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부터 어제까지 4일동안은 가족과 함께 열심히 드라이브를 했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그리고 해안도로를 타고 망상해수욕장, 양양을 거쳐 다시 서울양양고속도로로 서울.
그리고 엄마 친구를 만나러 수원, 용인, 분당, 친척이 있는 동탄, 다시 서울.
효도관광으로 보람찬 나날들이었다. 지하철을 한번도 타지 않았고 혼자 있지 않았다. 멜론 플레이리스트를 운전하면서 계속 틀었다.
오늘은 그전의 연휴와는 다른 모습으로 지하철을 혼자 탔다. 낙원상가에서 고장난 앰프의 수리를 맡기고 1년 전 이맘때가 생각나는 베히케 시가를 3층 흡연실에서 잠깐 폈다.
그리고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폰으로 트친의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를 클릭하니까 예전의 갤럭시로는 볼 수 없었던 애플뮤직 앱 연결과 함께 3개월 무료 구독을 신청하겠냐는 메시지가 나와 구독을 했다. 그리고 지하철을 다시 타면서 그 애플뮤직을 들으며 블로그로 글을 쓴다.
블로그 글쓰기를 지하철에서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 글 주제가 된 것도 처음인 것 같고.. 두번째일지도 모르겠다.
안 해본 일들로만 가득한 오늘 하루, 연휴는 그렇게 사람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꼭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예약제의 행사에 참가하지 않아도 휴일을 보람차게 보냈다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은 어떻게든 생긴다.
가끔씩 이렇게 생각에 잠길 때는 애플뮤직을 들으면서 있는 생각을 모조리 비워봐야겠고 그것을 블로그에 남겨야겠다. 단 만취한 상태에서 글쓰기는 금물. 한 곳에 긴 문단을 쓰는 훈련은 깨달음과 관찰의 단편이 생길 때마다 찾아가는 에버노트나 문자 수 제한이 있는 트위터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니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똑똑하다고 느끼던 때는 블로그에 긴 글을 체계적으로 많이 썼던 2010년-2011년이라고 생각하고 긴 글쓰기가 원동력이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욱 더 써야겠다.
인스타를 열심히 하고 동영상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지만 인스타에 글은 길게 쓰려고 하면 힘이 나지 않는다고 할까 긴 글을 과연 피드 넘기는 친구들이 주의깊게 읽어줄까 하는 마음에 길게 쓸 수가 없다. 블로그는 조금 더 차분한 공간이어서 그런지 길게 글이 잘 써진다. 인적이 드문 경기도 북부의 숲속 공원이나 카페에 비유할 수 있겠다.
5월 6일부터는 새 사람이 되자는 다짐으로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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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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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때. 운동하고 나서. 일에 지쳤을 때. 스트레칭을 한다. 시티팝을 튼다. 욕실의 창문을 연다. 따뜻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물 온도를 맞춘다. 유노하나 1스푼을 넣는다. 샤워기로 욕조에 물을 채운다. 양 손을 물에 담그지 않는다. 등과 어깨가 차가운 욕조에 닿지 않게 물을 적신다. 물이 무릎을 덮을 때 샤워기를 잠근다. 10분간 무념무상으로 뒤로 기댄다. 오한이 올라와 열기를 받아 날아간다. 몸 속의 모든 오한이 없어진다. 기의 순환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눈을 감으면 눈의 피로가 풀린다. 물을 얼굴과 눈에 적셔서 더욱 더 풀린다. 상체에 식은땀이 맺히고 바깥 바람에 곧 증발된다. 코로는 차가운 공기를 마신다. 10분 뒤 욕조 마개를 뺀다. 물이 다 빠질 때까지 반신욕은 끝나지 않았다. 물이 다 빠지면 천천히 일어서서 밖으로 나온다. 바로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면으로 된 편안한 긴바지와 긴팔을 바로 입는다. 수면양말을 신는다. 마루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히비스커스차나 한방차를 마신다.

오늘의 웰빙을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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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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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방에서 저녁노을을 찍어보았습니다. 색깔이 참 예쁘네요.


