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연고전(고연전)이 어제 첫 경기를 시작했다. 잠실을 가득 메운 푸른 물결과 붉은 물결, 이 두 물결은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장관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신문이나 연세대학교 잡지 등에서 보아왔던 연고전의 풍경들이 바로 내 눈앞에 벌어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뜨겁게 벅차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귀로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응원가, 그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고함치는 대규모의 학생 관중들, 경기의 긴박감에 온 정신을 집중한 표정, 주위의 친구들과 함께 맞추어 흔드는 손과 어깨와 몸, 모두가 귀로 눈으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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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잠실야구장이 있다. 오늘 나는 그곳에서 동아리 사람들을 기다렸다. 주위에는 연대 사람들보다 고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다니는 모습은 처음 봤기에 더욱 신선했고, 그 때문인지 고대 여자 아이들이 연대 친구들보다 더 이뻐 보이기도 했다. 내가 고대 학생들의 모습에서 참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너무 집단주의적이지 않은 기분좋은 단합이다. 파란색만을 유일한 공통 코드로 삼고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여 다양한 스타일을 걸치고 등장하는 연대 학생들과는 달리, 고대 학생들은 모두가 똑같은 크림슨 레드의 반팔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연대의 옷 색깔은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하늘색, 파란색, 남색, 이렇게 3가지로 나뉘었지만 고대의 경우 거의 모두가 크림슨 레드였고 극소수만 새빨간 티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반이나 과별로 디자인한 티셔츠의 경우라도 색깔과 도안이 차분하게 통일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 연세대도 반이나 과 티 디자인을 할 때 '크림슨 레드'처럼 조금 더 구체적인 색깔을 정하여 통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양 선교사가 세운 학교와 대한민국 민족 지도자가 세운 학교, 따라서 개인주의가 강한 학교와 집단주의가 강한 학교 사이의 차이는 아직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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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3개, 야구와 농구와 아이스하키였다. 잠실에서 했던 종목은 이중 야구와 농구였고, 아이스하키는 목동에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지만 연대가 야구와 농구에서 모두 졌다. 나는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농구 경기만 보았는데, 농구 경기는 고대의 센터와 외곽 슈터의 맹활약으로 고대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 팀은 초반에 너무 방심해서 고대와 14점 차이를 만들었다. 그 차이는 3쿼터 중반에 7점 차이까지 좁혀졌으나 결국 4쿼터에는 15점 차이로 다시 벌어졌다. 초반에 방심을 한 팀이 거의 지게 된다.

고대의 경우 크게 두 가지 전술을 4쿼터 내내 일관성 있게 유지했다. 공격을 할 때에는 선수 3명이 동시에 앞으로 나가서 그 3명끼리 빠른 패스를 했다. 패스를 받은 사람은 안정된 자세로 3점 슛을 했고 따라서 정확도가 높은 슛은 득점으로 이어졌다. 반면 우리 연대 선수들은 3점 슛을 하기 전에 자세를 안정시키지 못했다. 정확성이 조금 더 좋았다면 우리 연대도 충분히 승리를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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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3쿼터 중반에서 점수차가 7점 차이까지 좁혀졌을 때 연대는 정말 열심히 '해야'와 '아리요'를 외쳤다. 그 전까지는 잇따른 선수들의 슛 실수로 관중들도 지치고 앞의 응원단도 지쳐 있었지만, 점수차가 점점 좁아지고 빠른 팀워크에 의한 멋진 슛이 잇따라 연대에서 터지면서 관중들은 다시 우르르 일어섰다. 연대 응원가는 사람을 압도하는 무서운 맛이 없다고 흔히들 연대생들이 불만을 표시하는데, 나는 이번에 연대 응원가가 가진 독특한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느꼈다. 고대는 동작이 단순하고 소리 지르는 부분이 많아서 상대편을 압도하기가 참 편하다. 그러나 너무 단순하면 상대편이 그 응원에 익숙해진다. 우리 연대의 응원 동작은 매우 복잡하다. 정말 별의별 동작을 다 만들고 '응아일체'의 경우 관중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돌림노래 형식을 취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동작들은 복잡하면 할수록 하나같이 더욱 더 귀여워진다. 개인적으로 상대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즐거운 귀여운 동작보다는 조금은 단순하더라도 힘찬 동작이 더 좋은 듯하다. '해야'와 '아리요'는 바로 그 동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농구 이후로 그 두 곡이 무지무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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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고전 둘째 날이다. 2승하자.


2007. 10. 6.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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