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의 국내 NGO와 국제적으로 성공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NGO를 비교할 때 차이점은 무엇이며 한국 NGO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우선 한국의 NGO는 외국 특히 서유럽과 미국의 NGO에 비해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 NGO 중 그린피스의 경우 서유럽과 미국이 시작하여 회원의 인구 분포와 재원조달 기관의 수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하였는데, 환경보호 NGO가 가지는 목표를 시장의 변화나 한 국가의 정부 정책에 따라 변동되지 않게 고수해옴에 따라 지금은 정부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도 충분한 재정 속에서 많은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영세성을 극복하고 있지 못한다. 하나의 NGO를 설립하기 위한 초기 재정 규모는 미국의 NGO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그리고 재정 규모를 점차 증가시키기 위한 수단의 대부분은 NGO 안에서 일하는 열성회원들의 회비와 그에 추가적으로 포함된 자금 헌납이다. 단순한 재정 규모의 차이만이 있을 뿐 한국과 국제적 NGO를 비교할 때 두 기관의 활동실적이나 활동의 질-정치권력 비판과 지역공동체의 이익 옹호-등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두 기관 사이에는 또다른 차이점이 있다.

  한국의 NGO와 국제적 NGO의 또 다른 차이는 엘리트 집단이 대부분의 활동적인 회원을 이루는 한국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외국에 있다. 영국의 한 도시의 경우 도시 주민인 성인 남성 중 절반 가량이 매주 1회 정도로 비영리조직인 자발적 섹터에 참가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의 도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권익옹호와 사회복지 지원 등에 관심을 덜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의 NGO로서 참여연대는 정부 고위관료 진출을 잠정적인 목표로 삼는 엘리트들에 의해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여연대 회원은 크게 직접 권익옹호와 감시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과 회비만을 지원해주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구분된다. 물론 미국의 Common Cause또한 은퇴한 변호사나 외교관 혹은 정부 관료 등이 300명 정도로 집단을 이루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의 많은 서유럽과 미국의 NGO는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많이 주고 있고 또한 실제로 그 속에서 많은 참여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한국은 동일한 목표를 가진 조직들의 연합으로 규모를 늘려 나가야 한다.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재정의 증가와 수입원의 다양화도 의미하지만, 조직이 가지고 있는 조사와 연구 능력과 정보습득의 능력 증진도 내포하고 있다. 즉 모든 NGO의 문제이자 한국의 특별한 문제인 자원의 불충분성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NGO 담당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정부기관, 기업, 시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 공동체 내의 사소한 일에도 참견하고 비판하려는 시민들의 자세가 요구된다. 국가적 범위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 혹은 국가 구성원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불합리한 제도 등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한국에서의 NGO의 역할도 그만큼 축소되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문성과 지적 능력을 갖춘 엘리트만이 나서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2. 한국 NGO가 그러한 과제를 해결하고 바람직한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략과 행동방책을 1) 행정부처, 2) 의회, 3) NGO, 4) 일반시민의 관점으로 나누어 제시하기 바랍니다.

 

 우선 행정부처는 정책을 실현함에 있어서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 수정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정책에 구속되는 시민들이 의견 표출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전략을 필요로 한다. NGO의 규모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는 때이므로 정부가 만든 제도가 NGO를 향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다른 정부 기관이나 기업 그리고 각종 재단 등에게 규제를 가하는 것은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정부가 축소하여 NGO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게끔 만들어주는 방법도 시도해 볼만 하다. 공공서비스 중 의료, 빈곤 해결, 교육 등에 정부 대신 NGO가 활동하도록 정부는 NGO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규제를 가할 수 있다. 이것은 행정부처와 NGO 사이의 일종의 협력관계를 만들어낸다.

  Almond의 정치체계론에 의하면, 의회는 NGO와 함께 이익집약의 주체로서 과거의 많은 단체들의 이익표출을 고려하여 최대한 많은 집단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의회는 NGO가 가지는 전문성을 옹호하고 그러한 시민사회 영역에서 요청하는 사항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원들이 원내가 아닌 원외에도 관심을 가지고 원외에서 가장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NGO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그것이다. 나아가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의회와 NGO의 협력과는 별개로 행정부의 정책집행과정을 감사하고 비판하는 옴부즈맨 제도의 확립은 옴부즈맨과 NGO가 함께 전략적으로 협력하여 권력비판과 시민의 이익 옹호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의 NGO들은 조금 더 활동의 범위를 좁고 깊게 만들어야 한다. 즉 특정한 주제에 관해 설립되지 않아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일에 소홀히 하는 관변단체로 전락하기보다는 마을 단위, 구 단위 정도의 작은 범위에서부터 특정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목표 설정을 해야 한다. 이것은 NGO가 가지는 정체성을 확립해줄 뿐만 아니라 재정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타당성을 만들어 준다. 그 NGO가 추구하는 이익에 같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그 NGO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또한 NGO가 특정한 분야에 치중하게 되면 시민들은 자신들이 소속한 집단의 경제 발전이나 복지 증진 등 시민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NGO의 기여와 큰 연관성을 가짐을 깨닫는다. 결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NGO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 관료적, 엘리트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비정부기구가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시민은 NGO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꾸고 진보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정부가 취하는 제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시민들은 항상 정부가 가지는 권력에 저항할 힘을 지니고 있고 실제로 이루어지는 제도에 대해 구체적인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있는 시민들이 우리나라에 많다. 아직 민주주의가 모든 국민들에게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정부와 국가권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진보는 사회의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시애틀의 근린 의회의 경우 정부가 만들어준 제도의 틀 아래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도시 성장 과정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건전한 사회참여와 진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한 예가 된다. 또한 비디오에서 보여주듯 독일의 납세자연맹(Bund der Steuerzahler)은 회사원부터 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참여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이 대규모로 움직이며 부당한 과세와 재정지출의 비공개, 공공재정 낭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NGO의 활동이 사회발전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회비 지원을 하거나 직접 회원으로서 활동해 본다면 시민 여러 명의 뜻이 합하여 NGO의 영세성과 엘리트성 모두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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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이 되면 연세대학교 사이버교육지원센터에 올라오는 NGO와국제행정 온라인토론 주제. 이곳에서 나는 그동안 강의 시간에 배운 내용과 추가적으로 조사해본 내용을 종합해서 실제로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한다. 논의를 최대한 구체화하기 위해 나는 많은 노력을 했다. NGO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실제 비정부기구나 비영리기관의 사이트에 방문하여 활동내역과 조직원리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


