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함은 분명 매력이다. 얼마 전에 봤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새롭게 떠오른 강인-이윤지 커플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커플티를 사러 간 곳의 일본 관광객에게 '슈퍼주니어!! 도호신기 말고' 라며 답답해하는 강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일본어로 관광객에게 사뿐히 알려준 이윤지에게 강인이 반해버린 모습은 시청자들이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상수역이면 여기서 대림역으로 가서 2호선으로 갈아타면 돼, 라고 가는 길을 바로 찾는 이윤지에게 강인은 '아 우리 똑똑이' 하며 좋아했더랬다. 이날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이윤지의 모습은 분명 TV토론이나 수업 시간 질문, 혹은 상대방과 경쟁하는 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드러나는 그러한 지성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똑똑하다는 사실을 생활 속에서 인간적인 유대를 매개로 표출하고 전달하였다.

  자신이 똑똑하다는 사실을 아무런 꾸밈없이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면 사회와의 관계에서 실패한다. 이 글은 똑똑함을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든든한 밥이 될 수도 무시무시한 독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아무런 꾸밈이 없다는 것은 지성인으로서 주장이나 의견 표명을 하였을 때에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냉소적인 태도나 비난하는 어조 등이 있는 그대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커다란 의미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보통 자신이 말하는 상대와 같은 높이에 서려 하지 않고 그 사람보다 우월하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을 때, 혹은 대화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할 때 이러한 직접적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TV 토크 쇼나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강연 등에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등의 CEO들은 분명 똑똑하고 좋은 대학을 나온 (혹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그만둔) 천재들이라 할 수 있지만, TV 시청자들에게 그들은 한없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다가가 먼저 말을 걸고 싶은 아저씨들이다. 내가 시덥잖은 질문을 하나 해도 내가 그 질문에 대해 받고자 속으로 원했던 답변들을 위트를 섞어 술술 풀어줄 것만 같은 사람들이다. 이 분들은 똑똑한 사람의 얼굴을 인간성이나 유머로 꾸미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대중의 환영을 받으면서도 지적으로 뛰어나다는 존경을 얻을 수 있었다.

  딱 스타일 멋지고 여자들에게 사랑받는 남자가 그 자신은 그리 똑똑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만난 동성 친구에 대해 "걔는 참 똑똑한 친구야He is quite a smart guy" 라고 말했을 때 그 smart guy의 이미지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똑똑함을 지성이 아닌 인간적 매력으로 표출한 사람'의 이미지이다. 여기서 smart guy를 소개한 남자가 그리 똑똑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바람직하게 똑똑한 사람은 자신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똑똑한 모습을 내보이면서도 자신은 주변 사람들과 같은 물에서 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이 교만한지 겸손한지를 따지기 전에 주변 사람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한 마디라도 더 많이 하려고 끊임없이 궁리한다.

  그러한 점에서 지금 학원에서 꿈을 키우며 공부하는 요즘 아이들이 내심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나도 그리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나 때보다 훨씬 지독한 경마장 체제 안에서 좀비마냥 무덤덤함과 한편으로는 노련한 머리놀림으로 아웅다웅하는 아이들이 과연 똑똑한 매력에 대해 관심은 가지고나 있을까. 난 똑똑하고 문제 잘 풀고 듣고 읽는 문장은 바로 이해하고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는 해결책을 빨리 제시해줄 수 있어, 그래서 나는 그동안 상도 많이 탔고 칭찬도 많이 받았고 웬만한 인맥도 있어, 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단지 그러한 지적 능력 즉 '지성'에만 가치를 둔 채 똑똑함의 표현과 인간관계 속에서의 똑똑함의 적용에 대한 가치는 간과할까 걱정이 된다. 푸석푸석한 컬러 톤으로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며 책가방은 쓸데없이 무겁고 뒤에서 씨나락 까는 말투만 간혹 툭툭 던지는 무서운 아이들이라도 누구에게나 공인된 그들의 똑똑한 내면은 매력있게 가꾸는 법을 한 번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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