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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비치캠프가 연일 계속되는 비 때문에 취소되었다.
올해에는 꼭 비치캠프 가자고 다짐했건만,
(작년에는 침대에서 내려오다 발가락이 부러져서 못 갔다)
나는 놀 팔자가 아닌가보다.
 
지금 나는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블로그를 쓴다.
오늘과 내일 오전에는 정규 수업이 있다.
학교도 참.. 왜 학생들을 일찍 안 보내주는지.
아직도 우리가 내일 점심까지 남아있어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나는 비치캠프 간다고 집에 모든 물건을 보냈다.
컴퓨터도 보내서 지금 나에게는 컴퓨터가 없다.
15일 오후부터 16일, 17일, 그리고 오늘까지,
나는 컴퓨터 없이 오직 책과 친구들만을 옆에 두고 살았다.
물론 컴퓨터가 제일의 樂을 주는 물건은 아니다만,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해보니 아주 많았다.
 
나는 흘러가는 시간을 버리기가 싫었다.
노는 것도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법인데, 놀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공부를 좀 했는데, 지금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단 허송세월 보내는 식의 휴식이 아닌,
알찬 휴식이 필요했다. 지혜롭게 시간을 활용하면서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그런 휴식이 필요했다. 경직된 생활을 한 나는 풀어질 필요가 있었다.
 
'지혜롭게' 풀어지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마치 대학에 붙었으니 죽도록 놀자.. 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진정한 휴식은 독서라며 두껍고 생소한 책을 꺼내드는 것도 좋지 않다.
내 생각에는 친구들과 공부 외적인 이야기,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풀어지는 나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 너무 놀아서 현실을 이탈한 느낌이 들지도 않고,
컴퓨터에만 빠져 인간성을 상실한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그냥 현실 속에서 내가 할 일을 잠깐 놓아두고
한나절 동안 친구들과 옆의 공원에 갔다오는 느낌이 든다.
 


보너스 -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 의 저자) 의 일과


젊은 시절 '안락한 독신자' 라는 말을 듣고 살았던 그의 일과를 살펴보자

지금 내가 '안락한 독신자' 일까?


  4시 55분 (AM)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라는 말로 하인 람페가 그를 잠에서 깨운다

  5시 기상. 아침 식사는 하지 않는다. 잠에서 깨기 위해 옅은 홍차 두 잔을 마시고 파이프 담배를 피운다. 잠옷, 덧신, 수면용 모자를 쓴 채 작업을 시작한다. 강의 준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7~9시 정장을 한 채 강의에 임한다

  9시~12시 45분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집필 작업을 한다. 가장 중요한 작업 시간.

  12시 45분 점심 식사에 초대한 손님을 작업실에서 맞이한다. 다시 정장 차림.

  13~16시 초대한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서 오랫동안 점심을 함께 한다. 하루 중 유일한 식사 시간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대구. 언제나 붉은 포도주 '메독' 한 잔을 마신다. 때로는 백포도주를 마시기도 한다. "자, 여러분!" 이라는 상투적인 말과 함께 식사가 시작된다.

  16시 혼자 산책을 나간다.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똑같은 길을 산책한다. 동네 사람들이 칸트를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고 한다.

  저녁 "가벼운" 책들을 읽는다. 주로 여행기.

  22시 절대적 안정 속에서 취침한다.


이런 삶 속에서 조금 더 풀어진다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이 될 수 있다.


200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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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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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상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으나 이제 많은 시련이 다가올 것을 생각하니

  내 스스로를 Sharp 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충동이 나를 조여왔다.

  다른 사람들과 외람된 삶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외로운 위치에 서서 고독을 자각하며

  어떤 일을 당차게 해 나갈 수 있는 삶,

  이런 삶으로의 전환을 나는 바라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고 진정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나갈 때가 왔다.

 

  제목이 바뀌었다. '뉴욕의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로 바뀌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을 본 사람들이라면 약간 정신이 이상한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끊임없이 뉴욕의 오리들에 대해 질문한다. 겨울이 되면 Central Park의 호수가 얼어붙을텐데, 그럼 그곳에서 한적하고 사이좋게 지내던 오리들은 어디로 갈까. 그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처음 보는 뉴욕의 택시기사에게까지도 질문하는 행동은 분명 이상하다. 하지만 정말 오리들은 어디로 갈까. 편하고 잔잔한 호수에서 떠난 오리들은 분명 어떤 시련에 맞부딪칠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뉴욕의 오리는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보다시피 블로그의 색깔이 전면적으로 파랗게 변했다. 지난 1년동안 나는 일부러 파란색을 기피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에서 '아메리칸 불독' 이라는 일화가 있다. 푸른 색의 칵테일 '아메리칸 불독' 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기만 해도 고독해지기 때문에, 그리고 이 일화의 주인공이 그런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여졌다. 연예기획사 사장이고, 돈도 많고 지인도 많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과 외롭게 지내는 사람이 그 일화의 주인공인데, 왠지 모르게 매우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스스로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외로운 상태에 있는 사람은 공동체에서 인정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그 일을 찾아 깊고 푸른 대양(大洋)에 풍덩 빠져드는 것이다.

