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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는 아무래도 시험일 것이다. 학점이 대학 생활에 있어 우선적으로 취득해야 할 가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좋지만 일단 나의 객관적인 능력의 척도를 높이고 남과의 관계에서의 능력도 더불어 높아지는 것이 올바른 자기 발전의 순서다. 우리는 수많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지만 대학생의 경우 가장 커다란 가치인 학점과 인간관계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한참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공부에서 손을 놓고 친구들과 끊임없이 만난다. 그 때가 우리가 말하는 '평소'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평소에 사람을 잘 사귀어 놓아야 내가 위급할 때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나 외로울 때 같이 있어줄 사람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친구를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시험이 임박하지 않았을 때에는 공부보다 친구 만나기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을 때 우리들의 처세는 달라진다. 그동안 열심히 친구들을 만났으니 이제는 인간관계를 번성하게 하는 작업을 멈추고 잠시 쉰다. 남들에게도 잘 보이면서 자기 몫 또한 확실히 챙기는 멋진 대학생이라면 대부분 이러한 삶의 패턴을 유지할 것이다.

  평소에는 자기 스스로 세워 놓은 공부 계획도 취소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나 MT나 여행 등에 참가하여 이타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가 개개인에게 차별된 이득을 주는 일이 등장했을 때는 속된 말로 '버로우 burrow'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우리가 친구들과 만나는 일을 멈추고 공부에 힘썼을 때 이러한 행동 패턴의 변화가 비난받을 만한 행위는 전혀 아니며, 그렇다고 '버로우'를 통해 평소에 쌓아 왔던 인간관계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화하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신경을 써야 할 때 자신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적시적소에 행동하는 바람직한 인간일 뿐이다.

  또한 이러한 '버로우'를 통해 공적 영역에서 벗어나 사적인 영역으로 탈피했을 때 우리들이 취하는 모든 자기 발전의 활동은 나중에 다시 공적 영역으로 되돌아갔을 때 자신을 남들 앞에서 빛나게 하는 토양이 된다. 평소에도 '버로우'의 시간은 있다. 밤늦게까지 신촌에서 놀다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의 사적인 시간은 시작된다. 이때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고, 피로한 몸을 잘 씻고, 한가하게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친구들을 만나느라 못했던 복습을 한다면 사적인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하면 무언가 주위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 있어 부적절할 것 같은 모든 행동을 '버로우'할 때 끝내는 자세, 이 자세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태도이며 특히 대학생에게 필요하다.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 어떻게 본다면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누린 사람, 참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두 가지 가치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생활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 생각의 틀에 숨어있다. 공적인 영역에 흠뻑 빠지다가도 일정한 기간 동안에는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나 자신에게만 신경을 쓰는 삶의 패턴,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며 서서히 발전하는 경기변동의 그래프를 그리며 진행되는 모습은 성공적인 삶을 위한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주위의 상황을 잘 파악하여 자신이 '버로우'를 해야 할 시기나 기간을 적시에 잡아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열쇠를 가지고 제대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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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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