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함께 기획하고 시작할 때 내 주위의 사람들은 언제나 두 가지 성향으로 나뉘어 반응하고 행동한다. 두 가지 다른 반응을 하는 사람이 함께 있으면 많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같은 성향의 사람이 있으면 서로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르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의 성향을 '이카루스'와 '지렁이'라는 두 가지로 나누어본다. 나와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충만한 자신감과 재빠른 정보 수집, 잘 짜여진 이론에 기반한 장기적인 계획 그리고 불도저같은 추진력으로 한 사람이 리더를 맡아 가열차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언젠가 사람들 간의 오해나 행동의 불일치 때문에 순식간에 소강 상태로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이카루스와 같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족한 기술을 가지고 그때그때 쉬엄쉬엄 같이 모여 계속 해서 이야기를 해나가며 아주 천천히 일을 진행해 가는 지렁이와 같은 사람들도 있다.

  일단 갈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사람들이 여럿 모였을 때 아이디어를 먼저 구체적으로 내놓은 사람이 선두에 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획안을 제공해준다면 일의 처리가 상당히 빠르다. 날개를 달고 빠르게 하늘로 솟구치는 이 방법은 절대로 민주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의 생각을 아주 극렬히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취지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고 효율적인 진행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도 좋다. 문제는 효율성과 인간관계의 부드러움이 극도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가치라는 사실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관계가 일보다 중요하며 심지어 '관계가 일이다'[각주:1] 라는 말까지 나온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그 생각을 모두 허무로 돌려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모든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수많은 만남과 놀이가 계속된다. 일의 진행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모든 활동이 전개되면서 전체적인 프로젝트는 세부적인 점에 대한 섬세한 고려 없이 성기게 과정을 밟아 나간다. 이카루스와 그 사단이 기분은 깔끔하지 않겠지만 결과물을 위해 자신의 자유를 제약하면서 일에 몰두할 때, 지렁이들은 서로 기분 좋은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으며 업적보다는 모두의 만족을 지향한다. 그래서 누가 무슨 제안을 했을 때 그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그거 좋네! 해보자' 하는 주저하지 않는 이카루스의 반응과는 달리 지렁이들 사이에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근데 있잖아..'가 계속해서 나온다. 

  그중에서 나는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다 좋다는 줏대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내 생각이 있으면 일단 강하게 주장하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일을 추진해버리는 이카루스형의 사람이다. 아무런 의견이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았을 때에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일단 어떤 하나로 집중이 되기 시작하면 독단적이고 빠른 집중이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진행되고 있는 계획을 뒤집거나 번복하는 일이 없다. 차라리 계속 진행을 하면서 갈 때까지 가다가 죽음을 암시하는 태양 바로 앞까지 가서 날개가 녹아버려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낫다. 적어도 해놓은 일은 수북이 쌓인 파일들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고 그 기록은 훗날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양식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이카루스와 같은 나의 성격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피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앞서가지는 않았는가, 남들이 열심히 하기로 기획해놓은 일을 내가 먼저 선점해 버려 그 사람이 준비한 것을 그의 공으로 돌리기 전에 준비가 수포로 돌아가게끔 하지는 않았는가에 관한 생각이다. 가장 나에게 지금 필요한 일은 이제는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입을 다물고 일단 사람들의 말을 계속 듣는 일이다. 듣고 있는 나에게 말을 하는 모든 사람들과 친해질 필요는 전혀 없지만, 잘 지낼 필요는 절대적이다. 내가 일을 나서서 시작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공을 들일 기회를 돌려버리고 나는 뒤로 빠져버리는 자세를 계속해서 배워야 하겠다.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기 전에 두 발 딛고 서 있는 땅 위의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조금 더 신중해져야지.

  1.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한 선배로부터 인생의 교훈으로 배운 가장 중요한 말 중 하나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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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HCI 수업시간에 본 동영상. 핀란드 헬싱키는 북유럽 정보통신 강국답게 도시 안에도 이러한 시설물을 설치해놓고 있었다. 인구가 적고 공공시설물에 대한 시민의식이 발달해 있는 곳에 신중히 설치하는 매우 고가의 공공시설물이다. 부러울 따름이다. 만약 서울처럼 거대한 도시에 이런 city wall이 만들어져서 헬싱키처럼 도시 안의 모든 소식을 한곳에 모아놓는다면 소식의 수가 엄청나 city wall의 공간이 부족할 것이다. 이 경우 필요한 건 메트로폴리탄 시티를 아기자기한 자치구로 쪼개서 각 '구'마다 이렇게 이쁜 시설을 달아놓는 일이다. 작은 도시만이 갖는 독특한 특성, 소수의 동질적인 시민들, 그에 따라 갖는 동등한 취향과 동등한 문화, 그에 따른 사람과 환경의 어우러짐.. 그것보다 아름다운 예술이 있을까?

  사람 사는 동네의 소식을 최첨단 기술을 통해 접한다는 아주 고대 도시다운 발상이 사람들에게는 흥미와 정보 두 가지 측면에서 만족을 줄 것이고 그에 따라 도시의 이미지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특히 EU와 함께 공동제작했다는 점과 (정부와 기업의 협력) 라운지 음악에 맞추어 소개되는 아주 세련된 홍보 동영상은 보는 이의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켜준다. 어떻게 정부가 이렇게 세련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북유럽 쪽의 컨텐츠를 접하면서 항상 느낀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한국 정부 또한 세련된 컨텐츠를 제작하여 기업과 비교해 보아도 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디자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음악도 기웃거려보고 웹디자인도 기웃거려보고 있다.

  The City Wall은 EU 산하의 IPCity (도시 속 유비쿼터스 디자인의 활용 가능성을 연구하는 framework programme) 그리고 핀란드의 정보기술 연구원 Helsinki Institute for Information Technology에서 함께 디자인한 도시 속 벽으로, 고대 로마 시대에 도시 한복판에 여러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새로운 정책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이벤트 등을 보기 쉽게 한데 모아놓은 Acta Diurn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설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나도 먼 나라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동영상으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직접 찾아가서 벽을 만져보아야겠다.