 글을 직접 많이 써보면 주관식 서술형이 대부분인 대학교 시험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 공부하고 공부 과정에서 얻은 모든 지식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만의 언어'로 응결되었다가 풀어진다. 내가 수업 자료의 저자나 참고 자료의 저자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오직 내 힘만으로 용어를 사용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일은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2007.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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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싶다.


한살만 더 먹고 떳떳하게 남들 앞에서 동생의 체면을 버리고 그들을 압도하고 싶다. 친구로서 다가가 나의 모든 생활을 공개하고, 그들과의 웃음 섞인 공감을 얻어냄으로써 거리낌 없이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적인 이미지를 무기로 내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술집에 들어갈 때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친구들과 그저 즐기기 위하여 주어진 시간에 아무런 걱정 없이 풀어지고 싶다. 장난을 치고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고, 같은 나이의 또래가 가졌던 예전의 기억들을 되새겨보면서 하하 웃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나이가 어리면 죄가 되는, 썩어빠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관습을 걷어 차버리고 싶다. 선배가 조금 더 편한 존재로 느껴지는 내가 되고 싶다. 친구를 직장 동료가 아닌 옆집 아이로서 부르고 싶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 서로의 어깨에 서로의 팔을 얹어놓고 '우리는 모두 똑같은 친구, 영원한 친구' 를 모두들 속으로 외치며 걷고 싶다.


조금 더 평범한 남자가 되고 싶다.


고등학교의 기억이 다른 친구들과 거의 일치하는 내가 되고 싶다.  누나들에게 둘러싸이기보다는 형과 남자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고 싶다. 사춘기를 제대로 겪어보았기에 그것을 즐거운 추억이나 로맨스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레디메이드 인생이 지겹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계획과 계산 없이 감정을 툭툭 내뱉는 말만 가지고도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30대 초반에 들어선 어른들이 가지는 취향에 안주하지 않고 10대와 20대의 경계선에 있는 보편적인 한국의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을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바람직한 아이가 아닌 멋있는 청년이 되고 싶다. 귀엽다는 이미지를 지구 저편으로 걷어차고 진지하고 고독한 이미지도 밟아버리고 싶다. 내 의도대로 혹은 의도하지 않은 방향대로 마음대로 망가져도 그것이 흉이 되지 않고 어색함이 되지 않고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유머가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일이 끊임없이 있을 때에도 나의 공부나 일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인간관계의 영역에 있어서 극도로 충실해지고 싶다. 약속이 2개가 겹쳐서 친구들과의 약속을 희생하지 않고 싶다. 그리고 평범한 남자이기 때문에 더해지는 매력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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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속이 시원하네.

200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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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들어와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수많은 가치들이 둥둥 떠다닌다. 공부, 반 활동, 옛 친구들과의 만남, 동아리, 연애, 종교활동, 스포츠와 휴식, 문화생활, 학교와 사회에 대한 비판과 토론..... 이 많은 일을 모두 24조각의 시간 케익 속에 부어넣고 싶지만 때로는 밀려오는 과제물과 조별 모임, 친척 사이의 행사, 예상치 못했던 불상사 등으로 우리가 이미 계획했던 대로 모든 가치들을 섭렵하기 힘들 때가 있다. 하나의 가치에만 집착해도 좋을 것은 없다. 우정이 과해서 사랑이 부족해지거나, 공부가 과해서 휴식과 종교활동이 부족해질 수 있다. 매주 어느 요일 언제에는 꼭 어떤 일을 하자고 계획을 해도 내가 세워놓은 그 계획이 다른 일로 인해 무산될 때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먹을 만큼의 케익 조각만을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먹을 케익은 많이 남겨놓는다. 그 케익이 딸기 케익일지 치즈 케익일지 초코 쉬폰 케익일지는 내가 결정하지 않을 때가 많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규정되는 그 시간들이 어떤 가치를 위해 소비되는지 또한 내가 관여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도 뺏어먹지 못할 나만의 케익이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나의 하루는 만족스럽고, 나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낸 다음 기분 좋게 다른 친구들과 새로운 맛의 케익을 서로 나누어 먹고 바꾸어 먹으면서 나는 다시 한 번 기뻐한다. 나는 혼자 있게 되는 시간, 즉 집에 있거나 공강이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에 나만의 시간을 마련해 두고 사람들의 만나고 헤어짐이 잦은 금요일 밤과 주말에는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주도하는 행사가 있다면 그 반대겠지만 말이다.


