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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텅 빈 내 책상을 바라보았다

  이제 한 달만 이 학교에서 지내면 2006년이 저물어가는 황혼에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이곳을 떠날 것이다. 물론 2월에 다시 돌아와 약간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내가 이곳에 의무감을 가진 학생으로 남아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나는 편히 쉬려 한다. 기존의 나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거부하고 놀기보다는, 천천히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거꾸로 산책하며 길가에 놓여 있는 꽃 한 송이, 우람한 소나무 한 그루, 발을 헛디디면 죽을 만큼 위험한 외나무다리를 차근차근 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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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아침 나의 잠을 깨워준 고마운 트위티    
          
 오늘 IR 시간을 이용하여 누나가 찾아왔다. 누나는 14일 인도로 떠나 1월 4일 오기 때문에 12월 28일 방학식에 우리 학교를 방문하여 내 기숙사 방의 짐을 싣고 집으로 보내주지 못한다. 오늘의 이 큰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추운 날씨에 미끄러운 언덕길까지 이중고가 나와 누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결국 누나는 기숙사로 올라오는 언덕길에 차를 대지 못한 채 아래의 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누나가 학교에 오기까지 내 책상의 모든 책을 상자에 담고 여러 잡다한 물건과 서랍장과 책장을 한 곳에 몰아두었던 나는 오늘 열심히 기숙사에서 주차장까지 걸어서 5분 정도 되는 거리를 짐을 들고 걸어갔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누나와 친구들도 같이 짐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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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꼬라지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 가기 전 이 메모를 붙여놓았다

  한 시간 만에 모든 일이 끝나고 나는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누나를 보냈다. 오늘은 학교 친구들이 모두 민족교육관에 모여 그릴 위의 삼겹살을 구워먹는 날이었는데, 짐을 집에 보내는 일 때문에 35분 정도 늦어 고기를 많이 집어먹지는 못했다. 그러나 짐을 모두 집에 옮겨놓았다는 기쁨과 방금 땀흘려 일하고 돌아온 보람이 겹쳐 맛있게 먹었다. 기온 영하 4도, 체감온도 영하 12도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민족교육관의 아늑한 돌담에 둘러싸여 우리들은 화목한 점심 시간을 가졌다.

  프랭클린 플래너도 오늘은 잠시 제쳐두고, 나는 피곤해서인지 오후 내내 잤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거의 텅 빈 내 책상을 바라보았다. 묵은 배가 싹 가라앉은 느낌과 내 어깨를 누르던 커다란 짐을 덜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했다. 이제 곧 떠날 사람이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둔 채 홀로 방 안에서 짐을 챙길 때의 기분, 내가 이 집에 머물게 한 모든 나의 기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다짐을 하는 기분이다.

  사람이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났을 때 느끼는 감정은 뿌듯함과 홀가분함, 그리고 쓸쓸함인 것 같다. 오늘은 편히 쉬며 이러한 기분을 다시 더듬어 보고 내 마음을 정결하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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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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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것이 없으면 다른 사람과 말을 할 수가 없다. 인간관계는 대화로 생겨나고, 대화는 곧 언어로부터 출발하고, 언어 안에는 곧 뼈와 살이 되는 지식이 담겨 있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꺼내는데 내가 그 이야기에 동조해주지 못하면 나는 그 사람과 말을 할 수가 없고 그 사람과의 인간관계 형성도 불가능하다. 내가 공부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에는 많이 알아야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많이 알면 알수록 친구들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우리 국어 선생님께서 계속 소설책과 역사책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공부하라고 하신 이유도 결국에는 폭넓은 공부로 얻은 지식을 가지고 글을 생산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내 글을 다른 사람이 읽고 나면 그 사람은 그 글에 대해서 나와 이야기할 것이다. 그 이야기가 곧 인간관계 형성의 씨가 되지 않는가. 인간이 점점 성장하면서 교양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간다면 깊은 주제에 관한 대화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많이 아는 지식의 분야와 다른 친구들의 것이 다를 때에는 내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다 하더라도 내가 친구들의 관심사를 맞추어 줄 수 없기 때문에 인간관계 형성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친구들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알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자신에게 특별히 와닿지 않고 흥미가 없는 주제의 지식이라도 그 지식을 알고 있으면 더 주위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내 친구들의 관심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자. 주위 사람들을 알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주위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공부를 많이 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고 있어야 어느 주제에 대한 대화가 튀어나와도 그 대화에 참여하고 언어로써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결국 공부를 평소에 많이 해두면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잘 하게 되고 결국 그것이 주위 사람들을 자신 주변으로 몰려들게 한다. 공부는 그래서 하는 것이다. 꼭 학문적인 서적을 정독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 공부는 생활의 일부이고 주위 사람들과 깊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기본 소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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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핑퐁' 을 읽고 그의 문체 중 좋은 것을 따다 쓰고 있다.
 
 
  그렇다. 나는 고상하다. 고상하니까 나에게 쉽게 말을 건네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나는 만약 그들이 나에게 웃는 얼굴로 다가왔을 때 나 또한 웃으며 반겨줄 수 있다. 내가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지구의 중력과 같이 변함없는 나의 천성이다.
 
  점점 염세주의자가 되는 것만 같다. 주위 사람들이 '사교적이다'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 실상을 들추어 보면 자신을 숨기고 빈 껍데기만을 가지고 주위의 이들을 끌어들이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친구들 앞에서 사교적이어야만 하는 의무감을 가진 사람은 남들과 하하, 호호, 웃은 다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뿌연 나트륨 등에 섞인 눈물을 흘릴 정도로 멜랑꼴리에 빠진다. 문경지교, 빈천지교, 단금지교, 망년지교, 관포지교... 우리보다 몇백년은 앞서 이 땅을 밟고 간 사람들은 진정으로 친구를 사귈 줄 알았는데, 현대 사회의 파편화된 인간은 언제나 혼자이다. 혼자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홀로 남은 존재 양식이 익숙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옛날 사람들 중에서도 이기적인 마음을 품고 친구라 부르는 사람들끼리 속으로 이해관계 저울질을 한 것은 아닐까.
 
  오후 수업을 들으러 등교하는 시간, 내 앞으로 나와 같은 나이의 여학생들 대여섯 명이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지나간다. 키도 비슷하고, 머리 스타일도 어깨까지 내려오는 생머리로 똑같이 검다. 그네들은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아서 바깥에서 돌아다닐 때에도 붙어다니십니까. 하고 묻고 싶다. 나는 특별히 등하교길에 친구들과 중요하게 의논할 일이 있거나, 엄청나게 재미있거나 행복한 일을 겪고 난 후가 아니라면 대개 혼자 걷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혼자 걷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 나보다 한 살 어린 소녀들이 지나가는군. 저기에는 형들이 우르르 몰려가네. 모두들 할 말이 많다. 속닥거리는 소리가 차가운 공기 사이로 들려온다. 나는 왜 이렇게 할 말을 아무거나 국수 뽑아내듯 뽑아내지 못할까. 아무튼 그래서 나는 혼자 등교하는 이들에게 호감을 갖는다. 수다 떨지 않고 조용히 걷는 사람들, 그들이 정상인이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다. 나를 포함한 정상인은 조용할 때와 시끄러울 때를 구분할 줄 안다. 다만 정상인에게 너희들은 너무 조용해서 탈이야 하고 소극적인 탈을 씌워버리는 이들이 나쁜 놈들이다. 시끄럽게 저기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 부류다.
 
