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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점점 논쟁적인 성격을 갖도록 교육받고 있다. 그리고 비단 학문과 토론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성을 감성보다 우위에 놓기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일이 주어지면 그것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그것의 장점보다 먼저 보게끔 유도당하기 시작했다. 세상은 점점 똑똑한 사람을 요구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갖가지 논쟁적인 설(說)들을 늘어놓는 것이 가장 생산적인 활동이라며 그러한 논쟁이 활성화되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나도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먼저 찾기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해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비판하는 일에 더 익숙해진 21세기의 젊은이 중 하나다.

 나도 그리 좋은 성품을 가지고 대학 생활을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대학교 사람들은 특히나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따지거나 불평부터 먼저 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늘 아침 혹은 어제 나에게 있었던 일에 대한 회상이다. 한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 자기의 어제 일에 대해 늘어놓는다. 자기가 그 일을 통해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그 사람은 자기가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위주로 설명을 한다. 어제 보았던 영화는 별로였어, 어제 수업을 듣는데 너무 지루했어, 그 조교/고학번/복학생은 왜 그리 말이 많니? 우리 교수님 완전 미쳤어. 과제 왕창 내줘. 그래서 지금 피곤해. 아 지금 돈 없어 밥도 아껴 먹어야 돼. 등등의 많은 말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친구들과 실없는 웃음을 지어보며 하는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종류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조금 더 깊이 들어간 것이 논쟁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불만을 느꼈던 그 일 속에 수많은 '마음에 안 드는 일'들이 눈앞에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항상 사람이 마냥 즐겁고,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우고,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운 말만 해줄 수는 없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연예인이고 정치인이지 현실 세계의 대학생이 아니다. 삶에는 당연히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공존하며, 밝은 면을 어두운 면보다 더 많게 끊임없이 비율을 조절해 나가려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다. 하지만 논쟁적인 성격을 가지고 일상생활에서의 대화에서조차 부정적인 상황을 강조하고, 우리 앞에 창조해 놓은 성을 주먹으로 조금씩 허물어뜨리는 삶은 절대로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쟁은 토론 시간에만 하고, 논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성의 힘은 수업 시간에만 발휘하도록 평소에는 잠재적으로 감추어 두어라. 평소에 그 이성과 논리를 써먹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머리가 부식되지는 않는다.

 평소에 대화를 할 때에는 즐거운 면을 먼저 보고, 나의 기쁜 마음을 먼저 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이러한 자세는 수많은 경구 중 하나인 'Look on the bright side.'의 실천 원칙이다. 그리고 밝은 면을 먼저 보기 위해서는 평소에 감정을 이성보다 앞세우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지, 요즘 내가 즐겨듣고 있는 음악과 즐기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어제에 있었던 끝내주는 경험은 무엇이고 그것에서 나는 무엇을 '느꼈는지,'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이나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등의 감정적이고,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말들을 주로 하면서 웃으며 살아야 하겠다. 무표정 혹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어색한 인사를 한 뒤 논리적인 불평을 곧잘 유창하게 시작하는 인간상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은 높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상이다. 물론 나 또한 논쟁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조금 더 감정을 앞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성을 감정보다 앞세운 사람으로는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ㅠㅠㅠ 이제는 안 그렇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자. 실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밝은 면이 샘솟을 수 있는 곳을 빨리 찾고 빨리 그곳으로 떠나 정착하자. 그게 나에게 주어진 과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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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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