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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과의 관계는 항상 밀접해야 한다. 내 할일이 있기에 잠시 관계에서 도피하는 건 좋지만, 의무가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는 오히려 더 친구들과 친해져야 하는 것이 나의 의무가 된다.
 
  유머를 나의 마음 속에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 유머는 인간관계 형성의 기본이다.
 
  내 할일에 타인과의 관계 때문에 소홀해지지만 않는다면, 내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친구들과 밀접해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너무 잘난 사람은 남들의 시기를 받고, 그런 사람은 대개 혼자 쓸쓸히 인생을 보낸다. 우리 학교의 모든 친구들은 잘난 친구들이다. 다 충분히 잘난 모습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지만 숨기고 있을 뿐이다. 대인관계를 위해서 잘난 점을 숨기자.
 
  공부만 하고 목소리가 작고 사색적인 사람을 나쁘다고 몰아붙일 수는 없으며, 이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다. 다만 이런 사람이 양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사교적이기도 한다면 그 사람은 아주 이상적이다.
 
  모두들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니 내가 먼저 목소리를 높이고 유머를 곁들여 다가가자. 친구들은 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지 않다.' 정상적인 사람은 새로운 친구와의 연결에 항상 열려있고, 주변 사람들과 만날 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내 스타일은 분명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이 스타일과 사교적인 모습은 충분히 조화될 수 있다.

  사교적인 모습이란 워낙 광범위한 것이라 모든 사교적인 모습에서 하나를 골라 나의 스타일과 연결시키자.
 
  같이 겨울 바다에 가 바다만 물끄러미 쳐다볼 수 있는 사람보다는 같이 파리 시내를 즐겁게 대화하며 활보하고 그곳의 모든 주위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같이 그 주변에 빠져들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가만히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 곳을 응시하는 진지한 모습은 예술의 감상과 같은 사적이고 독자적인 분야에 한정시켜버리자.
 
  진정한 비호감은 가식적인 웃음이 섞인 친절한 말투,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난 너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다.
 
  일단 모두에게 누구누구야 하고 친근하게 부르려 하기보다는 이름 세글자를 불러보자. 그게 오히려 편한 인간관계 형성에 좋다.
 
  공부 외의 일에서 친구들과 같이 속한 어떤 일을 만들자. 그 일이 무언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거나, 긴급한 문제이거나, 구성원 모두에게 성취감을 주는 일이라면 매우 좋다.
 
  친구 얘기(제3자에 대한 험담)를 해서 같이 웃고 떠들지 말고, 나와 네가 모두 겪을 만한 인생 이야기나 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자. 즉 솔직해지면서 인간미가 드러나는 대화를 하자.
 
  비판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비판하는 사람을 내가 비판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Acquaintance와 Friend의 차이는 서로 같이 속한 일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다. 싸이월드에서 그냥 일촌과 관심일촌 사이의 차이와 같다. 두 명의 Friend 사이에서 같이 한 일 혹은 같이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에서 이야기의 주제가 생겨나고, 그에 따른 두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서로의 마음을 투명히 할 수 있다. 한편 Acquaintance끼리는 같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다만 형식적으로 같은 그룹에 속해 있거나 기타 방법으로 관련만 지어졌을 뿐이다. Acquaintance였던 사람이 Friend로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고, 어제의 Friend가 오늘의 Acquaintance로 될 수도 있다.
 
  나는 학교의 수많은 Acquaintance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에서 12층까지 올라갈 때의 적막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민족사관고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이 Acquaintance들로 파편화되어 있다. 그런데 기숙사 생활과 우리는 KMLA Family라는 사상이 마치 모든 사람들은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듯이 도덕 규범을 주입시킨다. 나는 이것을 반대하고, 내가 거부하더라도 이러한 생각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다. 학교의 모든 사람이 KMLA Family라는 명제는 절대 거짓이다. 이것은 학교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모든 학생들에게 의견을 전파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명제이자 하나의 용어일 뿐이다.
  가끔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불편하다. 다른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는 상황에 있을 때 나는 불편하다. 혼자 지내는 개인적인 영역과 시간은 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한데 기숙사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버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가 어떤 특별한 일을 위해 모이는 모임은 활기차며, 모두에게 행복을 준다. 다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아무 연관성이 없는 상태에서 단 몇분이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불편하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게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친구들과 사소한 대화 하나 주고받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은 과연 잘못된 일일까. 나의 본성은 혼자 있고 싶어한다. 혼자 있으면서도 남들과의 인간관계를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내 본성은 단점이 아닌 특성이다.
 
  Acquaintance보다는 Friend가 훨씬 더 좋고 편하다. 그러나 억지로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내 할일을 해 나가면서 친구들이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일은 나와 같은 일에 소속된 사람들, 곧 Acquaintance에서 Friend로 전환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는 일이다. 그들에게 인간미를 보여주고, 서로 꺼리는 주제의 제시를 꺼리며, 서로의 인격을 존종하고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2006. 11. 27.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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