  가끔 나는 하루 중에서 부딪치게 되는 이들 중 나와 전혀 코드가 안 맞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을 만났을 때 나는 내 입이 콱, 하고 막혀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젠장, 뭐라고 말을 꺼내고 대화를 시작할까.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아 경보기를 울릴 것 같은 그 사람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무표정으로 서 있는데 말이다. 이럴 때엔, 내가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느낌도 든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고 니가 이상한 거다
혹은
내가 이상한 건지, 니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하루 동안 나는 내가 이상한지 다른 사람이 이상한지 헷갈릴 때가 많다. 지금 내가 속한 작은 사회에서 나만 정상인이고 다른 모든 이들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 난 분명 맞아죽을 것이기 때문에, 또 내 친구들 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피를 가진 이들이 있기 때문에 과감히 그런 말을 내뱉을 수가 없다. 그런 말을 내뱉기도 많이 꺼려한다.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오늘 두 명 정도 만난 것 같다. 내가 타인을 만났을 때 숨이 막히는 이후에는 항상 내 자신에게 못을 박는다. 내가 내 자신을 존중하는 튼실한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자괴감이 든다.
 
 
 
 
뭐 이건 하나의 완결된 소설이 아니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2006.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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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과의 관계는 항상 밀접해야 한다. 내 할일이 있기에 잠시 관계에서 도피하는 건 좋지만, 의무가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는 오히려 더 친구들과 친해져야 하는 것이 나의 의무가 된다.
 
  유머를 나의 마음 속에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 유머는 인간관계 형성의 기본이다.
 
  내 할일에 타인과의 관계 때문에 소홀해지지만 않는다면, 내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친구들과 밀접해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너무 잘난 사람은 남들의 시기를 받고, 그런 사람은 대개 혼자 쓸쓸히 인생을 보낸다. 우리 학교의 모든 친구들은 잘난 친구들이다. 다 충분히 잘난 모습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지만 숨기고 있을 뿐이다. 대인관계를 위해서 잘난 점을 숨기자.
 
  공부만 하고 목소리가 작고 사색적인 사람을 나쁘다고 몰아붙일 수는 없으며, 이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다. 다만 이런 사람이 양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사교적이기도 한다면 그 사람은 아주 이상적이다.
 
  모두들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니 내가 먼저 목소리를 높이고 유머를 곁들여 다가가자. 친구들은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지 않다.' 정상적인 사람은 새로운 친구와의 연결에 항상 열려있고, 주변 사람들과 만날 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내 스타일은 분명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이 스타일과 사교적인 모습은 충분히 조화될 수 있다.

  사교적인 모습이란 워낙 광범위한 것이라 모든 사교적인 모습에서 하나를 골라 나의 스타일과 연결시키자.
 
  같이 겨울 바다에 가 바다만 물끄러미 쳐다볼 수 있는 사람보다는 같이 파리 시내를 즐겁게 대화하며 활보하고 그곳의 모든 주위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이 그 주변에 빠져들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가만히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 곳을 응시하는 진지한 모습은 예술의 감상과 같은 사적이고 독자적인 분야에 한정시켜버리자.
 
  진정한 비호감은 가식적인 웃음이 섞인 친절한 말투,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난 너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다.
 
  일단 모두에게 누구누구야 하고 친근하게 부르려 하기보다는 이름 세글자를 불러보자. 그게 오히려 편한 인간관계 형성에 좋다.
 
  공부 외의 일에서 친구들과 같이 속한 어떤 일을 만들자. 그 일이 무언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거나, 긴급한 문제이거나, 구성원 모두에게 성취감을 주는 일이라면 매우 좋다.
 
  친구 얘기(제3자에 대한 험담)를 해서 같이 웃고 떠들지 말고, 나와 네가 모두 겪을 만한 인생 이야기나 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자. 즉 솔직해지면서 인간미가 드러나는 대화를 하자.
 
  비판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비판하는 사람을 내가 비판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Acquaintance와 Friend의 차이는 서로 같이 속한 일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다. 싸이월드에서 그냥 일촌과 관심일촌 사이의 차이와 같다. 두 명의 Friend 사이에서 같이 한 일 혹은 같이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에서 이야기의 주제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두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서로의 마음을 투명히 할 수 있다. 한편 Acquaintance끼리는 같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다만 형식적으로 같은 그룹에 속해 있거나 기타 방법으로 관련만 지어졌을 뿐이다. Acquaintance였던 사람이 Friend로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고, 어제의 Friend가 오늘의 Acquaintance로 될 수도 있다.
 
  나는 학교의 수많은 Acquaintance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에서 12층까지 올라갈 때의 적막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민족사관고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이 Acquaintance들로 파편화되어 있다. 그런데 기숙사 생활과 우리는 KMLA Family라는 사상이 마치 모든 사람들은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듯이 도덕 규범을 주입시킨다. 나는 이것을 반대하고, 내가 거부하더라도 이러한 생각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다. 학교의 모든 사람이 KMLA Family라는 명제는 절대 거짓이다. 이것은 학교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모든 학생들에게 의견을 전파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명제이자 하나의 용어일 뿐이다.
  가끔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불편하다. 다른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는 상황에 있을 때 나는 불편하다. 혼자 지내는 개인적인 영역과 시간은 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한데 기숙사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버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가 어떤 특별한 일을 위해 모이는 모임은 활기차며, 모두에게 행복을 준다. 다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아무 연관성이 없는 상태에서 단 몇분이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불편하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게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친구들과 사소한 대화 하나 주고받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은 과연 잘못된 일일까. 나의 본성은 혼자 있고 싶어한다. 혼자 있으면서도 남들과의 인간관계를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내 본성은 단점이 아닌 특성이다.
 
  Acquaintance보다는 Friend가 훨씬 더 좋고 편하다. 그러나 억지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내 할일을 해 나가면서 친구들이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일은 나와 같은 일에 소속된 사람들, 곧 Acquaintance에서 Friend로 전환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는 일이다. 그들에게 인간미를 보여주고, 서로 꺼리는 주제의 제시를 꺼리며, 서로의 인격을 존종하고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2006.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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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인상에 대해서 이곳 나의 블로그에 줄기차게 늘어놓는 일은 예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앞섰던 그 때에는 내가 진정 원하는 여인상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았고, 이성의 외면적 특질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던 때였다. 이제는 나의 생각이 조금 더 깊어졌고, 나와 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몇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그들에게 충고도 받았다.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지만, 또한 지금의 미성숙한 시기에 벌써 이상형을 확정지어서 생기는 의식의 협소함에 대해 경계하지만 일단 나의 깊은 곳으로부터 글을 쏟아볼까 한다.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외모 외의 성격을 먼저 본다는 사람은 남성의 본능을 거역하고 이성을 동성과 별반 다를 바 없게 취급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본능에 충실하되 순리를 따르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외모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TV나 영화에 출연하는 연예인을 이상형으로 꼽지는 않는다. 그저 나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모습,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면 좋겠다. 지금 나의 머리 속에는 평소에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이상형의 스케치가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나만 엄선해서 묘사해보자면 이렇다.

