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7:7로 휴게실에서 윷놀이를 했다. 윷판에는 3개의 함정이 있었다. 첫 모를 넘어 개 자리, 출구에서 두 칸 전의 자리, 그리고 모-걸로 중앙에 온 후 출구로 가는 길의 개 자리. 

 첫째 판은 우리가 이겼다. 그러나 둘째 판, 말 5개 중 4개를 우리 편은 꾸준히 뺀 반면 저쪽 편은 한꺼번에 4개를 연속 도를 이용해 업었다. 어떻게 4번 연속 도가 나오냐며 박장대소하며 저쪽 편은 무척 흥분하였고, 4개 말을 한꺼번에 움직이며 대박을 노리다 결국 첫번째 함정에 빠져버렸다. 우리 편은 둘째 판도 그냥 이겼네 하며 마지막 남은 말을 쭉쭉 뺐다. 

 그런데 마지막 말은 생각보다 순탄하게 가지 않았다. 두 번이나 함정에 걸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 사이 저쪽 편은 말을 3개를 빼고 마지막 2개를 한꺼번에 출발시켜 놓았다. 우리 편은 윷을 던지면 무조건 마지막 말 하나를 움직여야만 했는데, 상대편은 상황을 보아가며 두 개의 말 중 하나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조급해졌다. 함정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며 7명이서 순차적으로 윷을 던졌다. 하지만 저쪽 편은 훨씬 여유로웠다. 윷을 던진 다음 이쪽 말을 움직였을 때 함정에 걸린다면 다른 말을 움직일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쪽 편은 두 가지 진로의 가능성을 항상 남기며 말을 움직였고 결국 한 개 말이 마지막 함정을 무사히 건너갔으며, 나머지 말도 마지막 함정을 건너가도록 했다. (나머지 말을 마지막 함정 바로 앞에 놓은 상태여서 도가 나오면 이미 함정을 건너간 말을 움직이고, 도가 안 나오면 나머지 말을 움직이면 되었다)

 우리가 필연적인 움직임에 조마조마할 때 저들은 윷이 준 메시지를 재량껏 수용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들이 둘째 판을 이기게 되었다. 우리 팀의 왕고(이자 이제는 생활관의 왕고)였던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함정을 만들어놓은 윷판에서는 마지막에 두 개 말을 동시에 운용해야 한다는 것을.

 게임이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줄 때가 있다. 나는 어제의 교훈을 곱씹어보며 내 계획에서 Plan B는 충분히 존재하는가, 위험성이 있는 일 하나만을 맹목적으로 믿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 상황에 더 적합한 모습을 취하는 전략이 얼마나 유용한지도 깨달았다.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