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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So What(우리 대학교 중앙재즈 동아리) 사람들과 같이 맥주를 마셨다. 기분좋게 서로를 조금 더 깊게 알아가고, 점점 서로 가지고 있었던 투명한 벽을 사르르 녹여갔다. 비록 내가 아직 89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주민등록증 검사에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했지만, 나의 행동은 술과 사람을 친하게 대할 수 있는 성숙함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나 자신도 이전의 소심한 성격에서 벗어나 마음 속에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말했고, 주위 사람들이 즐거워할 만한 대화 주제를 골라잡을 줄 알았으며, 내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거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줄 알았다.

  맥주는 다른 술에 비해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준다. 아무런 걱정과 슬픔이 없는, 쾌락과 기쁨만이 지배하는 분위기가 맥주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 속을 휩쓸고 지나간다. 모든 사람들은 하루의 걱정과 고민을 싹 씻고 그 순간의 즐거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것은 소주가 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소주를 마실 때에는 힘든 심경을 털어놓고 서로 동정하고, 아니면 취중 고백을 하는 등 대부분 우울하고 진지한 말이 오간다. 첫번째 생맥주 집에서 퇴짜를 맞고 다시 찾아간 둘째 주점에서 우리는 붉은 노을빛의 레드 락 피쳐를 마셨다.


  회장 형은 정말로 활기가 넘치고 항상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스스로 남에게 벽을 만들어놓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에 가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우리는 처음에는 잠실에 같이 놀러가자는 이야기와 우리 동아리에서 유독 많이 붙은 카투사 이야기, 마에스트로의 표정을 한 두혁이형에 대한 이야기, 훈남 한길이형 이야기 등을 하면서 마음 가는 대로 깔깔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두번째 주점에 가서 우리는 우리 동아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누군지에 대해 말했고, 회장 형이 예전에 겪은 '성숙해졌다는 오해' 에 대한 에피소드도 이야기하면서 조금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하면서 또 웃었다. 사소하지만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말하면 그것은 최고의 웃음을 선사해주고, 인간관계를 가까이 하게 만드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우리 So What이 아마추어 동아리 치고는 최고의 동아리이고 빅밴드에 있어서는 전국에서 손꼽아도 된다는 자부심의 한마디도 하였고, 그에 따른 여러 음악 담론도 오고갔다.


  그리고 우리는 자리를 떠나 조금 빠르게 걸으며 주류백화점으로 가서 보드카 한병과 과자와 쥬스를 사고, 다시 동아리방으로 들어갔다. 늦게까지 학교에 있어본 적은 이번이 두번째다. 나는 방에서 형들이랑 같이 즉석 연주를 (Girl From Ipanema)한번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맥주가 들어가서인지 나도 조금은 감정적으로 물들어갔고, 그에 따라서 얻은 소득도 매우 많아 흐뭇했다. 나도 이렇게 즐거운 얘기를 하고 또 즐거울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곁에 두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다. 맥주와 같은 촉매가 들어가야만 사람이 주위 사람과의 벽을 허문다면 그 사람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지만, 평소에도 오늘과 같이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다면 그 사람은 최고의 인간으로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나는 바로 그 사람이 되고 싶다.


2007.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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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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