  사실 우리 학교의 새로운 도서관 1층 로비에도 이렇게 손으로 포스트잇처럼 생긴 글들을 터치로 움직일 수 있는 커다란 LCD 스크린이 있다. '자유게시판' '벼룩시장' '분실물' 등의 카테고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글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일반 학생들이라 잘 볼 일이 없게 된다. 우리가 보아야 할 꼭 필요한 학교 소식들을 여기서 고화질의 사진과 함께 제공해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언젠가는 가능하게 되겠지??

공식 소개 동영상


실제 이용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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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날개를 펼고 무의식에 숨은 욕망에 따라 무한한 상상으로 빠져드는 것은 좋지만, 그중 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인상과 성격을 흐릿하게 바래게 하는 자신에 관한 공상은 경계해야 한다.

언제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우선적으로 나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에 따라 내가 스스로 쓸데 없는 생각으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한 좋은 해결책 중 하나는 언제나 초연한 표정으로 사람의 감정을 흥분시키는 여러 행동을 수행하는 일이다.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오른 나의 공상이 행동과 어우러진다면 몇 분 뒤에 부끄러움이 찾아오지만, 행동의 온전함을 유지하되 함부로 기대감이나 떠벌리는 마음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나에게는 수치심이 아닌 자긍심만을 남기면서 타인에게는 기쁨을 줄 수 있다. 

극단을 달리는 일은 타인과 나 사이의 합의가 있을 때에만 신중히 진행하고, 그 이외의 모든 때에는 나는 언제나 잔잔한 파도 위에 커다란 고래가 헤엄치듯 상상과 감정의 기복을 평온하게 유지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속적인 촉매가 될 테니..

2008. 9. 21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쓴 글
 


 말도 안되는 상상 하면서 혼자 즐거워해 본적이 있는가요. 아무 생각 없이 즐길 때에는 좋지요. 다른 사람이 이렇게 반응해 줄 거야. 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을 마리오네트처럼 가지고 놀면 그때는 재미있겠지요. 하지만 혼자만의 머릿속 소극장에서의 유희가 끝난 다음에는 당신에게는 허락 없이 그 사람의 마음을 비록 허상이라 할지라도 농락했다는 죄책감이 찾아올 것입니다. 공상에 따른 벌은 반드시 주어집니다.

 함부로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을 간파하고 예상하지 마세요. 그 사람을 함부로 멋지고 예쁜 다른 사람에 빗대어 생각하지 마세요. 함부로 자신을 들뜨게 하는 멘트를 상대방이 나에게 해주고 있다는 상상을 하지 마세요. 함부로 상상 속의 나를 그 사람 앞에서 실제 모습보다 근사하게 부풀리지 마세요. 함부로 자신이 긴 시간 동안 그 사람을 쉴 새 없이 즐겁게 해주고 오직 기쁨만을 가져다준다는 가정을 세우지 마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평범함으로써 자긍심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 당신은 지금 비록 마음에 안 드는 외모의 결점이나 성격의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그 모습으로서 가장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살면 그게 자긍심을 회복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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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디 Real Live "Fall in Love"
2008. 9. 20 7:00 PM @ 백암아트홀




(9월 19일 공연 사진 - 출처: www.ibadi.co.kr)

 2008년 9월 20일, 서울은 시원한 빗줄기가 뜨거웠던 아스팔트 길을 녹이며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날 혼자,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들을 만한 음악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무언가 부드러운 음악과 자연을 닮은 사운드를 넓게 감싸안듯 들려주는 아티스트를 하나둘씩 생각해보게 마련이죠. 2007년 9월을 시작으로 소극장에서 특색 있는 실력파 뮤지션들의 꽉찬 음악을 들려준 공연 'Real Live'의 그 4번째 시리즈를 알리는 첫번째 아티스트 '이바디'의 공연이 백암아트홀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도 출연할 이바디의 음악을 멋지고 우아하게 꾸며놓은 실내의 작은 공연장에서 듣고 싶어 저는 혼자 예매를 하고 찾아가 가을 바람을 닮은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이바디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어쿠스틱 아티스트들에 비해 풍부하게 들어가 있는 음색과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보컬 '호란'의 스타일이 아닐까 합니다. 우선 이바디를 이끌고 계신 거정씨의 섬세한 작사와 작곡 그리고 드럼과 기타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음악적 역량은 이바디가 한국의 다른 어쿠스틱 아티스트 그리고 유럽 쪽의 다른 아티스트와 비교했을 때 보다 다양성을 추구하게끔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1집 앨범에서 볼 수 있듯 클래지콰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부드러운 감성(비로 뒤덮인 세상, Hello Hollow), 북유럽 어쿠스틱 사운드의 감성(She)부터 한국 가요와 맞닿아 있는 발라드 감성(별, 그리움) 그리고 모던한 분위기의 재즈(초코캣,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까지도 일관된 느낌의 음악으로 아울러 어루만지는 호란씨는 얼마 전까지 각인되던 일렉트로니카와 하우스와는 전혀 다른 색깔로 곡을 입혔습니다. 음반을 들어보면 이바디의 곡이 얼마나 다양한 장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관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듣기가 편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꿀꿀한 날 비가 와서 도시 속을 걷는 사람들은 우울한 날을 보냈는지 몰라도, 이바디와 함께 했던 백암아트홀 안의 관객들은 풍부한 사운드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날에는 차분하면서도 많은 음색이 감싸는 음악이 좋은데요, 공연장에 왔을 때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쿠스틱 밴드답지 않게 수많은 종류의 악기들이었습니다. 드럼만 해도 옆에 여러 퍼커션 악세사리들(윈드차임, 날카로운 소리 내는 extra 스네어, 탬버린, 봉고)이 대기하고 있었고, 뒤에는 야마하 MOTIF를 비롯한 신디사이저가 총 2대나 있었으며, 옆으로는 나일론, 스틸, 일렉트릭 기타가 언제쯤 공연을 시작하나 하고 있었습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부터 풍부한 사운드에 대한 확신에 부풀어 저는 저도 모르게 오후 내내 있었던 근심 걱정을 훌훌 날려버리고 있었답니다~

