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

 지금까지의 대학교 1년 생활을 되돌아보았을 때 나는 대부분 학교라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수동적인 소비 생활에서 벗어나 학교 안의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공연을 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지금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하자는 영감을 받아 지난 1년이 가진 부족함을 음미하고 있다. 락과 재즈의 음악 동아리와 학부대학의 자문단, 사랑스런 학교의 많은 친구들, 그리고 학과 공부, 모두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진 것이다. 1학년이니까 일단 학교 안에서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해 봐야 하는 것이라고 정당화할 수도 있지만 나의 부족했던 점은 눈에 띄게 드러나 있다.


  대학생에게 체험의 기회는 매우 많이 열려 있고 사람들은 대학생들에게 호의적이고, 체험을 하기 위한 비용도 훨씬 저렴하게 대접해준다. 대학생들은 이 드넓은 세상에서 어떤 특정한 이해관계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 즉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할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대학생이 하는 일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회로 나간다는 것은 학교라는 작은 기관보다 훨씬 큰 기관, 회사, 정부와 같은 커다란 집단 그리고 그 집단 속의 사람들과 특정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더불어 더 넓은 세상에 널려있는 지식과 스타일 그리고 가치관과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적, 물적인 두 가지의 관계망을 점점 도화지에 스케치 하는 과정이 대학생의 제일 중대한 과정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당연하지만 꼭 이런 이야기들은 다시 곱씹어 보았을 때 더 명확하게 다가오고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영감을 가져다준다. 내가 만든 이야기인데도 내가 영감을 받았다.


 넓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그러한 결심은 나에게 두 단계의 과제를 제시해 주었다. 첫째는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 즉 학교 안의 단체에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제대로 일하자는 과제다. 1학년 때에는 나 혼자 무언가를 계획하여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대표적인 것이 공부이고 그 외의 동아리에서 내가 주도해서 의견을 냈던 많은 회의다. 완벽함의 범위가 나 자신으로 한정되어 있어도 나는 내가 한 일들을 완벽하다고 속으로 칭찬했다. 공부에 대해서는 학교가 나름의 칭찬을 했고, 학교 안에서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서도 나 혼자 계획한 일들에 묵묵히 찬성하며 따라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는 예전의 내가 보여주었던 독단적인 활동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내 귀에 그 불만이 들어오지 않아서, 혹은 내가 그 불만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 밖에서 불만과 지적이 있는데 내가 한 활동들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는가. 내가 칭찬하고 나 밖의 사람들도 칭찬해야 완벽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내 스스로 계획을 많이 하지 않고, 무엇이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천천히 계획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내 능력이 절대적으로 더 뛰어나도 사회의 어느 곳이든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모든 단체 안에서는 그런 나의 능력을 일단 숨기고 있어야 한다. 독단적인 나에 대해 다시 한번 크게 반성한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내가 독단적이지 않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두 번째 과제는 학교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기관에 나 또한 관계를 맺고 참여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매우 두려웠다. 그 사람들은 무조건 나를 적대적으로 여기고 면접에서 무조건 떨어뜨릴 것이라고 과장해서 두려워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한 두려움은 어쩌면 이 사회에서는 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 나의 치밀한 계획만 있다면 나는 이 사회 안에서 충분히 입지를 잡고 살아갈 수 있다는 나의 오만한 속 생각에서 유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즉 나는 이 사회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일단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자연스러운 관계망 형성의 원리에 대해 무감각했다.


  요즘 들어 나의 정체성이 점차 명확해지고 내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고 또 무엇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에 따라 더 넓은 세상에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놀고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물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회 속에서의 나에 대한 인식과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제 나는 대학교 2학년이고, 나를 벗어나고 학교를 벗어나 세상 속으로 조금씩 얼굴을 비추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혼자서만 계획하고 성취하고 만족하는 모습은 새내기의 기대수준을 만족시켜주는 데 불과하다. 이 세상 속에 있는 많은 사람, 단체, 지식, 스타일, 그리고 가치관과 끊임없이 관계 맺기를 시도해 보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도전할 때면 나는 그렇게 즐겁지 않을 수 없고 또 피로함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사회와의 관계 맺기는 이미 내가 계획했던 내면을 완성함과 동시에 새로운 나의 모습을 그려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보다 멀리 보아야 한다.



멀리 보기 위한, 넓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한 나의 결심

  • 이 블로그는 나 혼자 끄적거리는 공간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노하우와 영감을 줄 수 있는 나의 창작 공간으로 만든다. 얼마 전 알게 된 Creative Commons (CC) License를 활용하여 나의 저작물 그리고 블로그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책임을 지고 그만큼 더 근사하고 멋진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3월 14일에는 CC Korea Conference도 가볼 생각이다. 아, 그리고 예전에 만났던 민사고 12기 후배의 아버님께서 연세대 법대의 저작권법 전문 교수님이신 게 떠오른다.
  • 어울림과 So What에서의 활동을 계속하며 물론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을 위한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음악을 통한 아르바이트를 생각해 본다. 중고등학생 과외는 멀리 보는 자의 행동은 아닌 것 같다.
  •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에서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며 학부대학에서 직접 제도와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사람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확장한다. 지금까지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이 강했다.
  • 오늘 다큐멘터리 '대국굴기'를 봤는데(뒤늦게 본 편이지만) 참 많은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모든 나라가 제각각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개성 넘치는 대처법을 가지고 강대국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구한다. 이것이 내가 나아갈 분야인 정치경제와 무역 그리고 제도에 관한 연구일 것이다.
  • 나의 스타일 지도 만들기, 인간관계의 지도 만들기. 나는 나라는 프랑스, 네덜란드, 체코가 좋다. (체코 여자는 너무 이쁘다.) 각각의 나라들의 모든 문화를 사랑한다. 정치외교학 좋아하고 음악 좋아한다. 등등..점점 뻗어나가는 생각들.
  • 그 외의 많은 것들.....연애? ^^;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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