 

  2006년 여름을 기점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나에게 하는 약속이다.

 

 ..비가 오네?

 

  지난 며칠간 계속 민사고에 비가 내렸다. 지금 507호의 창문 밖을 내다본다. 아직도 많이 오고 있다. 내리는 비에 나의 심장을 꺼내 놓는다. 내가 가졌던 온갖 태만, 이기심, 소심함, 그리고 때로는 얼음장보다도 차가운 마음을 모두 빗물에 씻겨 보낸다.  

200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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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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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장마철, 런던의 풍경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 글을 읽고 짧은 의견을 덧글로 달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편안에 대한 옹호도 좋고 비판도 받아들이겠습니다. 덧글을 쓰는 사람들 모두 학교를 더 좋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법정 제도가 가지는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 학교의 법정 절차는 새로운 지배 기구 아래에서 간편화되었다. 몇십명에서 많게는 백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대사도 짧아졌고, 억울한 사람은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발언권 또한 갖게 되었다. 이 모두가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생의 권리 신장과 편의를 위해서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강당에서 '허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나는 새로운 법정 제도를 가정(假定)해 보고자 한다. 이 개편안이 실제로 2학기에 반영될지, 학교 내의 선생님에 의해 일부가 수정될지, 아니면 전면 개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학생의 신분인 내가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법정 제도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조금 더 수렴하여 학교 전체의 의견을 도출한 뒤에 이 개편안의 실현 가능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포스트에서는 새로운 법정 제도의 매우 대략적인 진행 과정에 대해 서술하고, 이 제도가 가지는 정당성을 중심으로 논하겠다.
 
  ♣억울한 사람만 법정에 오라!
 
  물론 잘못을 했으니 법정에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현행의 법정은 오직 규정을 위반한 사람의 '잘못에 대한 인정' 만을 위해서만 효력을 갖는다. 1학기 사법위원회가 개편됨에 따라 법정의 비효율성과 과도한 형식성이 많이 누그러들었다는 점은 校紙에서도 칭찬한 바 있으나, 교지는 또한 아직 학생들의 대체적인 의견을 학생법정에 반영하기에는 학생법정이 예전의 타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하였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법정 제도의 대략적인 모습은 이것이다. 자신이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 생각하는 사람은 변호인 겸 증인을 1명 데리고 올 수 있다. 법정에 참석하는 사람은 사법위원장을 맡은 판사, 사법부위원장을 맡은 검사 2명, 그리고 사법부 총무를 맡은 서기 1명, 그리고 배심원이 있다. 배심원은 사법부 소속 부서인 선도부와 법무부에서 임의로 3명씩 선출한다. 단 그 날 법정에 참석하는 사람과는 최대한 친분이 없고 무관심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마치 월드컵 경기에서 특별한 국가 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주심과 부심을 선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법정 항목을 2개 이상 위반한 사람은 법정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한 개만 위반한 사람이 현재 법정 리스트에 올라오는 사람의 대다수인데, 이들을 위해 체크 제도를 도입할 뿐 두 개 이상 위반한 사람은 현행과 같은 절차를 밟도록 한다. 체크 제도에 대한 설명은 후에 다시 논의하겠다. 다시 법정에 참석하는 위반자에 이야기하자면, 이들 또한 배심원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위반자 중 법정에서 피고의 위치에 선 사람들-억울한 사람들-에 대한 배심원은 홀수 명으로 7명 정도를 정하고, 피고와 친분 관계가 없게 함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피고가 하루의 법정 안에서 바뀔 때마다 위반자 배심원은 같이 바뀐다.
  물론 한 학교의 가족으로서 특별히 친분 관계가 있지 않더라도 같은 학생인 피고를 향해 재판을 하는 것은 학교의 분위기를 해할 소지 또한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배심원과 검사, 판사는 적어도 법정의 총 진행 과정 아래에서는 어떠한 사적 친분 관계도 배제한 사람으로 존재한다. 이 모습은 현재 11기 선도부 학생들이 Dress Code를 위반한 친구들을 적발하는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재판을 담당하는 의무를 떠안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오직 정의에 입각하여 친구를 재판하여도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학교의 분위기를 해한다거나 친구 관계를 붕괴시킨다는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
  억울한 사람만 법정에 참석하여 우리 학교의 초기 법정의 모습, 즉 검사와 변호사, 판사가 영어로 열띤 토론을 하고 최대한 정의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재판하는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수가 많아짐에 따라 발생한 현재의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 방책 또한 이러한 개편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결국 개편안을 통해 법정의 총 진행 시간은 1시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 법정 항목을 1개만 위반한 사람은? - 체크 제도의 도입
 
