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 단독공연 ‘겨울의 화(華)’
20081226 8PM @ Club 打


  아침에 병원에 갔다 와서 장이 놀랜 상태였는데 공연을 보러 간다 그래서 처음에는 올 스탠딩으로 공연을 봐야 될까봐 지레 겁먹었어요(타가 오손도손 앉는 곳인 줄 몰랐거든요). 하지만 오늘 공연장 뒤 계단에 앉아 편안히 보면서 여신님 덕분에 비록 미세먼지와 니코틴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픈 것도 다 낫고 음반과 라디오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었던 밴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즐거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특히 2009년에 발매될 2집에 수록될 곡들을 많이 들려주셔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꽤나 즐거운 마음 가지고 연말 큰 선물을 받았다 생각했을 거에요.

  관객들은 역시 인생을 깊게 음미하는 오지은의 가사에 어울리게 연령대가 조금 높으신 분들이었구요, 물론 저와 같이 어린 친구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조용한 등장 후의 첫곡은 ‘Winter Night’으로, 비록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훈훈한 시작을 알리는 곡이었습니다. 앞에 모여 앉아있는 관객들은 마치 동화책을 읽어주는 마을 언니를 보러 온 아이들 같았어요. 그 다음으로는 ‘Love Song’, ‘부끄러워’ 그리고 ‘작은자유’ 이렇게 세 곡을 연달아..가 아니라 특유의 멈추지 않는 소상한 멘트와 함께 불러주었어요. 특이한 점은 이 세 곡이 모두 다 C키라는 점이었습니다. 예쁘장한 D키도 차분하게 밝은 A키도 아닌,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C키를 가진 이 차분함은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한 첫 6곡 이후의 신나는 사운드를 위한 초석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특히 ‘Love Song’이 나올 때에는 관객들이 숨소리 하나 내지 않아서 마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캐롤을 듣는 느낌이었어요.

  1집 자켓 촬영 때 입은 빨간 색 옷과 협찬받은 신발 얘기를 하시면서 지은님께서 말을 꺼내셨습니다. 저번 GMF때는 “오지은? 오지은이 누구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흥 보여줄게’ 하는 식의 공격적 태도(?)로 공연을 하셨다가 오늘은 이렇게 추운 날씨에 홍대까지 찾아온 관객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싶다고 하셔서 훈훈했어요. 원래는 7cm가 넘는 구두를 신고 공연을 하셨지만 오늘은 편한 마음으로 음악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운동화를 신고 나오셨답니다.

  C키의 세 곡 다음으로는 라이너스의 담요의 기타,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이지형의 베이스 세션으로 참여하신 정중엽씨와 함께한 ‘길’과 ‘Wind Blows’가 이어졌습니다. 중간에 컨닝페이퍼와 보면대를 빼먹고 안 가져오셨는데요, 이 분주한 상황에서도 지은님의 끊이지 않는 멘트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을 위한 공감의 한마디, “근육을 움직이고 싶으신 분들은 이때까지밖에 기회가 없다는 거… 근데 뭐 앉아서 즐기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관객이었을 때 앞에서 “일어나세요” 하면 저는 “아니 왜?” 이랬어요. 뭐 일어나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멘트를 열심히 듣고 나서 오지은씨는 참 똑똑하고 배려심 많은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이번 공연을 통해 굳히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쿠스틱 6곡이 끝나고, 그 이후는 쭉 밴드 사운드가 함께해 주었는데요, 첫곡으로는 조용한 음악에 젖어 있었던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거대한 스네어 롤 소리로 ‘진공의 밤’을 시작하였습니다. 가죽자켓을 입고 나타나신 지은님께서는 저번(9월의 Milky Way) 민트페스타 때의 그 강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셨답니다. 와우 페달과 훵크 리듬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진공의 밤’은 Two Ton Shoe를 연상케 하는 멋진 곡이었구요, 다음으로 이어진 ‘24’는 1집에서 가장 신나는 곡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따라하고 싶었는데 영어 가사라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는 The Cardigans를 생각나게 하는 발랄한 팝 ‘인생론’과 ‘웨딩송’을 끝으로 달리는 2부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참! 인생론 나올 때 저 뒤에서 낯익은 얼굴이 등장하였는데 임주연씨께서 같이 공연을 보러 오셨어요.

