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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폴더 안의 파일 관리법


 파일을 관리하고 저장하는 곳은 세 곳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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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디스크: 가장 액세스가 쉽다는 점에서 자주 열어보아야 하고 자주 수정과 갱신을 하는 파일들을 저장할 때 사용합니다. 그러나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하드디스크 안의 내용은 안전하지 못하며, 그래서 정기적인 백업이 필요합니다.
- 외장하드: 액세스는 하드디스크만큼 쉽지는 않지만 하드디스크의 역할을 보조해줄 수 있습니다. 외장하드 내 폴더 또한 자주 수정과 갱신을 하는 파일들을 저장할 때 사용합니다.
- 백업 파일: 정기적으로 유저 폴더 안의 파일 전체를 저장해 놓아 하드디스크의 내용이 손실되었을 때 가장 최근 지점의 위치로 파일들을 복원해 주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파일에는 중요도가 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계획을 세울 때 각 일에 대한 중요도가 A,B,C로 나뉘는 것처럼 파일 또한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중요도라는 요소를 낳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중요도에 초점을 맞추어 파일을 저장하고 복사하고 업로드하고 백업하는 여러 가지 전략을 만들어 평소에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 습관적으로 그 전략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길들여져야 할 것입니다.


1. 문서


(1) 이미 다 끝난 얘기들
 문서 중 이미 수정과 갱신이 필요없고 완료된 문서는 곧바로 CD나 DVD로 굽는 것을 추천합니다. 작성이 완료되었으나 가지고는 있어야 하는데 이를 문서 폴더에 저장해놓는다면 불필요한 용량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 문서를 열어볼 일도 거의 없어서 하드 디스크에 저장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경우 이러한 문서들은 하나의 폴더에 담아 외장하드의 임시 폴더에 담아놓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임시 폴더의 이름을 "Burn"으로 합니다. 그리고 추후에 DVD-R이 가득 찰 정도의 용량인 4GB 정도가 되면 이 폴더에 모인 문서들을 한꺼번에 DVD로 굽습니다.
 또한 요즘은 개인 블로그, 내게 쓴 메일, 웹하드 등 인터넷 상에 자료를 올려놓고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특별히 중요도가 높지 않거나 혹은 자주 열어보지 않는 문서라면 DVD로 굽는 방법 외에 인터넷으로 업로드하고 하드디스크에서는 삭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드디스크에 어떤 파일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구분하는 눈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2) 지워지면 큰일나는, 한창 작업중인 파일들
 때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문서 중 매우 자주 수정과 갱신을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파일들은 최소한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열어서 내용을 덧붙이고 수정하여 다시 저장하고, 또한 많이 손때를 묻힌 만큼 자주 열어보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수정의 여지를 남겨놓아야 하기 때문에 죽어 있는 공간인 DVD로 구울 수는 없으며, 따라서 이러한 파일들은 언제나 살아 있는 공간인 하드디스크에 담아놓아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이러한 파일들은 파일의 폴더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파일로서 중요성을 갖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폴더별로 한꺼번에 얼리는 노턴 고스트와 같은 백업 프로그램으로도 이런 파일들을 저장하기에는 어색한 기분이 듭니다. 백업한 지 이틀도 안 돼서 그 파일 하나를 다시 새로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백업을 왜 했나 싶은 기분도 들지요.
 이럴 때엔 이틀에 한 번 정도는 기분 좋게 연결해줄 수 있는 외장하드를 이용해보세요. 그리고 내 문서 안의 한창 작업중인 파일들을 하나의 폴더로 묶어놓고 그 폴더와 외장하드 안에 만들어놓은 폴더에 대해 이틀에 한 번 정도 synchronization을 실행하세요. 주기적인 싱크가 귀찮다면 파일을 수정하고 갱신할 때마다 외장하드를 연결하여 싱크를 실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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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Allway Sync의 Synchronize 작업창>