  현재 법정의 비효율성이 나타나는 부분은 사소한 법정 항목을 한 개만 위반하여 법정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서 찾을 수 있다. 영수라는 10학년 민족반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친구는 금요일에 있는 청소 검사를 통해 법정 항목을 위반했다. 이 친구는 분명 천성이 그릇되거나, 학교에서 상습적으로 항목을 위반하는 '문제아' 는 아니다. 단지 조용히 공부하고 활발히 외부 활동을 하는, 평소에 학교의 규칙을 잘 지키는 친구이다. 이 친구가 법정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대로 허비한다면 어떨까. 자신은 아주 사소한 항목을 위반했기 때문에 'Do you admit?' 이라는 질문에 대해 당연히 'Yes' 라 할 것이다. 그리고 청소 한 번 걸렸다고 특별히 깊은 반성을 할 것까지는 아니다. 영수와 같은 친구들은 우리 학교 법정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리고 현행 법정에 대한 불만도 이들의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나는 이들이-이들에는 나도 간혹 포함되어 있다-소중한 자습 시간을 법정에 의해 낭비하도록 할 수 없다.
  체크 제도란 Do you admit? 이라는 질문에 Yes라고 하는 과정을 법정에서가 아니라 리스트에 체크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제도이다. 매주 목요일 법정이 열리는 날 저녁 6시 30분에 법무부에서 10학년으로 구성된 학생 4명 정도를 선출하여 그들이 12층 식당에서 위반자들을 대기하고 있게 한다. 그러면 위반자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리스트를 보고 체크를 한다. 체크를 하지 않으면 법정에 참석하지 않은 죄목으로 다음 법정에도 참석하면 된다.
  쉽게 말하자면 어차피 Yes라고 당연히 말할 사람들을 법정에 꼭 참석하도록 해야 하는가, 에 대한 회의가 든다는 말이다. 체크 제도를 통하여 약 50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자습 시간, 50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사법위원회에 소속된 사람들의 자습 시간 또한 늘릴 수 있다. 체크 제도는 잘못이 중하거나 억울한 사람만 법정에 가자는 개편안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개편안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물론 실행 과정에서 새로운 절차적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겠지만, 개편안의 정당성 차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 법정에 참석하는 사람과 '체크만 하는' 사람을 분류하는 기준
 
  솔직히 이 '기준'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법정 항목을 1개만 위반하고 모두 다 자신은 억울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때에는 법정이 아예 열리지 않을 것인가? 법정 delay를 하는 사람들은 그럼 다음 주 법정에는 어쩔 수 없이 2개 이상의 항목을 위반했으므로 법정에 참석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해결하고 법정에 참석하는 사람과 '체크만 하는' 사람을 분류하는 정당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단순히 의견을 개진하는 나로서는 이런 방법도 좋을 듯하다. 항목을 1개만 위반하더라도 그 위반 자체만으로 죄가 크다면 그 사람을 의무적으로 법정에 참석하게 한다. 예를 들어서 거짓말, 지시 불이행 등과 같이 흔히 5점 이상씩 받는 항목을 위반한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법정에 소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자신이 억울하게 벌점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특히 지시 불이행에 많이 나온다-은 법정에서 단순히 배심원으로 참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법정에서 피고의 위치에 설 수도 있다.
  또한 delay를 한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법정 항목의 개수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법정 의무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전(前) 주에 항목을 1개 위반하여 delay를 하고, 이번 주에 1개 항목 + delay된 항목, 그래서 총 2개 항목을 위반한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러한 사람들은 체크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 주에도 사정에 의해 delay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Do you admit? 이라는 질문에 Yes라고 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기준' 에 나는 타당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이 포스트에 게재한 모든 의견이 오직 나의 생각으로만 만들어졌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지 못한 나만의 의견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준에 대한 회의는 사법위원회 임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Conclusion
 
