나 떡과 같은 먹을 것들을 돌리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그런 음식을 받았을 때 곧바로 거절한다면 그 사람에게 첫인상을 좋지 않게 남기게 된다. 이렇게 처음부터 다른 사람에게 거절이나 냉담, 무시, 조소, 이질감 등을 안겨준다면 앞으로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대화가 필요할 때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누구나 첫인상을 통해 저 사람이 나와 함께 길을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나와 동떨어진 길을 걸어갈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처음에 인간관계의 방향이 잡혀버리면 나중에 대화를 하거나 같이 행동을 할 때에도 서로 어긋나게 된다. 고의적으로 저 사람을 피하거나, 그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경우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낸다거나 하면서 둘 사이의 진심을 이해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이렇게 좋지 못한 첫인상이 서로에게 '저 사람은 나와 다르다'는 선입견을 주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오해는 점점 커진다. 오해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오해는 상대방의 말을 잘 새겨듣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인데, 이것은 말을 듣는 사람이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나 감정 등의 진심을 함께 들으려 하지 않고 대충 정보만 들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고, 결국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대화를 할 때에 커뮤니케이션의 정도가 밑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즉 서로 아무런 접촉의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중요한 '정보의 정확한 전달' 의 기능마저 떨어진다.

   

  둘째 오해는 서로가 말을 안 해도 둘 다 알고 있는 암묵적인 지침이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흔히 친구끼리는 같이 무언가를 해아 할 때 '너는 이것을 하고 나는 이것을 하겠다' 정도를 말해 놓으면 '언제까지 이것을 함께 하자' 같은 것은 둘 다 동의하고 있는 의리나 우정 등의 가치에 의해 자동적으로 알게 되어있다. 즉 서로가 말을 안 해도 둘 다 알고 있는 지침이란 개략적으로 말한다면 '둘 사이에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끊임없이 서로 도와주고, 자기 몫뿐만 아니라 친구의 몫도 신경 써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정도가 되겠다. 따라서 한 친구가 다른 친구한테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에 다른 친구는 그 '어떤 일'뿐만 아니라 그 일을 마친 다음에 바로 연결되어 있는 새로운 일도 같이 도와준다. 그런데 만약 A라는 사람은 B가 자신에게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고, B는 A가 자신과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서로의 암묵적 커뮤니케이션은 끊긴다. A가 B에게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을 때 B는 A가 도와달라고 한 그 일만 도와주고 바로 자신이 하던 일로 되돌아갈 것이다. A는 왜 B가 그 다음 일까지 도와주지 않았냐며 화를 낼 것이고 A가 생각하고 있던 우정이나 의리에도 금이 갈 것이다.


  정리하자면 친분의 정도에 따라 선입견과 오해의 정도가 달라진다. 서로 많이 알고 지내고 대화를 많이 한 사이라면 서로에 대한 선입견은 거의 없거나 완전히 없으며, 따라서 오해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서로 친하지 않고 서먹서먹한 사이라면 선입견과 오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아질 것이고, 이미 쌓인 선입견과 오해를 대화로 한꺼번에 혹은 조금씩 풀기에는 선입견과 오해가 너무 많을 것이다. 누군가 말은 오해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오해의 근원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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