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서
오늘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당신.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알려준대로 전날 밤 15분 정도 시간을 내어서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다음 내일 할 일을 결정하는 일을 실천하는 당신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당신은 자부하지만, 막상 계획만 열심히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의 친구 H는 나의 권유로 플래너를 쓰기 시작했으나 3개월만에 'X표가 너무 많아서 플래너를 보면 막 화가 난다. 난 내 스타일대로 살런다' 하고 플래너를 덮어버린 적이 있다. 비단 H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등학생들은 할 일이 많다는 것에 압박을 받아 천천히 쪼개서 할 일을 내일에 잔뜩 몰아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혹은 나의 능력을 너무나 과대평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 갑자기 튀어나올 지 모르는 약속 등에 의해서 내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을 빼앗기기도 한다.
플래닝 가이드가 친절하게 제시해주는 '목표는 SMART하게 설정하라' 라는 일종의 조언이 있다. 플래너에 속지로 달려있는데, 그 안의 내용을 읽어보면 어떻게 당신이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있다. 그 중에서 나는 나의 경험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R, 즉 Realistic하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Realistic한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플래너 가이드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다. 마치 유치원생에게 '한마디로 요약되는 철학적 진리' 를 짧게 말해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인생을 계획하는 법, 좁게 말하면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는 법을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말해 봄에 있어서 이 R에 대한 나의 사색을 먼저 말해볼까 한다. 언행일치라고 일단 말을 내뱉었으면-플래너에 계획을 적었으면- 실천하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기에, 그리고 실천적인 자세는 곧 우리들의 발전을 가져오기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하루하루
나는 분명히 오늘은 쌩쌩할 거라 믿었건만, 이를 어쩐담? 갑자기 졸음이 밀려온다. 비록 공적인 일, 즉 학교 숙제라던지 회사의 브리핑 같은 일에 있어서는 졸음을 꾹 참고 정신력으로 굳건히 버틸 수 있지만, 내가 나를 위해 계획한 일에 있어서는 이렇게 졸음이 밀려올 때 속수무책이다. 또한 예기치 않게 아는 선배님께서 저녁을 사주실 때가 있다. 저녁을 먹고 노래방도 가고, 오면서 크리스피 크림 1박스도 사올 정도로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이른바 회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회식은 좋다. 하지만 문제는 그 회식이 내가 세워 놓은 계획을 성취하는 시간을 빼앗는다는 데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 다른 사람에 의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하루의 연속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그러니 오직 내 능력만 믿고 계획을 엄청나게 많이 세워놓지 마시길.
나를 플래너에 모두 표현하자 - 한약 챙겨먹는 일까지도
플래너에 내가 하루동안 하는 모든 일을 다 적자. task list 칸이 빽빽한 글씨로 채워지게. 심지어 한약 챙겨먹는 일까지도 적자. 의무에 쫓겨 살다가 하루에 두 포씩 꼬박꼬박 먹어야 하는 한약을 못 먹게 될 수도 있으니. 한약 얘기는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이것이다. 플래너를 보고 내가 어느 정도로 계획 실천에 얽매여 있는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 즉 '의무'라고 하는 것만 플래너에 적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의무와 싸워 이기면서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활동을 같이 하는 '인간적인' 사람이지 기계가 아니다. 마치 니체가 '짜라투스트라' 에서 의무와 싸우는 인간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인간이 진보하면 실존을 찾아나서는 순수한 어린아이가 된다고 말했던 것처럼.
플래너에 의무(주로 A로 표시되는 일들)는 물론, 나를 위한 중요한 일(주로 B로 표시되는
일들)도 적자. 그리고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일(C로 명명된 일들)도 적자. 나는 이제부터 플래너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플래너가 나의 할 일을 시킨다. 이러면 다시 우리가 기계가 되는 거 아니냐,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잘 따져보라. 플래너가 나에게 시킬 '내가 할 일' 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플래너의 명령을 따르도록 약속하는 과정이 지금 내가 역설하고 있는 과정이다. 이러한 작업을 거치고 나면 나는 리스트에 써 있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좀 더 현실적인 플래닝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루를 계획하는 시간은 그 전날 딱 한 번이 아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우리들이라고 말한 데 이어 우리들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도 말하고 싶다. 이 말이 무엇이냐 하면, 흔히 전날 밤에 다음날의 계획을 모두 세워놓고 실천하리라 다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다음날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너무 욕심내서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라는 충고를 건네고 싶다. 전날 밤에 내일 할 일의 30%만 계획해 놓고, 다음 날 아침부터 점심에 걸쳐서 조금씩 조금씩 할 일을 리스트에 추가하는 방법은 어떨까. 나의 상황을 봐 가면서 계획하니 현실성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나는 플래닝의 묘미가 '내일의 나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들어맞을 때'라고 생각한다. 즉 내일의 나의 모습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운 다음, 다음 날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계획한 모든 일을 끝냈을 때 그 쾌감,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초능력을 가진 존재, 미래를 훤히 꿰뚫고 있는 미륵과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예측 작업을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을 나는 제안한다. 다음 날을 일기예보의 1주일로 바꾸어 생각해 보았을 때 기상청이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게 정확한가, 앞으로 1주일간의 날씨를 예측하는 게 정확한가에 대한 답은 금방 나온다. 당연히 전자 쪽일 것이다. 플래닝의 현실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나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하루를 마치면서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기쁨의 한마디가 저절로 나올 때 우리는 R의 가치를 획득함과 동시에 우리를 향한 자기 존중까지도 꾀할 수 있다.
마치면서
이렇게 여러 가지 말을 써 놓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당연한 말을 어렵게 풀어 쓴 것 같기도 하고 과연 이 '썰' 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나를 엄습하여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주눅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내가 당연한 진리를 다시 말하면 이제는 돌을 맞게 될까. 현실적인 플래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가 세운 목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하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 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플래너는 단순히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의 발전을 위한 일을 알려주면서 나를 점점 발전시키는 역할도 같이 한다. 플래너를 통해 발전하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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