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듣기

칼럼/공부 2010. 7. 13. 07:32
나는 프랑스어, 특히 듣기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점을 옮겨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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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를 할 때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당황한다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
1. 듣기
2. 모르는 단어 발견
3. '이게 뭐지..' 하다가 멍하니 있다가 2초가 지나가 버림 (2초는 10개의 단어를 말하고도 남는 매우 긴 시간)
 그래서 듣기 이전에 단어를 배워야 한다. 모르지만 라틴어 어근 등으로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단어는 10%도 되지 않고, 그 단어가 그 문장에서 이해를 위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확률도 낮은 편이다. 문장의 모든 단어를 알고 있으면 듣는 즉시 그 단어가 이해되고 문장의 이해를 위한 구성요소로 자리잡는다. 냄비에 재료를 넣고 요리를 할 때 일정한 순서와 시간에 재료를 넣어야 하는 것처럼, 문장에 단어를 넣고 이해를 할 때에는 일정한 순서와 시간에 단어를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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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구간반복의 사용법
A-B 구간반복은 안 들리는 부분만 집중해서 다시 듣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어학기(찍찍이)가 카세트테이프를 위한 것이라면 A-B 구간반복은 MP3파일을 위한 것이다. 듣기 파일이 오디오 CD로 되어있다면 나는 반드시 MP3파일로 변환하여 A-B 구간반복이 용이한 플레이어를 이용하여 듣기를 적극 권장한다. 플레이어에서 A-B 구간반복 버튼은 누르기가 편해야 한다.

1. 미리 Pause를 한 후 A-를 누른다
2. 모르는/안들리는 단어/문장이 재생된다
3. 마지막 단어가 끝나고 0.5초 뒤에 Pause를 누르고 -B를 누른다
4. Play를 눌러 A-B 구간을 반복 재생하여 들릴 때까지, 혹은 받아쓰기를 완료할 때까지 듣는다
5. A-B 구간반복 해제
A-B 구간반복 듣기를 할 때 구간을 너무 쪼개서 들으면 (5~8 단어 단위로) 흐름이 끊겨 dictation도 안 되고 오히려 분명히 듣기보다는 쉽게 피로해진다. 듣는 오디오 파일을 어느 지점에서 일시정지해야 하는가라는 수단에 더 정신이 팔리면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문장을 이해하는 데 쏟아야 할 정신이 흐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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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을 넘기지 않은 신선한 단어장을 섭취하라
 나는 단어장 1장에 10~20단어를 써넣고 언제 썼는지 기록하지는 않아도 일정 기간 안에 다 외우도록 한다. 한 공책에 단어장을 계속 써 나가는 것이 아니라 A4 용지를 세로로 7등분한 긴 종이에 단어를 쓴 후 반으로 접어서 수시로 보는 다이어리의 플라스틱 자 주머니에 넣어놓는다. (Franklin Planner의 Weekly Compass) 지금 수시로 들춰보며 외우고 있는 1장만 플라스틱 자 주머니에 넣어놓고 일정 기간 안에 다 보기로 한 단어장은 다이어리 바인더의 주머니에 넣어놓는다. 플라스틱 자 주머니의 단어장을 다 보면 그 종이를 다른 바인더 주머니에 넣고 앞의 바인더 주머니에 있던 예전에 쓴 단어장을 플라스틱 자 주머니에 옮겨 넣는다. 한번 본 단어장은 버리지 않고 바인더 주머니에 넣어놓기 때문에 바인더 주머니의 모든 단어장을 한 번 봤다면 다시 그 단어장을 무작위로 꺼내어 보아 다 외우고 있는지 다시 보고, 내가 다 외우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진 다음에는 저금통 개념의 통에 옮긴다. 이 통에 담긴 단어장은 쉽게 꺼낼 수 없게끔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방법으로 단어를 외우면 그 단어장 (20단어 정도가 1장)은 처음 단어를 단어장에 쓴 날로부터 하루나 이틀이 지난 뒤 완벽한 암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보게 된다. 어떤 단어도 그냥 지나치거나 못 외우는 것을 봐줄 수가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단어를 한번 외우면 아주 효과적으로 외울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단어장에 새로운 단어를 쓸 때는 이전에 썼던 단어와 중복되지 않게끔 신경을 쓴다. 이건 마치 끝말잇기 게임이나 KBS 스타골든벨 3단계(초성에 맞는 단어 중복되지 않게 돌아가며 말하기)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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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tation과 Script를 대조 점검하면서 틀린 Dictation을 고치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내기
1. Script를 보고 Dictation을 수정한다. 모르는 단어를 찾는다
2. Dictation과 Script의 내가 수정/단어찾기를 한 부분에 / 표시를 한다
3. 오디오를 재생하여 (A-B 구간설정 시작은 선택) / 표시가 있는 부분까지 들어서 최종적으로 완벽한 이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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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rehension Orale - Debat의 공부법
1. 지문의 구성은 몇 개의 partie로 나뉘어 있고, 각 partie는 8~10문장이며 실제 DELF에서는 2-4문제가 나온다. 따라서 partie 단위로 듣 고, 세세한 이해를 위해 문장 단위로 듣는다.
2. 한 partie 전체를 듣는다. 각 partie의 시작 시간은 ex)08:57 분:초 형태로 왼쪽 여백에 메모한다. 그 다음 한 문장씩 들으며 문제로 나올 만한 것들을 받아적는다. (TOEFL Lecture처럼)
 - 토론에서 사용하는 표현법
 - 이 사람이 동의하는지 질문하는지 반박하는지
 - 이 사람의 주된 주장에 나오는 핵심 단어 (꼭 프랑스어로 쓸 것)
 - 주된 주장이 짧으면 다 받아쓰고, 웬만하면 다 받아쓰기 (꼭 프랑스어로 쓸 것)
 - 근거를 받아쓰는 데 짧으면 다 쓰고, 길면 핵심 단어의 첫 2-3음절만 쓰고 논리적 연결기호를 활용하며 한글과 영어를 섞어 이해를 돕고 각 근거마다 번호를 매기기
3. 한 partie/문장의 script를 읽고 몰랐던 단어를 찾아 단어장에 쓴다. 안들리는 문장이 나오면 그 문장에 A-B구간을 설정하고 받아쓰기를 멈춘 뒤 script를 잠깐 보고 그 문장에 밑줄을 칠 것
4. 그 partie에 해당하는 문제를 푼다. 문제가 필요로 하는 지문 부분의 시작 시각을 찾아 기입한다. 이때 메모한 것을 참고하지 않으면 절대 문제를 풀 수가 없다.
5. 그 partie의 답을 보고 틀린 것을 고친다.
6. 다음 partie에서 2-5를 반복한다.
 Debat 역시 넓은 단기기억용량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이다. 모든 문제가 주관식이므로 내가 먼저 답을 창조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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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낸 한글 문장을 프랑스어로 즉시 통역할 경우에는
(다음)단어(품사)의 조합으로 문법에 맞게 끼워맞추기 -> 올바른 발음을 위한 준비 -> 분명하고 문법의 리듬에 맞게 끊어 읽음과 동시에 첫번째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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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헷갈린다면 70~99, 90~99는 73 -> 60+13, 94 -> 80+14 식으로 받아적기