  학생들이 외치는 법정의 비효율성, 그러나 이에 대립하는 학교와 사법위원회의 입장, 이 둘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잘못한 사람은 모두 법정에 참석하고, 10점 단위로 누계 벌점을 달성할 때마다 명심보감을 일정 분량 쓰는 벌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타당하다. 하지만 사소한 항목으로 법정에 참석해야 하는 고충을 당하는 학생들의 입장 또한 이해해 주어야 한다. 새 제도를 통해 이들의 불만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고, 이는 학교가 고수하는 원칙을 전혀 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는 법정 항목을 위반한 사람의 수를 근원적으로 줄이는 일이다. 새 제도가 등장해도 사람들이 법정 항목을 많이 위반한다면 새 제도가 학생들의 의식 전환-법정 항목을 위반하지 않고 학교의 규칙에 따르는 성실한 학생이 되었다는 인식'으로의' 전환-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의식 전환은 어려운 일이지만, 의식 전환이 어렵다고 해서 모든 법정 항목 위반자를 법정에 의무 참석시키는 일은 현행 제도의 비효율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처사라고 본다. 나의 짧은 소견이었지만, 이번 학년도의 2학기에 사법위원회를 이끌어갈 기관차가 될 학생들이 나의 의견을 참고하여 최대한 학생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였으면 한다.

2006.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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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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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도부 회식으로 '삼정' 에 간 후 갔던 골든벨 노래방.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다. 불도 어두침침하고.. 무언가 이상했다. 카운터에는 '외출중이니 *** - *** - ****로 전화하세요' 라는 말이 써져 있어서 아줌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라는 말만 들렸다. 우리들의 놀이터인 둔내 downtown에 있는 노래방에는 아줌마가 카운터에 항시 대기하시는 풍경을 절대로 볼 수 없다. 다들 어딘가 가고 없다. 우리들이 불러야만 오신다. 서울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훈훈한 인정의 현장이다.


아줌마가 안 계시고 전화도 안 받으시길래 나는 재빨리 코인 입력 리모컨을 찾았다. 열심히 카운터 주변을 뒤져본 결과 투박한 검은 색 리모컨이 나왔다.


그리고 나서 1번 방에 코인 전격 투입!!!!!
리모컨에 '코인' 이라고 써져 있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코인이 10개씩 추가되는데, 이게 10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10곡'을 의미한다. 나는 이것도 모르고 계속 '코인' 을 눌렀다.
결국 1번 방에 전격 코인 투입 결과 570개 되었다....


선도부 10기, 11기 합쳐서 약 22명이 같이 갔는데, 처음에는 1번 방만 전원이 들어와 있고 2번 방에는 전원이 꺼져 있어서 1번 방에 모여서 조금 놀았다. 한 3곡 쯤 부르고 나서 아줌마가 오셨다.


오늘 노래방 가서 부른 곡 (이 외에도 많이 불렀다. 아마 내가 가장 많이 불렀을걸??)


1. 고무신을 신은 줄리엣 - Yarn
남자들끼리 노래방 가면 항상 부르는 곡. 내 친구들이랑 같이 갔을 때 부른다. 어제 준이랑 진석이, 기복, Verbit,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이서 갔는데 그때도 불렀다. 어제 정말 재밌었는데.. 오늘 또 노래방 가서 좋다. 시험 끝나니 마음껏 놀 수 있다!!


2. Hysteria - Muse
이 곡은 올해 민족제 (6월 21일)때 FITM 4기 누나께서 부르신 곡이다. 원래 남자 곡인데 누나가 불러서 이번엔 내가 선곡 해 버렸다. 의외로 태진 기계에 뮤즈 곡 많이 있다.


3. 인생의 참된 것 - 안재환
요즘 내가 초 심취한 음악.. 하도 우리 방 분위기가 조용하길래 내가 조용히 나서서 분위기를 바꿔보기로 마음먹고 선곡했다. 순풍산부인과의 그 젊은 의사 기억나는가? 그 사람이 대원외고 다닐 때 만든 곡이라 한다. 나는 이거 부를 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어서 구석에서 의자에 한 다리를 올리고 shouting 했다. '아침엔 아침밥 점심엔 점심밥~ 저녁엔 저녁밥 그리고 잠잔다~' 뭐 이런 가사로 진행되는 곡인데, 어떻게 보면 완전 웃기고 또 한편으로는 인생의 참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사색을 자아내기도 한다...


4. 사랑보다 깊은 상처 - 임재범 & 박정현
오늘은 친구랑 듀엣곡도 시도해 보았다. 원래 우리 누나랑 누나 친구들과 같이 서울의 교회 다닐 때 자주 회식가고 노래방 가고 했는데 그때 누나랑 내가 듀엣곡 많이 불렀다. 임재범 음 너무 높다. ㅠ


5. 다시 떠나보내다 - 김동률
이런 조용한 곡도 가끔씩 불러야 하는데 다른 애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음악 좋아하는데 .. 아무튼 나는 가끔씩 친구들이나 후배들과 노래방에 가면 항상 신나는 곡만 선곡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때가 있다. 오늘도 조금 그랬지만 꿋꿋하게 조용한 분위기를 만든 나.