 오프닝 게스트 없이 공연은 타이틀곡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시작하여 'Hello Hollow' 그리고 'Bench' 까지 부드럽게 이어졌습니다. 예상한 대로 사운드는 풍부하고 고급스러웠으며, 확실히 인디 아티스트들의 날생선 같은 사운드와는 달리 백열등 아래의 카푸치노와 같은 느낌이 듣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CD는 공연이 끝난 다음에 샀는데요, 정말 라이브로 듣던 그대로의 소리가 CD에 흘러나온 것을 보고 다음날 아침 저는 다시 한 번 감동을 했습니다. 

 첫 세 곡이 끝나고 검은 색 페도라에 자주색 하늘거리는 실크 드레스를 입으신 우리의 여신님(!) 호란씨께서 멘트를 시작해 주셨습니다. 어쩜 그리 목소리가 보컬과 똑 닮으셨는지.. 꼭 자정이 된 늦은 시간 혼자서 라디오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예전에 호란씨는 MBC에서 라디오 진행을 하셨더랬죠) 저는 혼자 공연을 보러 온 탓인지 무대의 분위기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좀 더 집중이 되더라구요. 멘트는 그리 길지 않았고 정말 라디오에서 하는 멘트 같았지만 저는 그것 또한 이번 공연의 우아한 분위기를 위해 필요한 거라 생각하고 기분 좋게 또 다음 곡들을 들었습니다.

 'She'까지는 클래지콰이 시절 계속해서 들려준 차분한 톤의 목소리가 이어졌는데 갑자기 깜짝 놀란 곡이 등장했으니 바로 '초코캣'이었습니다. 사실 이 곡이 이바디의 곡들 중 '끝나지 않은 이야기' 다음으로 유명한 곡이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만 들어서 엄청 놀랐죠. 공연의 후반부로 가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좀 더 강한 락 느낌의 곡들도 많이 넣었는데, 이 '초코캣' 부터 후반부의 곡들에 걸쳐서는 호란씨의 또다른 보컬 톤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자우림의 김윤아씨나 오지은씨와 같은 박력있는 보컬이었는데요, 이 보컬이 점차 공연에 등장함에 따라 관객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신나게 공연을 즐겼습니다. 이바디의 이번 공연은 실로 멋지고 유려한 흐름을 가진 공연이었습니다. 그것은 예전에 보았던 주섬주섬하는 페퍼톤스 형들과 뎁 누나 공연과는 다르게 아주 완벽하게 흘러가는 또다른 매력의 콘서트였습니다. 마치 평소에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공원 길가의 강아지만 만나다 밤이 찾아오자 하얀 페르시안 고양이를 품에 안은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포스가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초코캣'이 끝나고 나서 우리 관객들은 이바디 2집에 수록될 곡 순서를 정해주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우리들의 일은 바로 미발표곡 '나비처럼' 과 '루나캣' 그리고 'Be Be Your Love' 세 곡을 듣고 가장 좋아하는 곡에 가장 큰 환호를 보내주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곡은 공연 후반부에 들었고 호란씨 작곡의 '나비처럼' 거정씨 작곡의 '루나캣'을 먼저 들었습니다. 음~ 저는 좀 더 재즈 느낌이 나는 '루나캣'이 좋았어요. 근데 호란 누님께서 꼭 방문해달라고 당부해주신 이바디 사이트에는 아직도 게시판이 안 열려 있더라구요. 빨리 열어주세요~
 
 이번 공연의 연령대는 확실히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공연장을 찾아온 분들이 꽤나 많았고 커리어 정장을 입은 여자분 대여섯 명이 같이 공연을 많이 보러 왔습니다. 물론 사랑을 속삭이는 곡들 가득한 공연에 커플 관객들도 빠질 수 없었구요, 제 옆에는 교회에서 뵙던 권사님들과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 관객 두분까지 있었고 저 앞에는 클래지콰이를 접해 왔던 기특한 여중생 관객들도 있었으니까요. 

 1부가 끝난 후의 게스트는 'Gentle Rain'을 부르다 순간 무대에 깜짝 등장하신 알렉스였습니다. 정말로 동료애 가득 찬 모습으로 편안하게 등장하셨는데요, 그동안 각자 떨어져서 각자 밥그릇을 챙겨먹다가 다시 옛 정을 생각하는 기분으로 멋진 듀오를 다시 보여주셨습니다. 클래지콰이에서 두 분이 같이 지내신 지가 벌써 5년째라고 하네요. 알렉스씨 멘트 준비 안하셔서 '호란씨 이바디 공연하는 걸 잘 보니까.. 마치 음악회에 온 것 같아요' 라는 개그 나온 것도 기억납니다. ^^;;;