  공부의 경우 나는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는 긴 시간 동안 신문이나 TIME지를 읽고, 공강 시간에는 혼자 집중하여 학과공부를 할 수 있도록 조용히 연합신학대학원 도서관으로 향한다. 다른 시간에 공부 외에 다른 가치에 나를 맡기기 위하여 학생의 본분이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학문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시간대에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저녁 시간의 케익도 나만 먹기 힘들 때가 많으므로 수업이 끝난 직후부터 3시간 동안에는 공부와 같은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씁쓸한 맛을 내는 '공부' 케익은 너무 써서 일정량만 먹지만 매일 꼭 먹는다. 운동과 휴식도 마찬가지다. 매주 3회 운동하고 여러 가지 영양제를 섭취하는데, 이 일은 반드시 규칙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는 일이므로 아무도 간섭하지 못하는 저녁 9시에 배정해 놓았다.


  대학에 오고 나서 으레 만나게 되는 수많은 정기모임과 뒷풀이와 MT는 나 스스로의 계획만으로 이루어진 삶을 힘들게 만들 때가 있다. 그런데 단순히 타인의 의지가 나의 계획에 간섭하는 것에 화를 낸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배려심을 발휘하는 동시에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나만의 계획을 단순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너무나도 이기적이어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주 어느 요일 몇시에 정기적으로 하는 일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두 계획해 놓았는데, 이것이 현실성을 갖지 못하게 되면서 차츰 융통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약속을 불문하고 모든 약속은 아무리 늦게 해도 약속 날짜 5일 전에 하게 되기 마련이어서, 나는 약속을 하는 순간까지 자유롭게 남겨두었던 시간들을 그때 되어서 정리해 나가면 된다. 갑작스런 약속이 찾아온다면 그 약속은 단호하게 거절해도 된다. 약속을 그렇게 늦게 한 사람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종합하자면 '사람들과 만나는 일' 케익은 우정과 사랑을 담고 있는 매우 달콤한 케익 조각이다.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 내가 하루에 꼭 먹기로 결심한 케익 조각들을 못 먹게 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술은 과하면 안 된다.


  우정과 사랑이라는 가치가 꼭 약속을 통한 행사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중에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은 생각해보면 참 많다. 마주치면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이라도 대화를 꼭 하기를 바란다. 특히 문자메시지의 경우는 잘게 쪼개진 시간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일이다. 작은 아이스크림 숟가락으로 케익을 떠먹는 정도지만 하루 중에 아예 '우정과 사랑' 케익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하나만 더 말하고 싶은데, 사랑이냐 우정이냐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내가 주도해서 우정과 사랑에 해당하는 케익을 하루에 일정량 항상 준비해놓고 있는 이상 그 고민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여자친구들을 만난다고 해서 내가 우정보다 사랑을 중요시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언제나 '언젠가는 끝날 가능성이 있는' 사랑보다는 '영원한' 우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정을 확인하고 쌓아갈 때는 학교나 바깥에서 친구들과 만나거나 혹은 전화나 문자 등으로 이야기할 때뿐이다. 즉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자신의 하루 중 일정량 준비해 놓고 그 시간에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만들거나 나만의 시간으로 채우지만 않는다면 나는 충분히 우정을 지키면서 사랑까지도 성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케익을 잘 먹는 법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여러 가치들이 서로 간섭하거나 충돌하지 않으면서 케익 안에 스며들도록 하면 되고, 그 중에서 매일 반드시 먹어야 할 케익을 따로 잘라놓으면 된다. 다채로운 가치를 추구하여도 우리 대학생들은 시간에 쪼들리지 않을 만큼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다채로운 가치의 추구는 잡다한 관심사를 만드는 일과 전혀 다르고 이 둘을 헷갈려하면 안 된다. 인생을 조금 더 풍부하게 보내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면 적은 시간에 많은 가치를 얻어내려 노력하고 자기가 감당할 만큼의 약속만 잡고 앞서 말한 다양한 가치를 포괄하는 시간 분배를 계획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수많은 위치 중에서도 대학생의 위치에 선 사람의 경우에는 골라 먹을 수 있는 케익의 맛이 가장 다양하고 풍부해서 다른 때보다 훨씬 신중한 가치 선택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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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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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의 사람들, 특히 여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무대 위로 밀어올리는 남자들이 있다. 커다란 목소리로 그 시간 동안만큼은 모임 속의 모든 이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들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점점 흥분해간다. 그들은 자신을 낮춤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사람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쌀쌀한 날씨에는 분위기를 더 띄우자며 먼저 외투를 벗고, 밤이 깊어갈수록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번씩 가까이 다가가 서슴없이 본능에 충실한 한마디를 던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를 나름대로 헌신적인 사람으로 평가하고 그와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려 하면 그는 오늘 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먼저 병나발을 분다. 몇 번 소리를 지르고 하늘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욕을 해대고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끌어안고 있다가 이내 그는 정신을 잃고 사람들 사이를 헤맨다. 그가 관심을 가졌던 많은 여자들은 아무런 로맨티시즘 없이 그와 약간의 대화를 나누다가 저 멀리 사라지는 그를 보고 이내 제 갈길로 다시 찾아간다.