Nikon Coolpix s5200으로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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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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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연세-게이오-릿쿄-푸단(YKRF) 리더십포럼의 영상촬영+제작 스탭을 모집합니다.

1. 모집인원: 1명

2. 활동기간: 2012년 8월 6일(월) 09:00 ~ 8월 11일(토) 12:00, 매일 09:00~22:00

3. 촬영장소: 연세대학교, 서울 도심 관광지, 문화유적지 등 (서울 강북지역 내)

4. 업무:

1) 8월 10일(금) 19:00에 있을 Gala Night에 8월 6일~9일간 촬영한 영상을 시간 편집만 하여 시연

2) 8월 18일(토) 24:00까지 최종 동영상 제작 후 제출

<최종 동영상 세부 내용>

확장자: mp4(H.264), 화면 크기: 가로 1080p 이상 wide 혹은 표준, 분량: 8분~10분

로고를 비롯한 이미지/동영상 소스는 리더십포럼 참가자 1인과의 협의를 통해 전달

5. 혜택

1) 봉사시간 인정 (연세대학교, 8시간 X 5일 = 40시간)

2) 급여 (일금 500,000 KRW, 8월 말 지급)

6. 상세요강

1) 촬영을 위한 장비는 연세대학교 리더십센터가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직접 준비 요망 (짐은 저희 포럼 참가자들이 들어드립니다)

2) 카메라 기종은 위의 최종 동영상 견본 정도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아무 기종이나 가능

3) 동영상 원본 파일은 YKRF 리더십포럼 측에 모두 전달

4) 영상의 저작권은 YKRF 리더십포럼 측에 귀속되나 자유 배포 가능

5) 교통카드와 식사는 제공되며 숙박은 제공되지 않음

관심있으신 분은 iamdwlee@gmail.com (대외협력팀장 이동욱,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7학번) 으로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연세대학교 리더십센터로 오셔서 리더십포럼 소개와 간단한 회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행사 당일 영상 촬영 및 제작을 하실 때 저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참가를 해야 되는 입장이지만 스토리보드 구성과 소스 이미지/음악 파일 등에서 많이 도와드리겠습니다.

<YKRF 리더십포럼의 소개>

 YKRF 리더십포럼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며 장차 한국과 일본을 이끌어갈 연세대학교와 게이오, 릿쿄대학교 학생들의 리더십 함양과 상호이해의 도모를 위해 각 대학교의 총장들이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YKR 리더십포럼으로 시작하였습니다. 후에 2006년 푸단대학교가 가입하면서 현재의 YKRF 리더십포럼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지난 11년간 총 11회에 걸쳐 한국의 서울, 일본의 도쿄, 중국의 상하이에서 리더십포럼이 개최되었고 학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동북아시아 협력의 현장에 계신 인사들이 다수 초청되었습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진행된 포럼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후원이 있었을만큼 YKRF 리더십포럼은 한중일 교류와 이를 위한 리더를 양성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2 YKRF 리더십포럼은 전통과 현대가 살아숨쉬는 한국, 서울에서 국제적 대학으로 도약하는 연세대학교에서 열립니다.

 2012 YKRF 리더십포럼에서는 동북아시아 지역과 관련된 현안에 대한 학술토론의 장으로서 삼국의 정치, 경제, 사회, 안보와 외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준 높은 연사와 참가자들과 함께 다채로운 세미나가 열릴 것입니다.

 2012 YKRF리더십포럼에서는 학술적인 포럼을 넘어서 새로운 개념의 한중일 대학생 교류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행사가 진행될 것입니다. 삼국의 대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영화, 드라마, 혹은 시트콤을 함께 시청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Culture Time, 한국의 전통문화와 음식을 맛보고 한중일 교류 현장을 방문하는 다양한 견학 프로그램, 그리고 한중일 삼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Culture Night이 진행됩니다. 아울러 한국 최고의 명문 사학으로서 127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연세대학교 캠퍼스 투어와 함께 전세계 대학생들의 우정과 화합을 다질 수 있는 친목과 교류의 시간이 마련됩니다.

 2012 YKRF리더십포럼은 다음 세 가지의 주 행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eminar: 학술 및 실무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을 모시고 강연을 진행합니다.