마지막으로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치고자 한다.
이 많은 문제를 언제 다 풀어, 시간이 촉박해서 이 문제들 다 못 풀겠네, 하며 한탄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자.
대신 지금 하는 공부의 절차를 확립하고 지금 푸는 문제 하나에만 집중하여 하루에 통틀어서 한 문제밖에 못 푼다 할지라도 차근차근 제대로 밟아나가겠다, 내게 시간은 많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자.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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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내가 즐겨 하던 게임 중 가장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것은 심즈 2와 프린세스메이커 2였다. 사람의 체력, 근력, 지능, 기품, 매력, 도덕성, 감수성, 스트레스, 현재의 편안함, 배고픔, 위생상태 등을 막대그래프로 나타내준다는 것이 공통점인 이 두 게임은 심리측정(psychometrics)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참고: 백과사전 네이버 Wikipedia) 나는 아직 심리측정 이론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프린세스메이커 2를 만든 mantra社의 일본 사람이 이 이론을 신봉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나는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닌 현실 세계의 '나'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이렇게 상태의 막대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척도의 수치화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공부에 대해서만큼은 공부를 잘 하게 만들기 위한 조건의 수치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조건은 곧 나의 상태이다.

 공부를 잘 하려면 어떤 상태여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졸리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 상태를 갖기 위해서는 어떤 상태여야 할까 생각해보았지만 수치화할 만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둘째 상태는 곧 '욕구'인데, 이 욕구는 수치화하여도 절대로 일차적인 값이 될 수가 없으며 수백 가지의 선행하는 조건에 따라 값이 왔다갔다할 것 같아 수치화를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나는 첫째 상태, '졸리면 안된다'에 집중하였다.

 어떤 상태이면 졸지 않을까 생각해본 결과 평소 내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취했던 행동을 바탕으로 몇 가지 수치화할 만한 상태를 찾아냈다. 물론 나는 찾아내야 할 모든 상태를 찾아내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찾아낸 상태가 수치화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상태도 아니다. (블로그에 증명 과정을 쓴다면 그 글은 심리학 논문집에 가야 할 것이다) 수치화할 만한 상태는 다음과 같았다.

수면, 물, 산소, 청결, 운동

 우선 나는 잠을 충분히 자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자주 환기를 시키고 양치와 샤워를 하고 운동을 함으로써 공부를 더 오랜 시간 동안 할 수 있게끔 하였다. 나는 위의 상태의 충족은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라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7번째인 '자기쇄신'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위의 다섯 가지를 막대그래프로 수치화하여 그래프가 적정 수준으로 충족되어있는지를 계속해서 확인하면 된다.

 우리는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졸지 않기 위한 조건과 현재 그 조건의 충족 수준을 실시간으로 알아서 변화하는 눈에 보이는 막대그래프로 표시하기는 힘들다. (혹시 모른다. 2030년에는 자기 몸에 모니터나 LED판과 센서를 연결하여 막대그래프를 볼 수 있을지도..) 하지만 적어도 막대그래프를 '상상'하면서 공부한다면 현재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착안할 수 있게 되어 아무 이유 없이 졸릴 때 해결책을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헬스클럽에 다니는 사람들은 각 부위별 근육량, 지방량을 1주일마다 체크하여 얼마만큼 줄었고 늘었나 혹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가 여부를 알아본다. 신체적인 자기쇄신을 위해서는 계량화가 가능한(목표는 SMART하게 설정하라의 M) 방법을 사용하기가 매우 쉽고 그 방법도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다. 근육량과 지방량을 첨단 기계로 체크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줄자로 둘레를 재 보거나 주변 친구들에게 변한 거 없냐고 물어보는 방법으로 나름의 계량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정신적인 자기쇄신, 즉 공부에 있어서는 계량화가 정말 낯설다. 주변에서 공부에 대한 계량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당연히 IQ나 시험 점수를 제외하고 말이다.

 여담으로 글을 다 쓸때 쯤 되고 나니 위에서 말한 둘째 상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선행 조건이 몇개 떠올랐다. 이 조건은 주체인 나의 상태도 포함하지만 객체인 공부 대상의 상태도 같이 포함하여 정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예를 들자면 공부 대상의 새로움, 심리적인 안정,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상태 등이다.

+ 졸게 되는 또다른 이유를 찾았다. 우선 지나치게 여러 가지 일을 같이 하면 졸리게 된다. 또한 더운 여름날 바깥에서 땀을 흘리고 실내로 들어와 에어컨을 틀어놓은 방 안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체온을 금방 뺏겨 바로 졸리게 된다. 요 상태도 점검 그래프에 맞게 추가해야겠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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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창 나는 Barry Manilow의 When October Goes를 연습하고 있다. 처음에 잠깐 A로 4마디 Intro가 있고 그 다음부터 1절이 시작할 때는 E로 진행되다가 1절이 끝난 다음 Bridge가 되면 G로 바뀌는 곡이다. 조성이 많이 바뀌고 재즈 느낌이 나는 곡의 특성상 코드가 정말 다양하다.
 F#m7     B9b5 B7b9     E7sus Emaj7      Amaj7       D#m7b5 D#m7/G#         G#7b9         C#7sus      C#7 C#7b9
and when october goes the snow begins to fly. Above the smoky roofs I watch the planes go by.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그 곡의 조성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피아노를 칠 때는 내가 치는 모든 음의 '계이름'을 생각하면서 친다. 건반을 누르기 전에 내가 누를 건반의 계이름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은 내가 그 곡을 장악하고 완전히 이해함을 뜻한다. 어떤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든 기타로 연주하든 노래를 부르든 나의 연주에 대한 계이름을 실시간으로 떠올리지 못하면 그 곡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시작부터 끝까지 해낼 수가 없다.