  그 다음으로는 2집의 첫번째 트랙이 되길 10개월째 바라고 있다는 ‘그대’, 10번째 트랙과 11번째 트랙으로 분위기가 이어지는 두 곡 ‘익숙한 새벽 3시’와 ‘두려워’가 이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만 만들어진 1집보다 조금 더 풍성한 사운드로 2집이 만들어졌으면, 오늘 공연한 그 사운드와 느낌 그대로 2집에 담아내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지은님의 또다른 목소리인 부드러운 목소리는 부드러운 분위기의 알바곡(!) 두 곡에 녹아들어갔습니다. 영화 ‘순정만화’ 의 OST에도 수록되었던 ‘이게 바로 사랑일까’는 빠른 비트로 재해석하니까 가슴 뛰게 해서 좋았구요, 특히 잘게 쪼개는 하이햇을 들으면서 다시금 감탄했습니다. 마지막 곡들로는 밴드로 재편성해 더욱 멋진 이번 공연의 메인 ‘화’를 살쾡이 울음 같은 기타와 함께 들려주었구요,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로 차분한 끝맺음을 하였습니다. 앵콜곡으로는 너무 뻔하게도(?) ‘당신이 필요해요’를 앞선 순서와 같이 밴드 사운드로 연주해 주었습니다. 앵콜 요청할 때 기침하면서 ‘앵콜’ 하신 남자분께 한 수 배워야겠어요~

  처음 가본 클럽 ‘타’는 공연을 하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사람을 따뜻하게 연결시켜주는 분위기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편안하게 앉을 수 있어서일까요? 포스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받은 오지은의 공연에 대한 첫 느낌과는 달리 비장하거나 과격하지 않은 정감 있는 공연이 기분 좋게 와 닿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오지은씨 고마우신 분들과 밴드사운드 계속 멋지게 만들어 가세요!

1. Winter Night
2. Love Song
3. 부끄러워
4. 작은자유
5. 길
6. Wind Blows
7. 진공의 밤
8. 24
9. 인생론
10. 웨딩송
11. 그대
12. 익숙한 새벽 3시
13. 두려워
14. 이게 바로 사랑일까
15. 소리벽
16. 화
17.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앵콜곡 당신이 필요해요


- 이 글은 민트페이퍼www.mintpaper.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클럽 타 너무 좋다. 앉아서 공연 보기에는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는듯-!!
(여자친구랑 보러 오세요)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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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러움과 박탈감, 자랑과 짓밟음, 시기와 자책이 합한 경쟁사회의 주된 감정이 나에게 밀려오려 할 때는 나는 그것들을 뿌리치려 애쓴다. 누가 뛰어나더라도 "그래, 그 사람은 행복하겠네." 하며 덤덤하게 넘어가려 한다. 이것도 사람들이 요즘 같이 팍팍한 사회에 존경하는 인물로 내세우는 '대인배'가 가진 한 가지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2
  서로 쟁취하려는 한정된 자원은 화두로 절대 올리면 안 된다. 학점과 진로 등과 같이 어떤 사람이 점유하면 다른 사람은 소외되거나 압박을 받는 경우가 그러하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끼리나 현재 같이 하고 있는 세미나의 진척상황에 대해 웃는 얼굴로 물어보고 어제 밤 인터넷에 올라간 레포트 점수와 교수의 평가에 대해 뒷말을 남기는 것이다. 건강한 화두를 올리는 친구들끼리는 이를 차단할 구조를 미리 조성할 수 있다.

3

  같은 공간에 같은 임무를 부여받아 서로가 한정된 자리를 위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경쟁자들끼리 인간적인 만남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때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주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남을 나와 비교하고 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나보다 우월한 대상이 인간화되어 있으면 그 대상은 나에게 더욱 많은 열등감을 줄 것이고, 반대로 열등한 대상이 인간화되어 있다면 그 사람을 보기 좋게 짓밟았다는 무의식적 정복감이 생길 수 있다.
 
 주변의 대상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비교의 작업을 수행하면 열등감이나 우월감이 없이 냉정한 경쟁을 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나 슬슬 눈치를 보면서도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를 하지 말고 나 혼자 상황을 점검해 본다. 또한 누가 나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면 그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말고 '성과 지표'로서 바라보아 그 성과에 익명성을 부여하여 나의 성과 지표와 비교해 본다. 특히나 일회성으로 잔인하게 끝나는 경쟁인 경우에는, 경쟁은 서로 등을 돌아보고 앞으로 달리는 행위가 되어야 바람직하다. 한 점에서 사방으로 달려가는 레이스다. 경쟁 주체가 앞으로 만날 사람이 아니라 이번 한번만 임시적으로 만난 사람일 경우에는 인간적인 끈을 만들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공에 대한 두려움은 주변 사람보다 내가 잘 되는 것이 미안한 감정 때문에 발생하는데, 그러한 감정은 일회성 경쟁에서는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경쟁 주체가 앞으로 몇 년간 서로 같이 지낼 사람들이라면 그들을 특성을 가진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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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기획 대행으로 제작하여 12월 15일 공중파 방송을 시작한 네이버의 새로운 광고. 2009년 1월 1일 새로운 메인화면 개편을 앞두고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인터뷰를 주제로 하여 그들이 네이버에 바라는 점이 실제로 반영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자 하였다.

