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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장마철, 런던의 풍경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 글을 읽고 짧은 의견을 덧글로 달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편안에 대한 옹호도 좋고 비판도 받아들이겠습니다. 덧글을 쓰는 사람들 모두 학교를 더 좋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법정 제도가 가지는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 학교의 법정 절차는 새로운 지배 기구 아래에서 간편화되었다. 몇십명에서 많게는 백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대사도 짧아졌고, 억울한 사람은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발언권 또한 갖게 되었다. 이 모두가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생의 권리 신장과 편의를 위해서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강당에서 '허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나는 새로운 법정 제도를 가정(假定)해 보고자 한다. 이 개편안이 실제로 2학기에 반영될지, 학교 내의 선생님에 의해 일부가 수정될지, 아니면 전면 개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학생의 신분인 내가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법정 제도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조금 더 수렴하여 학교 전체의 의견을 도출한 뒤에 이 개편안의 실현 가능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포스트에서는 새로운 법정 제도의 매우 대략적인 진행 과정에 대해 서술하고, 이 제도가 가지는 정당성을 중심으로 논하겠다.
 
  ♣억울한 사람만 법정에 오라!
 
  물론 잘못을 했으니 법정에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현행의 법정은 오직 규정을 위반한 사람의 '잘못에 대한 인정' 만을 위해서만 효력을 갖는다. 1학기 사법위원회가 개편됨에 따라 법정의 비효율성과 과도한 형식성이 많이 누그러들었다는 점은 校紙에서도 칭찬한 바 있으나, 교지는 또한 아직 학생들의 대체적인 의견을 학생법정에 반영하기에는 학생법정이 예전의 타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하였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법정 제도의 대략적인 모습은 이것이다. 자신이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 생각하는 사람은 변호인 겸 증인을 1명 데리고 올 수 있다. 법정에 참석하는 사람은 사법위원장을 맡은 판사, 사법부위원장을 맡은 검사 2명, 그리고 사법부 총무를 맡은 서기 1명, 그리고 배심원이 있다. 배심원은 사법부 소속 부서인 선도부와 법무부에서 임의로 3명씩 선출한다. 단 그 날 법정에 참석하는 사람과는 최대한 친분이 없고 무관심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마치 월드컵 경기에서 특별한 국가 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주심과 부심을 선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법정 항목을 2개 이상 위반한 사람은 법정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한 개만 위반한 사람이 현재 법정 리스트에 올라오는 사람의 대다수인데, 이들을 위해 체크 제도를 도입할 뿐 두 개 이상 위반한 사람은 현행과 같은 절차를 밟도록 한다. 체크 제도에 대한 설명은 후에 다시 논의하겠다. 다시 법정에 참석하는 위반자에 이야기하자면, 이들 또한 배심원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위반자 중 법정에서 피고의 위치에 선 사람들-억울한 사람들-에 대한 배심원은 홀수 명으로 7명 정도를 정하고, 피고와 친분 관계가 없게 함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피고가 하루의 법정 안에서 바뀔 때마다 위반자 배심원은 같이 바뀐다.
  물론 한 학교의 가족으로서 특별히 친분 관계가 있지 않더라도 같은 학생인 피고를 향해 재판을 하는 것은 학교의 분위기를 해할 소지 또한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배심원과 검사, 판사는 적어도 법정의 총 진행 과정 아래에서는 어떠한 사적 친분 관계도 배제한 사람으로 존재한다. 이 모습은 현재 11기 선도부 학생들이 Dress Code를 위반한 친구들을 적발하는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재판을 담당하는 의무를 떠안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무시하고 오직 정의에 입각하여 친구를 재판하여도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학교의 분위기를 해한다거나 친구 관계를 붕괴시킨다는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
  억울한 사람만 법정에 참석하여 우리 학교의 초기 법정의 모습, 즉 검사와 변호사, 판사가 영어로 열띤 토론을 하고 최대한 정의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재판하는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수가 많아짐에 따라 발생한 현재의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 방책 또한 이러한 개편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결국 개편안을 통해 법정의 총 진행 시간은 1시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 법정 항목을 1개만 위반한 사람은? - 체크 제도의 도입
 