When October Goes의 복잡한 A minor의 4마디 Intro를 열 번이나 반복해서 연습했지만 마지막 마디에서 나는 계속 막혔다. 오선지를 뚫어져라 보면서 하나 하나 음을 짚어보기도 하고, 마지막 마디의 코드가 무엇인지 조합을 통해 알아내기도 했지만 첫마디부터 다시 치면 꼭 마지막 마디에서 막혔다. 나는 마지막 마디를 피아노로 치기 전에 그 마디의 음들을 계이름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자동적으로 실시간으로 계이름이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왼손은 '시 시b 라b 시 미', 오른손은 '미 (레파시b) (레파시) (시레파#솔#)' 이었는데 이 계이름들은 내가 손으로 마지막 마디의 건반을 누르기 전에 당연히 생각이 나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계이름을 실시간으로 생각해내지 못하면 막히게 된다. 조성이 A라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점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나는 매우 익숙한 흰건반 뿐이 없는 C 조성으로 이 마지막 마디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조성이 C로 바뀌어도 계이름은 그대로지만, C 조성으로 음을 하나 하나 조옮김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실시간으로 생각해내려고 훈련하는 그 계이름을 '생각의 과정과 동시간으로 보이고 들리는 C 조성의 건반'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훨씬 계이름의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 나는 어떤 조성의 곡을 연주하든 실제로 손가락으로 만지는 음은 그 조성의 음이지만 뇌 안에 그려진 계이름의 오선지는 언제나 C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첫번째 마디부터 마지막 마디까지 4마디를 A가 아닌 C로 실시간으로 연주해 보았다. 첫번째부터 세번째 마디까지는 계이름을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A인 악보를 보고 쳐도 C로 바로 바뀌었다. 네번째 마디는 하나하나 조옮김을 하는 과정을 거친 이후부터 앞의 마디처럼 실시간으로 연주가 되었다. 조성을 A에만 한정지어 연습했다면 이 마디에서 맨날 틀렸을 것인데, 틀을 깨고 곡에 다시 접근하니 해결책을 찾았다. C로 연습해서 실시간 연주가 가능해진 다음 나는 다시 A로 바꾸어서 연주를 했는데 역시나 끊김이 없었다.

이후의 마디들도 연습을 하다 보면 막히는 부분이 있을텐데 그때마다 C로 바꾸어서 연주해보는 연습 방법을 취해야겠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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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dave_mcmt

요즘 주말에 내가 하는 일은 근처 기수 선임과 1:1로 테니스를 치는 일이다. 아침을 먹고 날이 조금씩 따뜻해지려고 하는 9시쯤에 테니스코트로 나와서 2시간 동안 치면 딱 좋다. 혹은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에 2시간 쳐도 되긴 한데 이때는 더운 날씨를 각오해야 한다.
테니스코트로 가기 전에는 파워에이드 1.5리터와 스니커즈/트윅스 같은 초코바를 사가지고 간다. 그냥 물을 마시는 것보다 조금 돈이 들더라도 이렇게 좋은 걸 먹고 마시면 훨씬 힘들지 않게 테니스를 칠 수 있고 끝난 뒤에도 지치지 않는다. 운동을 할 때만 지치지 않는다고 다가 아니라 운동을 다 한 다음에도 운동을 하기 전처럼 생기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테니스는 축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체력 소모가 되는 운동이라 중간에 자주 쉬어주어야 한다. 파워에이드 1.5리터는 1세트가 끝날 때마다 한두 모금씩 둘이 나누어 먹어서 총 9세트 정도를 하면 딱 없어진다. 나는 정식 경기가 아닌 이상 이렇게 테니스 연습을 할 때에는 복잡한 15점-30점-40점-게임 단위의 점수 산정 방법을 쓰지 않고 단순하게 11점 내기(탁구 스코어링)를 한다. 심판이 한 명 도와주지 않는 이상 점수를 세기 위해 괜히 머리를 쓰면 운동을 위한 능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못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11점 내기를 하면 랠리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우리네 테니스 게임의 특성상 한 랠리가 짧아서 생기는 피로가 원래 점수 산정 방법에 비해 확실히 적게 쌓인다.

미지근한 음료수는 시원한 물만 못하다. 음료수는 반드시 그늘에 놓아야 한다. 초코바를 직사광선에 놓으면 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그늘에 놓아두도록 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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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한큐에 전곡' 녹음을 끝낸 것으로 유명하다. 스튜디오에 사람들이 와서 짐을 풀고 스탭들과 추후의 마스터링을 위한 음향과 악기 점검을 한 뒤 하나, 둘, 셋 하고 슬슬 달아오르면서 연주를 시작했는데 밴드의 구성원들이 꿈 속을 거니는 듯한 멜로디에 알아서 취해 가장 진지한 모습으로 NG 없이 녹음을 끝내고 말았다. 스탭들은 기립박수를 쳤고 Barry Manilow는 이날에 자신이 평소의 다른 앨범을 만들 때와는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첫 녹음이 완벽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나는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꿈속, 도시 야경, 유람선,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편안하게 친구들이나 애인과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 얼음을 띄운 샴페인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군부대 생활관에서 밤에 이 앨범을 혼자 헤드폰으로 듣는다. 모든 이미지는 군대의 이미지나 선입견과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이기 때문에 고귀한 느낌이 든다. 촌-도시, 젊음-성숙함, 활기참-차분함, 가요-재즈. 모든 것이 다르다. 그리고 그러한 이질감은 사치를 할 때 느끼는 만족감으로 바뀌어 다가왔다. 남극에서 바나나가 귀하고 스위스에서 김치가 귀하고 미국에서 찻잎이 귀하지만 필리핀, 한국, 베트남에 가면 그것들은 널리고 널렸다. 귀함과 흔함은 상대적이지만 귀할수록 더 많은 만족을 준다.



www.artistarec.com 앨범에는 이 사이트로 들어가라고 프린트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들어가보면 페이지가 다 짤려 있다. 아마 Universal같은 대형 음반사에 인수된 듯하다.

