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다 살아가면서 갑자기 퍽 떠오르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쉽게 잊을 수 있는 소위 '잡념' 이 아니라 뇌를 강타하여 사색의 깊은 곳까지 이르게 하는 그러한 생각, 우리는 지금 할 공부가 있는데도 뜻하지 않게 그러한 생각의 세계로 빠져들 때가 있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내 인생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만한 대화를 친구와 한 후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같은 생각이 떠오를 때가 갑작스런 사색에 사로잡힐 때의 구체적인 예이다. 이렇게 나의 주된 의무가 계속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각 때문에 그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없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이와 같다.

 우선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충분히 깊게 하라. 그리하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면서 얻을 수 없는 지식이나 삶의 교훈을 퍼뜩 떠오르는 생각에서 우연히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억지로 그 생각을 멈추려 한다면 그 행동은 뇌의 본성을 거역하는 행동과 같다.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얼굴이 갑자기 떠오르는 데 '아, 그래도 공부해야지.' 하고 생각을 억누르려 한다면 더욱 더 그 친구의 얼굴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번 생각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게 오히려 좋다. 좀 더 경제학적인 비용-편익 분석에 대입하자면 다른 생각에 빠지면서 잃는 의무 이행의 시간, 즉 비용보다 생각을 깊게 하면서 얻는 삶의 방향 설정, 삶에서의 깨달음, 즉 편익이 더 크다. 생각의 끝을 봤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들어갈 준비를 하자.

 다음 단계는 그 생각을 글로 풀어 쓰는 단계이다. 즉 머리를 지배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자 마자 바로 비워내기 시작하는 작업이다. 글로 풀어 쓰기의 대표적인 예로 블로그 포스팅이나 일기 쓰기 등이 있는데, 이 단계에서는 꼭 글로 풀어 쓰면서 생각을 비워낼 필요는 없다. 다른 수단이 많이 존재할 것이지만 지금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글로 다 쓴 후, 생각을 모두 비워낸 후에는 '이제 본연의 의무로 돌아가야겠다.' 하는 느낌이 생생하게 와닿을 것이다. 이 느낌이 오지 않으면 생각을 더 비워내야 한다는 말이다. 생각을 비워내고서야 다시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에는 의무의 수행-대표적인 예로 공부-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잠깐 다른 생각에 빠져 공부를 많이 못했으니 이제부터는 더욱 열심히 해야지.' 라는 결의가 마음 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뇌를 강타하는 생각이 반드시 학업 능력을 좋게 만든다던지 하는 이득을 가져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가장 첫째로 삼아야 할 일은 의무와 싸우는 일이며, 그런 점에서 잠시 다른 생각의 길로 빠지는 것은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색은 곧 나의 성숙을 낳으며, 결국에는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한 자양분이 된다. 나는 반드시 그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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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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