 이번 광고는 이전에 NHN Story에서 80여개의 UCC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의 사람들이 네이버의 어떤 서비스를 생활 속에서 자주 이용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취미나 직업 활동에 도움을 어떻게 받는지를 인터뷰 형식으로 말한 것과 같은 포맷으로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친근하고 얌전하고 귀여운 네이버의 이미지가 다시 한번 잘 어필한 것 같다.

 어쿠스틱 기타로 만든 자작 BGM이 텍스트 특수효과와 화면 전환 등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훨씬 발랄한 것 같다.
 내년에는 다시 네이버를 메인화면으로 바꾸어야지..


<광고 동영상은 감성 커뮤니티 아이뮤 (blog.naver.com/eyemu) 에서 가져왔음을 알려드립니다.>

1. 오픈
 

2. 간편
 

3. 깔끔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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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I T M U S
중간중간 툭 던지는 시험 질문

  이성을 만날 때 그 사람이 내 사람인가 아닌가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말이 막히는 첫 만남에도, 사귀기 시작한 다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남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성격은 같아도 반대여도 상관없지만 그 사람과 공유하는 지식과 취향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 그래야 같이 놀러갈 곳이 생기고 밤 늦게까지 함께할 맛집과 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취향을 강제하고 여자가 그것을 아무런 불만이나 무반응 없이 수용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남녀 평등의 관계를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그 사람의 취향을 알아보기 위하여 5~10개 정도의 시험 질문을 마음 속에 항상 가지고 있으면 그 사람이 내 사람인지 알아보고 관계의 방향타를 잡아나갈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자신이 정해놓은 나름의 몇가지 기준을 통과해야지 내 여자, 내 남자가 되게끔 하는 것이다. 무슨 소고기 검역 하듯 엄격한 과학적 기술을 동원하여 조금이라도 오차가 발생하면 가차없이 내치는 그러한 모습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더 주어도 내가 일방적으로 손해보는 일 없이 둘 다 승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험을 쓰는 사람은 참 냉정하다. 하지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자신이 정한 몇 가지 기준에 해당하는 질문을 '리트머스 질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리트머스 종이 열 장을 입 안에 품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하나씩 건네주는 것이다. 그리고 반응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한다. 질문들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편안하게 늘상 나오는 화제와 연관된 질문이어야 한다 - 음식, 취미, 습관 등등
 급작스런 질문의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위의 조건과 연결됨)
답변이 즉각적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내 관용의 마지노선에 걸친 성향에 관한 질문이어야 한다 -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다름의 해결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정도로


그래서 나의 경우 리트머스 질문은 다음의 일곱 가지다.
질문은 열 개보다 적어도 되는데 많으면 안 된다. 많으면 그만큼 내가 까다로운 사람이 되고, 그 성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훨씬 줄어든다. 왼쪽의 그래프처럼 질문의 개수가 많아지면 만족하는 사람이 체증하여 줄어들 것이다.





- 술 뭐 좋아해요? 맥주/칵테일
- (민트페이퍼/라이브클럽쌤/EBS공감) 알아요?
- 음식이나 술은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 MP3 파일 아티스트별로/앨범별로/태그를 정리하나요?
- 단순한 친목 도모 혹은 서로 돕는 단체가 좋아요, 아니면 경험과 인증을 쌓는 단체가 좋아요? 후자
-
집안에 있는 형제자매와 사이좋게 지내나요?
- 적어도 밤 11시까지는 신촌/홍대/대학로에 같이 있을 수 있죠?

  이 정도에서 더 많아지면 곤란할 것 같다. 하지만 이 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더구나 한 가지 질문에 내가 바랬던 대답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질문에서도 자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할 가능성 또한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각자 사는 형편이나 환경이 비슷하니까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질문은 항상 품고 있다가 상대방이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평소에 대화를 주도하는 입장에 서 있어야 하겠다. 꾸준한 연습이 아니면 이것을 실행하기 힘든 것 같다. 질문을 해놓고 상대방이 "그건 왜 물어봤어?" 하면 "응, 그냥." 해버릴 것인가?? 그렇다면 리트머스 질문은 허약한 관계에 일조하게 될 게 눈에 선하다.