▲ Yamaha C-5 Piano (Barry Manilow가 사용)

한편 멜론플레이어에서도 이 앨범에 대한 극찬이 끊이지 않는데.. 앨범평을 보면 다음의 글들로 채워져 있다.

10월엔.. (비단벌레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10월에 특히 생각나는 앨범입니다.. Barry Manilow씨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계절이죠. 앨범중에서 When October Goes..는 10월에 듣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죠.. ^^

파라다이스 까페. (vja77lo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기사만 듣고나서는 자미로콰이 분위기 나는 음악인줄 알았더니 고독한 싱어송라이터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네요. 음악제목도 파라다이스 까페라니 확실히 요즘 음악보다 옛음악이 진정한 멋을 아는 것 같네요 별 다섯개 주고 싶습니다. 쾅!쾅!쾅!

쭉 이어서 들어보세요. (bbggt67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이 앨범 녹음할때 한곡한곡 따로 녹음한게 아니라 one take로 한번에 녹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앨범전체가 한곡처럼 연주된 느낌이 드는데 곡자체가 술입니다 그냥 취해버려요. 그냥. ㅠㅠ

제목도 어쩜 ㅠ_ㅠ (yutyht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저렇게 센스있을까. 진짜 까페분위기 나요 커피 끓이고 있음 ㅠ_ㅠ

커피 끓이고 있음 ㅠ_ㅠ 에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앨범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세션은 Barry Manilow 아저씨가 직접 연주하시는 피아노. 그래서 나는 피아노 악보를 구하기 위해 수없이 구글링을 했다. 공짜 악보사이트나 한국의 카페에는 절대로 악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요 2:00 AM Paradise Cafe의 전곡을 디지털 악보로 구매할 수 있는 미국 악보사이트를 발견하였으니

바로 musicnotes.com !!!!!

 ▲ 인증샷!! Paradise Cafe (1번째 트랙) 가 저렇게도 고품질의, 95%의 싱크로를 자랑하는 피아노용 악보로 만들어져 있다.

 각각의 악보는 미국 달러로 $5.25 이다. (한국 돈으로 하면 지금 환율이 많이 떨어졌으니까 6500원 정도 한다. 비싸지만 이곳의 악보는 그 싱크로 때문에 제값을 한다.) 정말로 Manilow 아저씨의 이 고귀한 곡들은 난잡한 공짜 악보 사이트에서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이렇게 돈을 주고 사야 접근할 수 있는 정말 희귀한 악보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런 곡을 연습하면 희소한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외국 사이트에서 온라인 결제를 할 때 나는 외환 The One 체크카드를 사용해서 결제를 한다. (똑같이 VISA가 써있는 우리은행 카드는 승인이 항상 거절된다.) musicnotes.com에서 악보를 사려면 사이트에서 설치하라고 하는 17.5MB의 작은 소프트웨어를 먼저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 악보를 보고 인쇄할 수가 있다. 악보를 산 다음에는 무제한으로 인쇄할 수 있는데, 인쇄된 악보에 'Authorized for use by James Dean' 식으로 악보를 구매한 사람의 영문 full name이 찍혀 나온다. 회원가입과 결제는 아주 금방 할 수 있고 인쇄도 바로 된다. 솔직히 이렇게 인터페이스가 편리하고 빠르게 만들어져 있는 사이트는 요 사이트가 처음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악보바다, 악보공장, 인터뮤즈보다 못하면 못했지 능가하지는 않았다.

 내 방에는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는데, 마침 하릴없이 놀고 있던 이 멋진 놈에게 나는 항상 미안했다. 내가 피아노를 칠 마음이 그닥 나지 않아서이다. 아마 좋은 음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일텐데, 때마침 2:00 AM Paradise Cafe 안의 반짝거리는 곡들과 그 속에서 고독하게 '야마하 피아노를' 연주하는 Manilow 아저씨는 나에게 다시 한번 야마하 피아노를 애정과 관심으로 대하게끔 만들었다. 피아노와 나의 어색한 관계가 When October Goes로 허물어졌다.

▲ 나는 가장 인기가 좋은 트랙인 When October Goes를 구매하여 오늘 부대 복귀하기 전에 한번 쳐보고 갈란다


이 소중한 앨범은 나의 남은 군생활 동안 생활관에서 밤에 자기 전의 운치 있는 시간을 책임져 주고 힘든 시절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술을 못 마시는 나에게 술과 같은 친구가 되어줄 음반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앨범을 홍대앞의 중고음반 판매점에서 우연히 집어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참말로 감사하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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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TV5MONDE(프랑스 TV방송국)의 YouTube 영상을 Infinitube로 보고 있다가 정말로 익숙하고 좋은 어쿠스틱 음악이 흘러나와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 아티스트들로 이 분을 소개하자면

반주 스타일은 한희정
무대와 비주얼은 뎁
보컬 스타일은 호란

정도가 되겠다.

영미권 쪽에는 Lily Allen이나 Suzanne Vega와 비슷한 것 같다.






급 흥분한 나는 멜론 플레이어를 잽싸게 열고 검색창을 쳤다.


하지만 멜론 DB에 있는 Nolwenn Leroy의 앨범은 데뷔앨범인 2003년 'Nolwenn Leroy' 하나뿐이다.

이 앨범은 상당히 강하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뮤지컬 혹은 오페라에 나올 법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왜 프랑스 뮤지컬 보면 쿵쿵 하는 비트도 강하고 현악기 편성도 많은 웅장한 곡들 있지 않는가. 이 앨범의 보컬은 가장 최근의 앨범인 'Le Cheshire Cat et Moi' 와는 다르게 호소력이 있고 강하다. 나는 호소력이 있는 보컬보다는 나긋나긋한 보컬과 그에 맞추어 부드럽게 가는 소규모 악기편성의 곡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Le Cheshire Cat et Moi'가 더 끌린다.