6. 춘천 가는 기차 - 불독맨션
김현철의 원곡을 조금 더 밝게 리메이크한 곡이다. 나는 완전 조용한 발라드보다는 이런 곡을 추구한다. 뭐랄까, 너무 들뜨지도 않고 일상의 편안함에 안주하면서도 마음 깊숙히 스며드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음악이라고나 할까?


7. 조조할인 - 이적 & 이문세
매우 오래 된 곡이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나왔던 곡으로 알고 있다. 라디오를 통해 귀 너머 듣던 음악의 곡 제목이 어떻게 기억나는지 참 내가 나를 보아도 신기하다. 나는 옛날 노래 부르는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해 왔다. 최신곡 부르는 사람이 요즘 없기도 하지만.


8. 소녀 - 껌엑스
이런 발랄한 곡 좋다. 다만 친구들이 잘 안 부를 뿐이다. 오늘 목이 어찌도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지.. 후배들 앞에서 She's Gone을 부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9. 내게 돌아와 - 트랜스픽션
이것도 껌엑스와 위치스 분위기. 민족가요제 할때 이거 부르려 했는데, 아쉽다.


10. 눈물 - 위치스
그리고 나는 마지막에 다시 shouting 했다 ~~ !!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 돈석이 누나누나예~ (제목은 기억 안 난다. '누나의 꿈' 원곡인 루마니아 곡을 불렀다)
- 민호랑 가현이 Chop Suey (shouting과 서정적인 보컬이 순간 순간 뒤바뀌는데 초 강추 ^^)

200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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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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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편하게

칼럼/삶 2008. 7. 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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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학교에 들어온 지도 벌써 1년 하고도 7개월이 조금 지났다. 오직 공부만을 하며 초기의 민사고 학생들처럼 그렇게, 미래를 위해 나를 설계하고 원대한 포부를 가지며 고등학교 3년 생활을 보내자는 나의 의지가 처음 그 화려한 시작을 알린 후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소심한 성격을 고쳐 활달해진 나, 그렇다고 처음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마음까지 소심한 성격과 함께 버려버린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본다. 2학년 1학기의 기말고사라는 내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고 큰 시험을 치르고 난 후 오늘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열심히 논 다음에야 진지한 자기 성찰이 뒤따를 줄은 나도 몰랐다.


 오늘 나는 나를 돌아보며 나 자신을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나 자신을 때리기도 한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지만 무엇보다도 앞서는 감정은 이제는 진지하게 나의 꿈을 좇아 살아가자는 내적 성숙이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많은 어려운-학업이 대부분이겠지만-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모든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그 자세로 남은 고2 생활을 마쳐야겠다고 순간 생각했다. 자신이 할 일에 충실하는 학생으로 꾸준히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편안함을 가져다주는지, 열심히 공부하여 그 대가를 조금이라도 맛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금 나는 조기졸업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1년 먼저 졸업하고 어떻게 보면 1년동안 할 공부를 못 하고 바로 대학으로 가는 형태이다. 바로 위 9기 선배들의 경우 참 조용하게 공부 열심히 하셨다. 그리고 노력에 합당한 결과를 얻고 지금 여러 대학에서 공부중이다. 나도 이들처럼 되어야겠다 다짐한 것은 1학년 생활이 끝나고 추운 겨울이 찾아왔을 때, 2006년 2월 쯤이었다. 그 후로 나의 목표는 뚜렷해졌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내가 달려갈 곳이 어디인지 잘 알고, 따라서 열심히 달려도 달리는 것에 회의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고한 목표가 있음과 동시에 그 목표를 향해 충실히 달리는 내가 있다는 것에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계속 이러한 삶을 유지하면 종착지, 곧 나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이 생각이 나를 행복하고 또 편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오늘 뜻하지 않은 불안함을 느꼈다. 오늘 1시에 기숙사에 모여 선도부 10기, 11기 모두가 '삼정' 에 갔다. 많이 먹고 나서 노래방에도 갔다. 한 2시간 쯤 놀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엄청나게 열심히 불렀다. 노는 순간에야 나도 즐겁고 친구들도 후배들도 즐겁다. 그러나 오늘 나는 나의 마라톤 궤적에서 이탈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표를 좇아 달리는 오랜 자신과의 투쟁의 궤적에서 잠시 왜곡되어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 기말고사도 끝났고, 남은 건 1주일 동안의 party time이라서 순간 궤적을 이탈했나? 아직 내가 가야 할 길은 먼데, 미리 종착점을 이곳으로 규정지어 비정상적인 안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과 함께...