  비인간적으로 계산적인 생각을 하지만 않는다면 이 정도의 계략은 충분히 인간관계에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서로의 승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마음 속에 이렇게 질문은 계속 가지고 있게 된다. 상대방도 이미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질문을 활용하지 못하고 섣불리 관계를 진전시켜서 뒤늦은 곤란함을 깨닫는 경우가 아직도 허다할 뿐이다. 이는 나를 포함한 모든 젊은 사람들이 모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는 듯하다. ⓦ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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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욱아, 나 학생회장 나간다."
  "이야, 이제 학생회장 나와서 우리 연희관 앞에 싹 다 바꿔주는거야?"

  "요즘 나 새로 블로그 하기 시작했어. 이제는 전처럼 작심삼일 안 할거야."
  "그래 자주 놀러오마. 내가 투데이 300 만들어줄게. 아니 뭐 내가 하루에 한번만 오면 300이고 두번만 오면 1000 넘어가게 생겼네."

  "이번에 미국 갔던 미숙이가 돌아온대."
  "이야, 미숙이 서울 오면 진짜 미인 되겠다. 완전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처럼 되는 거 아니야?"

  사실 나는 이렇게 이쁜 소리를 잘 안 한다. 워낙 성격이 솔직하고 있는 사물과 상황을 최대한 겸손하게 보려 노력한다. 다른 사람이 내가 보기에 허접하면 그냥 허접한 거다. 별로 그 사람을 띄워주거나 비위를 맞춰주거나 하지 않는다. 정말 뛰어난 어떤 사람이 내 곁에 온다면 나는 또 정말 솔직하게 껌뻑 죽어 넘어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는 이렇게 사람들을 띄워주는 말들을 조금씩 많이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 사람의 미래를 축복해주거나 그 사람이 기대하고 꿈꾸고 있는 것들을 더 커다랗고 아름답게 상상하도록 옆에서 바람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저 아이는 참 말을 이쁘게 해." 우리 누나가 나보다 이런 말들을 참 잘한다. 외향적인 누나는 교회에서도 대학교에서도 계속 같이 다니는 단짝 친구들 그룹이 있다. 나는 사실 지금까지는 하나도 없는 듯하다.

  말을 이쁘게 하는 사람의 그 말은 '립 서비스'다. '비행기 태워주는 말' 이라는 다른 풀이로도 사용된다. 나는 립 서비스를 '그 자리에 있지는 않지만 기분 좋은 사물과 상황과 비물질적 가치에 대한 언급' 으로 정의하고 싶다. 지금 너와 내가 있는 이 공간, 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확신할 수 없지만 머지않아 OO이 찾아올 것이다, 라는 축복의 말이다.

  아름다움, 성공, 유명세, 재화 등등 축복을 위해 OO에 대입하는 사물과 상황과 비물질적 가치는 참 다양하다. 생각해보니 옛날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끼리 축제를 하거나 전통신앙의 의례를 통해 이러한 축복의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명절인 설날에는 꼭 빠지지 않는 '덕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서 20대 친구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말에는 축복의 말이 예전보다 많지는 않다. 같은 마을(물리적 마을이라기보다는 모두가 같은 종류의 일을 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상황에서 생기는 공동체로서의 마을)에 사는 사람들끼리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고 무엇이든 구하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각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상상을 펼칠 수 있게끔 씨가 되는 말들을 주고받는다면 그것보다 더한 에너지가 있을까 한다.
 
  립 서비스는 서로가 어려운 때에 더욱 큰 효과를 가져온다. 지금 이 자리에 내 손 안에 없다 해도 말을 들음으로써 구체화된 '그것'이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불황기에도 영화와 뮤지컬이 그렇게 잘 풀리는 현상은 영화와 뮤지컬이 일상 속의 립 서비스, 이쁜 말들과 똑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인 듯하다. 지금 같은 시점에 친구들이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다 하나씩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때 그 고민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말들을 하나씩 쌓아나가야 한다. 이쁜 말이 열 마디가 모여 그 친구의 고민 열 개 중 하나라도 해소해줄 수 있다면 나는 좋은 친구일 것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도 열심히 이쁜 말들을 하며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언어를 통한 구체화를 선물해주며 살겠다. 내가 없는 곳에서 친구들끼리 "쟤는 말을 참 이쁘게 한다" 라는 말 한마디 정도는 들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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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말고사 준비를 하면서도 나는 가끔씩 방안에 버젓이 놓아둔 일렉 기타를 만지작거리고는 한다. 그리고 잠시 몇 개 코드를 쳐 보았다가 1,2번 줄에서 놀아봤다가 다시 코드를 쳤다가 다시 공부를 하는데, 이전에도 지금도 항상 들었던 생각은 혼자 하는 음악의 한계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피아노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경우 말고 정말 꽉 찬 사운드로 음악을 하고 싶다면 대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필요한데, 혼자 집에 있을 때에는 이런 밴드의 경험을 할 수가 없다.