 Discussion: 연사들의 강연을 듣고 강연을 토대로 참가자들이 6개의 소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토론을 진행합니다.

 Report: 한중일 학생들이 자신들의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각 조별로 포럼 기간 동안 보고서를 작성한 뒤 포럼 마지막 날 참가자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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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문화원 아르바이트 하면 좋겠다  (1) 2010.06.02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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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7:7로 휴게실에서 윷놀이를 했다. 윷판에는 3개의 함정이 있었다. 첫 모를 넘어 개 자리, 출구에서 두 칸 전의 자리, 그리고 모-걸로 중앙에 온 후 출구로 가는 길의 개 자리. 

 첫째 판은 우리가 이겼다. 그러나 둘째 판, 말 5개 중 4개를 우리 편은 꾸준히 뺀 반면 저쪽 편은 한꺼번에 4개를 연속 도를 이용해 업었다. 어떻게 4번 연속 도가 나오냐며 박장대소하며 저쪽 편은 무척 흥분하였고, 4개 말을 한꺼번에 움직이며 대박을 노리다 결국 첫번째 함정에 빠져버렸다. 우리 편은 둘째 판도 그냥 이겼네 하며 마지막 남은 말을 쭉쭉 뺐다. 

 그런데 마지막 말은 생각보다 순탄하게 가지 않았다. 두 번이나 함정에 걸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 사이 저쪽 편은 말을 3개를 빼고 마지막 2개를 한꺼번에 출발시켜 놓았다. 우리 편은 윷을 던지면 무조건 마지막 말 하나를 움직여야만 했는데, 상대편은 상황을 보아가며 두 개의 말 중 하나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조급해졌다. 함정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며 7명이서 순차적으로 윷을 던졌다. 하지만 저쪽 편은 훨씬 여유로웠다. 윷을 던진 다음 이쪽 말을 움직였을 때 함정에 걸린다면 다른 말을 움직일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쪽 편은 두 가지 진로의 가능성을 항상 남기며 말을 움직였고 결국 한 개 말이 마지막 함정을 무사히 건너갔으며, 나머지 말도 마지막 함정을 건너가도록 했다. (나머지 말을 마지막 함정 바로 앞에 놓은 상태여서 도가 나오면 이미 함정을 건너간 말을 움직이고, 도가 안 나오면 나머지 말을 움직이면 되었다)

 우리가 필연적인 움직임에 조마조마할 때 저들은 윷이 준 메시지를 재량껏 수용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들이 둘째 판을 이기게 되었다. 우리 팀의 왕고(이자 이제는 생활관의 왕고)였던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함정을 만들어놓은 윷판에서는 마지막에 두 개 말을 동시에 운용해야 한다는 것을.

 게임이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줄 때가 있다. 나는 어제의 교훈을 곱씹어보며 내 계획에서 Plan B는 충분히 존재하는가, 위험성이 있는 일 하나만을 맹목적으로 믿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 상황에 더 적합한 모습을 취하는 전략이 얼마나 유용한지도 깨달았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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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dave_mcmt

요즘 주말에 내가 하는 일은 근처 기수 선임과 1:1로 테니스를 치는 일이다. 아침을 먹고 날이 조금씩 따뜻해지려고 하는 9시쯤에 테니스코트로 나와서 2시간 동안 치면 딱 좋다. 혹은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2시간 쳐도 되긴 한데 이때는 더운 날씨를 각오해야 한다.
테니스코트로 가기 전에는 파워에이드 1.5리터와 스니커즈/트윅스 같은 초코바를 사가지고 간다. 그냥 물을 마시는 것보다 조금 돈이 들더라도 이렇게 좋은 걸 먹고 마시면 훨씬 힘들지 않게 테니스를 칠 수 있고 끝난 뒤에도 지치지 않는다. 운동을 할 때만 지치지 않는다고 다가 아니라 운동을 다 한 다음에도 운동을 하기 전처럼 생기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테니스는 축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체력 소모가 되는 운동이라 중간에 자주 쉬어주어야 한다. 파워에이드 1.5리터는 1세트가 끝날 때마다 한두 모금씩 둘이 나누어 먹어서 총 9세트 정도를 하면 딱 없어진다. 나는 정식 경기가 아닌 이상 이렇게 테니스 연습을 할 때에는 복잡한 15점-30점-40점-게임 단위의 점수 산정 방법을 쓰지 않고 단순하게 11점 내기(탁구 스코어링)를 한다. 심판이 한 명 도와주지 않는 이상 점수를 세기 위해 괜히 머리를 쓰면 운동을 위한 능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못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11점 내기를 하면 랠리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우리네 테니스 게임의 특성상 한 랠리가 짧아서 생기는 피로가 원래 점수 산정 방법에 비해 확실히 적게 쌓인다.

