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요약하자면 '완벽주의자는 매력이 없으니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어라' 라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언제나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대로 당연한 사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생각의 틀을 만들기 위해 개념을 세분화하고 예시를 드는 작업을 해 보고자 한다. 

  1학년 때부터 대학 생활을 하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중에서 남들이 와서 자극할 거리를 항상 적당히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심을 받는 그들은 꼭 연예인처럼 예쁘고 잘생기지 않아도, 단체의 회장 같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지 않아도 주위 사람들이 인간적 매력을 느끼고 다가섰다. 그들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을 할 때 실수로 컨닝 페이퍼를 떨어뜨리거나 주목받을 만한 웃긴 소품을 입거나 머리에 쓰고 나왔다. 시간에 딱 맞춰서 다른 약속 장소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느라 사람들 앞에서 땀을 흘렸다. 이처럼 그들은 완벽주의자가 아니었고 실수를 겉으로 드러내었으며,또한 자신의 특성에 따라 파생되는 단점을 자신 내부의 장점이나 주변의 분위기, 인과관계 등과 결합시켜 보여줌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관심은 관심의 대상과 소통하면서 자라난다. 여기서 소통이란 말을 걸고 대답을 받기, 만지기, 물질적/비물질적 도움을 제공하기 등의 방법을 통한 긍정적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소통의 의도는 여러 가지가 되겠지만 어떤 의도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대상이 부족하면 괜히 건들거나 채워주거나 감싸주고 싶은 욕망' 과 관련되어 있는 의도라면 그 소통은 관심을 올려주는 원인이 된다. 즉 눈앞에 보이는 저 사람에게 잘 보이거나 저 사람을 칭찬하고 싶든, 저 사람을 놀리거나 곯려주고 싶든 상관없이 저 사람에 대한 관심은 마음 속에서 자라난다. 나는 관심을 긍정적 상호작용과 연관된 관심으로 한정하여 관심이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경우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험담하거나 추방하는 인간 사회의 여러 가지 파괴 양상)는 논의에서 제외한다.

  완벽하면 다가가서 자극할 거리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사람이 언제나 위에서 말한 양상으로 불행을 당하지는 않는다) 관심을 받으려면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이 와서 자극해줄 거리를 만들어 놓는 방법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은 자연스러운 인과관계에 따라 자극할 거리가 만들어지는데, 의도적으로라도 자극해줄 거리를 만드는 작업 역시 꽤나 중요하다. 연기자 이순재 선생님이 M25 인터뷰에서 하신 말처럼 '완벽한 사람은 불완전하여 주변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요소 하나하나도 치밀하게 준비함으로써 한번 더 완벽'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관심을 내심 바라는 사람 앞에서는 결점을 보이고, 관심을 사양하는 사람 앞에서는 완벽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관심을 내심 바라는 사람은 같을 수 있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관심을 사양하는 사람은 조금 다르다. 사람은 싫어하면 안 된다. 단지 그 사람을 멀리 하는 것이 바람직할 뿐이다. 사람이 완벽하면 상대방은 흥미를 잃고 떠나버린다.

  자극할 거리란 모두 부족, 손상 그리고 이탈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악기를 연주할 때의 서투름, 구두를 신어 아픈 뒤꿈치, 풀어진 신발끈은 이 세 가지에 각각 대응된다. 하지만 자극할 거리들 중에는 남들에게 좋게 보이는 것과 나쁘게 보이는 것으로 나뉜다.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제 사회 속에서도 경험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간접 경험도 해본 우리들은 지금도 수백 가지의 자극할 거리를 관찰하고 인지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을 분류하고 학습하려는 노력은 꽤나 낯선 일일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나조차도 낯선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분류와 학습을 통해서 조금 더 내면의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예시를 들어 자극할 거리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시라고 다시 말씀드린다.