  방금 이야기한 상상의 인물인 '그'가 조금 더 자신의 평소 이미지를 차분하게 관리해 왔다면, 게임과 장기자랑과 술과 같은 순간의 쾌락을 위한 도구에 심취하여 자신의 깨어 있는 정신을 죽도록 내버려두지만 않았다면 그가 관심을 가졌던 주위의 이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남자는 적극적이어야 하지만 언제나 '그 이성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성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야 한다. 대학교의 MT와 같이 긴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유흥을 즐기는 활동 속에서 과연 주목받는 일이 가치있는지는 의문이다. 제 한몸 가눌 수 없이 대중의 박수와 환호를 먹고 사는 마당발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의 적극적인 모습은 주변 사람들이 심심해하지 않고 즐거워하게 만들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즐거워했던 사람들은 너무나도 이기적이어서 적극적인 그 모습이 도를 넘어섰을 때 그에게 등을 돌린다. 이성의 경우 이 현상은 더욱 심하다. 동성 친구들은 자기 몸을 가눌 수 없는 그를 친구로서 동정심을 가지고 부축해 줄 수 있겠지만, 이성 친구는 그러한 부축을 선뜻 자원할 용기와 근거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단체 속의 사람들이 함께 노는 '짧은' 시간에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적극성을 보이는 남자보다는 평소의 '긴' 시간에 '자신'만을 대상으로 하여 열심히 접근하는 남자에게 훨씬 더 큰 호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기의 이미지가 가벼운 이미지로 손상되어도 좋다는 인상을 풍기는 사람보다 굳건히 자신의 무거운 이미지를 고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여자의 남자를 향한 농담과 비방과 조롱이 자연스럽게 먹혀들어가는 남자들이 연애에서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남자들의 크나큰 착각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같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했던 여자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연속해서 보인다고 실제로 그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인 줄로 여기는 착각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행위가 곧 적극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곳에서는 착각하는 남자들의 수가 배로 증가한다. 이들은 술을 마시면서 주목받는 이들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마당발의 성격을 띠고 동시에 이러한 착각을 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남자도 없다. 만약 자신의 성격이 소심하여 술을 매개로 좋아하는 이성과 친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장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라. 혼란스러운 MT방에서 긴장이 풀어진 여자들이 바로 넘어올 것이라는 기대는 일절 하지 않는 것이 원래부터 옳은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적극적인 모습은 참 좋다. 놀라움과 기대감이 결여된 일상에서 잠시 사람들과 탈피하는 일도 좋다. 하지만 적극적인 사람은 평소의 자신의 모습으로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되돌아갈 수 있는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자신의 좋은 측면을 강조하기보다 소수자나 약자의 모습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강조한다면 주위의 사람들과는 동성과 이성을 불문하고 깊은 인간관계를 가지기 힘들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특별히 술을 조심해야 한다. 잠깐 동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을 거닐며 사람들의 호응을 주도했던 이들이 몇 시간 뒤 저 뒷구석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처량하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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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나였다. 공부는 내 심심한 머리에게 뜀박질 할 기회를 주었고, 모범생 이미지가 싫어 홍대 근처의 드럼 연습실에서는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꼭 나의 친구들과 함께 긴 하루동안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나만의 밀실에서 조용히 나를 섬세하게 조각해나가고, 언젠가는 매끈한 다비드상이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멋진 사람으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 인생을 넘겨 왔다.

  하지만 오후 6시까지 신과대학 도서관에서 혼자 신문과 계간지와 정치학 교재 따위를 읽고 있던 나는 내게 즐거움을 주는 글에 풍덩 빠져 있다가 잠깐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 순간 몸이 싸늘해짐을 느꼈다. 지하 2층, 이 늦은 시간에 나라는 인간은 커다란 도서관 안에 덩그러니 놓여 1시간 동안 앉아있었던 것인가. 나는 거만하게도 혼자만의 별 볼일 없는 글 읽기에 빠져 그 넓은 도서관을 차지하고 있었다. 신학대학원 소속의 사서는 '이제 문을 닫을 시간입니다' 하고 나에게 조용히 외쳤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나를 부끄럽게 할 줄은 몰랐다. 공부는 좋은 일이지만 왜 나는 일부러 말끔하게 한산한 곳을 그것도 혼자 찾아갔는가.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밀실'은 갑자기 나에게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안겨주는 낯선 공간으로 바뀌었다.


  아직 따스한 봄날의 기운이 남아있는 캠퍼스였지만 점점 초저녁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이 시간에 대학 캠퍼스를 아무리 쏘다녀도 나의 친구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갔겠다는 사실을 체감하자 나의 마음에는 꽃샘추위가 몰아닥쳤다. 조금만 나의 성향을 바꾸고 조금만 더 내가 계획을 세울 때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도록 유도했다면 오늘과 같이 쓸쓸한 1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밀실에서 나를 섬세하게 조각하는 일은 그동안 신비롭고 매력적인 일로 나에게 기억되어 항상 나를 유혹했지만, 이제는 나도 갑자기 밀실이 낯설어진다. 수백명의 친구들이 모여있는 작은 광장의 무대 위로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자꾸 생겨난다. 사람들과 손을 잡고 본능에 따르는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고 싶다. 대학 생활의 쓴맛과 삐걱거리는 세상에 대한 진지한 토론으로 모두들 우울한 분위기에 잠길 수도 있지만 학우들의 맑은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즐거울 것 같다. 외로움이 아무 이유없이 찾아온 오늘, 그 이유가 혹시나 내 자신에 있는 것은 아닌지 멍하니 앉아 생각해본다.


