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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글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잘 써서 괜시리 나도 친구들을 꼭 웃게 만들어야겠다는 엉뚱한 중압감이 밀려온다. 보시다시피 나는 글씨를 잘 못 쓴다. 천재는 악필이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아서 못내 아쉬울 뿐이다. ^^

  나는 작년, 아니 재작년 11월부터 네이버의 블로그를 관리해왔다. 요즘 친구들이 많이 하는 싸이월드와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개인적이고, 남의 눈치를 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랄까? 처음에 블로그를 쓸 때에는 나의 깊은 내면을 성찰하고 그 후에 쓰는 정금같은 글들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 있는 좋은 글들을 퍼올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펌' 이 나의 블로그에 어떤 가치를 남겨줄 수 있을까. 그래서 조그마한 글솜씨로나마 나의 글, 나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기보다 더 넓은 범위로 나는 블로그를 정의하고 싶다.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면 시도 쓸 수 있고,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있을 때에는 그 음악을 등록할 수도 있다. 벌써 블로그 방문자가 3만명을 돌파했고 지금도 하루에 100명씩 꾸준히 내 블로그를 찾아준다.

  얼마 전에 연세대 입시설명회를 했다. 내가 지금 이 런닝 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대입 때문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느끼고 즐겨야 마땅한 것들을 희생하며 달리기에 집중하는 나는 인생의 '봄날' 을 주마간산격으로 보내는 것만 같다. 그래도 어떻게 생각을 전환해보면 공부하는 삶, 조용히 사색하며 진정한 학구열에 몸을 던지는 삶도 폼나고 가치있다. 내가 이 학교에 들어온 이상, 쪼잔하게 석차백분율 따지지 않으면서 정말로 폼나게 인생을 즐기며 공부와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즈음 나는 그동안 내 자신에게 가져왔던 의문인 '나는 소심한가?' 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제 나는 소심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을 갖고 살아간다. 좋은 현상이다. 스스로 이제 나는 내가 더이상 소심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심한 일은 그 결심이 확고하든 그렇지 않든 일단 해놓고 본다는 것이 내 인생의 영역을 아주 많이 넓혀준다. 그동안 나는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후의 문제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인생은 끊임없는 고민으로 최상의 결정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삐걱거림을 지혜롭게 해결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이 완벽을 추구하면 잘 웃지 않고, 주위에 사람이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애정을 바랄 가치도 없다. 난관을 만나고 그것을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극복할 때 그때야 비로소 피어나는 함박웃음, 이 웃음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다. 얼마 전 우중충한 주말에 본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이 함박웃음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사랑하는 인문반 친구들아. 내가 평소에 말도 잘 안 하고 장난도 잘 못 치지만, 난 나설 때엔 나서고 물러날 땐 물러나는 사람이라는 것과 절대 혼자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올해에 모두 각자의 소명을 다하여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 '함박웃음' 을 짓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2006년 4월 6일의 문턱을 넘었을 때 이동욱은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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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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