  밴드 생활도 어느 정도 해보아서 알지만 절대로 한 세션으로 참가하면서 다른 세션들을 나에게 아주 완벽히 맞추어주는 노래방 반주기계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상대하면서도 완벽 혹은 무결성을 만족시키지 못함에 따른 불만도 상당히 쌓였다.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섬세한 느낌은 물론 라이브로 연습해야만 살릴 수 있지만, 그런 기교 말고 단순히 박자에 맞는 진행만을 원한다면 그것이 하나도 틀림 없기를 바라는 게 당연하다. 프로그램이 이 역할을 대신 해준다면 좋은 합주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 같다.

  보통 혼자서 한 세션을 맡아 연습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는 기타프로가 있다. 특정 마디부터 다시 연습하려고 하면 마우스로 마디를 클릭하여 재생하고, 내가 일렉 파트를 맡으면 일렉기타 트랙을 mute 시키는 등 수많은 손동작과 함께 연습을 하게 된다. 만약 이렇게 특정 마디로 되돌아가고, 일정 마디를 반복하고, 어떤 악기와 어떤 악기만 연주하게 하는 등 합주를 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을 음성인식을 통하여 프로그램에게 명령할 수 있다면 연습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훨씬 더 편리할 것이다.

'69마디부터 다시' 하면 69마디로 커서가 되돌아가고, '하나 둘 셋 넷' 하면 내가 박자를 세는 간격의 평균 값으로 템포를 설정하여 연주를 해주는 등의 기능이 있다면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내가 일렉이나 베이스가 아닌 키보드나 드럼을 치고 있을 때에도 컴퓨터에 직접 다가가 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나중에 음성인식 기술이 좀 더 발전하고 일반 노트북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되면 수많은 아마추어 젊은이들이 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게 되지 않을까.


R.P.G Shine
W&Whale
Hardboiled (2008)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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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다. 이전에 잡히던 일이 갑자기 되지 않고, 생활 패턴이 불규칙적으로 변하여 먹고 자고 노는 데에 있어 내가 자율적으로 통제를 할 수 없어질 때, 할 일이 앞에 쌓여 있는데도 그것을 가열차게 돌파하며 추진하거나 혹은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우유부단하게 떠돌아다니는 자기 모습을 볼 때 등등 슬럼프가 한 번 생기면 그걸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

  평소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컨디션은 그동안의 기분의 변화, 놀거나 공부했던 패턴과 같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는 여러 차원의 흐름에 의해 결정된다.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있으면 한 달동안 혹은 한 학기동안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컨디션이 깨지면 한 학기를 망치게 되는데 나는 지금 컨디션을 조작할 겨를이 없어 혼란스러운 상태다.

  좋은 컨디션이 나에게 가장 지속적인 만족을 가져다주는 행복과 불행의 곡선으로 결정된다면 나는 언제나 그 곡선을 구체적으로 다이어리나 메모장이나 엑셀 스프레드시트 따위로 적어놓고 싶은 욕구에 가득 찰 것이다. 일분 일초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커다란 작업을 수행하면서 텍스트 파일이나 XML 파일로 남겨주는 로그와 같이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곳에 나의 일상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를 열심히 입력해 줄 것만 같다.

 

 내가 생각한 모습은 이렇게 손목시계같은 곳에 나의 기분 상태를 입력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종류와 기간을 입력(몇시 몇분 몇초에 무슨 일 시작, 몇시 몇분 몇초에 무슨 일 끝 이런 식으로)해서 나중에 이 기계 정보를 무선으로 컴퓨터에 전송하여 분석 그래프를 보여주는 식의 모습이다. 일종의 통계를 이용한 맞춤형 바이오리듬, 그런 식의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 줄 수 있겠다.