  우선 긴 생머리가 아니다. 많은 남성들이 긴 생머리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는 검고 빛나는 긴 생머리보다는 어깨까지 내려오면서 약간 웨이브를 가한 머리가 좋다. 비단결같이 곱다기보다는 약간 헝클어져서 너무나도 조용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풍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청순함은 나에게는 내숭이며 페르소나로 보인다. 덧붙이자면 평소에 공부와 같이 비활동적인 일을 할 때에 뒤의 머리를 틀어올려 포니테일이 아니라 삼국 시대 여인의 헤어스타일을 만들고 있으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비녀를 비스듬히 꽂는 약간 헝클어진 머리가 참 좋았고 지금도 좋다. 난 얼굴의 모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나의 이상형은 세상 뭐 있어 하며 한바탕 실없이 웃지 않고 다만 웃음을 절제할 줄 안다. 즉 사소한 일을 가지고 과장된 웃음을 터트리지 않고 좋은 일이 있을 때에도 자신감 있는 미소만을 짓고 넘어간다. 입가를 살짝 움직이는 웃음에는 항상 대상을 향한 깊은 눈맞춤이 전제된 눈웃음이 같이 따라온다. 그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아끼고 나한테만 해준다면 그때 나의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나의 이상형인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때에 따라서 옷의 스타일을 잘 조절한다. 언제나 조신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모직 양장만을 걸치고 빛나는 검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겉만 맴도는 듯하다. 젊은 나이에는 젊은 나이에 맞게 적극적인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동아리나 학급이나 과에서 단체 행사가 있어서 밖으로 나가야 할 경우가 생겼을 때 돌아다니기 편한 복장을 하고 (대부분 밝은 색 계열일 것이다) 아침에 모두들 모이는 장소에 나타난다면 그렇게 호감을 갖게 만들 수가 없다. 그녀는 운동을 해야 할 경우에는 썬크림을 바르고 Cap을 쓴 다음 적극적으로 참여할 줄 알고, 얼굴이 타는 것을 두려워하여 저쪽 그늘에 앉아 소심하게 앉아 있지 않는다. 그녀는 한국의 전통적인 여성상에 굴복하여 남자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을 증오하지 않으며 오히려 필요할 때에는 즐긴다. 그리고 나 또한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며 기뻐할 것이다.

  잠이 많으면 미인이 된다고 다들 말하지만, 평소에까지도 저쪽 구석의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으면 나는 절대 그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공적 자리에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지 않고 공개된 자리에서는 버벅대고 말을 삼가는 한편, 친한 여자친구들과 모여서 수다를 떨 때에는 온 세상이 떠나가라 남의 뒤끝을 밟아대는 여자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불평을 최대한 삼가되 불평을 할 때에는 공적인 자리에서 현재의 상황이 왜 불리한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불평을 제공한 사람을 굴복시킬 줄 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소속한 단체에서 누구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축하의 말에 누구보다 앞장선다. 좋은 일에는 한없이 좋아해주고, 나쁜 일에는 담담하거나 혹은 평화적인 방법(언어)으로 저항한다.

  또한 그녀는 매우 솔직하다. 싫으면 싫다고 말할 줄 알고, 좋으면 좋다고 말할 줄 안다. 다만 싫은 내색과 좋은 내색이 '언어 외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상을 쓴다던가 즐거워 마냥 웃는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그녀는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도 매우 솔직하고 가식이 없다. 친구라고 부르고 평소에 같이 담소를 나누던 사람과는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이고, 주위의 사람과 그리 친하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친한 척 하고 호의적으로 대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나와 대화를 할 때에는 나에게 눈을 맞추고, 그 때 내가 그녀의 눈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동공이 한없이 커진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Eye Contact는 상당히 중요한 인간관계의 덕목인데 한국인들이 이를 기피해서 문제다. 그녀는 내가 유머를 의도하여 말을 하면 그것을 잘 알고 웃어주어 기대에 부응해준다. 단 이때 나의 유머는 충분히 어느 사람이라도 웃게 만드는 유머임을 내가 자신하고 있어야 하겠다.

  그녀는 나와 같이 보내는 시간 또한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 너무나 의존적이고 자신의 삶을 온통 나로 채워버려 나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나의 이상형의 여인은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그리고 일상에서의 체험과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을 섬세한 글로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안다. 단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나의 생각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추구한다. 나와 서로 의견이 대립할 때에는 정과 반의 논리가 있을 때 '합'을 찾으려 먼저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녀는 나에게 너무 쉽게 대해주지 않으며, 항상 나에게 자신을 더 알고 싶어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허황된 망상에 빠져 유치하게 허우적대지 않고, 영리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만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유를 가지고 있기에 나에게 당근을 부드러운 손길로 내밀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잡아뗀다. 이런 '당기기'에 능숙한 그녀도 항상 나를 끌어당기지는 않으며, 내가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곧 모든 것을 포용하는 너그러운 사람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때 나와 그녀의 본격적인 친밀함은 서서히 그 불꽃을 키워나갈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형의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남들과 다르게 이성을 어떻게 보는가이며, 나의 특별한 이상을 구별짓는 과정을 통해 나의 자아를 알아가는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 외에도 이상형에 대해 말할 내용은 아주 많다. 다만 당장은 생각이 나지 않을 뿐이다. 이 정도만 언급해도 나의 이상형에 대한 가장 충실한 묘사에 성공한 듯싶다.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형을 이야기할 때에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허황된 망상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지금 나에게 적용된다. 나의 사랑을 현실 속에서 찾고, 항상 환상의 추구 속에서 냉철한 기조를 내재하고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내 눈 앞에 곧 이상형의 그녀가 나타나기를 깊은 곳에서 내심 바라고 있다.

20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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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lo Picasso, 「Musician」
 
  드디어 고등학교 2학년의 중대한 시험, 혹은 나에게 부담을 주는 여러 의무가 싹 사라졌다. 수능도 기말고사도 이제 저편으로 떠나가 뒷모습만 보인다. 나는 모든 의무를 다 견뎌내고 이제 당당히 놀려 한다. 정당한 이유에 의해 '나는 이제 놀러 나갈게요~' 하고 활짝 웃으며 소리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다. 오늘은 귀가를 하는 날이다. 다른 어떤 수십 번의 귀가보다도 값진 이번 귀가라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이번 귀가에는 진정으로 놀아볼 수 있고, 긴장이 완전히 풀린 행복한 마음으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돌아다닐 수 있다. 완전한 유희를 즐기는 인간으로 드디어 등극하게 되었다.
 