내가 가지고 있는 CD+DVD (음반) Rollyo 서치롤에서 Le Cheshire Cat et Moi를 검색해 보았지만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아마 아마존에서 나중에 다른 수입음반 살 때 같이 사거나 프랑스에 가서 직접 사야 되겠다.


공식사이트 : http://www.nolwennleroy.net/

MySpace : http://www.myspace.com/nolwennleroy (아직은 음악이 안 올라왔는데 곧 올라올 거에요. 그 전에는 YouTube로 영상과 함께 감상을 하며 기다려야겠어요.)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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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모던한 대학생의 블로그나 YouTube의 개인 페이지를 보는 듯한 위의 화면은 사실은 국가권력의 가장 상층부에 위치한 영국 총리의 공식 웹사이트다. 물론 총리 그 자신이 사이트를 관리하지는 않지만 이곳의 뉴스와 비디오 자료는 모두 총리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제 이 사이트의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한다.


 이 사이트는 이렇게 6개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기능이 단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주 찾을 것 같다. 하지만 메뉴 내비게이션 바는 CSS만을 사용하여 마우스오버를 하면 흰색으로 바뀌게 되어 있는데 색깔이 바뀌는 속도가 느리다. 영국 사이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 내 컴퓨터의 인터넷 속도가 느리기 때문일까? 아무튼 마우스오버를 했을 때 색깔은 바로 바뀌어주어야 사용자들이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게 된다. 메뉴 사이의 간격 또한 조금 더 벌리고 글자 크기를 줄이는 게 더 세련될텐데, 이렇게 글씨를 크게 Times New Roman 체로 쓰는 건 영국식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News를 클릭하면 다음과 같이 가장 최신의 기사가 하나 나온다. 이는 Number10.gov.uk가 블로그의 성격을 짙게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블로그에서는 클릭 하나로 최신의 글 하나만 나타나면 불만의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뉴스의 레이아웃, 즉 제목과 사진과 글과 외부 서비스 연동 버튼(twitter, digg 등등)은 다른 미국식 블로그와 똑같았다.


 이 사이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왼쪽 사이드바에 하위 메뉴를 놓음으로써 영양가 있게 쓰일 수 있는 공간을 불필요하게 잡아먹고 하위 메뉴가 지나치게 많아지거나(History and Tour) 지나치게 적거나(Meet the PM) 하위 메뉴를 클릭하면 기존의 사이트 트리 구조가 없어지고 본문 영역이 완전히 다른 페이지로 전환되는 점이다.




 Communicate 메뉴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이트 방문자인 시민과 이 사이트의 운영자인 영국 정부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만든 메뉴이며 따라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왼쪽의 그림에서 Go to number 10 e-petitions를 누르면 E-petitions라는 독립된 페이지로 전환되어 메뉴의 트리를 타고 내려오다가 갑자기 길을 잃게 된다. 차라리 Communicate -> e-petitions를 누르면 바로 두번째 그림의 사이트로 전환되고 현재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왼쪽 상단에 계속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또한 위의 그림에서 보듯 Search petitions 검색창은 카테고리별 검색 메뉴(view petitions) 에 중복해서 다른 위치에 등장하여 이용자에게 혼란을 준다. 검색창은 e-petitions라는 하위 메뉴 사이트의 윗부분이나 왼쪽 부분에 고정된 위치로 꿋꿋이 자리하여야 하겠다. 또한 단순히 텍스트 입력창과 검색 버튼만 있는 것이 아니라 search by..라는 디자인된 콤보박스나 라디오버튼을 검색창 주변에 넣어서 검색 결과의 범위를 조절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이렇게 되면 위의 그림과 같은 view petitions라는 하위 메뉴는 곧 검색창에서 검색 버튼을 눌렀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 창과 같아져야 하며, 검색창에서 search by 안에 넣은 항목들은 이곳의 sort by 안의 항목과 같아야 한다. 즉 모든 청원서를 보고 싶으면 view petitions 메뉴로 들어가고, 특정 petition만 보고 싶으면 검색창에서 검색 버튼을 눌러야 한다. 현재 검색창은 view petitions 메뉴보다 상위 메뉴에 위치해 있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없다면 검색창을 view petitions 메뉴 안에 집어넣어서 위의 그림과 충돌하지 않고 연계되게끔 만들어도 상관없을 듯하다.
 
 청원서 생성 (create a petition) 메뉴는 본문의 오른쪽 하단에 텍스트 링크로 자리하고 있어서 찾아가기가 힘들었고, 누른 이후에 나온 창에도 다음과 같이 '현재는 사용이 불가합니다' 라는 요지의 페이지만 나온다. 현재는 사용이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큰 글씨와 아이콘으로 이러한 주절주절한 글의 위에다 띄워준다면 이용자는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할까. 너무나도 차분한 그들의 국민성은 이러한 UX의 허점도 묵인해줄 것일까?
 

 마지막 메뉴인 Number 10 TV이다. 이는 가장 첫 페이지에서 등장하는 비디오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페이지를 불러온다. 하지만 Number 10 TV에는 해당 비디오에 대한 보충 설명(News와는 조금 다른 별개의 컨텐츠) 대신 최신의 다른 비디오를 볼 수 있는 브라우저 목록 창을 옆에 놓았다. 이는 YouTube나 BBC, CNN 등이 쓰는 방식이다. 이러한 화면 구성은 좋다. 하지만 이 YouTube식 구성의 도움으로 Number 10 TV라는 메뉴는 메뉴로서의 입지를 상실한 듯하다. History and Tour 메뉴에는 마치 문화유적지의 웹사이트를 보듯 설명과 그림으로 내용이 꽉 차있는데, 이 Number 10 TV는 Number10.gov.uk의 메인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가 중복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메뉴는 과감히 삭제하고, 브라우저 목록 창을 메인 화면으로 옮긴 후 사이드바의 Latest Videos를 없애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것으로 인다. 메인 화면의 Latest Videos를 클릭하면 이 사이트 내에서 사이트가 전환되지 않고 새 창으로 YouTube가 열린다. 이 사이트 자체 플레이어만으로도 훌륭하기 때문에 YouTube는 아이콘만 남겨 App Store 위에 놓아 단순한 외부 링크로 처리하는 게 좋을 듯싶다.