 이런 기계는 나를 사랑하고 항상 멋진 모습으로 세상 앞에 서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단 조작하기가 매우 편리해야 할텐데 그러한 점은 나중에 버튼의 배치나 디스플레이 같은 세부사항에서 논의해도 좋을 듯 싶다. 요즘 같은 시대라면 너나 할것 없이 다 필요로 하는 것이 자신의 개인적인 역량을 실현시켜주는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가장 최적으로 유지해 주도록 일상을 디자인하게 도와주는 나에 대한 데이터, 다이어리가 많이 팔리고 공부하는 방법이나 성공하는 법 그리고 시간관리 등의 책들이 많이 팔리는 시대에 왜 개발하지 않는 건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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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신은 신발은 자기 발에 맞도록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하지만 가죽의 탄성이 없어질 때까지 신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 따라서 적절한 신발 관리를 통해 장기간 신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은 가죽제품의 운동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만일 비에 많이 젖은 경우에는 먼저 흙먼지를 잘 닦아낸 후에 신발 안쪽에 마른 신문지나 종이를 넣어 신발의 형태를 유지시키면서 응달에서 잘 말린 후에 전용왁스 등으로 닦아준다. 말릴 때 헤어드라이기 같은 것을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 젖은 가죽제품을 억지로 말릴 경우 형태가 뒤틀리는 수가 있다.

신발 깔창은 사이즈가 조금 크거나 쿠션이 나쁠 때 교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기 발보다 지나치게 큰 사이즈의 신발을 신게 되면 질질 끌려 뒷굽이 빨리 닳게 되고 보행 시 넘어지는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뒤축을 구겨 신을 경우에는 가죽 등이 빨리 헤져 오래 신발을 신을 수 없다.

(1) 천연가죽 제품의 손질법
 세탁기, 물 NO. 응달건조, 클리너 OK

- 물에 오염되지 않은 제품은 신발 끈과 깔창을 분리한 후 신발에 묻은 오염물을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털어낸 후 신발 클리너로 표면 가죽의 오염부분에 발라주고 마른 헝겊으로 닦아준다. 1분 정도 후 부드러운 헝겊으로 갑피 표면에 묻은 클리너를 닦아내 마무리한다. 분리한 신발 끈과 깔창(가죽이 아닌 경우)은 중성세제로 세탁하고, 깔창의 경우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문질러 더러움을 제거한다.
- 가능한 한 물에 젖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지만 비오는 날이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신발 속은 세척을 철저히 하고 가능한 표면에 물이 젖어 있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너무 오래두면 가죽이 줄거나 늘어나 보기 흉할 수도 있음). 세탁기 사용은 절대 금하고 응달에서 건조시킨 후 크림 등으로 가죽표면에 발라준 후 마른 헝겊으로 닦아준다.

(2) 천연누벅(천연세무) 제품의 손질법
 물세탁 NO. 솔, 응달건조 OK

- 신발 끈과 깔창을 분리한 후 신발에 묻은 오염물을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털어내고 슈즈샴푸를 마른 헝겊에 묻혀 가볍게 닦은 후 물수건이나 물솔로 헹구듯 닦아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건조시킨다. 물세탁은 꼭 피해야 한다. 가죽 클리너용 스프레이를 표면에 뿌려 주면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 분리한 신발 끈과 깔창(가죽이 아닌 경우)은 중성세제로 세탁하고, 깔창의 경우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문질러 더러움을 제거한다.

(3) 합성섬유(또는 캔버스) + 천연가죽 제품의 손질법
 물세탁 NO. 솔, 클리너, 응달건조 OK

- 신발 끈과 깔창을 분리한 후 신발에 묻은 오염물을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털어낸 후 합성섬유로 된 부위는 섬유용 중성세제로 더러움을 제거하되 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천연가죽으로 된 부위는 슈크리너를 전체적으로 얇게 바른 후 부드러운 헝겊으로 닦아준다. 이때 천연가죽이 섬유 등에 이염이 되기 쉬우므로 합성섬유와 가죽의 접합점이나 봉합하지 않은 부분은 주의하여야 한다.

(4) 합성피혁(인조가죽) 제품의 손질법
 세탁기, 물 NO. 응달건조 OK

- 신발 끈과 깔창을 분리한 후 신발에 묻은 오염물을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털어낸다. 겉표면은 미지근한 비눗물이나 슈즈샴푸로 가볍게 닦은 후 물로 헹궈 응달에 건조시킨다. 종이 등을 신발 속에 채워 형태를 정돈한 후 슈클리너를 얇게 발라 닦아준다. 1분 정도 후 부드러운 헝겊으로 갑피표면에 묻은 클리너를 닦아내 마무리한다. 분리한 신발 끈과 깔창(가죽이 아닌 경우)은 중성세제로 세탁하고, 깔창의 경우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문질러 더러움을 제거한다.