2007.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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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면 꼭 이상한 꿈을 꾼다  (0) 2008.07.27
민족제 편집하고 DVD 굽다.  (0) 200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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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블로그를 못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학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았다. 강의와 자습을 포함한 실질적인 지식의 습득은 물론, 대학교에서 생활하며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정보의 습득에 치여 살았다. 학생의 본분은 뭐니뭐니해도 공부이므로 내가 본격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어울려 생활하기 전에 개인의 신상을 점검하고 나 자신이 공식적인 과제를 수행할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둘째, 혼자 끙끙 앓고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릴 만한 사색은 설 자리를 잠깐 내 주었다. 나는 블로그에 나의 모든 것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의 스타일을 알려줄 수 있고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가치있는 인간인지를 일깨워 주는 생각은 거침없이 글로 표현해낸다.


셋째, 그동안 블로그와 같은 1인 미디어가 아닌 싸이월드 같은 다인 미디어에 조금 더 신경을 썼기 때문에 블로그에 소홀했던 점도 없지 않다. 난 우리 반 클럽에 가서 친구들의 100문 100답을 주의 깊게 읽어보고, 공지사항을 매일 둘러보고, 가끔씩 친구들의 미니홈피에 찾아가 방명록을 남기고 또 나에게 온 방명록을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았다. 하지만 남들이 아닌 자신을 알아가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어차피 매일 밤이 깊어가면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나를 점검할 것이니까 조금 더 나에 대한 글을 많이 써보면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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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강한지도 벌써 열흘이 넘었다. 대학에서 공부는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이때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갑게 인사하며 그들을 내 곁에 붙잡아 둘 것인지 등을 생각하면서 열흘을 보냈다. 중첩된 생각이 머리를 짓누르는 나날들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항상 매일 새로운 고민을 하지 말고, 차라리 내가 살아갈 모든 나날들에서 공통적으로 통할 수 있는 나의 생활 양식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반복되는 일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은 그 일상에 젖어들어 나중에는 일상의 반복에 안주하는 것에 상당한 행복을 느낀다.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별 탈 없이 서서히 발전해 나가면서 인생을 살아갈 대략적인 요령을 터득했다는 것에 있다. 물론 가끔씩 일상에서 탈출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문화 활동에 참가해야 인간의 행복에 근접할 수 있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일상은 그러한 부정적 맥락에서의 일상이 아니다. 일에서의 성공과 인간관계에서의 성공, 크게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장하기 위한 긍정적인 일상의 패턴을 마련할 필요성을 나는 주장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활의 대략적 패턴은 이렇다. 우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 혼자 있을 때는 공부와 여가와 건강에 크게 신경쓴다. 그리고 개인적인 준비작업이 끝나면 대인관계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준비를 한다. 특히 대학생 때에는 모두들 각자의 개인적 성공이 매우 큰 관심사이기 때문에 모두들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정보와 지식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남들이 보기에 눈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된다. 자기 일에 착실한 사람은 누구든 존경과 애정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남들에게 접근하고 대화를 해보아서 호의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 충분히 생각되어질 때 나는 남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접근한다. 매일 집을 떠나 대학교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는 사람들과 만난다. 그들에게 만남의 인사를 하고 안부를 전하고, 그 다음 대화를 한다. 나의 경험을 말해주거나 친구들의 최근 생활 중 어떤 일들이 있는지를 마치 서로에게 뉴스를 전달해주듯 풍부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친구들이나 현재 접근하고 있는 이성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낸다.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을 내 머리에 조금씩 작성하기 시작한다. 한번의 대화는 한 사람에 대한 프로필 전체의 1% 정도만 만족시킬 정도로 천천히 사람들을 알아간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일 경우 나는 그들과 추후에 서로 만날 수 있는 약속을 한다. 약속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에 대한 약속이다. 같이 도서관에 가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농구를 하거나 고민상담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볼링장에 가거나 당구장에 가거나..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고, 사람과 사람은 단순한 대화를 넘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하여 친해진다. 약속을 하고 나서는 다시 나의 개인적인 공간으로 되돌아가 공부와 여가와 건강에 다시 신경쓴다. 사람들과 만난 다음 깨달은 점은 간단하게 수첩에 메모를 하거나 그 깨달음이 중대한 의미를 가질 경우 블로그로 옮겨적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접근하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거나 적대적일 경우에는 나는 절대 당황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한 순간이 지나면 사라질 이유들이다. 즉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사람이 나를 만나기를 원치 않는다 해도 나중에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접근하면 호의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이 만약 나를 장기간 동안 적대적으로 대할 때에도 나는 나의 자기 존중심을 잃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에게 적대적이라고 해서 내가 모든 사람에게 적대적인 인간은 아니다. 조용히 물러나고 나에게 호의적이고 나와 성향이 잘 맞는 짝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친밀감으로 내 곁에 있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일은 매우 어리석다. 나와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한편, 나를 마주치기도 싫은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균일한 친밀감을 유지하려 하면 인간관계를 망친다. 그 말은 나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에 내가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이 끝난 뒤 다시 개인적인 공간으로 되돌아가고, 다음날 커뮤니티로 돌아올 때 새로운 대화를 시작한다. 대체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한 번 교차하면 하루가 지난다. 하루가 365번 지나면 일년이 지날 것이다. 일년이 네 번 지나면 대학교의 생활도 막을 내릴 것이다. 삶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말 편하게 다가온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드는 일은 나를 긍정적인 일상 속에 보호함으로써 힘겨워 보이는 삶을 매우 즐겁게 만들어준다. 대학교 생활이 항상 행복하게 지속되기를 나는 매일 기도한다. 그리고 나의 삶은 물론 다른 친구들의 삶까지도 항상 편안하고 완만한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그리며 진행되기를 바란다.