미지근한 음료수는 시원한 물만 못하다. 음료수는 반드시 그늘에 놓아야 한다. 초코바를 직사광선에 놓으면 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그늘에 놓아두도록 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
2010. 5. 11.

 요즘 나는 휴가를 나올 때마다 항상 하루는 숭례문 옆에 있는 프랑스문화원에 간다. 그곳의 미디어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군대 안에서 읽은 후 다음 휴가 나올 때 반납하는 식의 독서를 한 지도 이제 2권째다. 사실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고 또 반복해서 외워야 하기 때문에 바쁜 군생활(요즘 국군장병들은 절대로 그냥 팅가팅가 놀지 않는다) 중에 프랑스어 책을 읽으려면 많아야 1권밖에 안 된다. 그러다가 저번 휴가때 미디어도서관 안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대학생 정도 되는 여자분이 다소곳이 한적한 도서관을 지키고 계신 것을 보았다. 아르바이트생 같았다.

 그때 시각은 16시 40분. 도서관을 주로 찾는 불문학과 대학원생들과 멋진 정장을 빼입은 종로 스타일 할아버지들 그리고 한국에 사는 극소수의 프랑스 현지 사람들도 슬슬 저녁 먹으러 나간 시각에 나는 대학교 동아리에서의 모임이 오늘이 아닌 내일임을 알고 시간이 붕 떠서 도서관에서 계속 박혀 있기로 했다. 나는 DVD를 하나 꺼낸 다음 여자분께 TV 리모컨과 헤드폰을 빌려서 DVD 플레이어가 있는 곳으로 갔다. 1시간 40분 정도 되는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운 다음 저녁에 다른 친구를 만날 계획이었다.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그 시간 동안 정말로 프랑스문화원 미디어도서관 안에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와 그 대학생 정도 되는 여자분 빼고는 정적만이 흘렀다. 솔직히 난 머쓱한 기분이 들었고 만약 내가 솔로였으면 이 상황은 완전히 저 여자분께 작업을 걸기 위해 내가 괜히 DVD를 본다는 핑계로 들어왔다고 해석될 수도 있었다. 그냥 멍하니 영화만 보고 있기는 마음이 동하지 않아 여자분이 무엇을 하고 계신지를 보았다. 역시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대학생이나 대학원 초년생이 확실하다.

 그 분은 어떻게 이곳에서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실까? 인터넷의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내서 면접을 보고 오게 되었을까? 이러한 방법이 가장 정상적이지만 내 경험상 이렇게 작지만 권위 내지는 진입 장벽을 가진 곳의 아르바이트는 공개채용보다 인맥에 의한 추천 혹은 스카우트가 우선한다. 가장 높은 확률은 대학교 선배(이자 친한 언니이기도 한)가 자기가 원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가 교환학생이나 취업 등의 다른 일이 생겨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사무실 직원 분에게 후배가 참 괜찮다고 소개하며 칭찬을 해주고 떠난 경우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나름의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도서관 알바 자리와는 그리 개연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아는 사람, 혹은 두세 다리 건너 알게 된 사람과의 관계와 대화를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주선하는 게 도서관 알바와 더 어울린다.