  어제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농구를 조금 한 뒤 나는 본격적으로 재즈 피아노 악보 만들기에 돌입했다. Ray Bryant Trio의 Blues Changes가 바로 내가 악보를 만들려 하는 곡이다. (음악 카테고리에 올려놓았다) 워낙 흔치 않은 음악이고 옛날에 출시된 음악이고 또한 블루스라는 장르 때문에 고정된 악보 또한 없는 실정에, 내가 채보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평소에 재즈 피아노를 한 곡이라도 끝까지 쳐 보려고 했던 나는 한국에 어엿한 재즈 피아노곡 악보 하나 없어서 실망했지만 이번에 많은 공을 들여 악보를 하나 완성함으로써 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블루스 스케일을 알고 있다고 그로부터 파생된 화성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피아노를 칠 수가 있지. 하고 감탄하면서도 사운드 편집 프로그램의 음성 그래프를 끊임없이 반복 재생하며 열심히 Cakewalk의 피아노 롤에 음표를 찍어나간 결과 지금 80% 정도 완성한 상태이다. 저음으로 깔아주는 멋진 콘트라베이스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나의 악보를 완성하여 친구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한편 오늘 아침에는 정은이가 디카를 가지고 경제 시간에 나를 포함해서 인문반 친구들과 사진을 열심히 찍고 다녔다. 나는 처음에는 디카를 새로 산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다닌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정은이의 사진 찍기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도는 한참 후에야 알았다. 이제 정든 고등학교를 떠나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자신을 같이 세워두고 수백장의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속으로 정은이의 인간적인 생각에 감동하며 다음주 경제시간에 친구들과 사진을 찍기로 다짐했다.
 
  오전수업만 있었지만 1교시부터 4교시 학급회의 후 자유시간에 이르기까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사람이 순간 할 일을 잃으면 이렇게 방황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나의 이러한 나태함을 충분히 용서할 수 있다. 나에게 더이상 의무가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억눌렸던 나의 영혼을 자유롭게 했다. 옛날에는 하늘 높이 뛰어올라도 천장에 머리를 박아 아픈 머리를 문지르며 더 높이 올라갈 수 없어 답답해하고 우울했지만 이제는 덤블링에 풍덩 뛰어들어 푸른 하늘 위로 날아오를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수능 수험표를 가지고 쇼핑을 좀 할까 한다. 다음달에 있는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약간의 '정비' 가 필요하기도 하고 수험표의 효능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전국고교증권경시대회가 남아있어서 아직 내 의무가 완전히 끝났다고는 하기도 그렇다. 하지만 증권경시에 대한 준비는 이미 다 해놓았다고 자부할 수 있고, 또한 현실에서 나의 의무는 아직 안 끝났다 할지라도 내 마음은 이미 의무에서 벗어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다. 진정 당신이 즐길 수 있을 때 즐길 줄 안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성공한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성공하고 싶다.
 
 
 
*요즘 블로그 today 수가 소폭 사그라들었다. 다른 고등학교 친구들이 기말고사를 보는 기간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아주 약간 서운하다.

20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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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D 수첩에 끄적거려 놓은 글자 뭉텅이를 잠깐 꺼내어 들여다보았다. 횡설수설, 순조롭게 읽을라 치면 곧 어처구니없는 말로 뒤집히는 문장에 내 자신이 놀랐다. 이 수첩에는 정돈된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오늘의 맹세 2006년 8월 27일 작성
   나는 이제 조기졸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확고한 주관을 세우고, 그를 바탕으로 대학 입학의 목표를 성취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겠습니다. 항상 안경을 쓰고 다니며, 외모를 과시하지 않겠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ㅠㅠ)
  친구들과의 필요없는 교류를 지양하고, 내 자신에게 충실하겠습니다. MSN 메신저는 학교 생활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의 친구들과의 긴박한 모임을 제외하고는 일절 접속을 하지 않으며, 주위 친구들이 떠들 때 제가 공부하고 있다면 계속 공부하겠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겠으며, 마음의 고요를 하나님으로부터 구하고, 친구들이 공유하고 있는 '도움되지 않는 문화'로부터 저의 육체와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제 자신의 평정을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에게는 호의를 보이는데, 단 제가 주도적으로 저에게 맞는 분위기를 주선해 나갈 것입니다.
  말하는 것을 꺼리고, 한편으로는 좋은 이야기를 가끔 친구들과 나누어 제 자신을 친구들과 밀접하지도, 소원하지도 않은 제 나름대로 '이상적인' 인간 관계를 추구해 나가겠습니다.
  공부하는 삶의 뒤에 자유가 찾아오니, 오늘 먹으려던 달콤한 복숭아를 내일 먹는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학문에 정진하겠습니다.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고 행정 체계를 명확히 이해하여 학교 생활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날카로운 주의력을 가지겠습니다.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가족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결핍을 채우자 2006년 8월 29일 작성
  어느 시험이던지 다 맞는 것이 목표이다. 나에게만 집중한다. 항상 결핍을 채우는 자세를 갖자. 즉 지금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가, 무엇을 부족하게 여기는가를 잘 알고 그 후 행동에 옮겨 나를 지금으로서는 가장 완벽한 상태로 만들자. 예를 들어 지금 나에게 운동이 부족하여 자세가 바르지 않고 공부하다 쉽게 피로해진다면 운동 부족을 깨달은 후 운동한다. 주 3회 몇시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운동도 있지만, 이렇게 '내가 부족할 때마다 하는 운동' 은 큰 효과를 준다. 다른 일도 때에 맞춰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유연한 모습으로 결핍을 채우는 일이 될 수 있다. 항상 자신을 점검하고 결핍을 채우는 준비를 하면서도 일정과 계획에 충실하자.

 
대학 입시철의 생각 2006년 8월 30일 작성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인간성을 드러내되 반드시 그들은 인간성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웃음 없는 얼굴로 오직 실력, 될 수 있으면 눈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실력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좋은 점은 보여주고 단점은 숨긴다.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는 풀어져서 학생이 공부를 열성적으로 하지 못하게끔 하면 안 되며, 많은 인간적인 면의 교류와 함께 학업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충고와 훈계와 칭찬이 오고가야 한다.
  내 스스로 고민을 숨기고 있으면 그것이 크나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며, 나의 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선생님과 모든 것을 털어놓는 상담을 하자.
  고독한 존재는 끊임없이 자기 발전에 힘을 쏟기 때문에 이성과 판단과 도덕성을 갖춘 초인이 될 수 있다. 자신감과 겸손이 공존하여 잘한 일에 대해서는 나의 지위를 높이고, 못한 일에 대해서는 나중의 발전을 기약한다.
  자신감은 중요하다. 내 실력을 보이기 위해서. 겸손도 중요하다. 항상 나의 업적이 갖는 단점과 비판을 문제없이 수용하고 그것들을 치욕이 아닌 훗날의 발전을 위한 기반으로 삼기 위해서.
  글은 천천히 씹어보아야 한다. 빠르게 많은 책을 소위 속독하였다고 내가 그 책 속의 지식을 모두 알지 못한다. 세월이 지나면 다 까먹어버린다.
  이미 있는 인문학을 배우는 단계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진정 나의 지식으로 만들어 말과 글로 다시 지식을 가공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래서 인문학은 어렵다.
  친구들에게 '나는 오직 공부만으로 인생을 평가받고 싶다' 라는 의지를 보여주면 안 된다. 만약 공부의 부족으로 나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찾아온다면 그 때 나의 치욕은 상당하다. 따라서 실력이라는 속살의 겉에는 유머와 매력으로 무장한 두툼한 껍질이 필요하다. 진지하고 고독한 존재가 나의 본질이라면, 유머 있고 매력있는 존재는 나의 외면이 되어야 한다.