(5) 캔버스(100%) 제품의 손질법
 비누거품, 얼룩 주의. 오랫동안 담궈 놓지 말것, 응달건조 OK

- 흰색 제품: 미지근한 물에 담가 때를 불린 후 솔로 깨끗이 닦고, 맑은 물로 비누거품을 완전히 제거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건조한다. 비누거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얼룩이 생기고 황변 현상이 일어나므로 주의!! 이때 강성세제나 표백제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 유색 제품: 신발 끈을 분리하여 미지근한 물에 담가 때를 불린 후 솔을 사용하여 깨끗이 닦고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건조한다. 오랫동안 담궈 놓을 경우 염색이 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

(6) 나일론 제품의 손질법
 세탁기 NO, 응달건조 OK
- 신발 끈과 깔창을 분리한 후 신발에 묻은 오염물을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털어낸 후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건조한다. 세탁기에 넣어 세탁해서는 안 된다. 분리한 신발 끈과 깔창(가죽이 아닌 경우)은 중성세제로 세탁하고, 깔창의 경우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문질러 더러움을 제거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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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하루에서 3시간을 보내는 저에게는 그 시간에 도대체 무얼 해야 할지 항상 고민입니다. 공부를 하자, 라고 마음을 항상 먹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요?

  저는 집에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노원역으로 가서 그곳에서 한성대입구까지 간 다음 파란 버스 272를 타고 30분동안 달려서 연대 앞으로 가는데요, 워낙 갈아타는 교통수단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버스 하나 아니면 지하철 하나에 앉아서 쭉 무언가를 하기가 힘듭니다. 가만히 있어야 집중이 되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언제나 노원역과 한성대입구역에서 얼마 전부터 저를 괴롭히는 광고와 서울메트로 뉴스 ... 아 그거 정말 소리가 크더라구요. 제가 지하철을 타는 시간대가 사람들이 잘 안 타는 시간대라서 더욱 더 크고 또렷하게 들려요.

  버스에서는 어디 마음 놓고 책이나 프린트를 볼 수 있나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2분만 종이를 쳐다보고 있으면 머리가 어질어질 해가지고 금방 접고 어지러움을 삭이려고 다시 앉아서 자지요 보통 ㅋㅋ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에 저는 멍하니 있거나 아주 귀에 와닿는 멜로디의 광고를 반복적으로 청취하거나 지하철 위의 광고를 보거나 주변 사람들의 신문을 훔쳐보곤 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하루의 큰 부분을 이렇게 필요없는 정보와 함께 지낸다는 사실이 커다란 낭비라고 생각을 합니다. 차라리 이 시간에 하루에 즐길 수 있는 모든 걸 즐기는 게 낫겠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멜론에서 앨범을 사운드포지로 녹음해서 MP3로 만들어서 듣고는 하는데 앨범 만드는 게 워낙 노가다라 얼마 못 되어 그만 두었구요, 부담없이 즐기면서 듣고 갈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중에 제가 잘 듣는 민트라디오가 있지요. 평소에 이 라디오를 포드캐스트 식으로 들으면서 갈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민트라디오는 꿋꿋히 온라인에서만 들을 수 있도록 해 놓았더라구요. 이 라디오를 밤에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와 듣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라디오를 통학하면서 들어서 하루의 엔터테인먼트를 지하철과 버스 타는 시간에 다 몰아넣자. 