 나는 아직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전역을 하게 되면 프랑스문화원도 더 자주 올 것이고 (물론 휴가때마다 꼭 하루 이상씩 발도장은 계속 찍고 간다) 아르바이트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 내년 5월에는 내가 본 여자분에서 다른 분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원래 프랑스문화원 직원인 슬림 피트의 하얀 얼굴에 단정한 커트 머리를 지닌 똑똑해보이는 남자분은 그대로 계시겠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도서관에 가서 직원과 알바생의 눈길을 피해 구석에 들어가서 책 찾아보고 대출 처리 한 다음 휙 도망갈 게 아니라 대화를 시도해 보아야겠다. 안면을 아는 단계를 지난 후 교환학생 상담을 옆의 CampusFrance 사무실에서 받아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단계까지 가면 그때 슬그머니 알바 얘기를 하면 되겠다. 인간성이라는 묘약은 꽤 많은 경우에서 온라인의 차가운 이력서 시장을 생략하게 해준다. 돈과 지위를 얻는 방법에 보다 유연하고 쉬운 길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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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박4일의 휴가를 받고(연가라고 아시나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군부대라는 공간적 한계 때문에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상점들이 영업을 시작하는 9시가 되기 전에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각종 결제를 하고 그 다음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에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계획을 짜 보았어요. 남들이 일하지 않는 아침에 인터넷은 일하고 있다는 게 저한테는 참 고마워요.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결제를 위해서는 수첩과 체크카드와 보안카드와 USB를 이렇게 펼쳐놓고 결제할 것들을 체크해 가면서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요. 돈 내기도 꽤나 복잡한 일인 것 같아요. 이번에는 공인인증서 재발급까지 해야 돼서 더욱 더 복잡하네요.
 
 위에 제가 쓰는 수첩 3개가 보이네요. 제일 작은 건 군부대에서 제가 건빵주머니에 넣어놓고 다니면서 선임들이나 영외자들의 말을 받아적거나 그날 할 일을 프랭클린 플래너 형식으로 정리해놓는 New PD 수첩이구요, 왼쪽 위에 있는 색깔 종이의 6공 다이어리는 일주일 단위로 1주부터 96주까지 한 장(두 페이지)씩 마련해 놓은 공군 생활 중의 장기계획 수첩이에요. 그리고 오른쪽 아래의 프랭클린 플래너는 입대 전 사회에 있을 때까지 한창 썼던 놈이구요. 이 세 가지 수첩을 번갈아 보면서 다음 휴가가 올 때까지의 한두 달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게 휴가 중에 제가 치르는 중대한 의식이에요. 

  그리고 네이버 N드라이브에 제 증명사진을 올려놓았어요. 사지방(군 PC방)에서 시험을 접수할 일이 생기더라구요, 그 때 사진이 필요하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생각난게 네이버 N드라이브였어요. 아울러 집에서 쓰던 유틸리티 몇개도 슬쩍..

  시계와 외장하드가 고장이 나서 한 9시 정도가 되면 전화해 보고 오늘 고칠 수 있는지 알아볼 거에요. 그리고 1달 동안 잠자던 제 검은색 핸드폰을 114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에게 깨워달라고 해야 돼요. 9시쯤 되면 출발해서 제가 들러야 하기로 예정된 곳을 하나하나 최소 동선으로 찍어가면서 구입을 하고 상담을 하고 그런 일들을 할 거에요. 

  마지막으로 외출을 위해서 군에서 쓰던 지갑을 사회에서 쓰던 지갑으로 바꾸고, MP3와 각종 멤버십카드/할인카드를 꺼내고 자주 가는 장소나 자주 보는 사람들을 따로 적어놓은 수첩을 꺼내고 집에 놓아둔 좋은 화장품을 쓸 거에요.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다 보면 휴가가 참 길다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군바리 기질을 잠시 전환해 놓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저 자신이 그동안의 세월에 따라 얼마나 다른 사회적 자아에 길들여져 있었는지를 느끼곤 해요.

