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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글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잘 써서 괜시리 나도 친구들을 꼭 웃게 만들어야겠다는 엉뚱한 중압감이 밀려온다. 보시다시피 나는 글씨를 잘 못 쓴다. 천재는 악필이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아서 못내 아쉬울 뿐이다. ^^

  나는 작년, 아니 재작년 11월부터 네이버의 블로그를 관리해왔다. 요즘 친구들이 많이 하는 싸이월드와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개인적이고, 남의 눈치를 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랄까? 처음에 블로그를 쓸 때에는 나의 깊은 내면을 성찰하고 그 후에 쓰는 정금같은 글들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 있는 좋은 글들을 퍼올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펌' 이 나의 블로그에 어떤 가치를 남겨줄 수 있을까. 그래서 조그마한 글솜씨로나마 나의 글, 나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기보다 더 넓은 범위로 나는 블로그를 정의하고 싶다.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면 시도 쓸 수 있고,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있을 때에는 그 음악을 등록할 수도 있다. 벌써 블로그 방문자가 3만명을 돌파했고 지금도 하루에 100명씩 꾸준히 내 블로그를 찾아준다.

  얼마 전에 연세대 입시설명회를 했다. 내가 지금 이 런닝 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대입 때문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느끼고 즐겨야 마땅한 것들을 희생하며 달리기에 집중하는 나는 인생의 '봄날' 을 주마간산격으로 보내는 것만 같다. 그래도 어떻게 생각을 전환해보면 공부하는 삶, 조용히 사색하며 진정한 학구열에 몸을 던지는 삶도 폼나고 가치있다. 내가 이 학교에 들어온 이상, 쪼잔하게 석차백분율 따지지 않으면서 정말로 폼나게 인생을 즐기며 공부와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즈음 나는 그동안 내 자신에게 가져왔던 의문인 '나는 소심한가?' 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제 나는 소심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을 갖고 살아간다. 좋은 현상이다. 스스로 이제 나는 내가 더이상 소심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심한 일은 그 결심이 확고하든 그렇지 않든 일단 해놓고 본다는 것이 내 인생의 영역을 아주 많이 넓혀준다. 그동안 나는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후의 문제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인생은 끊임없는 고민으로 최상의 결정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삐걱거림을 지혜롭게 해결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이 완벽을 추구하면 잘 웃지 않고, 주위에 사람이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애정을 바랄 가치도 없다. 난관을 만나고 그것을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극복할 때 그때야 비로소 피어나는 함박웃음, 이 웃음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다. 얼마 전 우중충한 주말에 본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이 함박웃음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사랑하는 인문반 친구들아. 내가 평소에 말도 잘 안 하고 장난도 잘 못 치지만, 난 나설 때엔 나서고 물러날 땐 물러나는 사람이라는 것과 절대 혼자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올해에 모두 각자의 소명을 다하여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 '함박웃음' 을 짓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2006년 4월 6일의 문턱을 넘었을 때 이동욱은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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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7월 8일


  우리는 정말 얼마나 어린애 같은가! 단 한번이라도 눈길을 보내주기를 이렇게 애타게 바라고 있다니! 정말 천진하다고나 할까! 우리는 발하임으로 갔다! 여자들은 마차를 타고 갔다. 그리고 산책을 하는 동안 나는 생각하기를, 로테의 검은 두 눈동자 속에는, -- 나는 정말 바보야, 용서해 주게! 자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네만, 그래야 이야기가 되니까 말야, 바로 그 눈동자를-- 자, 간추려서 이야기할 테니 들어보게 (왜냐하면 지금 난 졸려서 자꾸 눈이 감길 것 같으니까). 여자들은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젊은 W와 젤슈타트와 아우드란과 나, 이렇게 셋이 마차를 둘러싸고 섰다. 마차에 타고 있는 여자들과 남자들 사이에는 즐거운 대화가 오고갔다. 물론 이 남자들은 성격이 경쾌하고 발랄한 친구들이었다. 나는 로테의 눈길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아아, 그녀의 눈동자는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옮겨다녔다. 그러나 내게는, 내게는, 다른 사람 아닌 바로 이 내게는 쏠리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나 홀로 그 눈길을 단념하고 시름에 잠겨 서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로테에게 몇천 번이나 잘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말하자면 거들떠보지도 않은 거다! 드디어 마차는 떠나버리고 내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괴었다. 나는 떠나가는 로테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녀는 마차 문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는 것 같더니, 마침내 그녀 머리에 꽂힌 장식이 문 밖으로 삐죽 내밀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아, 나를 보기 위해서였을까? 사랑하는 벗이여! 나는 그 점을 확신하지 못한 채 마음이 들떠 있다. 아마 나를 돌아다본 것이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마음에 위안이 된다. 그러면 잘 자게! 아아, 난 얼마나 어린 애 같은지!