 기억나는 팝송 중에서는 호란씨에게 영감을 준 아티스트 Suzanne Vega의 'Caramel' 그리고 예전 모 운동화 CM으로도 쓰였던 'New Shoes'였습니다. 첫번째 곡은 아주아주 늦은 밤의 유혹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구요, 두번째 곡은 차분함 위주의 공연의 단조로움을 깨는 빠른 비트와 단순한 코드 진행 그리고 화려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 그리고 호란씨의 내지르는 보컬 때문에 좋았어요.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까지 풍부한 사운드로 소화하기 위해 기존 '이바디' 멤버들에 덧붙여 들어가 주신 '삼바디' (그랜드피아노,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 신디사이저 3분) 분들 공연 내내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각종 기타를 맡아주신 함춘호씨의 후반부에서 터져나온 화려한 이펙트의 싱글 픽업 기타 솔로 세례는 이바디의 공연에 방점을 찍어주셨습니다. 이렇게 이바디의 이번 공연은 자칫 너무나도 편안하고 그래서 카페의 한낱 배경음악 정도로 흐려질 수 있는 음악을 여러 장치를 통해 선명하게 살려준 완벽한 구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 다음 마지막으로는 이번 Real Live를 같이 공연하는 윈터플레이와 박기영씨가 게스트로 나와 멋진 세 명의 디바 분위기의 'Come Together'를 불렀어요. 옆에서는 이주한씨 트럼펫 부시고,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더욱 화려해져서 이 멋진 공연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백암아트홀에서 본 공연 중에서 이렇게 사운드가 빵빵하게 나온 적은 처음인 것 같아 공연이 다 끝나고 얼굴이 얼얼하고 화끈거릴 정도였어요. 앞으로 남은 Real Live 두 개의 공연에서는 모두 각 아티스트 공연의 마지막 앵콜곡으로 이렇게 다른 두 아티스트가 같이 참여하여 함께 마무리를 한다고 합니다. 아티스트들의 우정이 멋있게 드러나는 순간이었어요.

 Real Live Vol.4 "Fall in Love"는 이바디의 공연을 뒤로 하고 팝 재즈 아티스트 '윈터플레이'와 데뷔 10주년을 맞아 어쿠스틱 앨범과 함께 찾아온 보컬 박기영의 공연으로 그 무대를 이어갑니다.

♠ 윈터플레이 9월 28일 7:00 PM
♠ 박기영 10월 3일-10월 4일 7:00 PM


이바디 Real Live "Fall in Love" Set List

1부
끝나지 않은 이야기
Hello Hollow
Bench
She
초코캣
나비처럼 (미발표곡)
루나캣 (미발표곡)
Angel (Sarah McLachlan)
Fever

Guest: 알렉스
Gentle Rain

2부
그리움
오후가 흐르는 숲
비로 뒤덮인 세상
Caramel (Suzanne Vega)
Fragile (Sting)
Marionette
New Shoes (Paolo Nutini)
Party Fantasy

Be Be Your Love (미발표곡)
꽃놀이

앵콜곡
끝나지 않은 이야기 (Acoustic Demo Ver.)
마음 때문에 생긴 일

Guest: 윈터플레이(이주한, 혜원), 박기영
Come Together

글 / 마키아또 (imwoogi@naver.com)

이 글은 민트페이퍼(www.mintpaper.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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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행정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보다 경영학에서 발전시킨 마케팅 전략과 생산계획 및 통제 방법을 끌어오면서 정부와 민간 기관의 협력인 신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NPM)를 계속해서 들여오게 되었다. 그중 내가 주목한 것은 보다 수평화와 분권화가 진행된 정부조직과 Ad-hoc group 혹은 Task Force Team이 많이 등장하여 주된 정책 실행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집단이라면 그것이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정부의 눈에 뜨이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정부는 기업과 손을 잡고 거대한 일들을 하나씩 추진해 나갔다. 새로운 상권 개발은 물론이고 공공디자인, 환경정화, 그리고 교통시설과 문화시설에 대해 기업과 정부 간의 제휴가 많이 있었다. 집단은 고정된 위계질서 속에 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결성되고 해체되었다.

  기업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아이디어 공모 형태의 참여는 더욱 두드러졌다.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희망제작소(
www.makehope.org)가 지금은 천만상상오아시스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양과 질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은 대학생들도 공모전에 아이디어나 전략 기획안을 제출하는 것을 일상처럼 여기고 있고, 정부 또한 나서서 시민으로서의 대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다. 누구나 정부 안의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소통이 가능해졌다. 반대를 하기 위한 코멘트가 아닌 발전을 위한 제안은 적어도 모두 받아들여졌다. 지금의 인터넷은 그러한 제안이 아주 쉽게 정부에게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나의 꿈은 오프라인에서만 움직이는 정부기관이 하나도 없게끔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 자료의 공개, 정부청사와 법원과 같은 여러 공공기관 안에서의 과정 절차에 대한 설명, 시민사회 안에서 미리 추려낸 의견을 보내면 정부에서 글로 응답해주는 소통 등이다. Human-Computer Interaction이 가지고 있는 통학문적 성격 때문에 사용자의 경험과 만족감을 위주로 하는 웹사이트 디자인 그리고 그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각 정부기관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인터넷을 이용한 참여가 더 많아질 것이다. 아울러 주제별로 다양한 Task Force Team이 정부가 운영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구성되어 정부와 함께 일을 하면서 마치 Microsoft Office의 사용자들이 MS의 Beta Tester가 되는 것처럼 시민들 또한 통과된 법안에 대한 가상 정책 모델을 미리 접해보고 그에 따른 개선사항을 제안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러한 활동이 한국에서 가장 정치에 관심이 많은 여러 젊은이들에 의해 계속 이루어진다면 지방자치로까지 이러한 새로운 관행을 확산시킬 수도 있고, 나아가 기존의 소수 중심의 회의가 위주인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통한 시민들의 참여는 기존의 기관 대 기관으로만 이루어지던 NPM의 다음 세대가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그 때문에 IT를 내 길로 정했고 이중전공의 방향을 공대로 돌려놓았다. 후회는 없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더 멀리 볼 것을 생각하고만 있다. 블로그를 하면서 하나씩 알아낸 인터넷의 수많은 기능들은 예전에 논의조차 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시민들의 참여 방법들을 가능하게 했다.
 
