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없으면 도시 미관보다 오직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활동 영역이 그만큼 좁아지고, 통일된 환경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의 경우 한국처럼 마음대로 간판을 만들어 붙일 수 있게 하지 않는다. 그 나라의 정부에서 도시를 아름답고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개입을 하는데, 정부 차원의 노력이 통일된 색조의 거리를 만들고 통일된 재질의 건물숲을 만들어낸다. 간판이 대표하는 상업성이 정부의 힘 앞에 굴복하였기 때문에 가게나 사무실의 이윤 증가를 막는다는 염려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어떤 영업소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간판이 없어도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이미 가지각색의 커다란 간판이 외벽을 뒤덮고 있는 서울의 한 건물에서 맥도날드가 1층에 새로 개점한다면 빨간 간판때문에 더욱 어지러운 외관을 만들 것이다. 그런데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 개업한 맥도날드는 정부의 규제에 의해 고유의 빨간 간판을 금색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거리에는 특히 의류 매장이 많았는데, 그 매장의 간판을 모두 금색 계열로 만들자는 정부와 기업 간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본 버스 또한 그 디자인이 마치 정부에서 규제해놓은 것처럼 모든 버스에서 공통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통일성은 정부에서 관리하지 않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받아들여도 충분히 가능하다. 1850년 파리의 도시 계획을 주도한 정치가 오스만(Haussmann)은 도시를 이루는 도로와 철도와 다리, 심지어 도시의 대칭성과 가로등과 야외 화장실까지도 정밀한 디자인과 계획을 통해 개편하고 창조했다. 그가 너무나도 독재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갔기에 루이 나폴레옹이 취임한 제2제정기에 25년간의 정치 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고풍스런 고딕 양식의 도시는 지금까지 남아서 파리 시민과 외국인들에게 경제적으로는 관광 수입을, 정서적으로는 '파리의 낭만'을 선사해주고 있다. 서울 또한 마음대로 기업에게 도시 외부의 풍경을 좌우하도록 방치하기보다는 약간의 규제를 통하여 일관되고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떨까. 우선 광고와 간판 없애기부터 시작해야 될 듯하다. 낡은 시설을 예쁘게 보수하는 일은 그 다음의 문제일 것이다.
2007.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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