<Number 10 TV 메뉴>

<첫 페이지>

  그래도 총리실이라는 작은 부서의 사이트답게 작은 규모로 블로그 형태로 꾸민 것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색상 조합을 어두운 청록색과 흑백으로 정한 점은 가장 멋있었다. 권위주의가 느껴지지 않지만 정보가 풍성하여 감사한 마음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사이트인 것이다. 66년에 태어난 40대의 Cameron 총리의 웹사이트는 20대였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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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기 전 겨울, 나는 아버지 친구의 소개를 받고 뉴질랜드로 2달간 혼자 단기 어학연수를 갔다왔다. 워낙 어렸고 정규 학교교육을 받기에는 기간이 너무나 짧았기 때문에 나는 Shore English라는 영어학원에 다녔다. 일주일에 5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있었고 영어뿐만 아니라 곁가지로 수학(고등학교 1학년 10-가 할때 기초적으로 배우는 것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도 하고 뉴질랜드 선생님과 Auckland Takapuna 주변 견학과 현장학습도 했다. Auckland 도심까지 학원 아저씨와 차를 타고 가서 볼링을 같이 치고 영화를 봤던 기억도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집은 아버지 친구네 집에서 홈스테이 식으로 했다. 아버지 친구분은 나만 있는 2층의 작은 방을 마련해주었으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Holden 회사 차 말고 작은 일본 차로(Honda였던 것 같다) 매일 나를 학원까지 데려다주셨다. 언덕 위의 주거단지 마을에 있는 5층짜리 별장처럼 생긴 하얀 집의 2층이었는데 그곳에서 학원까지는 20분 정도 걸렸다.
 아버지 친구 아들은 나와 같은 나이였는데 초등학교를 일찍 들어갔고 Westlake Boys High School에 다니고 있었다. (옆에는 Westlake Girls High School이 있었는데, 이곳에 다니는 일본계 혼혈 애들이 진짜로 이뻤다!!) 뉴질랜드는 교육과정이 한국보다 전체적으로 1년씩 빨라서 high school에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빠른 89였던 것 같다. 그의 이름은 성진이였고 성진이와 나는 일과가 끝나고 집에 들어온 다음에는 어머님의 저녁 준비를 도와드리고 저녁을 먹은 다음 같이 쇼핑몰로 놀러가거나 옆의 늪지대 있는 정돈되지 않은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거나 집앞 시멘트 바닥에서 Frisbee를 던지면서 놀곤 했다. 맞다, 글을 쓰면서 방금 또 생각난 건데 성진이 집에서 언덕 아래쪽에 있는 하얀 담을 넘어가면 잔디밭이 있는 영국계 내외분이 계신 집이 나왔다. 이 집은 크기는 작지만 마당이 넓어서 그 집 아들(8살 정도)과 같이 야구나 럭비를 하기도 했었다.

 사실 뉴질랜드에 갔다온 후 영어학원의 성적표와 팜플렛, Rotorua와 Taupo 관광지에서 성진이네 가족과 찍은 사진 몇 장만으로 두 달간의 기억을 갈무리한 나로서는 그 이후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다시 서울 학생의 생활에 젖어들어갔고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과 부담이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나는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기억을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리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은 그때는 별거 아닌 걸로 여겨졌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들은 음악이 지금 내가 듣는 Pop 음악의 근간을 만들었고, 그때 했던 운동 종목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 종목이 되었으며, 그때 영어로 입을 풀어놓은 게 나의 고등학교 1학년을 잘 넘기게 해준 든든한 지원이 되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나는 22살, 7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작년 겨울쯤에 갑자기 생각이 든 건 두 가지였다. 2003년 1월과 2월의 뉴질랜드 음악 차트를 보면 그때 내가 TV와 라디오와 거리에서 그렇게 많이도 들었던 좋아하는 Pop 음악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어학원이 있던 Anzac Street를 이용해서 내가 두달 간 몸담았던 곳의 스트리트뷰를 볼 수 있겠다. 잠깐 번뜩하고 생각난 추억여행의 아이디어를 나는 다이어리에 적어놓았다. 그렇게 해놓고 언젠가는 추억을 다시 들추어 잊혀진 기억에 불을 지피자 생각했는데 그동안 또 나 자신을 여러 가지 일로 채찍질하고 쳇바퀴 굴리다보니 실천은 계속 뒤로 미루어졌다. 그런데 오늘, 하늘은 맑고 날씨는 덥고 나는 기분 좋게 혼자 아침을 보내며 느긋하게 쉬는 기회를 맞게 되었다. 딱 7년 전의 그 느낌이 개기일식을 하듯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바로 구글을 띄우고 검색어를 입력했다.

"new zealand 2003 january music chart"

제일 위에 바로 결과가 나왔다. .nz인 걸 보니 뉴질랜드 사이트다. 100%다. 이곳에 내가 듣던 음악이 모두 다 있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사실 몇달 전에 멜론 플레이어에 '2003 January Auckland'라는 마이앨범을 만들고 이 안에 내가 뉴질랜드에 있을 때 중학생 때 들었던 음악을 기억에 남아있는 것만 되살려서 집어넣어 놓았다. 7곡밖에 안 되었었다. 그런데 차트를 발견하고 2003년 1월과 2월의 주간 Top 50 Singles Chart를 하나씩 열어서 안에 있는 곡 제목을 하나씩 읽어보니 정말 놀랍게도 내가 7년동안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던 Pop 음악의 선율이 머리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 뉴질랜드 음악 차트 사이트 http://www.rianz.org.nz/rianz/chart.asp

 여기 있는 곡은 바로 Melon Player 안의 마이앨범에 등록을 해서 재생시켰다. 잊혀졌던 음악이 추억이 되어 돌아왔다. 내 품에 다시 돌아온 음악들은 나에게 최고의 편안한 기분을 선사해주었다. 마치 7년동안 잊고 있었던 곡들을 다시 듣는 건 7년동안 잊고 있던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과 똑같았다.

 그렇게 30여 곡을 모아서 마이앨범을 완성시켜 통째로 재생시켜 놓고 나는 구글 지도로 갔다.