 기술의 발전이 먼저 있으면 그에 따라 사회과학이 재편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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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시간표입니다. 원래는 그냥 평범한 시간표에 Franklin Planner 속지 모양으로 디자인만 짝퉁 Monticello로 해놓은 거였는데
어제 밤 작업을 통해 조금 바꾸었어요. 바로 공강과 쉬는 시간에 주기적으로 갈 장소 또한 시간표에 적어넣었습니다.

  대학교 시간표는 학기마다 달라지고 또 교실과 수업 시간이 요일마다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특히나 9월 첫 2주간은 적응하는 데 애를 많이 먹습니다. 조금만 정보를 하나 빠뜨리면 꼭 뽑아 와야 하는 프린트를 안 가져오기 십상이고 가방과 사물함과 집을 왔다갔다하는 책과 공책 때문에 혼란스러워져 결국에는 포기하고 모든 책과 프린트를 커다란 백팩 안에 넣고 무겁게 다니곤 합니다. 저같이 통학을 하는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피로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항상 적게 짐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물함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시간표에 공강 시간에 갈 장소를 써넣는 것은 누구나 다 합니다. 주로 동아리에 관련된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각에 어떤 책/프린트를 내려놓거나 혹은 챙기는지에 대한 정보를 일주일의 주기 안에 집어넣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일주일 안에도 책이나 프린트를 사물함에 넣어놓고 집에 오는 날과 집으로 챙겨오는 날이 나뉘고 그러한 날들이 하나의 흐름을 만듭니다. 흐름을 한 번만 잘못 타면 귀찮게 학교에 갔다와야 하기도 하고 어쩌면 내일 제출해야 하는 숙제를 하나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시간표에 '사물함에 들렀다 가는 시간'을 표시해 놓습니다.
  저는 이전에 단장으로 있던 학생자문단 동아리방을 사물함 겸 사무실 겸 동아리방으로 쓰면서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있는데, 그래서 아예 시간표에 동아리방 들르는 시간을 파란색으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빨간색은 So What 동아리방에 가는 시간이구요, 초록색은 점심을 먹는 시간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중 파란색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 모든 수업이 다 끝나면 동아리방에 들르지 않지만 수요일 저녁에는 동아리방에 들러 제 물건 몇개를 챙겨 집으로 가야 합니다. 이런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요일 9교시 아래에 파란색으로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시간표에 색깔과 직사각형으로 형상화해 놓은 정보는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시간표의 특성을 반영하여 구성되었고, 한 학기동안 고정된다는 시간표의 성격에 맞게 매주 주기적으로 꼭 계획대로 실현할 수 있는 시간대만 색깔 영역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시간표의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없다는 점과 특정 정보를 기억해내야 하는 시점에 나에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먼저 찾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핸드폰의 '일정' 기능을 활용합니다.

  핸드폰과 알람시계와 같은 기계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는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할 감시관을 아주 적은 비용으로 가까이에 두어 그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항상 어떤 값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기에는 너무나도 자유분방한 인간들을 위해 극도의 지루함을 묵묵히 견뎌내는 기계가 등장했습니다. 어젯밤 '일정' 기능을 쓰면서 속으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시간: 오전 08:30
주기: 매주 월요일
내용: 자료분석 필기공책 up

시간: 오후 02:52
주기: 매주 화요일
내용: 미국정치와외교 새프린트 확인

시간: 오후 12:00
주기: 매주 수요일
내용: 경영정보시스템 OR확정모델 up

(up은 알람을 받은 장소에서 물건을 챙기라는 뜻)

