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I T M U S
중간중간 툭 던지는 시험 질문

  이성을 만날 때 그 사람이 내 사람인가 아닌가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말이 막히는 첫 만남에도, 사귀기 시작한 다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남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성격은 같아도 반대여도 상관없지만 그 사람과 공유하는 지식과 취향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 그래야 같이 놀러갈 곳이 생기고 밤 늦게까지 함께할 맛집과 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취향을 강제하고 여자가 그것을 아무런 불만이나 무반응 없이 수용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남녀 평등의 관계를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그 사람의 취향을 알아보기 위하여 5~10개 정도의 시험 질문을 마음 속에 항상 가지고 있으면 그 사람이 내 사람인지 알아보고 관계의 방향타를 잡아나갈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자신이 정해놓은 나름의 몇가지 기준을 통과해야지 내 여자, 내 남자가 되게끔 하는 것이다. 무슨 소고기 검역 하듯 엄격한 과학적 기술을 동원하여 조금이라도 오차가 발생하면 가차없이 내치는 그러한 모습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더 주어도 내가 일방적으로 손해보는 일 없이 둘 다 승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험을 쓰는 사람은 참 냉정하다. 하지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자신이 정한 몇 가지 기준에 해당하는 질문을 '리트머스 질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리트머스 종이 열 장을 입 안에 품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하나씩 건네주는 것이다. 그리고 반응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행동을 결정한다. 질문들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편안하게 늘상 나오는 화제와 연관된 질문이어야 한다 - 음식, 취미, 습관 등등
 급작스런 질문의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위의 조건과 연결됨)
답변이 즉각적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내 관용의 마지노선에 걸친 성향에 관한 질문이어야 한다 -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다름의 해결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정도로


그래서 나의 경우 리트머스 질문은 다음의 일곱 가지다.
질문은 열 개보다 적어도 되는데 많으면 안 된다. 많으면 그만큼 내가 까다로운 사람이 되고, 그 성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훨씬 줄어든다. 왼쪽의 그래프처럼 질문의 개수가 많아지면 만족하는 사람이 체증하여 줄어들 것이다.





- 술 뭐 좋아해요? 맥주/칵테일
- (민트페이퍼/라이브클럽쌤/EBS공감) 알아요?
- 음식이나 술은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 MP3 파일 아티스트별로/앨범별로/태그를 정리하나요?
- 단순한 친목 도모 혹은 서로 돕는 단체가 좋아요, 아니면 경험과 인증을 쌓는 단체가 좋아요? 후자
-
집안에 있는 형제자매와 사이좋게 지내나요?
- 적어도 밤 11시까지는 신촌/홍대/대학로에 같이 있을 수 있죠?

  이 정도에서 더 많아지면 곤란할 것 같다. 하지만 이 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더구나 한 가지 질문에 내가 바랬던 대답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질문에서도 자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할 가능성 또한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각자 사는 형편이나 환경이 비슷하니까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질문은 항상 품고 있다가 상대방이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평소에 대화를 주도하는 입장에 서 있어야 하겠다. 꾸준한 연습이 아니면 이것을 실행하기 힘든 것 같다. 질문을 해놓고 상대방이 "그건 왜 물어봤어?" 하면 "응, 그냥." 해버릴 것인가?? 그렇다면 리트머스 질문은 허약한 관계에 일조하게 될 게 눈에 선하다.

  비인간적으로 계산적인 생각을 하지만 않는다면 이 정도의 계략은 충분히 인간관계에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서로의 승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마음 속에 이렇게 질문은 계속 가지고 있게 된다. 상대방도 이미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질문을 활용하지 못하고 섣불리 관계를 진전시켜서 뒤늦은 곤란함을 깨닫는 경우가 아직도 허다할 뿐이다. 이는 나를 포함한 모든 젊은 사람들이 모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는 듯하다. ⓦ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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