  결국 나는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1월 초, 그러니까 조기졸업 전형 합격자가 확정될 때까지 학업의 울타리 안에서 편안함을 찾자는 결심을 했다. 놀 때 당시에는 즐겁지만, 그 후에 자신을 돌아보는 일도 자신의 내적 성숙에 참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오늘 나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편안함' 은 자신의 의무와 충실히 싸우고 있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역설적일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그 힘든 공부를 하는 학생의 삶이 '편안한 삶' 일까? 하는 반문도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나의 마음 상태는 역설을 고귀한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2006.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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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쁨과 놀람과 때로는 절망과 그리고 해방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분들의 이름이 뭐였지? 올슨 자매들이었나? 아무튼..

오늘 나의 기분이 이들의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잘 본 과목에 대해서는 기쁘고, 망친 과목에 대해서는 절망감도 들고, 그러나 시험이 끝나고 1학기가 다 저물어 간다는 놀라움과 이제 공부에서 잠깐 멀어져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해방감이 모두 나를 휩싸고 돌았다. 하지만 주된 감정은 역시 기쁨과 해방감이 아닐까? 이제 한 학기가 끝났으니 남은 학교 일정은 모두 노는 거다.

1. Popsong Contest

  내가 이번에 부를 곡은 Stevie Wonder의 'Lately', 좀 오버한 감도 없지는 않지만(피아노 치고 ㄴ노래 같이 부른다) 대회까지 1주일이 남았으니 그동안 연습하면 충분히 원곡을 소화하고도 추가로 나의 능력을 발산할 수 있겠다. 이번에 상 한번 타보자~!

2. 비치캠프

  작년에 금강산과 비치캠프 2종세트를 잡지 못했던 나. 그 때 왜 하필이면 침대에서 내려올 때 발을 헛디뎌서 사다리에서 떨어지면서 왼 발 4,5번째 발가락을 부러뜨렸는지 원 -_- 그래서 이번 비치캠프는 다른 어느 친구들보다도 더 기대된다. 작년에 갔던 친구들도 비치캠프가 엄청나게 재미있었다고 하니, 이번엔 정말 제대로 놀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앞으로 남은 1학기 동안 있을 큰 일정이다. 정말 뿌듯하다. 선배들이 흔히 '지옥'이라고 말하는 2학년 인문반 생활의 절반을 벌써 '돌아보는' 위치에 서 있다니 말이다. 시험이 끝난 오늘은 공부 안 하고 오직 놀 거다. 과거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니 노는 게 더 보람차다. 세상에, 노는 게 보람차다고? 할 수 있지만 오늘은 마음껏 즐기자!!


2006.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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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온 앨범 '청춘예찬靑春譽讚' 의 5번째 트랙이다. 전에 다운받아 놓고 청춘예찬 앨범에 수록된 전곡을 안 듣고 있다가 우연히 어제 iTunes에서 랜덤 셔플을 돌리면서 이 곡을 듣게 되었다.

  알다시피 '청춘예찬' 에 수록된 곡은 70,80년대의 팝을 부드러운 Rock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내가 왜 부드럽다는 말을 썼냐면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이 부드러운 선율 진행과 무엇도다도 김윤아의 보컬을 담고 있어서다. mp3로 안 듣고 진짜 CD로 살 만한 몇 안되는 앨범 중 하나가 '청춘예찬'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된다. 우리 학교에 눈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찾아와 2학기의 끝을 맞는 그 순간, 친구들과 이 곡으로 고등학교의 2학년 생활을 행복하게 끝맺음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뒤이어 브러시 스틱을 사용한 드럼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제 모든 무도회는 끝나고, 만나서 신나게 이야기하고 떠들고 사랑을 찾아다닌 사람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갈 때,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끝을 장식해주는 조용한 독백과도 같다. '끝' 이라는 것에는 절대로 흥분과 혼란이 뒤따르지 않는다. 추억을 회상하듯이 조용히 끝을 맞이할 뿐이다. 그래서 김윤아의 보컬은 브러시로 연주하는 드럼 소리와 함께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The Show is over, Say Goodbye. 라는 가사와 곡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2006.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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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모두다 살아가면서 갑자기 퍽 떠오르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쉽게 잊을 수 있는 소위 '잡념' 이 아니라 뇌를 강타하여 사색의 깊은 곳까지 이르게 하는 그러한 생각, 우리는 지금 할 공부가 있는데도 뜻하지 않게 그러한 생각의 세계로 빠져들 때가 있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내 인생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만한 대화를 친구와 한 후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같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갑작스런 사색에 사로잡힐 때의 구체적인 예이다. 이렇게 나의 주된 의무가 계속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각 때문에 그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없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이와 같다.