  이런 식으로 '딱히 알람이 없더라도 알아서 잘 안 까먹고 잘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레 집에 간다던지, 가방이 무거우니 자연스레 물건을 책장에 꽂아넣는 등의 일) 을 제외하고 '꼭 해야 되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알람이 필요한 일'들을 일주일을 주기로 하는 일정으로 등록해 놓으면 처음 적응기간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많이 정신이 없어서 대학교 갈 때마다 옆에 매니저가 동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대학 생활을 할 때 뿐만 아니라 나중에 직장에 가거나 어떤 장기간의 캠프에 가거나 여행을 갈 때에도 초반의 적응기간 동안만큼은 조금 우스꽝스럽더라도 아주 치밀하게 일정을 세팅하고 표를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저절로 모든 할 일에 대해 적응이 되어서 아무 것도 참고하지 않더라도 잘 알아서 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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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은 분명 좋은 습관이고, 어떤 일을 최대의 효율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어떤 특정한 한 분야에만 집중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는 시대에서는 한 우물만 파는 자세가 성공의 중요한 열쇠이다. 그중에서 대학생들은 언제나 자신이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과거의 사람들이 바래온 '팔방미인'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사람들이 바랄 '전문가'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인지 헷갈려하고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의 삶만 가지고 생각해보았을 때 조금 더 자기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더 많은 만족감을 얻고 더 많이 기록으로 남기고 더 많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한 우물만 파는 것이 훨씬 좋다. 자기가 하는 일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로 혹은 놀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혹은 만들기를 준비하는 일'을 말한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아르바이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지금 컴퓨터 앞에 앉은 나의 블로그 포스팅이나 대학생의 학교 공부 그리고 자기만의 능력을 위해 곁가지로 배우는 웹디자인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같은 일들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밥상 위에 반찬을 계속해서 차려 놓는다. 주위를 보는 눈은 기술의 혜택으로 더 넓어졌기에 하고 싶은 일은 많아지고 걸어가는 우리들의 손을 붙잡는 호객꾼은 온오프라인 전방에서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그런 유혹에 이끌려 우리는 일을 시작한다. 물론 처음에 시작하는 것이므로 좋은 반찬을 예쁜 그릇에 담아 상에 올려놓는다. 만약 그런 일들이 주로 내 스스로 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아 그 기관에 돈을 지불하는 일일 경우가 대다수라면, (예를 들어 갑자기 살을 빼야 한다는 충동에 시작한 댄스 강좌라던가, 평소에는 관심 없었는데 주위에서 다들 사서 나도 한번 사보는 하이탑 스타일 등등) 차려놓고 먹지는 않아 결국 썩어버릴 반찬들을 상 위에 올려놓는 셈이 된다. 반찬을 상에 올려놓았으면 우리는 주식인 밥과 함께 그 반찬을 오늘 안에 다 먹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많아지면 다 먹지 못한다.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 컴퓨터와 같은 기계라면 MS 윈도우처럼 작업표시줄에 여러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모두 꾸준히 관리하면서 실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 1분도 안 걸릴 작은 일이라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있는 '자기가 하는 일'은 몇주 혹은 몇달, 심지어 몇년에 걸쳐서 하기로 계획하는 일을 말한다. 컴퓨터조차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면 CPU가 분산되어 속도가 느려지는데, 인간은 어떻게 되겠는가. 아예 다운을 먹고 시스템 강제종료행이다. 성취하고 기록하는 것 하나 없이 돈과 시간만 날리고 피로만 쌓인다.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스스로 겸손하게 인정하는 데서 나온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컴퓨터와 같이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어야 고작 3개 정도에 불과하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있자. 밥상에는 밥과 국 그리고 세 첩 반찬만 올려놓는다고 먼저 자기를 제약하는 것이다. 나중에 배고프면 그때 가서 더 사먹던지 하자는 여유분을 남겨놓고서 일단 밥상에 올린 반찬 세 첩은 골고루 깨끗이 다 먹는다고 생각하자.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은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보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첫째로 중요한 목표이고 그를 위해서는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전에 '안하기로 결정한 일'이라는 포스트를 쓴 적이 기억 나는데, 그것 또한 이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중요한 두 번째 걸음은 지금 내가 정신과 신경을 일정량 할당해야 하는 일들 중 끝낼 수 있는 것들을 빨리 끝내고 없애는 것이다. 앞으로 몇달 간 외국 여행을 떠날 내가 마지막으로 집안의 가스나 등이나 콘센트 등을 점검할 때의 느낌을 되살려, 그 느낌으로 잡다한 일들을 모두 없애고 무결성의 공간을 남겨놓아야 한다. 집중이란 한 가지 일에만 정신과 신경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들이 많다면 그 일들에 대해 각각 한 번씩 정신이 갔다 왔다를 계속 반복하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는 집중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여러 가지 일을 한다면 그만큼 계획을 잘 세워서 여러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판이하게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잘 하려면 몇몇 일들은 한가지 큰 일의 하위 분야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여야 한다. 사람의 정신과 습관이 계획을 따라잡지 못하면 그 계획은 유용성이 하나도 없는 계획이다. 예전에 방학시간표를 세울 때 느꼈던 그 느낌을 되살려보면 이 이야기는 하고 또 하는 지루한 이야기다.

  나아가 현재 자기가 집중한 그 한가지 일의 강도를 세차게 높여서 내가 그 일에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중에는 내가 그 일을 예전에는 혼자 쉬엄쉬엄 했는데 이제부터 그 일의 성취도를 다른 사람이 평가하도록 하거나, 평소에 하던 일을 어떤 시험 점수나 자격증과 연관시키거나, 그 일을 주변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으로 범위를 확장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하는 일을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 광고하거나, 하는 일을 비즈니스 차원으로 승격시켜 조금 더 구체적인 시스템이나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집중한 일들의 성취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 방법을 많이 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은 티끌 하나 없는 도시 안의 건물 속 하얀 방이다. 외부의 자연환경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함부로 아무나 들어오지 않으며 천장과 벽에서는 보일러와 에어컨이 측정된 온도와 습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균형을 맞추어가고 있는 평온한 방, 만약 그런 방이 있다면 나는 최고로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주의가 분산될 염려가 전혀 없는 공간은 적어도 나에게는 상상 속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뿐이다. 복잡하고 어지러진 현실 속에서 그래도 최대한 뾰족하고 깔끔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있기에 그에 따른 대가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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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So What 정기공연에서는 이 곡을 연주해보려고 합니다. Eddie Higgins Trio 버전을 가지고 할 계획이랍니다. 기존 세션에 기타를 추가하여 총 4명의 Quartet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곡이 저는 Bill Evans나 다른 북유럽에서 활동한 미국 고전 재즈 아티스트가 만든 곡인 줄 알았는데 사실 알고보니 A. C. Jobim의 곡이더군요. (아래 동영상 참고) 브라질이 원산지인 줄은 몰랐는데 막상 남미에서 북유럽으로 와서 북유럽의 향취를 가지고 정착한 음악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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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번 학기때도 만들어서 썼는데 이번에도 쓰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몬티첼로(Monticello) 속지 모양으로 왼쪽 여백을 디자인했습니다.
Add Noise 50% Monochromatic -> Emboss -> 새 레이어 만들고 남색과 회색으로 Fill -> Blending Mode를 Multiply, Opacity 80%로 변경.

2008 Fall Semester 라는 글씨는 Harlow Solid Italic이라는 글꼴입니다. 안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각 시간표 셀 안의 글씨는 모두 Type Layer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 Type Layer를 수정하면 될 것입니다.

Compact 사이즈 프랭클린 플래너의 속지는 다들 아시다시피 10.8 x 17.2 (cm) 입니다. 따라서 이 psd 파일은 10.8 x 17.2로 만들어져 있으며, 인쇄를 할 때 꼭 Scale을 100%로 하고 Scale to fit media에 체크를 해제해야 합니다.

6공 펀치는 왼쪽 여백에 뚫어주시면 되구요, 프랭클린 플래너 속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왼쪽 위, 왼쪽 아래 0.5cm 모서리를 가위로 둥글게 잘라 주시면 더 이쁜 속지가 됩니다.