2007.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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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나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모습만을 보이려 애쓴다. 실제로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충돌한 적은 없다. 적어도 내 얼굴에 달린 두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드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돌아다니며 내가 먹을 만큼의 풀만 뜯고 유유히 활보하는 한 마리의 양처럼 나는 살아왔다. 난 내가 풀을 뜯어먹음으로써 다른 양들이 엄연한 피해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나의 배를 채우고 내가 사라지는 순간, 나의 시야가 자취를 감춘 그 초원에서 다른 어떤 양 한마리는 나 때문에 자신의 먹을 풀을 빼앗기고 만 셈이 된다. 주위 사람들이 나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갖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사람들과 이미 멀리 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과정은 생각해보면 수도 없이 많은 듯하다. 아무리 나의 입장으로 생각해서, 나의 가치관에 비추어 보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었다고 여기더라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의 말과 행동이 모욕이나 비정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들이 나를 평소에는 좋아하다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싫어하게 되었을 때, 그들의 마음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말을 걸면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주던 친구들은 어느날 나를 피하고 나에게 매서운 눈총을 보내고 쓴소리를 한마디 던지고 사라진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나에게 직접 대면하여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난 너 때문에 지금 많이 서운하다. 그날 왜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그런 말 한마디를 던질 수가 있니' 같은 말을 드러내기보다는 나에게 서운한 마음을 무언의 행동 패턴으로 나타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무언의 반응을 빨리 관찰하고 나에게 서운했던 이들에게 '누구누구야, 요즘 나에게 서운한 일 있어? 도통 보이질 않네. 예전에 내가 말실수 같은 걸 한 적이 있다면 말해봐. 나도 모르는 나의 실수가 있었나봐.' 정도의 말을 던져 주어야 한다. 그러한 반응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으면 나와 나에게 서운한 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절된다. 소위 '서로 쌩까는' 현상이 대두하는 것이다.

  자신은 남들에게 항상 물질적,정신적 도움을 제공하고 웃음을 선사하고 함께 모이는 시간을 주선해 주며 언제나 호의적으로 대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언행이 다른 사람에게 좋게 다가왔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나의 가치관이 아닌 그 사람의 가치관이다. 인간관계에서 성공했다고 자만하는 사이 다른 사람은 벌써 나에게 약간의 서운한 감정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방치하지 않고 내가 주도하여 해결하려는 자세는 다른 사람을 한번 더 감싸주고 그들에게 한번 더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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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도 수강신청이라는 것을 했다. 떨리는 감도 없지 않았으나 침착한 마음으로 그러나 민첩함을 가지고 진지하게 수강신청에 임했다. 모두 알다시피 연세대학교의 수강신청은 인터넷의 대학 포탈사이트에서 오전 9시 정각이 되면 일제히 시작한다. 핸드폰 시계를 기준으로 하면 된다. 나는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서 수강신청 한달 전부터 나만의 예상 시간표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학교의 제도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 신입생들에게 주어진 책자를 열 번 정도 읽어 숙지했다. 결국 나의 노력이 조금 더 민첩하게 수강신청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래에 나의 2007년 수강신청 과정을 자세히 적어놓을 것이니 나도 다른 사람들도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tep 1 내가 들어야 하는 교과목을 알아두자

학부생인 나는 학부기초, 학부필수(이해과목), 계열기초(입문과목), 학부선택, 전공탐색 이렇게 다섯 과목을 듣고, 사회과학계열이므로 최대 18학점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제도는 숙지한다.


Step 2 같은 반 혹은 같은 친구들끼리 듣는 과목을 알아두자

나는 OT 둘째날에 주위 사람들과 같이 듣는 과목을 정했고, 우리 사과 6반의 경우 정치학입문과 통계학입문은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Step 3 timetabl.com에서 목표 시간표를 만들자

자신이 신청해야 하는 과목들이 좋은 교육과정과 좋은 교수님과 적당한 동선과 적당한 시간을 가지고 있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과목들이 겹치지 않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timetabl.com을 쓴다. 포탈사이트에 들어가 수강편람을 보면 과목에 보라색 화살표가 있는데, 그것을 꼭 보고 성적 평가 요소를 유심히 본다.


Step 4 수강신청하기 좋은 곳을 찾아보자

연세대학교와 가까운 PC방에 가자. 집에서 수강신청할 경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인터넷이 빠르다고 신뢰할 수 있는 PC방에 가자. 이러한 곳에서 자기의 개인정보를 누출하지 않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Step 5 로그인하고 준비하자