"takapuna auckland"

지명을 쳤기 때문에 검색 결과 맨 위에는 지도가 나오게 된다. Takapuna 지역의 축소 지도가 나왔고 조금만 확대하니까 Anzac Street가 나왔다. (나는 그 많은 길들 중에 이 길 이름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여행을 할 때에는 전체의 단 한 부분만 알면 나머지는 저절로 밝혀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스트리트뷰로 Anzac Street를 쭉쭉 달렸다. 처음에는 roundabout(빙글빙글 도는 교차로. 영국령 국가의 한적한 지역에서 교차로 대신 있는 도로) 과 주변의 정리되지 않은 수풀만 나와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거리 저 멀리 보이는 7층짜리 흰색 건물이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영어학원 간판을 찾아냈으며 학원 근처의 아담한 쇼핑몰 Westfield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던 해변의 버거킹과 fish & chips 가게, 버스를 타던 정류장도 보였다.


▲ Shore English를 구글 스트리트뷰로 찾아내었다

 분명 이 사진은 2010년에 찍은 거일텐데, Takapuna의 거리는 7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안 변해도 너무 안 변했다. 오히려 그러한 '정체된 도시'는 나의 추억여행의 방해요소를 전혀 남겨주지 않아 나는 기분이 좋기만 했다. 이 지역은 내가 생각해도 발전이 필요 없다. 느린 삶의 템포를 가지고 바다와 함께하는 활동적인 삶. 서울에서 빡빡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이 정도의 도시는 휴양지로서의 천국이지 절대 도시처럼 보이지 않는다. 방학때마다 가서 살다 오면 딱 좋은 그런 동네다. 그리고 마침 내가 이 곳에서 딱 두 달만 있다 왔다는 게 나는 정말로 감사하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공간을 초월한 접근성은 초고속으로, 그리고 매우 쉬운 방법으로 추억을 되살리게 해주었다. 그리고 추억을 되살리는 여행에서 나는 모든 과정에 대해 온전한 통제를 할 수 있었고, 옛날의 기억과 다시 마주치는 일을 운명이나 우연에 맡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검색과 UI 상호작용이라는 아주 주체적인 과정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계속 바빠서 미루어 오곤 하고 할 기회가 생기면 까먹곤 했던 일을 해냈다. 뿌듯한 기분이 밀려온다.

ps 혹시 성진이가 이 글을 보면 이곳에 댓글이라도 달아줬으면 좋겠다. 그땐 너무 어려서 서로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고 집전화번호도 수첩에 적어오지 못했는데, 디카로 사진도 한 장 못 남겼는데 그게 너무나도 아쉽고 후회된다. 성진이는 뉴질랜드에 정착해서 살고 있을까? 아마 Auckland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 같은데.. facebook에서 나도 Westlake Boys High School로 검색해볼게. 혹시라도 한국에 왔으면 꼭 다시 만나자!!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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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11.

 요즘 나는 휴가를 나올 때마다 항상 하루는 숭례문 옆에 있는 프랑스문화원에 간다. 그곳의 미디어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군대 안에서 읽은 후 다음 휴가 나올 때 반납하는 식의 독서를 한 지도 이제 2권째다. 사실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고 또 반복해서 외워야 하기 때문에 바쁜 군생활(요즘 국군장병들은 절대로 그냥 팅가팅가 놀지 않는다) 중에 프랑스어 책을 읽으려면 많아야 1권밖에 안 된다. 그러다가 저번 휴가때 미디어도서관 안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대학생 정도 되는 여자분이 다소곳이 한적한 도서관을 지키고 계신 것을 보았다. 아르바이트생 같았다.

 그때 시각은 16시 40분. 도서관을 주로 찾는 불문학과 대학원생들과 멋진 정장을 빼입은 종로 스타일 할아버지들 그리고 한국에 사는 극소수의 프랑스 현지 사람들도 슬슬 저녁 먹으러 나간 시각에 나는 대학교 동아리에서의 모임이 오늘이 아닌 내일임을 알고 시간이 붕 떠서 도서관에서 계속 박혀 있기로 했다. 나는 DVD를 하나 꺼낸 다음 여자분께 TV 리모컨과 헤드폰을 빌려서 DVD 플레이어가 있는 곳으로 갔다. 1시간 40분 정도 되는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운 다음 저녁에 다른 친구를 만날 계획이었다.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그 시간 동안 정말로 프랑스문화원 미디어도서관 안에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와 그 대학생 정도 되는 여자분 빼고는 정적만이 흘렀다. 솔직히 난 머쓱한 기분이 들었고 만약 내가 솔로였으면 이 상황은 완전히 저 여자분께 작업을 걸기 위해 내가 괜히 DVD를 본다는 핑계로 들어왔다고 해석될 수도 있었다. 그냥 멍하니 영화만 보고 있기는 마음이 동하지 않아 여자분이 무엇을 하고 계신지를 보았다. 역시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대학생이나 대학원 초년생이 확실하다.

 그 분은 어떻게 이곳에서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실까? 인터넷의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내서 면접을 보고 오게 되었을까? 이러한 방법이 가장 정상적이지만 내 경험상 이렇게 작지만 권위 내지는 진입 장벽을 가진 곳의 아르바이트는 공개채용보다 인맥에 의한 추천 혹은 스카우트가 우선한다. 가장 높은 확률은 대학교 선배(이자 친한 언니이기도 한)가 자기가 원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가 교환학생이나 취업 등의 다른 일이 생겨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사무실 직원 분에게 후배가 참 괜찮다고 소개하며 칭찬을 해주고 떠난 경우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나름의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도서관 알바 자리와는 그리 개연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아는 사람, 혹은 두세 다리 건너 알게 된 사람과의 관계와 대화를 통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주선하는 게 도서관 알바와 더 어울린다.

 나는 아직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전역을 하게 되면 프랑스문화원도 더 자주 올 것이고 (물론 휴가때마다 꼭 하루 이상씩 발도장은 계속 찍고 간다) 아르바이트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분명 내년 5월에는 내가 본 여자분에서 다른 분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원래 프랑스문화원 직원인 슬림 피트의 하얀 얼굴에 단정한 커트 머리를 지닌 똑똑해보이는 남자분은 그대로 계시겠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도서관에 가서 직원과 알바생의 눈길을 피해 구석에 들어가서 책 찾아보고 대출 처리 한 다음 휙 도망갈 게 아니라 대화를 시도해 보아야겠다. 안면을 아는 단계를 지난 후 교환학생 상담을 옆의 CampusFrance 사무실에서 받아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단계까지 가면 그때 슬그머니 알바 얘기를 하면 되겠다. 인간성이라는 묘약은 꽤 많은 경우에서 온라인의 차가운 이력서 시장을 생략하게 해준다. 돈과 지위를 얻는 방법에 보다 유연하고 쉬운 길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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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오고 파워블로거도 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쓰고 싶어서 쓰게 되는 글이 어떤 필자의 역할을 가지고 쓰는 글인지를 알아야 한다. 글의 주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 문체를 따져보면 역할을 유추해낼 수 있다.