2006.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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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다가 항상 느끼는 점은, 내가 세워놓은 계획이 항상 분에 넘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내가 쉽게 제어할 수가 없는 것이며, 나의 계획적인 삶을 향한 욕망이 과다한 것은 마치 자연스러운 듯하다. 하지만 계획이 과다하다고 그것을 모두 실현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분에 넘치는 계획은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한다. 또한 나의 계획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점은 내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독서하는 시간과 학교가 요구하는 공부를 하는 시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여 결국 내 의무에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소속하여 움직이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를 명확히 하고, 의무를 이행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에 힘쓰고 그에 따른 피로는 말끔히 풀기 위하여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성격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분류하여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파악한 다음에는 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을 산출함으로써 수치화하여 실천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 뒤따르게 되었다.
 
시간 분류
  그래서 여느때와 같이 어떻게 하면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바로 나의 삶과 함께 운행하는 24시간 속에서 내가 속해 있는 일의 종류에 따라 시간을 분류하는 방법이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의무를 이행하는 시간, 자신을 발전시키는 시간, 쉬고 놀고 자고 자신의 컨디션과 주변 환경을 돌아보는 시간,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시간, 그리고 특별한 일에 참여하는 시간 이렇게 5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는 시간 속을 통과한다고 전제하였다.
 
  사소하여 하루의 계획을 세울 때 리스트에 올릴 이유가 없는 일들은 여기서의 논의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그러한 일들이 특별히 프랭클린 플래너에 의해 조직될 필요가 없는 이유는 그 일들을 하면서 다른 일들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데 중대한 방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들은 우리가 계획을 할 때 넉넉히 남겨둔 시간을 채워넣도록 작용한다.
 
1 의무이행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 / 학교가 주는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 /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시간 / 종교활동을 하는 시간 / 혼정과 아침운동 같이 학교에 소속됨으로써 고정된 시각에 보내는 시간 / 청소검사에 대비하여 청소하는 시간
  이 시간 속에서 우선순위 A에 해당하는 일을 하라.
 
  나와 같은 고등학생에게 의무로 주어진 일은 공부이고, 그렇다고 이 공부가 모두 의무는 아니다. 나의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신문을 읽을 수 있고 책을 볼 수 있으며 연습삼아 글을 써 볼수도 있다. 이런 모든 일은 다 공부에 속하지만 내가 속한 기관인 학교에서 필수로 요구하는 일은 아니다. 직장인에게는 회사의 업무가 의무이며, 의무를 이행하는 일은 자신의 하루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의무, 그리고 그 의무를 이행하는 시간을 우리의 삶에서의 다섯 가지 조각 중 하나로 명명하였다.
 
 자신이 공식적으로 소속된 기관에서 하는 일을 할 때에 우리는 일종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시간도 의무 이행에 포함되며, 심지어 교회나 절 등 종교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의무 이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의무 이행에 해당하는 시간은 항상 그 요일 혹은 한 달 안의 그 날에 고정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항목에 딸린 시간이 24시간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의 계획을 세워서 의무 이행에 해당하는 시간만 충실히 보내도 당신은 그 날을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말을 할 수 있고,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안감과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 특별히 자기발전 항목에 소속되지 않는 시간이 있는데, 그것은 학교에서 읽으라고 요구한 책을 읽는 시간, 학교 공부를 위해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시간 등이다. 나의 경우 학교가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아도 학교의 공부를 위해 꼭 보아야 하는 학습 자료를 읽는 일은 자기 발전을 위한 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고쳐야 할 일이다.
 
  의무를 이행하는 일은 중장기 목표설정에 포함되기 적절한 일이다. 열심히 일한 자가 목표 달성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 열매가 눈에 명확하게 보인다는 것은 곧 그 열매의 가치가 널리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열매의 가치를 널리 인정받게 하는 일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설정한 자기 발전 관련 일이 아닌 자신이 소속한 학교 혹은 직장에서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다.
 
 
2 자기발전
독서(책, 성경, 신문, 블로그 포스트 등 모든 종류의 글)하는 시간 / 음악 감상을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 / 친구들과 모여서 또는 혼자 운동하는 시간 /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 /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 / 남에게 도움을 주는 시간
이 시간 속에서 우선순위 B에 해당하는 일을 하라.
 
 자기발전을 위한 시간에 소속한 일들은 불규칙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프랭클린 플래너가 지시하는 바와 같이 신체적, 사회/감정적, 정신적, 영적 심신단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시간은 마음이 정결한 인간이라면 이 시간으로 최대한 하루를 많이 채우고 싶은 욕구가 의당 들게 만드는 시간인데, 그 때 주의할 점은 하루 24시간을 편성할 때 하루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기발전에 해당하는 일은 '반드시 몇 달 안에 이루어 내겠다' 라는 식으로의 중장기 목표설정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의무가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에 자기발전을 위한 중장기목표를 완벽히 실현하려 하면 자칫 의무를 모두 이행하는데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는 조정래의 '태백산맥' 을 1권에서 4권까지 읽겠다는 다짐을 할 때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하며, 이러한 목표의 성공은 모든 날에서 내가 열심히 책을 읽어야만 가능하다. 즉 목표의 성공을 보장하는 때는 한 주 혹은 한 달의 말일이고, 하루 안에 목표의 성공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다. 책을 읽겠다며 자신이 해야 할 학교 업무에 소홀해진다면 그것은 곧 독서계획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어떤 종류의 자기발전 관련 일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인가는 중장기 목표설정으로 적절하다. 예를 들어 팔굽혀펴기를 이달에는 매일 30회, 다음달에는 매일 50회 등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은 충분한 실천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하루 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자기발전을 위한 시간은 언제든 신축적으로 바뀔 수 있는 시간이며 불규칙적이고, 목표달성의 여부는 하루 안에 알 수 있다.
  
 
3 정리휴식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시간 / 책꽂이와 책상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시간 / 컴퓨터 파일과 폴더를 정리하고 유지보수하는 시간 / 밀려오는 피로를 이기기 위해 잠시 수면을 취하는 시간 / 지식의 축적이나 인생의 깨달음이 목적이 아닌, 단지 재미와 안락을 위한 독서 혹은 영화감상
이 시간의 대부분에서 우선순위 C에 해당하는 일을 할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는데 의무를 이행하고 자신의 발전을 이루는 일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유희적 동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또한 인간에게는 피로라는 괴물이 늘 붙어다녀 이것을 조절하기 위한 시간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만든 카테고리가 하루 24시간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조각 중 하나인 '자신의 컨디션과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일은 피로를 풀기 위해 수면을 취하는 시간이며, 보통 20~30분이 적당하다.
 