 우선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충분히 깊게 하라. 그리하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면서 얻을 수 없는 지식이나 삶의 교훈을 퍼뜩 떠오르는 생각에서 우연히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억지로 그 생각을 멈추려 한다면 그 행동은 뇌의 본성을 거역하는 행동과 같다.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얼굴이 갑자기 떠오르는 데 '아, 그래도 공부해야지.' 하고 생각을 억누르려 한다면 더욱 더 그 친구의 얼굴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번 생각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게 오히려 좋다. 좀 더 경제학적인 비용-편익 분석에 대입하자면 다른 생각에 빠지면서 잃는 의무 이행의 시간, 즉 비용보다 생각을 깊게 하면서 얻는 삶의 방향 설정, 삶에서의 깨달음, 즉 편익이 더 크다. 생각의 끝을 봤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들어갈 준비를 하자.

 다음 단계는 그 생각을 글로 풀어 쓰는 단계이다. 즉 머리를 지배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자 마자 바로 비워내기 시작하는 작업이다. 글로 풀어 쓰기의 대표적인 예로 블로그 포스팅이나 일기 쓰기 등이 있는데, 이 단계에서는 꼭 글로 풀어 쓰면서 생각을 비워낼 필요는 없다. 다른 수단이 많이 존재할 것이지만 지금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글로 다 쓴 후, 생각을 모두 비워낸 후에는 '이제 본연의 의무로 돌아가야겠다.' 하는 느낌이 생생하게 와닿을 것이다. 이 느낌이 오지 않으면 생각을 더 비워내야 한다는 말이다. 생각을 비워내고서야 다시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에는 의무의 수행-대표적인 예로 공부-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잠깐 다른 생각에 빠져 공부를 많이 못했으니 이제부터는 더욱 열심히 해야지.' 라는 결의가 마음 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뇌를 강타하는 생각이 반드시 학업 능력을 좋게 만든다던지 하는 이득을 가져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가장 첫째로 삼아야 할 일은 의무와 싸우는 일이며, 그런 점에서 잠시 다른 생각의 길로 빠지는 것은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색은 곧 나의 성숙을 낳으며, 결국에는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한 자양분이 된다. 나는 반드시 그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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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인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한 명의 열정적인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걸까? 나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어떤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 적이 몇 번 있었지만, 나의 진짜 속마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공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공연이 노래든 스포츠댄스든 밴드공연이든 어느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공연은 만인의 사랑을 끌어모으는 데 좋은 구실을 한다. 내가 공연을 했을 때 사람들의 호응, 그 호응이 바로 만인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적인 자리,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관심을 받으면 그것이 곧 나의 행복이 된다.

  그런데 나는 사적인 자리 즉 나와 내가 관심을 가진 한 사람 이렇게 두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는 공적인 자리에 있을 때와 꼭 같게 행동한다. 나의 이런 태도 때문에 내가 자칫하면 싱거운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무릇 남자라면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의 모습이 같으면 안 되고 확연히 달라야 매력이 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할 수 없는 온갖 둘만의 비밀의 속삭임은 둘만이 있는 자리에서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속삭임이 있을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진다. 어떻게 보면 광장과 밀실이라는 두 공간으로 나의 생각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장에서 실현하지 못하는 열정적인 사랑이 밀실에서만 실현되는 것처럼 남자가 공과 사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여자에게 보여준다면 그 남자는 분명 멋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둘만의 비밀을 자연스레 만들어낼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공적인 자리에만 머물러 있다. 밀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광장에서만 활동하는, 어떻게 보면 슬픈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솔직히 나도 고등학교 때 한 번쯤은 여자를 사귀어보고 싶다. 이성교제라고 무조건 비판하면 안 된다. 단순히 학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이성교제를 금지한다면 인생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랑' 을 어떻게 깊게 성취할 수 있을까.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사랑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이 고등학교 시기를, 과거로부터 계속 전해 내려온 사회 규범에 의해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가장 큰 핸디캡이 있다. 단 둘이서만 있을 때의 사랑을 하지 못한다. 이 일이 가능해야 여자를 사귈 수 있는데 말이다. 사적인 밀실에서의 사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 남자도 아닌 여자를 대하는 데 있어 약간의 겁을 먹거나 뜻하지 않은 곤경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의 부족한 자기 신념 때문인가.
  한 여자만 사귀어 그 여자하고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그 여자 외의 사람들과는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단순한 대화만을 주고받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공적인 자리에서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자연스러운 즐거움을 얻는 게 나에게 있어 더 편하고 즐겁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성격은 결국 고등학생 때 아니면 겪을 수 없는 중요한 경험을 놓치도록 한다. 양자택일의 문제에 다다른 나, 그렇지만 한 쪽으로만 나의 성향이 자꾸 기운다. 두 가지 길 중에 어느 길이 더 좋은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006.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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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에 왔다. 언제나 한결같은 이곳,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며 손에 하나둘씩 옷이 든 쇼핑백과 테이크아웃 음식을 가지고 다닌다. 곳곳에 널려있는 것들은 모두 먹는 곳이고 무언가를 사는 곳이지만 모든 것들의 아기자기함에 편안한 느낌은 대학로변의 공기를 떠돈다. 나는 대학생은 아니지만 이곳을 찾아온다. 혼자 와도 기쁘다. 가끔씩 길거리에 널려진 쓰레기를 보면 '아직도 서울은 더러운 도시구나' 하고 생각하지만 그 옆에 똥 모양을 한 형형색색의 조형물을 보고 퍼뜩 웃음이 나온다.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4호선 혜화역 옆의 대학로 거리는 그런 특별한 매력으로 서울의 모든 청춘남녀를 포함하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불러들이나보다.
 
