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1년 삶 동안 가장 나를 제약했던 한 가지 성격은 자신을 하나의 스탕리로 고정시켜 다른 사람들에 대해 한 가지 입장으로 다가갔다는 점이다. 옷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난 깔끔한 세미정장과 니트가 좋아서 계속해서 그 코디를 유지해 왔다. 첫인상이 좋거나 평소에는 그랬다가 갑자기 좋아진 사람에게는 마냥 친절하고 착하고 분위기 있게만 다가갔으며 화를 내거나 질투하거나 조절할 수 없이 마음대로 움직인 적은 없었다.

  물론 진로와 자기계발을 위해 자신의 관심사나 주력과목을 한 부류로 집중시키는 것은 20대 초반 정도 나이의 사람으로서는 바람직하다. 지금 내가 정치외교학과 정보공학, 산업공학을 벗어난 다른 과목도 함께 배우고자 마음먹는다면 그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학문 분야나 직업 분야에는 전문성이라는 가치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지만, 옷차림이나 대화법, 매너나 취미 삼아 하는 요리, 음악, 운동 그리고 쇼핑하는 물건의 스타일은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 전문성이 아닌 다양성이 필요한 것이다.

  변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성으로 자신의 가장 좋아하거나 잘 하거나 혹은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스타일과 입장을 고른 다음 타인이 예측할 수 없는 간격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취하면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최종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과 호감을 남기게 된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위대함이 태어난다, 놀라움이 태어난다' 라는 이동통신사의 광고문구는 다양성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희미한 실마리를 안겨준다. 아무런 줏대 없이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다양성이 아니라 앞서 말했듯 나를 나답게 해주는 하나의 모습에서 다양한 이탈을 반드시 시도해 보는 것이 다양성이다.

  조금 더 과감하게 혹은 분명하게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나는 지금의 가장 중요한 일과 역할인 공부와 계획 그리고 각종 글쓰기와 기획으로부터 이것들 이외의 모든 삶 속의 일과 역할을 분리해내어 생각해야겠다. 공부와 계획에는 다양성이 있어서는 안 되고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신념이 워낙 나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용기 있고 자유롭게 다양하게 내 모습을 바꾸어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분법적 사고가 반드시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내 주변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준비하고 배우고 익혀나갈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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