  지금 저에게는 군 생활이 일상이고 휴가가 비일상이에요. 일상에서 비일상, 비일상에서 일상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신중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것 같아요. 복잡하지만 언제나 저는 이 사실로 위안을 삼곤 하지요. 제게는 이곳 서울에서의 제가 현실의 자아이고, 저곳의 삶은 꿈결 속에 빠르게 흘러갈 뿐. 마치 4일 동안 깨어 있다 다시 한두 달의 긴 수면에 빠지는 겨울잠 동물처럼 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정말 시간은 금방 갑니다. 진짜 훅~ 갑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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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o Girl - Deb
Loser - 슈가도넛
Superfantastic - 페퍼톤스
설레임 - 박혜경
Crazy - The Melody
특별한 사람 - My Aunt Mary
Sweet - My Aunt Mary
My Name Is Yozoh - 요조
바나나파티 - 요조
해피엔드 - 토이
Seven Days in Sunny June - Jamiroquai
그런지 카 - 요조
강릉에서 - My Aunt Mary
My Stupid Mouth - John Mayer
Neon - John Mayer
Love Is No Big Truth - Kings of Convenience
바나나우유 - My Aunt Mary
Arthur's Theme - Paris Match
어느 하루 - 롤러코스터
Summer Rain - 불독맨션
Everything Is OK - 페퍼톤스
나는 달 - 토이
Vacation - Belle Epoque
꿈의 팝송 - 언니네이발관
천국의 나날들 - 언니네이발관
2002년의 시간들 - 언니네이발관
인생은 금물 - 언니네이발관
거짓말 - Dear Cloud
그녀 - 짙은

더 없을까??
이글 밑에 댓글로 신청곡 달아주시면 한 6개월 이내에 만들어드리지요

Posted by 마키아또
,
  언제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하루에서 3시간을 보내는 저에게는 그 시간에 도대체 무얼 해야 할지 항상 고민입니다. 공부를 하자, 라고 마음을 항상 먹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요?

  저는 집에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노원역으로 가서 그곳에서 한성대입구까지 간 다음 파란 버스 272를 타고 30분동안 달려서 연대 앞으로 가는데요, 워낙 갈아타는 교통수단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버스 하나 아니면 지하철 하나에 앉아서 쭉 무언가를 하기가 힘듭니다. 가만히 있어야 집중이 되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언제나 노원역과 한성대입구역에서 얼마 전부터 저를 괴롭히는 광고와 서울메트로 뉴스 ... 아 그거 정말 소리가 크더라구요. 제가 지하철을 타는 시간대가 사람들이 잘 안 타는 시간대라서 더욱 더 크고 또렷하게 들려요.

  버스에서는 어디 마음 놓고 책이나 프린트를 볼 수 있나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2분만 종이를 쳐다보고 있으면 머리가 어질어질 해가지고 금방 접고 어지러움을 삭이려고 다시 앉아서 자지요 보통 ㅋㅋ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에 저는 멍하니 있거나 아주 귀에 와닿는 멜로디의 광고를 반복적으로 청취하거나 지하철 위의 광고를 보거나 주변 사람들의 신문을 훔쳐보곤 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하루의 큰 부분을 이렇게 필요없는 정보와 함께 지낸다는 사실이 커다란 낭비라고 생각을 합니다. 차라리 이 시간에 하루에 즐길 수 있는 모든 걸 즐기는 게 낫겠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멜론에서 앨범을 사운드포지로 녹음해서 MP3로 만들어서 듣고는 하는데 앨범 만드는 게 워낙 노가다라 얼마 못 되어 그만 두었구요, 부담없이 즐기면서 듣고 갈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중에 제가 잘 듣는 민트라디오가 있지요. 평소에 이 라디오를 포드캐스트 식으로 들으면서 갈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민트라디오는 꿋꿋히 온라인에서만 들을 수 있도록 해 놓았더라구요. 이 라디오를 밤에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와 듣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라디오를 통학하면서 들어서 하루의 엔터테인먼트를 지하철과 버스 타는 시간에 다 몰아넣자. 

 
민트라디오 창에서 오른쪽 마우스 누르니까 wma 파일이 나왔습니다. 이 파일을 MP3에 넣으면 바로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네요. 
 뭔가 멋진 사이트의 소스 코드를 붙여넣는 이 느낌! 덕분에 민트라디오 몰아듣기를 교통수단 타고 다니는 시간 동안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다 들을 때까지는 즐겁겠네요~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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