속지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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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발매기념 콘서트]
2008. 08. 29 금 @ 백암아트홀


  처음에는 '아, 정말 우울해서 못 봐주겠네.' 하다가도 가만히 말없이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나는 그들과 같은 생각에 잠겨 함께 있는 느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편안해지는 느낌은 언니네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 발매기념 콘서트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리뷰는 가장 보통의 존재들 중 1인이 쓰는 리뷰라 그런지 다른 글 쓸 때보다 더 단어를 써나갈 때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3년간 앨범 작업하신 언니네이발관 분들의 기분도 이런 기분이었겠죠? 사실 민트페이퍼에 올리는 리뷰는 이번이 첫 번째에요. 처음부터 저를 긴장하게 만든 언니네이발관의 이 전율.. 그래서 최대한 풍부한 내용을 쓰려고 공연장에서도 리포트 패드 위에 계속 메모를 하면서 봤어요. 덕분에 저 또한 그들처럼 편집증적으로 파고들었던 감명 깊은 공연이 되었습니다.

  공연장소였던 백암아트홀은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08의 준비운동 3종세트인 언니네이발관(8월 29일), 페퍼톤스(30일), 이지형(31일) 세 아티스트의 공연이 있는 곳입니다. 저는 친구랑 같이 갔는데 좌석이 왼쪽 구석에 있어서 (K열 1번, 2번) 처음에는 언니네 형들이 안 보일까봐 걱정했어요. 하지만 공연장이 가로로 길고 세로로 짧은 작은 공연장이라 제 자리에서도 부담없이 공연이 주는 모든 즐거움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후에 백암아트홀에서 좋은 공연 많이 있을 예정이니 보러 가실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백암아트홀은 조금 삼성역에서 먼 감도 있었고, 여기가 처음인 저에게는 '왜 공연장이 이런 곳에 있지?' 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안쪽으로 들어와 보이는 백암아트홀의 풍경은 한국전력과 LG25 사이를 걸을 때엔 상상할 수 없었던 사뭇 다른 편안한 도심 속 이미지였습니다. 평범하고 찌질하고 우울하다가 이내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편안해지는 기분, 가는 길조차 언니네이발관의 곡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공연장 안에는 쌈넷에서 마련한 예쁜 판매대가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세요) 언니네이발관 3집 테이프, CD, 4집과 5집 CD를 팔고 있었습니다. 보너스로 1000원짜리 아대도 팔았는데, 이건 아직도 이유가 알쏭달쏭 합니다. :P 저는 이곳에서 5집 CD를 사고 언니네이발관의 대외 홍보 기사가 담긴 Press Kit을 받았습니다.
  관객 중에는 혼자 온 사람도 많았고 같이 온 사람들은 대부분 동성끼리 왔습니다. '사랑도 금물'이라 커플들은 잘 안 보이더라구요. :P 하지만 이번 공연에는 커플들이 좋아할 감미로운 가사의 곡들도 많이 선보여 주었습니다. 공연장에 30분 일찍 들어와 waiting 음악을 듣고 있는데 주로 언니네이발관 초창기 시대 좋아하던 메탈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프닝게스트로는 브로콜리너마저 분들이 나와 주셨습니다. 선곡이 편안한 Irish Rock 분위기라 언니네이발관 이번 앨범과 자연스러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베이스 분!! 어눌한 멘트 정말로 귀여우셨어요. 덕분에 처음부터 차분하고 어눌한 분위기로 공연과 잘 어우러지며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첫곡인 '어떤날'은 높게 조옮김을 하고 이한철의 '이상한 꿈' 분위기 물씬 나게 해주는 전자 피아노 음색을 기타로 대신하여 연주해서 앨범과 다른 분위기를 내 주었습니다. 첫 곡도 뜬금없이 시작한 언니네이발관, 그리고 뜬금없는 첫 멘트.
"박수 안 쳐요?" "계속 노래할게요." 그리고 다음 곡을 불러제껴드렸더랬습니다. 다음곡인 '생일 기분'에서는 1집의 날생선 같은 인디 느낌의 기타 음색을 5집답게 부드럽게 바꾸어 연주했습니다. '꿈의 팝송'은 2집의 느린 곡으로 연주하면서 이석원의 솔로를 화려하게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4집의 신나는 기타가 돋보이는 '꿈의 팝송'이 좋았는데 이 곡은 약간 허무하게 끝난 감이 없지 않아 섭섭했어요.
  1부는 멘트를 절제하고 아주~아주 우울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작년 겨울에 앨범 없는 앨범발매 공연을 했다면서 약속 어긴 점을 사과한다면서 거의 울먹이다시피 한 석원 형은 관객들도 우울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그리고 1부는 언니네이발관의 과거를 회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새 앨범에 있는 노래 많이 하면 심심하죠?" 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관객들은 "아니요~"라고 화답했지만 말이죠.^^
  기타를 맡은 이능룡 군의 멘트도 기억이 많이 나네요. "저번에 쌈지 공연장에서 준비도 안했는데 말이 막 풀리는 거에요. 지금도 잘 풀리나? 석원이형은 전에 이렇게 말했어요. '말 잘하는 건 팀의 발전에 도움이 안돼.' "그러니까 옆에서 "잘 하진 않았죠. 평소에 어벙한 것보다는 잘했다는 뜻.."이라고 핀잔이 들어오더라구요. 이런 모습 하나하나에서 솔직하고 따뜻한 형제애(?)가 느껴져서 관객으로서는 참 좋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표정' '2002년의 시간들' '유리' 그리고 12년 전 녹음한 '쥐는 너야'를 끝으로 1부를 마쳤습니다.

