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내가 여기 있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끊임없이 다짐하지만 친구들과 비교한다면 나는 한없이 허약하고 무력해 보인다. 하지만 그 뒤쳐진 느낌이 오히려 나를 각성시켜 나를 끊임없는 학문의 pool에 풍덩 빠지게 하기도 한다.

  옛 성어에 진인사대천명 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마친 다음에 비로소 인간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에 대한 확답을 하늘에게 가서 기다린다는 말이다. 이 성어는 나에게 한 가지 생각할 꼬투리를 주었다.

   나중에 9월이 되면 원서도 쓸 것이고, 심층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원서를 보낸 다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심층면접은 별개의 문제다. 나를 능가하는 존재로부터 답을 기다릴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준비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이루어 놓는 것이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에게 주어진 일을 찾아 끊임없이 그 일을 성공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나는 하늘의 명을 기다릴 명분을 갖게 된다. 대학이 하늘에 대응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재 나의 낮은 눈으로 바라본다면 아쉽게도 그러하다. 어떻게 생각한다면 아주 슬픈 일이다. 슬픔을 가슴으로 삼키고 끓는 정열을 이 세상의 많은 재미있는 일 대신 학구열로 승화시킨다면 나는 사람의 일을 다 하고 지친 개처럼 헐떡거리며 나를 초월하는 존재로부터의 답을 기다릴 것이다. 하늘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볼 때, 더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때, 그 때가 와야 나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의 내 모습은 지쳐 쓰러지기 바로 직전의 모습이어야 한다. 능력을 다 소모했음을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정말 바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서 다 하자. 그러면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있는, 뜨거운 침을 흘리며 작열하는 태양 아래 강한 눈초리로 하늘을 응시하는 개의 모습이 얼마 못가 나에게 드러나보일 것이다.

2006. 3. 18.

'Cafe Macchiato > 좋은 시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스포츠댄스 IR  (0) 2008.07.26
北窓三友 북창삼우  (0) 2008.07.26
귀가, 토플  (0) 2008.07.26
나를 바꾸자. 유머러스하고 멋진 남자로  (0) 2008.07.26
오늘.. 우울한 하루  (0) 2008.07.26
Posted by 마키아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