지금의 나 또한 나의 로테가 나에게 눈길을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주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가서 말하고 싶다.

200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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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잘 못 쓴다.

  시적 감흥이 없이 이성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려 하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순간 퍼뜩 떠오르는 메타포, 그에 뒤따르는 아름다운 시적 표현.. 이런 것들은 모두 나에게는 드문 현상이다. 시를 잘 쓰는 친구들은 부럽다. 문학을 향유할 줄 알고, 무엇보다 자신의 기질로 창작할 줄 알아서이다. 언어영역 문제 한 문제 더 잘 푼다고 문학적 기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평소에 삶을 어떤 자세로 바라보느냐가 관건인 듯하다.

  2학년이 되어서 인문반으로서 '글쓰기' 에 대한 중압감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어느 종류의 글쓰기든 간에 글쓰기란 나에게 대단한 일이고,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런 블로그 쓰기는 내 취미지 진정한 나의 평가를 위한 글쓰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슬플 때도 있다.. 하지만 힘내자. 내 주위에는 방대한 서적이 지천에 깔려 있고 좋은 선생님들이 계신다. 여러가지로 힘든 일이 많은데 차근차근 너무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반짝 빛나는 날카로운 유리 파편을 정성들여 세공한 뒤 그 작은 조각들을 모아 큰 모자이크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작품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루는 작은 부분이 아름다워야 한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아름답다면 그 작은 조각을 공들여 깎고 갈아낸 장인의 노력을 통찰할 수 있다. 나의 노력도 이러한 작고 빛나는 유리 조각을 만드는 노력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내가 최종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 작품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품 전체를 한꺼번에 신경쓰기보다는 작은 조각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편 이 사실은 나에게 위안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큰 일은 아주 작은 일들의 집합이고, 나는 나의 노력으로 작은 일들에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기억하라, 작은 일이다. 내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글쓰기든 뭐든 마찬가지이다. 

2006.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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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현 선생님께서 가장 경계하시는 취두한화 입니다. 별다른 주제 없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을 선생님은 무척 꺼려하십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요. 공부 할 때에는 공부를 해야지 쓸데없이 시간을 잡담에 흘려보내면 안 된다. 동의합니다. 근데 한편으로 너무 없는 일상 대화는 친구간의 사이를 점점 벌어지게 합니다. 이 사실이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저는 소심한 성격인지, 친구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하는 능력이 부족한 건지 이 취두한화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서 본 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싸이월드를 하며 친구들(일촌) 미니홈피에 파도타기를 합니다. 글을 남기고 다음날에 답장이 올라옵니다. 친구의 정은 그 때 조금씩 생긴다고 저는 믿습니다. 사소한 대화, 그러면서도 친구의 모습을 잘 관찰한 후 던지는 한마디.. 이 모두가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길임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게 할 말이 많은 걸까요. 제가 본 그 '친구들' 이 모두 천성이 수다쟁이인 아이들인 걸까요. 수다쟁이가 부러운 이유는 그들이 수다로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조용히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각자 낫고 못함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믿고 싶지만 항상 대세에 영합하지 않으면 열등하다는 의식을 머릿속에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 저 혼자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블로그를 쓰고 있습니다. 혼자만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취미, 남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여가를 취하는 저의 모습이 한편으로 불쌍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군계일학같은 존재로 남고 싶은 천성이 제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의심하기도 합니다. 친구들의 미니홈피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친구들의 방명록, 방명록만이 우정의 증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보이는 증표가 그뿐이랍니다. 우정은 표현하지 않는 내면으로서 존재할 수도 있는데, 이러면 저는 누가 저에게 '내면으로 존재하는 우정'을 가지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안부게시판에 친구들이 꾸준히 글을 써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저의 동요한 마음이 진정될 것 같습니다. 잘못된 생각임은 알지만 지금 제가 일종의 애정결핍증을 겪고 있다고만 알아 주세요. 친구들의 한마디가 저에게 힘이 됩니다. 관심이 저를 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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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Sports Dance IR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10기, 11기 가릴 것 없이 모두들 들뜬 마음을 은근히 속으로 품고 충무관 3층에 모였다.

