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워놓은 계획을 하나씩 실천해 나갈 때 가장 첫째로 보아야 할 것은 내가 일 하나하나를 밀도 있게 해나가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밀도 있게'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
2. 하루 중에 일정 시간을 만들어 놓아 그 시간 안에 특정 일을 모두 모아 놓고 진행한다
이 중 2. 가 더 중요하다.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컴퓨터와는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거의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번 상을 차려 놓았으면 식탁 위의 모든 반찬을 그때 모두 골고루 먹어치우는 일이다. 효율성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모든 일에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집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을 때 한 상에 모두가 둘러앉아 한꺼번에 먹는다. 절대로 몇 명만 다른 시간대에 먹거나 하지 않는다. 모두가 밥 한 끼를 먹는 일에 밀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하루 동안 책상 앞에서 자료를 찾아 읽는 일, 책 한 권 안의 분산되어 있는 과제물을 찾아 끝내는 일 등에서는 '한 상에 둘러앉아 한꺼번에 먹는' 식의 방법을 취하고 있는가?
밀도 있는 하루가 필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공부일 것이다. 일단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내가 정해놓은 시간을 온전히 나의 자유 의지로 관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공부를 밀도 있게 계획하는 것의 성공 여부는 오직 나에게만 영향을 받는다.
밀도 없는 공부의 예는 주위에 많다. 평소에 공부하면서 앞에 TV를 놓고 TV를 본다던가, 누나 혹은 형이나 동생과 이야기를 한다던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부 하나에만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결국 빨리 할 수 있는 공부를 지체시켜 결국 늦게 잔다. 반면 혼자 2시간만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열람실 좌석에 앉아 할 일을 모두 끝내버리고 일찍 자는 사람도 있다. 결과의 품질은 같을지 몰라도 피로도와 시간 대비 효율성에 관하여는 밀도가 있는 방법이 훨씬 뛰어나다.
잠이 불규칙하다던가, 공부가 주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틈틈히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가끔씩 즐겨 쓰는 방법인데, 20분 후 일어나겠다고 알람을 맞추어 놓아도 20분 후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주위에서 강제로 내가 잠을 휙 달아나도록 하는 요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욱 혼자 일어나기가 어렵다. 학교에서는 나도 20분 정해놓고 자면 정말 딱 20분만 잠 자는 일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20분을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하루에 잠을 자는 시간은 밤으로 몰아야 한다. 마치 실린더에 담긴 용액을 마구 흔들었을 때 기포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한 쪽으로 쏠리는 것처럼 잠자는 시간을 한 곳에 모아서 배정해야 한다. 중간중간에 잠을 자면 잠자는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를 넘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도 잘 집중이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밀도 있는 생활 계획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잠이 아닐까 한다. 공부를 하기 위한 체력은 운동이 10%만 좌우하고, 음식이 50%를 차지하고 그 다음 수면이 40%를 차지한다고 본다. 운동의 비중이 이렇게 작은 이유는 여자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잠은 충분히 자야 한다. 졸면서 공부하면 효율이 떨어질 뿐더러 내 의지로 이를 악물고 버텨 보겠다는 오만한 마음가짐은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다. 졸음을 이기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체력의 한계점에 다다라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밀도 있는 삶은 매 순간 사람에게 활력을 심어준다. 평소에는 공부를 느슨하게 하다 시험이 2주 정도 앞으로 다가오면 열심히 하여서 좋은 결과를 내는 이유도 공부의 밀도의 차이에 기인한다. 큰 시험을 앞두면 사람의 마음부터 바뀐다. 마치 큰 전투에 참가하는 戰士의 마음을 갖게 된다. 결국 하루 중 공부하는 시간에는 공부만 한다. 결과는 당연히 좋다. 이와 같은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른 삶의 영역에서도 이렇게 특정 시간을 잡아놓고 그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모아서 끝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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