 Allway Sync라는 프로그램은 원본 폴더와 대상 폴더를 설정하여 그 두 폴더 간 파일 교환이 쌍방향으로 혹은 일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여 싱크를 진행해 줍니다. 한창 작업중인 파일들을 외장하드 폴더에 싱크할 때에는 원본 폴더(내 문서 폴더 안의 작업중인 파일만 모아놓은 작은 용량의 폴더)에서 대상 폴더로 일방향 싱크를 해야 갱신된 내용이 외장하드 폴더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한창 작업중인 파일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장기간에 걸쳐 완성하는 Finale, Cubase, Guitar Pro 등의 악보/스튜디오 파일
 - 어쩌면 평생에 걸쳐 계속 추가해 나갈지도 모르는 아이디어 노트, 리서치 자료 (특히 공모전과 같은 중요한 일을 준비하기 위한 파일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한창 작업중인 파일이란 파일의 내용을 자주 수정하고 갱신하는 파일을 일컫습니다. 자주 새로운 파일을 안에 생성하는 폴더는 한창 작업중이라는 (2) 카테고리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폴더의 파일들은 자주 수정하고 갱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체 문서의 70%가 이런 종류의 폴더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고, 이러한 폴더는 아래에서 이야기할 (4)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3) 생겼다 없어졌다, 변화무쌍한 폴더
 저의 경우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그림이나 글 자료는 문서 폴더 안에 따로 폴더를 만들어 저장해 놓습니다. 여기에 저장된 파일은 시간이 가면서 그 개수가 늘어났다가 때로는 줄어들었다가 그 후 다시 늘어나는 등 삭제와 생성을 반복합니다. 포스트를 쓰기 위해 그림 자료를 저장했는데 이게 너무 마음에 들어 소장하고 싶을 정도가 되면 가지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포스팅 후 다시 지웁니다. 이런 종류의 자료들은 (2) 문서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집니다. (사실 어느날 이 폴더가 날아가버린다 해도 울며 땅을 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흐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창 작업중인 파일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자주 폴더 내의 변화를 적용하되 파일의 삭제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기능이 Allway Sync에도 있는데요, 일방향 싱크를 하여 삭제가 반영되도록 하면 대상 폴더에 있는 파일이 원본 폴더에서는 없는 경우 대상 폴더에서 그 파일들을 모조리 삭제해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무쌍한 폴더는 영구적으로 저장할 가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백업을 실행할 때 이 폴더를 제외하고 백업할 수 있다면 그리 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합리적일 것입니다. 폴더의 용량은 커진다면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폴더를 자주 열어보게 되니까요.


(4)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할 소중한 자료들
 대부분의 문서는 이러한 종류의 문서로, 자주 수정과 갱신을 한다기보다는 완성된 파일들을 누적 하고 추후에 자주 열어보는 파일과 폴더에 해당합니다. 많은 백업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문서를 시스템 드라이브의 파일과 폴더와는 따로 분류하여 정기적으로 백업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Norton Ghost 14를 비롯한 프로그램이 이러한 문서 백업을 수행하며, 3개월(분기)에 한 번 정도 백업을 해주면 안전하게 자료들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파일들은 백업을 했기 때문에 복원을 하면 하드디스크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Norton Ghost의 경우 두 번째 이상부터는 백업을 할 때 파일의 증분(increment. 새로 만들어진 파일들)만큼만 백업을 하므로 상당한 용량을 절약하게 되며, 보통 세 번째 백업이 끝나고 네 번째 백업부터는 이전의 세 백업 파일이 없어지고 새로운 전체 유저 폴더 백업을 실시하게 됩니다.
 백업을 하는 파일들 중에는 (2)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한창 작업중인 파일들도 포함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일들은 가장 중요도가 높고 자주 백업을 해야 하는 파일들이기 때문에 따로 외장하드에 백업 파일이 아닌 단순한 복사본으로 저장하는 것이구요, 그에 따라 외장하드에 복사와 백업 파일로 저장이라는 이중의 작업이 수행되어도 그것을 큰 용량 낭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냥 그러한 파일들은 특별관리를 받는다 생각하시고 기분 좋게 이중으로 저장하도록 놓아 두세요.


2. 사진 및 비디오
 일상 생활이나 여행 등의 사건의 결과로 남긴 사진과 비디오는 문서와는 달리 절대로 각각의 파일별로 수정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한글, PowerPoint, Guitar Pro로 만드는 파일과의 차이점입니다. 멀티미디어와 단순 문서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 문서는 수정과 갱신이 매우 쉽고, 그래서인지 그러한 일들이 자주 요구되니까요. 아무튼 모든 사진과 비디오는 문서와는 달리 때가 되면 DVD로 굽게 되어 있습니다. 외장하드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사진과 비디오를 외장하드에 저장해 두었다가 문서와 같이 일정 용량이 차면 한꺼번에 DVD로 굽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자주 들추어보는 기분 좋은 사진과 비디오만 유저 폴더 안에 가져다 놓으면 됩니다.