4 기본욕구
샤워, 목욕, 세수하는 시간 / 식사하는 시간 /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 / 낮잠이 아닌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는 시간
 때로는 기본욕구를 충족하는 것을 A로 정해 놓을 때가 생기는데, 그 경우는 대부분 꼭 한 끼 식사를 챙겨야 할 때이다.
 
5 특별행사
 A 학교 공식행사를 진행하는 시간 / 외부에서 긴급한 요청에 의하여 발령을 받고 일하는 시간
 B 아는 사람의 권유로 안 가면 안되는 영화관, 극장, 콘서트 등에서 보내는 시간
 C 나에게 매우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으나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행사
 
 특별행사는 위에서 말한 4가지 시간을 명백히 침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행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매우 불규칙적이고 또 매우 의미가 큰 이러한 행사들은 필요하다. 그리고 특별행사가 있는 날에는 대개 의무 이행과 자기 발전에 해당하는 일의 비중은 특별히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작아지기 마련이다.
 
수치화 작업
 시간 분류가 끝났으면 이제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수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 가용 시간 산출
 위에서 말한 시간이 모두 프랭클린 플래너의 task list에 어떤 '할 일' 로서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시간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모든 시간으로서의 시간이다. 우리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효과적인 시간 관리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그 목적에 맞게 시간 관리가 요구되는 시간만 task list에 올리면 된다. 수치화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나를 견본 모델로 삼아 알기 쉽게 하였다.
 
 수치화의 단위는 시간의 단위이므로 시간(hour)가 적당하다. 30분의 경우 0.5로 표기하면 되고, 30분 이하로 소요되는 일은 따로 수치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실천해 낼 수 있다. 그래도 실천 가능성에 의심을 품는다면 0.5↓ 로 표시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다.
 
 보통 평일에는 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시간'이 일정한 값으로 고정되어 있다. 평일에는 뜻밖의 일이 생겨 내가 수월하게 행해 나가기로 계획해 놓은 일을 망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계획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주말에는 의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기고, 무언가 특별한 일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가용 시간이 매우 가변적이다. 따라서 나는 평일에 해당하는 가용 시간 산출을 설명할 것이고, 주말에 해당하는 가용 시간은 자주 바뀌므로 설명하지 않는다.
 
 우선 내가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기 위해 task list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시간을 24시간 중에서 추출해 내어야 한다. (A,B,C로 명명된 작업을 수행하는 시간이 곧 가용 시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고정되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만을 남겨 두어야 한다. Study Planner와 같은 다른 플래너에서도 이러한 시간 값을 산출하는 일을 매우 중요시하지만 그 값을 산출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 과정을 나를 모델로 설명해보려 한다.
 
 24시간에서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제외한다. 수면 시간은 모든 사람마다 다른데, 나의 경우 12시에서 다음날 아침 6시 30분이므로 6시간 반이다. 나중에는 조금 더 길어질 수 있겠으나 아무튼 가장 중요한 사실은 수면 시간은 매일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고정은 시간대의 고정과 소요 시간의 고정을 뜻한다.) 24-6.5 = 17.5
 
 이제 항상 고정되어 있는 시간을 마구 제외한다. 06:30~08:00 는 내가 아침 운동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등교하기까지의 시간이므로 제외한다. 17.5 - 1.5 = 16
 08:00~08:30은 어드바이저 타임으로서 (월요일은 제외하고) 내가 이 자투리 시간에 무언가를(의무 이행이 대부분. 예를 들어 단어 외우기) 할 수 있으므로 가용 시간에 포함한다. 오전 수업은 08:30~12:20인데, 이 중 쉬는 시간이 총 40분 있지만 오전 수업의 쉬는 시간에는 내가 보통 편히 쉬므로 결국 4시간에 해당하는 값을 제한다. 16 - 4 = 12

 12:20에 기숙사로 올라와 점심식사를 30분 동안 한다. 12 - 0.5 = 11.5 그럼 1시다. 13:00~13:30은 오후 수업을 준비하고 부족한 수면을 채우는 시간이므로 가용 시간에서 제외한다. 11.5 - 0.5 = 11
 13:30~17:30이 오후 수업 시간이다. 11 - 4 = 7 그러나 오후 수업의 쉬는 시간에는 내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가용 시간을 인정한다. 7 + 0.5 = 7.5 그리고 화요일 7,8교시, 수요일 8교시, 금요일 7,8교시는 내가 자습시간으로 쓰는 IR 시간이므로 화,수,금요일에는 가용 시간을 1시간 더한다. 지금은 일단 7.5로 값을 정하자.

 17:30~18:00에 저녁식사를 30분 동안 한다. 7.5 - 0.5 = 7
 그럼 이제부터 시간이 남는다. 저녁 식사 후 내가 자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이 때 나는 의무 이행에 관한 일보다는 자기 발전과 정리 휴식에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19:00~21:00는 1자습 시간으로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이다.
 21:00~22:00는 혼정과 12층에서의 휴식과 기도모임이 있는 시간이므로 가용 시간에서 제한다. 7 - 1 = 6
 22:00~24:00는 2자습 시간으로 내가 또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보너스 여유분을 마련한다. 1시간을 가용 시간에서 제하는데, 이 1시간의 의미는 나의 능력이 부족할 때/일의 예상 소요시간을 실제 소요시간이 초과했을 때/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피로에 인해 행위 능력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넉넉하게 준비해 둔 시간이다. 그렇다면 결국 평일의 가용 시간은 6 - 1 = 5시간이다. 나는 5시간 안에 A,B,C에 해당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계산 과정으로 5라는 값을 산출해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웠는지 알았다. 내가 보통 하루에 계획한 일의 총 소요시간은 6~7시간이기 때문이다.
 
2 task list에 있는 모든 일의 개별적인 소요시간 예상
 이 작업은 자신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내가 그 일을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잘 예상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 예상시간은 나를 압박하기보다는 나에게 넉넉한 여유를 주도록 설정하는 것이 현실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task의 내용을 한 칸에 기입한 다음 오른쪽에 예상소요시간을 적어놓는다.
 
결론 
  가용 시간을 활용하는 것, 곧 프랭클린 플래너를 활용하는 것은 내가 속한 기관, 그리고 나의 특성에 의해 그 성향과 스타일이 결정된다.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가용 시간을 산출하고 플래너에 할 일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프랭클린 플래너로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짧고, 짧기 때문에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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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rdigans - Life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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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elia Inside
11  Hey! Get Out of My Way
12  After All..
13  Sabbath Bloody Sabbath



Lyrics

Words: Persson, Svensson
Music: Svensson

Listen baby
thoughts has crossed my mind
and it's clear now
you are not my kind
oh! I've tried boy
better ways to say
what I feel now
it seems you plan to stay
but I won't waste a day

so I say...

hey! get out of my way
hey! hey! hey!
you've always been in my way

Hear now honey
I'll be good to you
if you stay gone
far out of my view
I'm sick and tired
of your dramatic ways
and when I think of
all those wasted days
I shake loose of your laces

and say...

hey! get out of my way
hey! hey! hey!
you've always been in my way

this is all that I will say
this is all that I will do
I'm not in love with you!