  바디샵에 갔다. 도로와 마주한 곳에 초록빛 간판을 단 가게이다. 안의 인테리어도 초록색, 꼭 자연주의자들이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공급받는 창고 같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제품이 디스플레이되어 있으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나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현대인의 상을 무척이나 이상적으로 여긴다. 친구들 선물을 사 주기 위해 물건을 고르다가 문득 생각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2학년, 이제 공부에 찌들 대로 찌들어 하루종일 굼벵이처럼 방바닥을 기는 듯한 1년을 보낼 친구들이 - 물론 나도 그런 축 처진 굼벵이의 무리 중 하나이지만 - 얼마나 공부하면서 힘들까? 그래서 나는 아직은 생소한 아로마테라피를 떠올렸다. 향기만으로 사람의 폐 속 끝까지 정화시키는 신비한 작용, 의학적으로 규명되어 논문이나 두꺼운 원론 책 같은 것은 없어도 분명 사람이 살아가는 데 조금 더 좋은 기분을 가져다주는 건 사실이다. 저 구석에 아로마테라피 제품들이 5미리리터짜리 조그만 갈색 병에 담겨져 있었다. 공주를 어떻게 하면 잠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마녀와 같이 나는 친구들을 위한 향을 조심스레 골랐다. 내가 악의를 품은 마녀라는 게 아니다. 마녀가 공주에게 먹일 독약을 고르는 데 그만큼 많이 신중했듯이 나도 많이 신중했다는 이야기다. 나도 좋아하고 결국 친구들도 좋아할 수 있는 그런 향을 계속 찾아다녔다.
 
  그때 아차. 하고 내 머리속에 펑 하고 터진 생각. 우리 학교가 기숙사 학교라서 불을 피우는 일체의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이런. 우리 학교가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생각이 다시 뇌리를 파고 들어왔다. 아로마테라피를 즐기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가 된다면 훨씬 더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을텐데. 결국 나는 옆에 있는 바디 미스트 제품 쪽으로 걸어갔다. 운치 있고 더 진한 향 속에 빠질 수 있게 하는 건 아로마테라피인데, 정말로 아쉽다. 바디 미스트는 처음 접했는데, 향이 정말 좋았다. 옆의 아로마테라피 병이 시샘할 정도로 향이 좋았다.
 
  공부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더 집중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 명도와 채도가 눈에 편하게 혼합된 인공의 초록색에서 편안함을 찾는 사람, 코코아나 커피를 타 마시는 사람, 모두 다 내 주위에 많다. 그런데 정작 좋은 방법은 쓸모없어 보이는 코에 있다. 무료해 보이는 코를 달래주자. 아로마테라피가 그것이다. 우리는 하루종일 숨을 쉰다. 숨을 1분이라도 쉬지 않으면 죽는다. 숨을 쉬지 않으려고 해도 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이나, 초록색 인테리어나, 코코아나 커피 같은 것들은 내가 꼭 그것들을 집중에 이용하려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오직 나의 정신작용에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이 호흡이고, 그래서 호흡을 이용하여 공부에 집중하려 하면 다른 방법보다 확실히 나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가만히 가게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말도 안되는 가설을 솜사탕 만들어내듯 만들고 있다가 카운터가 나를 불렀다. 아로마테라피 제품을 사고 싶었지만 학교의 규칙이 불행한 운명처럼 다가왔다. 친구들 생일이 조금 있으면 다가오는데 미리 축하하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2006.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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