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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은 그 사람이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폭넓게 꿰뚫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담론을 마치 홈이 파져있는 선로를 따라 모노레일이 움직이듯이 끌어나가면 누구나 그 의견을 일차적으로는 수용한다. 비판은 발언이 끝난 후에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적 능력과 그 발언을 대조해 본 후에 이어진다. 즉 어떠한 불완전한 주장이라도 정당성을 가진다.
 
  면접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사설과 칼럼 등에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나갈 경우에는 그것이 사실적인 사례에 대한 조망이 부족한 불완전한 주장이라도 정당성을 갖는다. 그 담론을 듣는 사람은 그 사람이 당연히 최근 벌어진 시사의 모든 소식, 지금까지 인류에 중대한 영향을 끼쳐 온 사회과학자의 이론, 그리고 지금까지 있어 왔던 모든 정치인이 가졌던 사상과 주장을 모두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펴는 사람은 항상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사회 현상이나 사건의 호수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한 컵을 떠올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야 할 모노레일의 노선이 아닌 그것과 90도로 교차하는 다른 노선에 대해서는 차마 그 노선을 달릴 엄두조차 못 낼 것이다.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은 불완전하고, 언제나 비판의 여지를 남긴다. 규범적 진술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발언 혹은 글인 이상 반증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그 의견이나 주장에서 문제는 그 사람이 호수에서 담아오는 한컵이 얼마만큼 많은 물을 담아오는가다. 즉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의 양이 중요하다. 누구나 모든 인간이 딛고 서 있는 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근거를 채취하여 발언을 뒷받침하는데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근거가 많을 수록 그 사람의 주장이 더 많은 설득력과 정확성을 얻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물컵이 정말 손에 앙증맞게 쥐어질 정도로 작고, 이 컵으로 저 멀리 있는 지식과 사실의 호수에서 물을 떠온다 해도 그것이 나의 의견을 뒷받침하는데는 너무 미약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일단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피력해야 하는 때가 오면 용기를 내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일단 내가 파 놓은 모노레일의 노선을 따라 달려야 한다. 면접과 같은 실제 상황에서도 답변을 시작하기 전에 깊이 생각하고 내가 끌어올 수 있는 지식을 모두 끌어 온 후에, 내가 아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 논의를 전개해야 면접에서 최소 요건인 발언의 완성은 달성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사실적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만들어서 오직 언어적인 측면에서만 그것을 들었을 때 조차도 그 발언이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논의를 하는 주제에 따라 사실적 근거를 많이 끌어오면 끌어올수록 더 좋은 의견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고, 도저히 내가 예전에 책에서 읽었던 문학이나 사회과학의 지식을 끌어오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반면 자신만의 논리성을 갖추는 일은 어느 경우에서나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나도 이 '사실적 근거' 가 어느 지식의 범위까지를 포괄하는지는 확실한 입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어쩌면 내가 신문을 읽지 않고도, 유명한 저자의 책을 읽지 않고도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 '나는 사실적 근거를 많이 끌어오는구나' 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나의 생각도 치밀한 사전 조사가 없이 말한 것이지만 일단 정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내가 현실 속에서 많은 사례와 근거를 끌어올 수 있다면 논의는 더욱 풍부해지고 면접의 경우에는 면접관에게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현실의 정황을 완벽히 꿰뚫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주눅들기보다는, 일단 용기를 내어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어느 인간도 세상의 흐름이 계속 생산하는 이론과 사건과 특정인의 주장에 대해 모두 다 알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불완전한 주장이라도 그것을 경청하는 것은 청자와 독자의 제일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면접을 준비하는 친구들, 그리고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2006. 10. 18.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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