3. 음악
 음악은 가지면 또 가지고 싶은 욕망 덩어리입니다. 음악을 일종의 부전공과도 같이 여기며 지고의 취미로 삼고 있는 저로서는 더욱 그러하죠. 하지만 우리가 씨디 살 돈이 언제나 부족하듯이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언제나 부족합니다. 우리는 따라서 여기서도 재테크, e-테크처럼 바이트테크(byte-tech)를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음악의 특성을 살펴보자면 음악은 사진이나 비디오와는 다르게 모든 음악이 한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플레이리스트도 만들고 기분에 따라 음악도 바꾸어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저는 mp3 파일들을 음악으로 지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로 듣는 음악은 전체 가지고 있는 음악의 60% 정도일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음악 100%를 외장하드에 저장해 놓고 우리가 주로 듣는 음악 60%를 그때그때 하드디스크로 복사해 놓으면 용량을 최적화하면서 최대의 효율을 누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새로운 음악을 다운받아 '음악' 폴더에 집어넣은 다음에 어느날 문득 최근에 새로 받은 음악들만 외장하드의 창고에 갱신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번 우리의 친구 Allway Sync를 활용해보세요. 일방향 싱크로 하여 수정과 추가만 할 수 있도록 설정을 해주고 싱크를 진행하면 음량 등의 문제로 약간의 수정을 가한 파일과 새로 다운받은 파일만 창고로 넘어갑니다. 물론 이전의 파일은 새로 수정된 파일로 대체되고, 새로 다운받은 파일은 외장하드에 새로 만들어집니다.


4. 그 외 - 즐겨찾기
 과연 문서, 사진, 비디오, 음악만 잘 관리하면 될까요? 우리가 백업과 저장에 신경써야 할 파일 종류가 이것들 뿐일까요? 제 생각에는 '즐겨찾기'폴더 또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는 웹2.0이 도래한 첨단 네트워크 시대이고, 라즐로 바라바시 교수가 말했듯 소수의 허브가 다수의 작은 사이트들에 우위를 차지하면서 각 사람들과 사이트 간의 링크가 이루어지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자신과 연결된 많은 링크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자료는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예전에도 매우 중요하긴 했지만 지금의 사회가 통합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허브화(hub化)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또한 즐겨찾기 폴더 안에 넣어놓은 사이트 링크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할지를 깨달을 수 있고 그에 따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은, 즐겨찾기도 문서와 같이 백업해달라는 것입니다. 소중한 자료 파일 하나보다 소중한 링크 하나가 몇천 배는 더 값진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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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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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할 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말과 글에 대한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이나 음악에 대한 기억이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예전에 들었던 음악이나 예전에 보았던 그림을 회상하는 것보다 열 배는 힘들다.  옛날에 수능 공부할 때에도 언어가 제일 낮게 나왔고,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길게 말하는 것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말이나 글과 같이 한 줄씩 쭉 뽑아내는 듯이 기억하지 않고 무언가를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기억해내는 매체에 대해서는 아주 또렷이 머리에 그려낸다. 생각해보니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생각해낼 수 있게 해주는 매체에는 지도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 그리고 한꺼번에 정보를 인출하기 쉬운 지도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적어도 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을 생각해낼 때 지도를 기억해내는 것처럼 함으로써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남자들도 지도와 같은 자료는 금방 다 외워서 나중에는 지도 없이도 장소를 곧잘 찾아간다. 결국 책과 지도를 인식하는 과정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알아본다면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읽은 책의 내용을 더욱 쉽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을 기억하고 인출하는 방법 중에 '영상기억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모든 내용을 비디오와 그림으로 환원시켜 우리의 감각 중 가장 발달한 시각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실제 나도 대학교 시험을 치를 때 이 방법을 사용한다. 자료들을 3번 정도 반복해서 읽으면서 각 페이지를 눈이라는 DSLR을 통해 고화질로 한 장씩 저장해 놓은 뒤 시험 시간에는 머릿속의 사진들을 고속 인쇄기를 통해 바로 출력해내어 내 눈앞에 펼쳐 놓고 그 상상의 출력된 사진을 보고 답안을 적어나간다. 물론 프린터에 고장이 나 출력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이런 느낌으로 텍스트 자료를 영상으로 만들어 학습하면 매우 좋은 효과를 얻는 것 같다.