 
민트라디오 창에서 오른쪽 마우스 누르니까 wma 파일이 나왔습니다. 이 파일을 MP3에 넣으면 바로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네요. 
 뭔가 멋진 사이트의 소스 코드를 붙여넣는 이 느낌! 덕분에 민트라디오 몰아듣기를 교통수단 타고 다니는 시간 동안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다 들을 때까지는 즐겁겠네요~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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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댄스를 함께 연습한 대학교 사람들과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보러 갔다. 대학로, 소극장, 역동적인 B-Boy 공연도 격식 있는 발레 공연도 아니었다. 그저 어린이를 위한 공연처럼 보일 수 있는 내용의 1시간 20분짜리 짧은 연극이었다. 처음에 느꼈던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초반에 느꼈던 지루함이 나를 엄습했지만, 공연 속의 배우들의 대사와 움직임에 귀와 눈을 가져다 대고 있으면 이내 그 속의 메시지를 잡아낼 수 있었다. 이 공연이 어린이를 위한 연극에 불과했다면 악당을 물리치거나 선한 편이 이기는 해피엔딩과 함께 그저 그 ‘결말’만을 어린 관객들에게 심어주고 끝날 것이다. 하지만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핵심은 난장이가 가지고 있었던 사랑의 방법이며, 그것이 비록 짝사랑이고 주변 난장이들에게 멋지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춤과 몸짓이라는 언어를 통하여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이나 평론을 주워듣기로는 이 공연에 어머니들이 아들, 딸 손을 잡고 보러 오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아들과 딸들도 난장이가 특별한 언어를 통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며 비극적 결말을 맞았고, 그것이 왕자와 공주의 해후라는 해피엔딩보다 더 중요한 주제임은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장이가 춤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이유가 단지 태생적으로 말을 못 해서일까에 대해 고민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훨씬 자란 이후에야 스스로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어 우리는 수없이 많이 말로 사람들을 상대할 기회를 갖는다. 정신없는 새내기배움터부터 시작해서 경험 삼아 하는 미팅, 어눌한 파워포인트 자료와 함께하는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교수님과의 면담과 선배들과의 대화, 나아가서 연인과의 속삭임까지 대학생이라는 신분 혹은 그 정도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말을 사용하는 범위는 사방으로 넓어진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감정 섞인 말을 주고받을 때 상대방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해석하여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말이 갖는 불완전성, 혹은 말을 완벽히 활용할 수 없는 우리들의 잘못 탓이다.

  이럴 때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상징이다. 선물을 건네주거나, 함께 여행을 가거나 경치를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영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들이 충분히 겪어본 일들이고 감정의 울림이 있는 감동은 이러한 경우에 달랑 말뿐인 경우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언제 우리들이 몸짓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해 본적이 있는가. 춤은 어떻게 보면 우리네 대학생들에게 가장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상징 언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더 극중 반달이의 춤이 우리와는 거리감을 둔 것처럼 보이고 우스꽝스럽게 보인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풍경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어렵다. 하지만 춤 또한 하나의 언어와 같은 것이라 자연스럽게 생각하니 무대 위의 반달이의 연기 또한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반달이가 말을 못한다는 설정이 더욱 난장이의 짝사랑을 분명히 와 닿게 만든 것 같다. 

  공연의 줄거리는 단순했다. 안개숲 난장이 집에 들어온 공주를 좋아하게 된 난장이 반달이는 공주의 목숨을 위협하려는 여왕의 음모와 계략에 의해 당하기만 하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몸 바쳐 돌본다. 하지만 이웃나라 왕자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필요하게 되자 반달이는 공주의 마음을 적극적인 왕자에게 빼앗기게 되고 짝사랑에 슬퍼하여 몸져누워 안개꽃밭에 묻히게 된다. 중간에 등장하는 음악도 내가 가끔씩 보러 갔던 뮤지컬에 비하면 너무나도 단순하고 심지어 90년대 General MIDI와 같은 사운드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제는 유치한 듯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진지하고 어른의 시각으로 보아야만 깊게 음미할 수 있는 그러한 주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 것이다.

  예전에 이러한 주제와 이러한 구성을 가진 또 하나의 국내 창작 뮤지컬 ‘컨츄리보이 스캣’을 본 적이 있다. 참 신기하게도 이 ‘컨츄리보이 스캣’ 또한 바다 세계에 우연히 들어온 소년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시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와 신나는 비트를 통해 표현하면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회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버드나무 소리, 바람이 언덕을 타고 넘는 소리 등을 스캣(재즈 음악에서 보컬이 즉흥적으로 부르는 한 프레이즈나 테마. ‘컨츄리보이 스캣’에서는 락에 스캣을 담아내었다)으로 표현하면서 자유를 노래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창작 뮤지컬 또한 그때 당시에는 참 웃겼지만, 지금에 와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와 함께 곱씹어 보니 동종의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20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1년을 말과 말 그리고 말 속에 파묻혀 지내면서 말로 표현하는 언어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느끼고 항상 언어에서 실수를 하는 스스로를 보아 왔다. 그러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 공연은 뜻 깊은 메시지를 다시금 전달해 주었고, 그래서 나는 공연 관람에 만족한다. 물론 춤이 말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언어가 된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따로 곱게 싸들고 공연장을 나왔다.

알고보니 이 공연 정말 유명하구나

반달님 최인경씨 20대의 절반을 반달이로 보내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
아 사진 흔들려서 ㅠㅠ 아쉬워요 정말로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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