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장을 따로 공책에 만들어서 평소에 가지고 다니면서 외우겠다고? 그건 어떻게 일정이 생기고 누구에게 끌려가거나 부탁을 들어줄지 모르는 우리 대학생과 어른들에게는 이제는 구식의 방법이다. 단어는 외워야겠는데 휴대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적어놓은 단어를 2~3일 안에 외워서 바로바로 섭취할 현실적인 가능성이 그에 따라 낮아진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스마트폰 안의 app에 단어장을 넣어서 직접 스마트폰으로 입력도 할 수 있고 컴퓨터의 데이터를 import도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좋은 휴대성의 장점을 이용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하지만 평소에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은 고작 단어 외우겠다고 스마트폰을 살 수는 없다.

  기존의 종이로 된 단어장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단어장의 부피가 공책 하나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대학생이 책가방에 전공서적이나 노트북과 함께 넣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평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수시로 꺼내 볼 수 없다. 집에 가서 책상에 앉은 다음에 책꽂이에서 꺼내 읽겠다고 다짐한다면 그들의 5~60%는 책상에 앉은 다음에 컴퓨터부터 켜거나 졸려서 이만 TV를 보다 잘 것이다.
  • 단어를 열심히 외워서 해치워야 한다는 압박을 주지 않는다. 예전에 사전을 한 페이지씩 찢어서 먹거나(!) 버리는 사람들은 그만큼 단어를 외워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다수의 지금 단어장을 만드는 학생들은 당장 머리에 안 들어오니 나중에 외우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단어장의 페이지를 채운다.
  • 단어장에 단어를 쓰기 위한 준비 과정이 번거롭다. 따로 단어장이라는 수첩이나 공책을 옆의 영어/제2외국어 소설책이나 신문과 같이 들고 움직여야 한다. 짐이 하나 더 생기면 실현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아진다.
  • 앞의 몇 페이지 조금 쓰다가 남은 70페이지는 언제 다 채우나 하며 기가 죽는다.

  그렇다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답은 '이면지 A4 1장만 들고 다니자' 이다.

우선 A4를 가로로 놓고 가로 5~7cm의 구역을 나누어 접는다. 그 다음 '외국어 | 한국어' 식의 자신만의 format을 가지고 적어나가면 한 column에 20~25 단어가 채워진다.(나는 글씨를 작게 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 나누어 접은 선을 꽉 눌러 접고 두 손으로 찢는다. 이렇게 하면 하루 분량에 적합한 양의 단어가 나온다.

이 종이를 나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플래너의 Weekly Compass에 끼우고 플래너를 들추어볼 때마다 외운다. 의식적으로 외우려는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슬쩍 눈길이라도 준다.(슬쩍 눈길만 주어도 이 눈길이 10번이 되고 20번이 되면 굳게 마음을 먹고 집중하여 3번 본 것의 효과를 낸다. 우리가 그 많은 광고카피와 광고음악 그리고 그 안의 특정 장면을 그렇게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플래너가 싫다면 지갑의 지폐와 함께 넣어도 좋다. (딱 들어간다) 돈 쓸 때마다 슬쩍 눈길을 주면 플래너에서와 똑같은 효과를 본다.
 그리고 다 외웠다 싶은 단어장 종이는 따로 서랍이나 케이스에 모아서 보관한다. 버리지 않고 보관하면 혹시나 나중에 까먹어서 들추어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들추어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A4이고 이면지여도 상관없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고, 자르기 위해 자나 칼이 필요없으니 번거롭지 않다. 번거롭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율성의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이건 일종의 nudge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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