(예시는 대부분이 관심을 주는 사람이 항상 남자, 자극할 거리를 주는 사람이 항상 여자인 경우임에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반대의 경우도 제 머리 바깥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겠지요? 여자분께 부탁을 해 봐야겠네요. 저는 남자라 아무래도 생각이 잘 안 나요ㅠㅠ)

좋게 보이는 자극할 거리
왜 좋게 보이는가? 다음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합의 대상 // 자극할 거리 // 상호작용

① 장점 (항시 긍정적인 매력)
- 예쁜 여자에게 남자가 피아노를 가르쳐 주는데, 곡을 처음 치는 손이 서투르다. 여자는 눈을 흘기며 웃으면서 좀 더 천천히 쳐 보자고 한다. 남자는 조금 더 열성적으로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② 분위기/당시 상황
- 같이 MT에 가게 된 동아리. 한 차에 탈 수 없어 세 조로 나누어 탔다. 두 조는 숙소로 안전하게 들어갔으나 한 조의 한 여자는 기차역에 내려 계속 헤매고 있다. 여자와 전화 통화를 한 남자는 당장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숙소 관리하는 아저씨를 불러 승용차를 타고 역으로 달려갔다.
-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동아리의 공연장. 앵콜곡을 할 때 색소폰을 부는 형이 평소의 진지한 모습을 버리고 막 고개를 위로 아래로 젖히면서 스케일을 3옥타브씩 왔다갔다 하면서 삑사리도 마구 냈다. 관중들은 그래도 재밌다며 더 흥분하며 박수를 쳤다. 

③ 인과관계
- 남자와 여자가 남자의 소개로 동대문으로 쇼핑을 나가게 되었는데, 남자가 그만 제일평화시장의 위치를 까먹어 동대문 근처에서 20분을 헤맸다. 여자는 간만에 하이힐을 신고 나왔는데 남자의 미스로 뒤꿈치가 까지게 되었다. 여자는 투덜대지 않았지만 남자는 괜찮아? 하며 조용히 편의점에서 카페라떼 두 개를 사온다. (여자가 투덜댔다면 여자에게 좋을 게 없겠지요?)
- (드라마의 고전) 폐차장에 납치당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폭력배들과 싸운 남자, 남자의 얼굴에 난 보기 흉한 상처를 여자가 조용히 어루만져 준다.
- 공간이 협소하여 제대로 잘 수 없었던 MT 다음날 평소에는 멀쩡하던 여자애가 갑자기 머리를 마녀같이 하고 '나 배고프다' 라며 다가온다. 그를 본 남자는 겉으로 키키키 웃으면서도 그래, 하며 가스레인지로 걸어간다. (원인: 1. 머리가 마녀처럼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 있었다 2. 여자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 작은 칵테일 바에서 남자에게 고민과 어려운 점에 대해 한 시간 동안 계속 마치 이것이 웃긴 이야기인 것처럼 신나게 떠들던 여자아이가 갑자기 우울해지면서 술이 취했는지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남자는 조용히 여자에게 다가와 어루만져 준다.


나쁘게 보이는 자극할 거리
왜 나쁘게 보이는가? 다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① 능력
-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서투르게 친다

② 상황
- 본 공연에서 친구가 자기 솔로를 할 타이밍을 놓쳤다 / 가사를 까먹었다

③ 항시 부정적인 특성
- 상대방이 보고 듣고 느끼기에 항상 불쾌한 모습/행동을 보여주었다 (욕 등)
- 소심한 행동 때문에 자극할 거리를 보여준 사람이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거부한다



  우리는 여기서 '좋게 보이는 자극할 거리'에 주목하여 이것을 나 스스로 적절하게 만들어내는 능력과 센스를 길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심을 받는 입장에만 머무르지 말고 주변 사람들이 이러한 자극할 거리를 가지고 있으면 적극적으로 응답하여 자극해 주어 관심을 주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긍정적 상호작용이 오가는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인연을 만들어가기 위한 널리 퍼진 요소라 할 수 있다.

  건드리고 싶은 마음은 채워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그 마음은 점점 그 사람을 감싸주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커간다. 완벽하지 않은 보통의 인간으로서 완벽하지 않음에 감사해야 한다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남을 건드리면서 생기는 관심은 그 사람에게 칭찬과 인기를 가져다줄 수 있고, 그 사람을 나의 애인으로 만들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반대로 내가 자극할 거리를 만들어 내놓으면 내가 관심을 받고 그에 따른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비물질적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극할 거리'는 분명 젊은 우리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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