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으아~~~~~~
비치캠프가 연일 계속되는 비 때문에 취소되었다.
올해에는 꼭 비치캠프 가자고 다짐했건만,
(작년에는 침대에서 내려오다 발가락이 부러져서 못 갔다)
나는 놀 팔자가 아닌가보다.
 
지금 나는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블로그를 쓴다.
오늘과 내일 오전에는 정규 수업이 있다.
학교도 참.. 왜 학생들을 일찍 안 보내주는지.
아직도 우리가 내일 점심까지 남아있어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나는 비치캠프 간다고 집에 모든 물건을 보냈다.
컴퓨터도 보내서 지금 나에게는 컴퓨터가 없다.
15일 오후부터 16일, 17일, 그리고 오늘까지,
나는 컴퓨터 없이 오직 책과 친구들만을 옆에 두고 살았다.
물론 컴퓨터가 제일의 樂을 주는 물건은 아니다만,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해보니 아주 많았다.
 
나는 흘러가는 시간을 버리기가 싫었다.
노는 것도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방법인데, 놀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공부를 좀 했는데, 지금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단 허송세월 보내는 식의 휴식이 아닌,
알찬 휴식이 필요했다. 지혜롭게 시간을 활용하면서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그런 휴식이 필요했다. 경직된 생활을 한 나는 풀어질 필요가 있었다.
 
'지혜롭게' 풀어지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마치 대학에 붙었으니 죽도록 놀자.. 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진정한 휴식은 독서라며 두껍고 생소한 책을 꺼내드는 것도 좋지 않다.
내 생각에는 친구들과 공부 외적인 이야기,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풀어지는 나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 너무 놀아서 현실을 이탈한 느낌이 들지도 않고,
컴퓨터에만 빠져 인간성을 상실한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그냥 현실 속에서 내가 할 일을 잠깐 놓아두고
한나절 동안 친구들과 옆의 공원에 갔다오는 느낌이 든다.
 


보너스 -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 의 저자) 의 일과


젊은 시절 '안락한 독신자' 라는 말을 듣고 살았던 그의 일과를 살펴보자

지금 내가 '안락한 독신자' 일까?


  4시 55분 (AM)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라는 말로 하인 람페가 그를 잠에서 깨운다

  5시 기상. 아침 식사는 하지 않는다. 잠에서 깨기 위해 옅은 홍차 두 잔을 마시고 파이프 담배를 피운다. 잠옷, 덧신, 수면용 모자를 쓴 채 작업을 시작한다. 강의 준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7~9시 정장을 한 채 강의에 임한다

  9시~12시 45분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집필 작업을 한다. 가장 중요한 작업 시간.

  12시 45분 점심 식사에 초대한 손님을 작업실에서 맞이한다. 다시 정장 차림.

  13~16시 초대한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서 오랫동안 점심을 함께 한다. 하루 중 유일한 식사 시간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대구. 언제나 붉은 포도주 '메독' 한 잔을 마신다. 때로는 백포도주를 마시기도 한다. "자, 여러분!" 이라는 상투적인 말과 함께 식사가 시작된다.

  16시 혼자 산책을 나간다.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똑같은 길을 산책한다. 동네 사람들이 칸트를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고 한다.

  저녁 "가벼운" 책들을 읽는다. 주로 여행기.

  22시 절대적 안정 속에서 취침한다.


이런 삶 속에서 조금 더 풀어진다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이 될 수 있다.


2006. 7. 18.

'Cafe Macchiato > 좋은 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세대학교를 생각하며  (0) 2008.07.26
도서관을 내 친구로  (0) 2008.07.26
블로그 테마 전격 개편!  (0) 2008.07.26
법정제도 개편안 (예시)  (0) 2008.07.26
오늘 노래방 가서  (0) 2008.07.26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