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중간고사를 보고 드디어 귀가를 했다.
다른 친구들은 AP때문에 기숙사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나도 물론 AP에서 해방된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보는 과목은
Micro,Macroeconomics이고 중간고사 시험범위이다.
그래서 따로 많이 공부할 필요가 없어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어제 4교시에 영표 어머니께서 던킨도너츠를 사오셔서
맛있게 먹었는데, 그때 날씨는 또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평소에 그 우유와 소의 체취가 적절히 배합된 조금은 구역질이 나는
냄새는 온데간데 없고, 싱그러운 풀의 향기만이 코 속을 휘저어 들어갔다.
언제 피었는지 다시 보아도 너무나도 신기한
노란 개나리들, 그리고 저 멀리 산에 핀 진달래꽃 나무들.
내가 기숙사에 틀어박혀 친구들과 열심히 공부를 할 동안
자연은 때가 왔음을 알고 꽃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인문1반 남아들은 그래서 교육관 밖 다리 옆 나무 밑에 앉아
한가롭게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던킨도너츠를 먹었다.
어제 귀가한 나는 '사립학교 아이들' 을 300페이지까지 읽다
졸려서 잤다. 오늘 개운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
항상 귀가때마다 찾아가던 창덕궁 옆 미용실을
평소대로 엄마 손 잡고 같이 갔다.
오늘 날씨가 정말 최고다. 더군다나 서울에서는 노는 토요일이라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대학로와 종로를 누비고 다녔다.
특히 국립서울과학관과 서울대병원 그리고 창덕궁 쪽에
싱그러운 고등학교 신입생들의 얼굴처럼 핀 푸른 잎과 붉은 꽃들이
나의 눈과 코를 즐겁게 했다.
오늘 미용실에서는 형이 내 반항적인 머리(아무리 왁스를 발라도 가라앉지 않는 머리)를
진정시켜줬다. 무슨 약을 가지고 했는데 효과가 정말 좋았다.
머리를 세팅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니 성취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나서 대학로로 걸어갔는데, 가는 길마다 꽃이 만발하여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대학로에 가니 교대와 다른 대학생들이 교육개정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중에 누나도 있어서 만나서 얘기도 했다.
점심은 옆에 스시 캘리포니아에서 산뜻하게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명동으로 갔다.
밀리오레에서 옷을 많이 사고, 코즈니에 가서 인문반 친구들 선물도 준비했다.
그리고 오후 4시쯤 집에 왔다. 봄이 한창일 때 이 좋은 날씨 속에서
이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지난 학교 안에서의 4월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이번 5월도 열심히 보내자!
2006.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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