  사람들이 블로그를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블로그를 통해 얻으려는 목적도 다양하다. 네이버나 싸이월드 블로그에 가면 DIY, 여행, 요리, 육아, 인테리어, 패션, 미용 등 많은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듯 여성들의 생활에 관련된 주제의 글들이 많고 이들 포스트 안에는 필자가 독자와 같은 수준의 '옆동네 OO엄마' 혹은 '교회에서 만난 언니'의 역할을 맡아 글을 써나간다. 올블로그나 블로터닷넷에 가면 IT, 자동차, 정치에 관한 남성 블로거들의 글들과 그에 따른 댓글 토론이 한창이다. 필자들은 실제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지 않다면 상당한 관심을 통해 경력을 쌓은 대학생일 것이다. 한편 사람들의 방문을 그닥 신경쓰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아는 친구들의 댓글만으로도 반가워하며 블로그를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사용하는 필자들도 있다. 이들은 단순히 누군가의 '친구'의 역할을 맡을 뿐이다.
 
  필자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 이웃사람: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다른 사람들도 해보라고 권유한다. 이 경험은 누구나 할 개연성이 있는 것들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먹고 온 것 중에 어떤 게 좋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린다.
  • 학생 및 연구원: 자신이 조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으로 가지고 연구를 해보고 그 기록을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한다. 조사 방법은 인터넷만을 이용할 수도 있고 오프라인을 포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자신이 연구원이나 교수일 수도 있고, 대학교 수업때 쓴 글이나 특정 시험/자격증/프로그램/취업 등을 준비하면서 만든 자료나 느낀 점 혹은 노하우를 공유할 수도 있다. 이들이 쓰는 글은 약간의 주장과 논쟁을 포함할 수 있다.
  • 전문가 및 기자: 자신만이 갈 수 있는 전문 영역의 견문을 그대로 대중들에게 전해준다. 하지만 이들의 전문성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만 자료를 수집한다면 전문가 및 기자로서의 글을 절대로 쓸 수가 없고, 이 점이 바로 '스크랩북 및 백과사전' 역할을 맡고 쓴 글과의 차이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혹은 자신의 오프라인 사회에서의 입지나 권위를 취재력으로 활용하여 기존 언론이 하는 역할을 똑같이 수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때로는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인도하기도 할 정도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 스크랩북 및 백과사전: 기존에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항목의 새로운 내용이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항목을 설명문 형태로 소개만 한다. 소개를 할 때 '..를 통해 본', '...를 아시나요?' 등의 형태를 띤 제목으로 불특정 다수의 이목을 끈다면 포털 사이트나 메타블로그의 메인페이지에 자주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이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특정 분야에 대해서 분야에 속한 항목을 발견하는 대로 블로그에 포스트로 넣는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블로그 안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포스트만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
  • 리뷰어: 참여에 제한이 없는 여행이나 행사에 갔다 오거나 제품을 사용한 뒤 후기를 쓰거나,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 경험(책, 영화 등)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분석하는 글을 써 나간다.
  • 선생님: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하거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떤 일에 대해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해야 한다' 의 문체를 이용하여 글을 쓴다.
  • 친구: 오직 자신과 오프라인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신변잡기, 그리고 자신의 하루 일과와 그에 대한 일기만을 서술한다. 불특정다수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전혀 가지지 않는다.

이제 이렇게 나눈 필자의 역할을 바탕으로 인터넷 상의 포스트를 분류해 보도록 하자.

우선 오늘의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있는 '추천' (舊 요즘 뜨는 이야기) 을 보자.

  • 천천히 걸으며 전남 '청산도'의 풍광을 만끽하세요
  • 편안하고 세련됨으로 열풍을 일으키다 - '웨지힐'의 유혹
  • 필요한 물건 얻는 재미, '밴쿠버'에서 경험한 벼룩시장
  • 두고두고 활용하기 좋아요 - 베이킹에 유용한 커피시럽 

  •   포스트가 맡고 있는 필자의 역할은 제목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첫째와 셋째는 리뷰어+스크랩북 및 백과사전이다. 둘째는 스크랩북 및 백과사전이다. 넷째는 이웃사람이다.

     이번에는 블로터닷넷에 들어가 메인페이지를 보았다.

     


      첫째는 전문가 및 기자가 아니라 스크랩북 및 백과사전이다. 둘째가 전문가 및 기자다. 셋째는 학생 및 연구원이다. 넷째는 스크랩북 및 백과사전+리뷰어이다.




      이러한 유추 훈련을 거듭하다보면 반대로 내가 어떤 필자의 역할을 갖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역할에 충실한 주제와 문체의 글만을 뽑아낼 수 있다. 사실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얻고 싶은 것은 과연 '나는 어떤 필자의 역할을 맡고 포스트를 쓰는가'에 관한 답이다. 그런데 내가 쓴 글 제목을 본 결과 '학생'보다 '선생님'이 더 많았다. 칼럼이랍시고 쓴 글들은 모두 '선생님'에 속한다. 왜냐하면 독자들에게 '..해야 한다' 라고 추천하고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는 내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선생님'의 역할을 띠고 있다. 그리고 이는 내 블로그를 거만하게 만들고,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나는 '학생'일수밖에 없고 그래서 '학생 및 연구원'의 역할을 취해야 한다. 나는 절대로 '전문가 및 기자'는 될 수 없다. 오프라인의 취재력은 거의 없고, 게다가 나는 군복무중이어서 지리적인 여건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전문 분야에 대해 글을 쓰려면 오직 인터넷과 책을 통한 자료 수집밖에 방법이 없다. 이제라도 학생이라는 생각을 갖고 학생답게 글을 써나가 보자.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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