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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보면 같은 동아리 내의 친구나 선배와 의견 충돌을 빚을 때가 있다. 특히 음악 동아리의 경우 그러한 의견 충돌은 개인의 성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고질병으로 남는다. 어떤 성향이 이 동아리 안에서 '적합하다' 혹은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이상 한 성향만 받아들이는 태도는 주관적인 아집에 불과하다. 실제로 단순히 동아리의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한 음악 성향만 강제하는 사람이 몇 있다. 그 성향이 그 동아리의 정체성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성향이 아닌 단순한 그 선배 개인의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후배들은 많은 불만을 갖는다. 선후배 사이뿐만 아니라 동기들 사이에서도 성향의 차이는 의견 일치와 일의 진전에 큰 차질을 빚어낸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선행되어야 할까?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번째 방법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하여 팀과 팀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 독자적인 일을 추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두번째 방법에 비해 조금 더 실용적이고 '성향 불일치 이후에 더 유용한' 방법이다. 동아리의 구성원이 매우 많을 때에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이는 경향을 갖는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에게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는 동아리(오디션이 있는 동아리를 제외하고)이기 때문에 같은 동아리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과 친해질 필요는 없다. 그래서 동아리 내에서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가까이 하기 마련이다. 첫번째 방법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를 자연스레 동력으로 이용한 것이다. 한 동아리 안에 2~3개 정도의 팀이 있으면 적당하다. 하지만 만약 동아리 내에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특별한 성향을 가진 소수가 발생하거나 혹은 여러 팀 구성원의 인원이 너무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면 첫번째 방법을 쓸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노력의 기회와 그에 따른 똑같은 만족감을 주는 것이 동아리의 원칙인데, 위와 같은 상황에 있다면 몇몇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차별받고 억압받게 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성향이 다른 멤버들의 성향과 너무나도 다르고 특별하다면 자신의 성향을 고집하는 마음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다른 멤버들에 비해 더 많이 해야겠지만 말이다. 결국 가장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실현 가능성도 낮은 방법이 첫째 방법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처음부터 동아리의 성향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동아리의 모토와 정체성을 먼저 밝혀 놓고 멤버들을 소집하는 것이다. 음악 동아리의 정체성이 결정되어 있지 않으면, 그 동아리가 전통적으로 고수하는 어떤 성향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수많은 성향을 정리하고 규합하기가 정말 힘들어진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개인적인 성향을 표출하기 전에 동아리 전체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재즈 동아리의 예를 들자면, 우리 동아리가 퓨전 재즈는 지양하고 대부분 스탠다드 재즈를 지향하기 때문에 컨템포러리 재즈를 좋아하는 나는 그러한 성향을 조금 억제하고 스탠다드 재즈를 더욱 더 좋아하려 노력했고 지금은 스탠다드 재즈에 푹 빠져 있다. 강제로 나의 성향을 억제하고 수정한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그러한 강제에 따라야지만 이 동아리가 나에게 호의적으로 효용과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성향을 바꾸었다. 물론 처음부터 전통으로 규정되어 온 동아리의 정체성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성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동아리의 몇몇 구성원들이 힘을 합한다면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성향이고 '점'으로서의 성향이다. 동아리에는 '선'으로서의 성향이 동아리의 역사를 꿰뚫으며 진행하고 있어야 한다.

  특별한 성향이 규정되어 있지 않고 동아리 안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자신들의 자유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동아리가 가장 좋지만, 조금 더 동아리 구성원의 현실적인 단합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 정체성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모든 국민들은 '우리는 똑같이 한국 사람이고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을 할 것이다' 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뭉칠 수 있었다. 분명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그때 응원의 함성을 단순한 소음 쯤으로 치부하던 사람들이 몇몇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붉은악마 대중'에 반발하지 않았던 것은 그 사람들 또한 대한민국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응원을 하러 거리로 뛰어나가는 성향이 어느 정도 강제로 작용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은 아무런 불만을 갖지 않고 자연스레 단합에 순응했을 것이다. 이처럼 단체를 이끌어나가는 힘은 단체의 의견 일치와 단합에 있다. 무한한 자유가 보장된 대학생들에게도 단체 활동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의 공통 성향을 창출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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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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