  현재 법정의 비효율성이 나타나는 부분은 사소한 법정 항목을 한 개만 위반하여 법정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서 찾을 수 있다. 영수라는 10학년 민족반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친구는 금요일에 있는 청소 검사를 통해 법정 항목을 위반했다. 이 친구는 분명 천성이 그릇되거나, 학교에서 상습적으로 항목을 위반하는 '문제아' 는 아니다. 단지 조용히 공부하고 활발히 외부 활동을 하는, 평소에 학교의 규칙을 잘 지키는 친구이다. 이 친구가 법정에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대로 허비한다면 어떨까. 자신은 아주 사소한 항목을 위반했기 때문에 'Do you admit?' 이라는 질문에 대해 당연히 'Yes' 라 할 것이다. 그리고 청소 한 번 걸렸다고 특별히 깊은 반성을 할 것까지는 아니다. 영수와 같은 친구들은 우리 학교 법정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리고 현행 법정에 대한 불만도 이들의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나는 이들이-이들에는 나도 간혹 포함되어 있다-소중한 자습 시간을 법정에 의해 낭비하도록 할 수 없다.
  체크 제도란 Do you admit? 이라는 질문에 Yes라고 하는 과정을 법정에서가 아니라 리스트에 체크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제도이다. 매주 목요일 법정이 열리는 날 저녁 6시 30분에 법무부에서 10학년으로 구성된 학생 4명 정도를 선출하여 그들이 12층 식당에서 위반자들을 대기하고 있게 한다. 그러면 위반자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리스트를 보고 체크를 한다. 체크를 하지 않으면 법정에 참석하지 않은 죄목으로 다음 법정에도 참석하면 된다.
  쉽게 말하자면 어차피 Yes라고 당연히 말할 사람들을 법정에 꼭 참석하도록 해야 하는가, 에 대한 회의가 든다는 말이다. 체크 제도를 통하여 약 50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자습 시간, 50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사법위원회에 소속된 사람들의 자습 시간 또한 늘릴 수 있다. 체크 제도는 잘못이 중하거나 억울한 사람만 법정에 가자는 개편안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개편안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물론 실행 과정에서 새로운 절차적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겠지만, 개편안의 정당성 차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 법정에 참석하는 사람과 '체크만 하는' 사람을 분류하는 기준
 
  솔직히 이 '기준'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법정 항목을 1개만 위반하고 모두 다 자신은 억울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때에는 법정이 아예 열리지 않을 것인가? 법정 delay를 하는 사람들은 그럼 다음 주 법정에는 어쩔 수 없이 2개 이상의 항목을 위반했으므로 법정에 참석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해결하고 법정에 참석하는 사람과 '체크만 하는' 사람을 분류하는 정당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단순히 의견을 개진하는 나로서는 이런 방법도 좋을 듯하다. 항목을 1개만 위반하더라도 그 위반 자체만으로 죄가 크다면 그 사람을 의무적으로 법정에 참석하게 한다. 예를 들어서 거짓말, 지시 불이행 등과 같이 흔히 5점 이상씩 받는 항목을 위반한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법정에 소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자신이 억울하게 벌점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특히 지시 불이행에 많이 나온다-은 법정에서 단순히 배심원으로 참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법정에서 피고의 위치에 설 수도 있다.
  또한 delay를 한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법정 항목의 개수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법정 의무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전(前) 주에 항목을 1개 위반하여 delay를 하고, 이번 주에 1개 항목 + delay된 항목, 그래서 총 2개 항목을 위반한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러한 사람들은 체크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 주에도 사정에 의해 delay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Do you admit? 이라는 질문에 Yes라고 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기준' 에 나는 타당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이 포스트에 게재한 모든 의견이 오직 나의 생각으로만 만들어졌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지 못한 나만의 의견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준에 대한 회의는 사법위원회 임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Conclusion
 
  학생들이 외치는 법정의 비효율성, 그러나 이에 대립하는 학교와 사법위원회의 입장, 이 둘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잘못한 사람은 모두 법정에 참석하고, 10점 단위로 누계 벌점을 달성할 때마다 명심보감을 일정 분량 쓰는 벌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 타당하다. 하지만 사소한 항목으로 법정에 참석해야 하는 고충을 당하는 학생들의 입장 또한 이해해 주어야 한다. 새 제도를 통해 이들의 불만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고, 이는 학교가 고수하는 원칙을 전혀 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는 법정 항목을 위반한 사람의 수를 근원적으로 줄이는 일이다. 새 제도가 등장해도 사람들이 법정 항목을 많이 위반한다면 새 제도가 학생들의 의식 전환-법정 항목을 위반하지 않고 학교의 규칙에 따르는 성실한 학생이 되었다는 인식'으로의' 전환-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의식 전환은 어려운 일이지만, 의식 전환이 어렵다고 해서 모든 법정 항목 위반자를 법정에 의무 참석시키는 일은 현행 제도의 비효율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처사라고 본다. 나의 짧은 소견이었지만, 이번 학년도의 2학기에 사법위원회를 이끌어갈 기관차가 될 학생들이 나의 의견을 참고하여 최대한 학생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였으면 한다.

2006.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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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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