  1부가 끝나고 무대 조명이 켜지길래 사람들이 인터미션인줄 알고 공연장을 잠시 빠져나왔는데 갑자기 게스트 공연이 시작했어요. 언니네이발관에서 멋진 키보드를 맡아주시는 유일한 여자분인 임주연씨가 두 곡을 불러주셨구요, 그 다음으로 Vanessa Carlton 스타일의 피아노 터치와 타루를 닮은 목소리의 양양씨가 한 곡을 불러주셨습니다. 갑자기 시작만 안 했다면 신인들을 적극 끌어주는 본연의 역할을 멋지게 해냈을텐데 2% 부족했습니다.

  2부는 확실히 분위기가 밝아지고 본격적으로 5집의 노래들을 불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석원씨의 옷은 언니네이발관 민트페이퍼 사진을 찍을 때 입었던 옷이었지요. '작은마음'에서 중간에 스윙으로 바뀌면서 멤버 소개를 할 때 참 좋았어요. 피아노가 경쾌해서 Ben Folds Five 느낌이 나면서 특유의 침잠하면서 편안한 기분이 더욱 반갑게 다가온 것 같아요. 드러머 정무진씨가 분위기에 따른 스트로크의 강약 조절을 기막히게 잘 해 주셨습니다. 그 다음 곡인 '무지개'는 음정이 높아 보컬이 상당히 어려웠을텐데 이석원씨의 열창으로 멋지게 끝냈습니다. 처음에 긴장하는 모습 다 봤어요. :D
  원곡보다는 조금 빠른 템포의 '인생은 금물'을 연주할 때에는 중간에 이석원씨가 "다시 소개하기 싫은데... 기타리스트 이능룡!" 한 다음에 옆에서 이능룡씨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코러스로 '우~'하면서 손을 흔들 때 관중들이 한번 크게 웃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언니네 이발관다운 전개이자 유머 감각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다음에 이석원씨가 들어오고 이능룡씨 혼자 '100년 동안의 진심'을 연주하려고 준비할 때 나온 멘트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 혼자 있으니까 무대가 나른해지네요." 하니까 옆에서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라 침울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이석원씨가 무대 옆에서 슬슬 걸어나오더니 "사람이 어떻게 말을 저렇게 못할 수가.."라고 하면서 관객들이 웃고 있을 때 "이 노래 웃으면서 하면 안되는 건데" 라고 핀잔 주는 모습까지도 팬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정겹고 가까이 와닿는 모습이었습니다.

  같이 모여 단어 2개 만들다 철수하고, 남양주에서 열린 공연에서 5곡을 부르다 힘들어서 이석원씨가 '난 라이브 안해' 라고 할 때 옆에서 이능룡씨가 이렇게 말했다죠. '형 무대에서 삑사리 나본 적 있느냐. 형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은데 무대에서 삑사리 나지 않느냐' 노래가 끝나고 이 이야기를 멘트로 들려주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중요한 얘기라면서 우리들이 다 조용할 때 한 얘기였거든요. 그리고 "어제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에는 목이 쉴 때까지 터지도록 불러보겠습니다."라고 하며 바로 '태양 없이',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3곡을 이어서 불러주셨어요. 정말 멋지죠!! 마지막 '아름다운 것'에서 중간에 가사를 까먹기도 했지만 3곡을 열창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감동이었어요. 그 다음의 마지막 곡 '의외의 사실'은 제가 가지고 있던 셋리스트에도 없던 '의외의 곡'이자 트럼펫까지 등장한 빵빵한 마지막 곡이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가장 보통의 존재'와 '나는'을 불러주었습니다. 이석원씨의 3곡 연속 열창이 너무나 열정적이어서일까요? '가장 보통의 존재'에서는 음정이 흐트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에 따라 같이 노래를 불러주었고 그 광경은 눈물이 날 정도로 특별했습니다. 앵콜이 이 두 곡으로 끝난다면 이번 공연은 가장 아름답게 슬픈 마지막을 가진 공연이 되었을 것이고 또한 그렇게 끝나도 나름 괜찮았을 텐데, 관객들이 또 박수를 쳐서 나온 두 번째 앵콜곡으로 '어제 만난 슈팅스타'를 불러주어 결국 모두 즐겁게 뛰면서 끝났습니다. "역시 이곡이 빠지면 안돼"라는 멘트와 함께.. 마지막에 석원, 능룡 둘이서 피크 한뭉치를 관객들에게 던지고 일렉 기타 튜닝을 풀었다 조였다 했다가 나중에 던지는 퍼포먼스는 충분히 데카당스적이었습니다.

  아직 언니네이발관은 이렇게 좌석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도 스탠딩 라이브 클럽의 날것의 느낌을 절대 손에서 놓지 않는 영원한 인디의 심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공연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저번 6월에 있었던 페퍼톤스의 공연처럼 화려한 비쥬얼 아트를 사용하지도 않고 오직 작은 목소리와 생생한 기타 한 대만을 앞에 두고 노래를 했기에, 언제나 최소한의 음색으로 최대의 느낌을 만들어내려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니네이발관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 수 있고, '가장 보통의 존재'로서 서로를 어루만져줄 수 있으며, 우리가 쓸쓸히 혼자 버스에 앉아 차창을 바라보거나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는 순간도 '꿈의 팝송'과 같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공연을 다 보고 친구와 함께 백암아트홀을 나와 서늘해진 밤 공기를 맞았을 때부터 일상은 전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져 있었습니다.

SET LIST

오프닝 게스트: 브로콜리 너마저


앵콜요청금지

1부
어떤날
생일 기분
산책 끝 추격전
꿈의 팝송
표정
2002년의 시간들
유리
쥐는 너야

게스트
비둘기 (임주연)
속삭여주오 (임주연)
이정도 (양양)

2부
작은마음
무지개 (조규찬)
알리바이
인생은 금물
100년 동안의 진심
산들산들
태양 없이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아름다운 것
의외의 사실

앵콜곡
가장 보통의 존재
나는
어제 만난 슈팅스타


* 이 글은 민트페이퍼 Live Paraid - Review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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