오전 7시부터 로그인할 수 있다. 이미 수강신청된 과목도 있을텐데, 그 과목이 마음에 들면 절대 그대로 놓아두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삭제한다. 이제 나의 희망과목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배정인원이 빨리 없어지는 과목, 즉 시간이 편하다던가 교수가 좋다던가 하는 그러한 과목, 같은 시간대라는 점에서 대안 선택의 폭이 좁은 과목, 전공신청이나 졸업요건을 고려했을 때 학점이 높거나 교과목의 측면에서 중요한 과목을 희망과목 리스트의 위에 올려놓는다. 자신이 신청할 이상적인 과목들을 앞서 말한 요소를 고려하여 순서대로 희망과목 리스트에 추가하고, 그다음 대안과목을 그 밑에 추가한다. 학부선택과 채플은 가장 밑에 놓는다. 과목을 정확히 클릭하는 연습을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미리 해놓아도 괜찮다. 메신저는 모두 끄고, 잡다한 악성코드 검사나 광고창 등이 등장하지 않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 오직 인터넷 익스플로러 3개의 창만 띄워놓는다. 포탈, 수강신청내역, 희망과목리스트. 특히 로그인을 한 뒤 희망과목리스트 창을 띄워놓고 다시 로그아웃했다 로그인하여 희망과목리스트 창과 수강신청내역 창이 서로 소통하지 않도록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은 창의 위치인데, 희망과목리스트 창과 수강신청내역 창이 겹치지 않게 놓는다.

오전 8시 50분이 되면 정신을 집중시킨다. 8시 59분이 되면 본격적인 긴장을 시작하고, 핸드폰 시계를 기준으로 59분이 되었을 때 즉시 스톱워치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1분을 잰다.


Step 6 누르자

오전 9시가 되면 바로 희망과목 리스트의 첫째 과목을 누른다. 이때 모든 학생들은 연세대학교 포탈 서버에 Queue되어 있을 것이고, 서버는 밀리세컨드 단위로 공정하게 배정인원을 채워나갈 것이다. 첫째로 클릭한 과목의 수강신청 인원이 초과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다. 첫째 과목을 클릭하고 나면 수강신청내역 창이 하얗게 변하는데, 밑의 게이지가 올라가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다. 게이지가 올라갈 때에는 다른 과목을 절대 누르지 않는다. 가만히 게이지를 보면서 다음 과목의 학정번호 위에 마우스를 올려놓고 있으면 된다. 게이지가 4개 정도 차면 수강신청내역에 과목이 등록된다. 등록을 본 즉시 희망과목리스트의 다음 과목을 누른다. Step 5에서 말한 희망과목리스트의 순서 결정요소를 잘 지킨다면 한번 인원초과로 인해 다른 과목들에서까지 인원초과를 겪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원초과를 비롯한 모든 메시지창이 나오면 그것을 순수하게 클릭으로 없애지 말고 엔터키로 없앤다.

가끔씩 '로그인..' 으로 시작하는 에러 메시지를 만나 강제로 로그아웃 당할 때가 있다. 이때에는 침착하게 다시 로그인을 하고 빨리 희망과목리스트를 띄워놓고 계속 일을 진행하면 된다. 또한 가끔 내가 신청해 놓은 과목들이 순간 모두 사라지면서 0학점으로 변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포탈 서버의 데이터 전송상의 문제일 뿐 행정적으로는 내가 한번 신청한 과목이 안전하게 보존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Step 7 정리

학점을 모두 채우고 과목을 올바르게 모두 등록한 뒤에는 안전하게 모든 창을 닫아야 한다. 애써 등록한 과목들 실수로 취소하지 말자. 가만히 창을 닫아주면 된다. 내가 등록한 과목이 안전하게 보존되었는지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걱정이 된다면 주위의 프린터로 시간표를 인쇄하여 물증을 확보한다. 언제나 로그인 상태에서는 자신만 컴퓨터를 다루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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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으로 나는 첫 단추를 꿰었다. 만족스러웠고 그날 나는 기분 좋은 상태로 사람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술을 과하게 마셔서 그런지 집에서 울렁임을 못 참아 분출하기는 했지만, 해독 작용을 하는 여러 건강식을 밤에 먹고 다음날 아침에도 먹으니 개운했다. 대학 생활은 항상 새로운 것으로 가득차 있다. 정말 알고 싶은 내용이 들어있는 책은 밤새 읽어도 졸리지 않듯이, 정말 익숙해지고 싶은 대학 생활은 항상 그곳에 몸을 담고 있어도 힘들지 않다.

* 전공 수강신청은 또 다르죠 ㄲㄲ
속편 출시예정?? 힘이 닿는다면 함 해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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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고 있다. 그의 생각에 100% 동조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주제에 대한 그의 짧은 소견에서 나의 등허리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기쁨을 샘솟듯 맛본 적이 몇 번 있다. 평소에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다 과연 이 생각이 정당한지 의심만 하고 있던 나는 히틀러를 만나 기분이 좋다. 바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든다는 삶의 원리를 나는 참으로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새로운 사회주의 노동당을 만들기 전에 점점 붕괴해가는 독일 민중의 우매함을 비판하는데, 그중에서 그가 지적한 것은 방안에만 틀어박힌 세대의 출현이었다. 신체의 발달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편한 인생을 위한 낭만에 젖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퇴폐적인 풍속에 빠지는 모습이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 둘째로는 교육과 훈련으로 해악의 총체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은 결국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만 깃들 수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다. 개별적인 예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국민 대중에게 주목할 때, 이 명제는 특별히 전적으로 타당하다.

  전전(戰前)의 독일에서는 사람들이 신체를 부당하게 다루고, 정신의 일면적인 단련에 의해 국민이 위대해지기 위한 보다 확실한 보증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중부 독일의 작센 루르 지방에서는 이른바 지식층으로부터도 이 유태적 질병에 대한 진지한 저항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들 자신이 곤궁해서가 아니라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허약한 육체는 종종 인간을 비겁하게 만드는 첫째 원인이 된다.