 The Cardigans의 곡을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박혜경에게 완벽한 Role Model로 작용한 듯한 곡. 정말 모든 트랙이 천장에 매달아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 조각처럼 빛나는 The Cardigans의 2집 'Life' 의 11번째 트랙이 바로 그것이다. 20세를 갓 넘긴 듯한 소녀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꾸밈없는 목소리의 보컬 Nina Persson, 전자음으로 우둔하게 처리한 기타 파트의 Chorus 모두 왠지 익숙하게 들린다. 옛날의 주주클럽이나 삐삐롱스타킹 같은 밴드가 이런 느낌의 곡을 많이 라디오에서 들려주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기억이 맞으리라는 자신감이 없다. 다만 이 곡을 듣고 박혜경이 떠오르는 사람들은 참 많다.

 Hey! Get Out of Way는 앨범의 거의 끝에서 자칫 쓸쓸하고 허무하게 흘러가 버릴 수도 있는 곡의 분위기를 잠시 밝고 명랑하게 바꾸어주는 곡이다. The Cardigans도 본래 스웨덴 태생인지라 명랑하고 매력적인 곡 속에 무언가 차가운 느낌을 담고 있는데, 그래서 내가 앨범을 듣다 이 곡에서 미소를 지어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앨범은 1집에서 유럽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네 곡과 새로 작곡한 여덟 곡, 그리고 리메이크한 한 곡 이렇게 총 13곡으로 이루어졌고 모두가 단일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앨범 전곡을 들었을 때 참 편하다. 그래서 이 앨범은 소장할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특히 지루한 현실 세계에서 환상으로 가득한 몽환적인 세계로 도피하기를 원하는 소녀들이 이 곡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들에게 이 앨범을 추천한다. 그리고 60년대의 유럽을 연상하게 하는 니나의 앨범자켓 사진을 보고 문득 떠오르는 '춥지만 따뜻한' 이미지가 당신의 마음을 살짝 건드릴 때, 그때 당신이 이 앨범을 들어 본다면 참 좋을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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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나보고 쓰라고 해서 썼다.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본질적으로 나는 11기 인문반 친구들 또한 조기졸업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친구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점이 적지 않게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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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에 합격하기까지 그간의 노력

연세대학교 사회과학계열 07학번
10기 인문반 이동욱
2006년 11월 4일 작성

 안녕하세요. 민족사관고등학교 10기 인문반에 재학중이고 이번에 연세대학교 수시 2학기 글로벌 리더 전형의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이동욱입니다. 고등학교를 2학년만 마치고 졸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늦어도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착실히 준비해 나가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알았습니다. 게다가 올해에는 연세대에 지원한 10기 11명 전원이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기에, 앞으로 연세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질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후기를 남기게 된 것도 저에게는 영광이고, 이 글을 우리 학교 후배들이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감격스럽습니다.

 우선 제가 지니고 있었던 수치화된 능력에 대해 사실에 입각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을 가장 알고 싶어 하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가장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영역은 내신이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의 성적은 정확히 75명 중 중간인 38등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1학년 2학기가 되면서 성적이 부쩍 오르기 시작하여 1학년 총합 내신 상위 27%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27%는 인문반과 자연반을 합쳐 놓은 모집단에서의 비율입니다) 그리고 2학년 1학기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22%까지 성적을 끌어올렸습니다. 이 정도면 연세대의 내신성적산출방법에 따른 주요과목 가중치에 의하여도 10기 인문반 34명 중 6등으로, 연세대를 위해서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신은 제 생각에는 40% 전후까지는 안정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내신에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10기 학생들의 조기졸업 규정 중 1학년 합산 내신 성적 50% 이내라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50% 안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모두 연세대학교에 지원하여 결국 합격하였습니다. 이 규정이 내년과 그 이후에 바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내신에 모든 힘을 쏟지 않고 다른 전형 요소도 고려하여 균형 잡힌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연세대학교 글로벌리더전형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미국 College Board에서 주관하는 AP(Advanced Placement) Test 중 2과목 이상에서 3점 이상을 받아야 하며(만점은 5점), ETS에서 주최하는 TOEFL CBT 혹은 iBT 성적표를 제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 여기서 저는 AP Microeconomics와 Macroeconomics를 1학년이 끝난 겨울방학부터 착실히 준비하여 두 과목 모두 5점을 얻었습니다. 겨울방학 동안 친구 집에서 셋이서 모여 과외를 받았지만 그리 큰 도움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고, 대부분의 공부를 제가 혼자서 하였습니다. N. Gregory Mankiw의 Principles of Economics와 그에 따른 Study Guide, 그리고 미국의 Barron's와 Princeton Review에서 출판한 Microeconomics/Macroeconomics 문제집을 모두 풀면 실제 시험에 등장하는 문제를 막힘없이 풀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총 5권정도 되지만, 서로 겹치는 내용도 있으므로 실제로 새로 공부하는 양은 A4 크기 책으로 1000페이지 가량 될 것으로 어림짐작하고 있습니다. 한 책에서 AP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모든 공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가지 책을 겸하여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TOEFL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부터 천천히 공부하기 시작하여 2006년 3월 8일에 시험을 보고 277점을 얻었습니다. 높은 점수라고 할 수는 없어서 처음에는 연세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할까 걱정하였으나, 결국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안정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AP 성적은 두 과목 모두 5점 혹은 한 과목만 4점이면서 동시에 TOEFL성적을 CBT로 280점 이상, iBT로 110점 이상 얻으면 됩니다.

 저는 외부 기관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상을 타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이나 논술급수시험 2급 등과 같이 자격을 획득하는 시험을 3개 정도 보았습니다. 외부수상은 인문계열의 경우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부족한 내신 성적을 보강하기 위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또한 그리 중요하다고 할 수 없으나 저는 2005년 6월에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문화관광부 주최의 행사에서 봉사활동 요원으로 22시간 활동했고, 2006년 1월에는 저희 학교에서 열린 토론 캠프에서 Program Assistant로 활동하면서 활동시간 60시간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있는 저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기 2주 전부터 착실히 써 나간 후 한 번 선생님께 검증을 받은 뒤 다시 제가 또 고쳐서 제출하였습니다. 자기소개서 또한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면접 질문에 자기소개서에 관련된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참고로 제가 이번에 수시 2차 면접을 보았을 때에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질문이 없었습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면접에서는 영어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고 예상했기 때문에 논리정연하게 한글로 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한글로 말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면접은 10월 21일 오전에 이루어졌으며 영어로 글로벌리더의 자질에 대한 1~2줄 정도의 문제에 답변하는 영역과 한글로 주어진 몇 개의 제시문을 읽고 그에 따른 문제에 답변하는 영역으로 나뉘어 10분간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인격이나 태도를 파악하겠다는 본교의 방침은 이미 주어진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 방침을 실현하려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영어로나 한글로나 남들 앞에서 몇 분 간 혼자 길게 논리를 전개하여 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학년 여름방학이 시작할 때부터 일주일에 6시간 정도 실전 면접 연습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루에 2~3시간씩 신문과 교양서적과 전공서적을 읽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바쁜 9월 초 원서를 모두 작성한 다음 다시 면접을 준비하였습니다. 10월의 빨간날 친구들, 긴 추석 연휴에도 학원에 3일 출석하여 한글 면접 실전연습을 하고, 그 다음 면접날 일 주일 전에는 저희 학교 영어선생님이신 Mr. Hatfield에게서 면접의 영어 답변 부분에 대한 준비를 했습니다.