  성비를 맞추기 위해 IR을 신청할 때 남,여 1명씩 짝을 이루어야 하는 게 이 수업의 관행이다. 내 친구들은 소리소문 없이 같은 10기 여자 아이들과 선약을 맺었고, 새로 온 11기 아이들은 개방적인 모습으로 남,여 짝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근데 나는 이번 주에 내 할일에 너무 치중해서일까 오늘로부터 3일 전에 파트너를 만났다. 내 파트너는 특별하다. 나보다 한 학년 아래이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오늘 명목상 첫 수업이 있었다.

  3교시에 충무관에 모인 48명의 10기,11기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50명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사람 수에 놀라워했다. 정미라 선생님께서 어쩔 수 없이 10기 중 일부와 11기 중 일부를 학생들 자율로 선출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나 보다. (나는 속으로 이러한 방법이 되길 바랬다 ^^) 결국 두 개의 선택지를 남겨놓은 채 다수결로 수업의 행보를 정하게 되었다. 하나는 11기는 다음에도 기회가 많으니까 이번 학기에는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많은 인원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수업을 격주로 하는 것이다. 많은 11기 아이들도 사리 분별을 잘 하는 것일까, 다수결에 의해 11기는 이번 학기에 수업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10기만 남았다. 10기 중에서도 남자 9명 중 6명을 뽑아야 했다. 그래도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가위바위보로 결정해야만 했다. 별다른 Screening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운으로 결정하는 일을 매우 싫어했지만 결국 가위바위보를 했다. 이겼다. 따라서 나는 이번 학기에 가뿐한 운동 겸 기분전환으로 스포츠댄스를 하게 되었다. 근데 한편으로 11기 후배한테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이해해 줄거지~

2006.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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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삼우 : 선비들이 서재에서 늘 가까이 하던 세 가지 벗. 거문고(瑟), 술(酒), 시(詩).

  학문의 길은 고달프다. 고요한 달밤에 찬바람이 은근히 들이치는 서재 안에서 호롱불 심지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조상들은 공부에 주력했다. 일정한 빠르기의 지루한 글자 반복이 피로감을 주었음은 당연하다. 옛날 선비들도 면학 뒤에는 어김없이 따라붙는 졸음이라는 것에 고생을 많이 했다. 懸頭刺股 현두자고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졸음을 참기 위해 상투를 실로 묶어 천장에 매달고, 넓적다리를 송곳으로 쿡 찌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학문은 쉬이 달성할 수 없다.

  그래서 선비들은 지루함과 피로를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글을 읽다가 종종 거문고를 켜고, 술 몇잔을 들이키며, 시 몇 수를 지어 읊었다. 이 얼마나 고답적인 즐거움의 추구인가. 오늘날 사람들, 심지어 공부하는 사람들조차도 놀 틈만 나면 대학가의 술집에서 친구들과 선배들과 주구장창 놀고, PC방이나 플스방 등에서 폐인의 행색을 취한다. 이 얼마나 저급의 즐거움인가.

  선비들의 세 가지 벗은 그들의 정서와 일맥상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목련 향기가 글 읽기로 지친 마음에 새봄의 활기를 선사하듯 거문고와 술과 시는 선비들의 부드러운 성품에 영합한다. 항상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공부를 하니 그들의 생각은 더욱 깊고 심오하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저술된 철학 서적은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피로로 인해 무너진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그들은 북창삼우를 벗삼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온갖 잡념과 근심, 걱정을 거문고의 선율에 쓸려보내고 술에 녹아내고 시에 토해낸다. 참으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선비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지금 2006년, 선비들의 삶에서 세 세기나 뒤늦은 삶을 영유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공부하는 나에게도 북창삼우는 있는가.

2006.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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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내가 여기 있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끊임없이 다짐하지만 친구들과 비교한다면 나는 한없이 허약하고 무력해 보인다. 하지만 그 뒤쳐진 느낌이 오히려 나를 각성시켜 나를 끊임없는 학문의 pool에 풍덩 빠지게 하기도 한다.

  옛 성어에 진인사대천명 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마친 다음에 비로소 인간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에 대한 확답을 하늘에게 가서 기다린다는 말이다. 이 성어는 나에게 한 가지 생각할 꼬투리를 주었다.