  순수하게 정신적인 가르침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신체적 단련을 소홀히하면 젊었을 때부터 성적 관념의 싹틈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스포츠나 체조에 의하여 강철같이 단련된 청년은, 순전히 정신적인 양식만을 섭취하며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던 자보다 관능적 만족의 요구에 있어 우월하다. 합리적인 교육은 이 점을 생각해야 한다. 더욱이 건전한 청년이 여성에게 거는 기대는 젊었을 때 이미 타락해 버린 겁쟁이의 기대와는 다르다. 교육은 이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전체 교육은 청년의 자유시간을 신체의 유익한 단련에 이용하도록 하는 데에 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들은 주어진 일을 한 뒤에는 육체를 단련하거나 강건히 하고, 장래 자신의 생활상이 너무도 나약하다고 여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준비하고 인도해 주는 것이 청년 교육의 과제이며, 이른바 지식을 주입시키는 것만이 과제는 아니다. 자기의 신체를 관리하는 것이 각 개인에게만 국한된 사항이라고 믿는 관념을 제거하는 것도 교육의 과제이다. ..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무시하며 내가 원하는 대로 한 달 정도 생활한 자신이 슬슬 부끄러워졌다. 겨울이라는 추운 계절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 겨울에 내가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운동을 즐겨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어두운 조명 아래 부드러운 의자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을 뿐, 신체의 건강을 위해 화창한 아침에 조깅을 한다던가 혼자 농구 연습을 한 적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러한 모습으로 겨울을 보냈기 때문에 몸도 조금 쇠약해지고 눈도 침침해진 것 같다. 2월 초부터 열심히 드럼을 연습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음악 활동이지 운동이 아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서 하루빨리 고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공부를 잘하면서 분위기 있는 남자'가 가장 멋있는 남자라는 착각이다. 나의 이데아가 표상하는 이 남자는 운동을 잘 못하고, 운동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공부도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근력을 적당히 키운 '몸짱'이 진정한 남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과 날렵한 움직임으로 경기장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나의 '분위기에 홀린 두뇌'를 깨워야겠다. 건강한 정신을 받아들이고 나의 인생에서 조금 더 진일보할 수 있도록 건강한 신체를 인생의 기반으로 다져놓자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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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 1129번 버스를 탔다. 광고지를 붙였다 다시 떼어 하얀 종이가 붙어 있던 유리창, 계속 바뀌어 덧붙여지고 헐거워진 버스 노선도,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깔끔한 오렌지색 의자와 말끔한 바닥만이 남았다. 어수선하던 버스기사 아저씨 좌석에 있던 동전 상자와 교통카드 개표기, 그리고 그 밑에 실뱀처럼 늘어져 있던 전기 코드도 예쁘게 정리되었다. 옛날에 종로 주변을 배회하는 파란 저승강장 버스에 탔을 때 광고지 하나 없는 깔끔한 내부에 반한 적이 있다. 간선버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지선버스에도 옮겨오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종로와 광화문 주변의 거리 풍경을 둘러보아도 서울이 많이 깔끔해졌다는 이미지를 받을 수 있었다. 광고가 없다는 것이 도시 미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광고가 없으면 도시 미관보다 오직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활동 영역이 그만큼 좁아지고, 통일된 환경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의 경우 한국처럼 마음대로 간판을 만들어 붙일 수 있게 하지 않는다. 그 나라의 정부에서 도시를 아름답고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개입을 하는데, 정부 차원의 노력이 통일된 색조의 거리를 만들고 통일된 재질의 건물숲을 만들어낸다. 간판이 대표하는 상업성이 정부의 힘 앞에 굴복하였기 때문에 가게나 사무실의 이윤 증가를 막는다는 염려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어떤 영업소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간판이 없어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이미 가지각색의 커다란 간판이 외벽을 뒤덮고 있는 서울의 한 건물에서 맥도날드가 1층에 새로 개점한다면 빨간 간판때문에 더욱 어지러운 외관을 만들 것이다. 그런데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 개업한 맥도날드는 정부의 규제에 의해 고유의 빨간 간판을 금색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거리에는 특히 의류 매장이 많았는데, 그 매장의 간판을 모두 금색 계열로 만들자는 정부와 기업 간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본 버스 또한 그 디자인이 마치 정부에서 규제해놓은 것처럼 모든 버스에서 공통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통일성은 정부에서 관리하지 않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받아들여도 충분히 가능하다. 1850년 파리의 도시 계획을 주도한 정치가 오스만(Haussmann)은 도시를 이루는 도로와 철도와 다리, 심지어 도시의 대칭성과 가로등과 야외 화장실까지도 정밀한 디자인과 계획을 통해 개편하고 창조했다. 그가 너무나도 독재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갔기에 루이 나폴레옹이 취임한 제2제정기에 25년간의 정치 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고풍스런 고딕 양식의 도시는 지금까지 남아서 파리 시민과 외국인들에게 경제적으로는 관광 수입을, 정서적으로는 '파리의 낭만'을 선사해주고 있다. 서울 또한 마음대로 기업에게 도시 외부의 풍경을 좌우하도록 방치하기보다는 약간의 규제를 통하여 일관되고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떨까. 우선 광고와 간판 없애기부터 시작해야 될 듯하다. 낡은 시설을 예쁘게 보수하는 일은 그 다음의 문제일 것이다.


2007.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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