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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삼우 : 선비들이 서재에서 늘 가까이 하던 세 가지 벗. 거문고(瑟), 술(酒), 시(詩).

  학문의 길은 고달프다. 고요한 달밤에 찬바람이 은근히 들이치는 서재 안에서 호롱불 심지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조상들은 공부에 주력했다. 일정한 빠르기의 지루한 글자 반복이 피로감을 주었음은 당연하다. 옛날 선비들도 면학 뒤에는 어김없이 따라붙는 졸음이라는 것에 고생을 많이 했다. 懸頭刺股 현두자고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졸음을 참기 위해 상투를 실로 묶어 천장에 매달고, 넓적다리를 송곳으로 쿡 찌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학문은 쉬이 달성할 수 없다.

  그래서 선비들은 지루함과 피로를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글을 읽다가 종종 거문고를 켜고, 술 몇잔을 들이키며, 시 몇 수를 지어 읊었다. 이 얼마나 고답적인 즐거움의 추구인가. 오늘날 사람들, 심지어 공부하는 사람들조차도 놀 틈만 나면 대학가의 술집에서 친구들과 선배들과 주구장창 놀고, PC방이나 플스방 등에서 폐인의 행색을 취한다. 이 얼마나 저급의 즐거움인가.

  선비들의 세 가지 벗은 그들의 정서와 일맥상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목련 향기가 글 읽기로 지친 마음에 새봄의 활기를 선사하듯 거문고와 술과 시는 선비들의 부드러운 성품에 영합한다. 항상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공부를 하니 그들의 생각은 더욱 깊고 심오하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저술된 철학 서적은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피로로 인해 무너진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그들은 북창삼우를 벗삼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온갖 잡념과 근심, 걱정을 거문고의 선율에 쓸려보내고 술에 녹아내고 시에 토해낸다. 참으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선비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지금 2006년, 선비들의 삶에서 세 세기나 뒤늦은 삶을 영유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공부하는 나에게도 북창삼우는 있는가.

2006.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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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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