   나중에 9월이 되면 원서도 쓸 것이고, 심층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원서를 보낸 다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심층면접은 별개의 문제다. 나를 능가하는 존재로부터 답을 기다릴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준비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이루어 놓는 것이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에게 주어진 일을 찾아 끊임없이 그 일을 성공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나는 하늘의 명을 기다릴 명분을 갖게 된다. 대학이 하늘에 대응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재 나의 낮은 눈으로 바라본다면 아쉽게도 그러하다. 어떻게 생각한다면 아주 슬픈 일이다. 슬픔을 가슴으로 삼키고 끓는 정열을 이 세상의 많은 재미있는 일 대신 학구열로 승화시킨다면 나는 사람의 일을 다 하고 지친 개처럼 헐떡거리며 나를 초월하는 존재로부터의 답을 기다릴 것이다. 하늘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볼 때, 더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때, 그 때가 와야 나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의 내 모습은 지쳐 쓰러지기 바로 직전의 모습이어야 한다. 능력을 다 소모했음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정말 바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서 다 하자. 그러면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있는, 뜨거운 침을 흘리며 작열하는 태양 아래 강한 눈초리로 하늘을 응시하는 개의 모습이 얼마 못가 나에게 드러나보일 것이다.

2006.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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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마리의 푸른 용이 되고 싶다.

  그 용맹한 기상으로, 진정 학문을 추구하는 자세를 가지고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혀 이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을 알고 싶다. 넓은 영역을 바라보며 공부하면 내가 아직도 무지하다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고, 따라서 지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욱 커진다. 푸른 용은 오늘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기업체 사장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이 모두 친일파의 자손들과 친인척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나라에 깊게 뿌리박은 이러한 사람들이 한 가문이 아닐 것임은 자명하다. 그래서인지 푸른 용은 그 너울거리는 지느러미를 당겨 잡고 가보지 못한 학문의 영역으로 운행하여 들어가고 싶다.

  오늘 나는 이 세상에 내가 취해야 할 지식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았다. 주어진 일만 가지고 살아간다면 쉽게 지치고 마치 사방이 탁 막힌 회색조의 좁은 방에서 먼지를 들이마시며 사는 느낌을 갖게 한다. 반면 나의 가시 영역을 넓히고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는 자세를 갖는다면 알고 싶은 것들이 나를 각성시킨다. 푸른 용은 한 곳에 머물러 그 몸을 움츠리고 잠을 자는 법이 없다. 끊임없이 세상을 보기 좋게 휘감아 돌 뿐이다. 지식을 갈망하는 욕구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물질적인 관점에서 나는 책상에 앉아 가만히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이 자리, 책상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 항상 정적인 동작을 취하지 않으려는 생각의 모습은 지식인들이 갖춘 생각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분명히 말하고 글로 쓰고 과목을 불문하고 특출난 능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자만하지 않고 생각을 끊임없이 전진시켜야 할 것이다. 생각이 움직일 때 나의 마음이 움직인다. 

2006.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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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귀가를 해서 오늘 토플을 봤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학을 위해서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조금만 더 리딩을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Let bygones be bygones. 후회는 없다.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 돌아와 지금 나는 다시 기숙사 방에 앉아 내일을 준비하고 학교 생활에 다시 적응한다.

  어제 밤 홀로 학교를 나설 때 청량한 학교의 푸른 빛 공기가 나를 적셨다. 약간의 긴장감과 집에 간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면서 나는 학교를 나서 파스퇴르 공장을 지나 굴다리를 넘어 소사휴게소로 갔다. 그곳에 나를 기다리는 강릉->서울행 버스가 많았다.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한 뒤 버스를 탔다. 나트륨의 따뜻한 노오란 불빛이 나의 객수(라고나 할까.. 거창한가?)를 달래 주었다. 잠이 보약이요 진정한 보물 아닌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자 버스는 동서울 톨게이트를 막 지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8시 20분. 출발한 시각은 6시 20분인데.. 두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아주 멀게만 느껴졌는데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나에게 학교에 대한 친근감을 더욱 고조시켜 주어서 좋았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올림픽대로(강변북로인가)에서 반짝이는 테크노마트를 보는 순간 약간 움찔했다. 서울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라는 생각이 느닷없이 떠올랐다. 순간 내가 서울 사람 맞아?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갓 상경한 시골 촌놈이 된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 강변역에서 탄 지하철은 내가 전에 보던 차들과는 다르게 매우 신형이었다. 내안의 지하철 2호선이 조용히 지나고... 라는 가사를 가진 귀엽고 정겨운 이한철의 포크송(제목이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이 생각나는 지하철 2호선이었는데, 어제의 지하철 2호선은 새롭게 단장한 신기술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하루였다. 내가 큼지막한 무궁화 교표와 '각계각층의 지도자양성학교'라는 다소 나에게 부담스런 문장을 달고 있는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타서 그런가? 내일 토플을 봐서 마음이 싱숭생숭한 건가? 헷갈렸다.