 예상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을 써서 말할 내용을 정리해 놓는 것은 5~6분가량 되는 자신의 발언 시간을 논리적인 흐름으로 채워 넣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설정한 예상 질문은 등장하지 않았으나,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point별로 정리하여 결국 포괄적인 분야에 대한 어떤 질문에서도 수월하게 10초 이내에 답변의 point를 생성해 내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상 질문을 적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예상 질문이라도 연습해 봄으로써 point를 만드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면접 준비를 할 때에도 우선 point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영어로 기본적인 인성에 관한 질문인 자기 소개, 지원 동기, 성격의 장점과 단점, 장래 희망에 대하여 각 질문에 30초 정도로 짧게 답변할 수 있도록 일종의 script를 만들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학원의 권유로 시작하였으나 실제 면접에서 이것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꼭 학원이 대학교의 방침을 완벽하게 읽을 것이라는 보장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학원에게는 학원만의 생각이 있고, 학원의 생각도 학생의 생각처럼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면접을 준비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제가 한 말을 녹음하고 다시 들어보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해보면 자신의 발언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찾을 수 있어서 그 문제점에 대한 집중적인 보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약 9번 정도, 한 번에 2시간씩 기숙사에 있는 작은 박스에서 연세대학교에 지원하는 친구들 10명과 함께 자체적으로 실전 면접연습을 했습니다. 10명 모두 지원자의 일부로서 친구들을 도와주고 자신 또한 발전하는 win-win 전략을 택하여 결국 모두가 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따로 2학년 학기가 시작할 때부터 을유문화사의 ‘세계정치론 제3판’을 꾸준히 읽었습니다. 한글로 말을 하는 것도 평소에 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전공서적을 천천히 읽으면 학문적인 구술 방법을 자신도 모르게 체득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면접 때 주제에 대한 답변을 할 때에도 조금 더 깊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항과 순응이라는 큰 주제로 논의를 전개해야 할 경우 조금이라도 더 책을 읽은 사람은 더 강력한 예시와 논거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면접 전날에는 공부를 하지 않았고, 연세대 근처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편히 쉬었습니다. 그 때에는 더 공부를 해도 실제 면접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정신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저는 죽을 먹으면 속을 편안히 해 준다는 선배님의 말을 듣고 면접날 아침에 죽을 먹고 최대한의 안정을 유지했습니다. 면접은 평소처럼만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할 때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두루마기를 입은 예복 정장을 갖추고 택시를 타고 연세대학교에 가는데 길이 많이 막혀서 샛길로 돌아갔습니다. 하마터면 시간에 늦어 면접을 못 볼 뻔했습니다. 학교는 전과 같이 넓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과학관 지하의 대기실에서 약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리고 면접을 보았는데, 그곳에서 같은 한복을 입은 친구들도 만나고 9기 선배님도 만났습니다. 한 선배님께서 저에게 초콜릿을 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기실에 있는 학생들은 여러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신문을 열심히 읽고 마지막까지 지식을 챙기려는 학생과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저에게 가장 정신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하나님께 계속 기도하였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도 면접 대기실에서는 최대한의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작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면접실은 2층의 한 강의실이었습니다. 면접실 앞에서 조교의 지도에 따라 강의실 책상에 앉아 20분간 주어진 제시문에 따른 답변을 따로 주어진 종이에 point별로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면접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이 연습지를 면접 때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연습지는 평가에 반영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point를 외운 상태에서 말하는 능력이 서투르지만 글씨를 쓰는 속도는 매우 빠른 저에게 매우 유리하였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자 교수님 두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은 인자하신 얼굴과 음성으로 면접을 진행하셨고, 옆의 다른 분은 약간 심각한 얼굴로 평가지를 작성하셨습니다. 저는 말을 할 때 두 분과 비슷한 비율로 눈을 맞추었고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면접은 주어진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되었는데, 이는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지원한 사회과학계열(법학계열, 경영계열, 상경계열 모두 문제가 같음)의 문제는 첫째로 글로벌리더의 자질에 관한 질문은 ‘당신이 전공하려는 분야가 세계화에 미치는 영향’이었고, 둘째 질문은 세 개의 지문과 한 개의 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제시문 (가)는 1960년대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인권 운동에 앞장서는 흑인들을 향해 읽은 연설문이었고, 제시문 (나)는 한국의 6.25 전쟁 때 전쟁이 두려워 미국의 괌, 하와이 등지로 피한 가족들에 대한 한 소녀의 원망이 담긴 소설 중 일부를 발췌한 글이었습니다. 제시문 (다)또한 이러한 맥락에 관한 글이었으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표는 어느 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관한 표였는데, 가로축은 ‘회사에 대안을 적극 건의한다’ 와 ‘다른 일자리를 찾아본다’, 세로축은 ‘근무 경력 10년 이상’ 과 ‘근무 경력 10년 미만’ 으로 나뉘어서 각각 A,B,C,D 영역이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상황은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를 가정한 상황이었습니다. 질문은 상당히 많은 요구사항을 지니고 있었고, 그 개수 또한 약 8문항 정도 되어 10분 내에 말하기 위해 매우 압축된 발언을 했습니다. 대략적으로 말해본다면, 제시문 (가)의 사상이 팽배하기 위한 사회적 근거와 사례 제시, (나)에 따른 똑같은 대답, 그리고 흑인 인권 운동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의 태도에 대한 이유 제시가 세 개 지문에 대한 질문이었으며 A,B,C,D 각각의 영역이 가장 높게 나타날 때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적 배경을 설명하고 그것을 제시문과 연결시키는 것이 표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이라는 경구를 항상 마음에 지니고 있어서 그냥 편하게 마음을 먹고 평소처럼 말을 하였습니다. 긴장을 풀고 적극적으로 교수님을 저의 담론에 끌어들이기 위한 비언어적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평소에 혼자 말을 하면서 실전에 대비를 해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봅니다. 연세대학교에 합격한 어떤 선배가 말했듯이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15년과 같이 길었고, 면접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15분이었으며, 면접을 본 후에는 이미 지나간 면접이 15초처럼 짧게 느껴졌습니다. 면접을 다 보고 연세대학교에 면접을 보러 오신 9기 선배님들과 10기 친구들과 그리고 지금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9기와 8기 조기졸업 선배님들과 함께 대학교 앞 번화가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좋은 선후배 관계가 다른 어느 학교보다도 단단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심란한 마음을 풀어주려는 선배님들의 말도 새겨들었습니다. 그날 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기분 좋게 집에 왔습니다.

 앞으로도 연세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은 우리들에게 활짝 열려 있을 것입니다. 목표에 둔 학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금 노력하는 것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조기졸업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 열심히 조기졸업을 준비하게 될 우리 고등학교 후배들 또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2006.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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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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