  집에 돌아오자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집이란 이래서 좋구나.. 편안하게 정말 재미있는 '인간극장' 을 엄마와 같이 보고 토플 공부를 좀 하고 11시 반에 잤다.

  다음날, 결전의 날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밥을 조금 먹었다. 뇌의 활성화를 위해 가나 초콜렛 빨간색 1000원짜리를 순식간에 먹어치운 나는 곧바로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 있는 테스트 센터로 갔다. 운현궁의 봄이 왔다. 그리고 이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초긴장 모드에 돌입한 채 시험을 치루어야 했다. 이번 토플이 2년 전부터 해서 꼭 5번째인데, 5월부터 iBT로 바뀐다고 해서 이번 시험에 정말 목숨을 걸었다. 시험을 모두 안국에서 본 이유는 이곳의 부드럽고 전통적인 한국의 美가 나의 가슴에 부드럽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안국 운니동 말고도 옛 한양 지역인 광화문, 시청과 종로, 그리고 대학로와 돈암동, 길음동 모두가 나를 편안하게 하는 곳이다.

  테스트 센터에 도착한 시각은 정확히 9시였다.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LC의 첫번째 문제를 듣고 나서.. 심장박동수가 1분에 80에서 LC 문제를 듣고 나서 순식간에 140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LC는 나의 콤플렉스여서 정말 집중해서 들었다. LC를 풀고, Structure를 풀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시간이 더디게 지나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쉬는 시간에 마음을 가다듬고 창덕궁의 안이한 옛 자태를 상상하며 그 다음의 RC를 풀었다. 요번에 RC가 좀 부실해서 아쉽다. 그래도 LC가 팍 늘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

  토플을 그럭저럭 잘 보았다. 저번보다 10점 정도 올랐으니까 만족스럽다. 내 실력을 이 점수에서 제한해버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긋지긋한 토플을 또 보기도 싫은 노릇이다. 즐거운 마음만을 갖고 점수를 종이에 옮겨 적은 뒤 유유히 센터를 나왔다. 센터 누나에게 가나 초콜렛을 선물로 주고 나왔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대학로로 갔다. 친구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서다. 두 명이나 동시에 생일을 맞아서 내가 선물을 두 개 사게 되었다. 남자 친구 선물은 내가 친한 친구들에게 선물 줄때 많이 찾는 바디샵에 가서 샀고, 여자 친구 선물은 원래 바디샵 옆에 Clue에서 사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귀걸이랑 목걸이 규제를 해서 그 선물도 바디샵에서 샀다. 누나 카드로 충전도 하고 현금영수증 처리도 했다.

  시험이 끝나고 나는 완연한 서울의 봄 기운을 느꼈다. 따스한 햇살은 버스 창가에 앉은 나에게 조용히 내려앉아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뿌듯한 하루, 오늘의 이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나는 기숙사 방에 앉아 이 글을 쓴다. 


2006. 3. 9.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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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 체면 차리기에 관심을 쏟았었다. 과거에는 그랬다.
나는 이제 체면 차리는 일을 그만두려 한다. 학생에게 체면이 뭐가 필요할까?
진지해지는 과정은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나는 그냥 고등학생으로서
현재를 최대한 즐기고 숨은 즐거움을 찾아내면 된다.
유머러스하다는 가치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특히 인간관계에서 나는 그 가치의
부드러운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평소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남을 사귀고, 사색은 조용히 혼자서 하더라도
남들과 대화할 때에는 최대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이 모든 것은
나 같은 체면과 진지함에 파묻힌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삶의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오늘 밤 그것을 느꼈다....!!!
 
이제 나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웠다. 나를 바꾸고 유머의 힘을 통찰하는 것이 나의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유머러스한 멋진 남자, 생각만 해도 멋지다 ^^

2006.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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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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