  내가 텍스트와 사진에 비유하여 영상기억법을 소개했지만 이러한 방법은 단순히 텍스트가 인쇄된 페이지(어떻게 보면 이것이 영상이다) 자체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지도'는 그러한 '페이지 자체'와는 다르다. 지도는 텍스트를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제 더 알아보아야 할 것은 텍스트를 영상으로 환원하는 구체적인 인식론이며, 이를 위한 기본적인 단계로 책과 지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사실 글보다 재미있는 것이 그림이고 영상이고 지도다. 무언가를 정말로 잊어버리지 않고 장기기억 속에 꽁꽁 동여매려면 재미있는 결과물'만' 가지고 학습을 해야 되는 것 같으며, 그래서 그냥 글보다는 그 글을 뒷받침해주는 여러 멀티미디어 자료를 함께 보면서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텍스트는 가장 상위의 매체이며, 텍스트에 딸린 하위 매체로 그림과 소리와 비디오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는 텍스트를 변환한 결과물이며 하위 매체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인터넷으로 말하자면 멀티미디어에 하이퍼링크가 걸려있는) 결과물이다. 또한 지도는 학습자가 실제로 학습한 내용을 집행(기본적인 말하기, 쓰기, 그 외에도 영상 제작, 작곡, 이미지 편집,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등)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되는 매체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그림과 비디오를 많이 보았다 할지라도 나중에 그것들을 기억해내지 못하면 그러한 학습에 소모한 시간은 모두 쓸모 없이 날아가버린다. 특히 인문계열인 사람들이 이를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문과는 계속해서 지도를 그려나가야 하고, 계속해서 지식을 표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li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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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 말하기/쓰기

- 목차

- Chapter

- Clause

- 내용


- 키워드
- 핵심 논지

- detail의 정도(이 책을 개략적으로 훑고 넘어갈 것인가, 완전히 정독하여 모든 내용을 숙지할 것인가)





지도c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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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그리기 (백지도 완성)

- 지도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리를 파악하기

- 지역간 경계선

- 시 이름

- 지역 이름

- 지도에는 나타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그 지역 속의 수많은 건물과 자연물 그리고 지형에 관한 모든 지리의 내용

- landmark

- 여행 일정/노선 (itinerary)

- 축척




<사진 출처: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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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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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늘어진 모습


Salvador Dalí. (Spanish, 1904-1989).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Oil on canvas, 9 1/2 x 13" (24.1 x 33 cm). Given anonymously. © 2008 Salvador Dalí, Gala-Salvador Dalí Foundatio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출처: MoMA)



  공부를 하다가 몸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축 늘어지고 호흡이 불편해지면서 두 눈이 사르르 감길 때 나는 언제나 이를 나의 컨디션 탓으로 돌렸다. 전날 몇일 간의 계속된 피로가 쌓였고 운동을 게을리 해서, 혹은 밥을 잘 못 먹어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행적이나 과정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결과로 나타난 컨디션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불만했다.

  이는 운명에 순응하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자기가 평소에 피로가 쌓일 것 같으면 적극적인 요령과 처방을 통해 건강한 내일을 위해 피로를 풀었어야 했다. 혹은 지금 내가 조금 졸리거나 의자에 앉았을 때 자세 유지가 안 될 때 그러한 컨디션을 그냥 받아들이고 평소와 같이 기분 좋게 행동할 수 있어야 했다.

  자신에게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보여주는 사람은 자기가 의도하고자 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자신의 컨디션을 따지지 않는다. 컨디션 운운하는 사람은 분명 자아가 불안을 느꼈을 때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처럼 자기의 잘못을 실재하지 않는 무언가에게 돌려버리는 사람이다. 물론 모든 방어기제는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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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우리의 책상, 그리고 우리의 시간

 나와 같은 20대 소년 소녀 대학생들은 끊임없이 기존에 자기가 몸담고 있던 곳에서 과감히 벗어나고 지독하게 듣고 들었던 '창의'와 '도전'과 '혁신'을 땀과 눈물을 짜내며 계속해 나가야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삶의 많은 부분을 헌신하고 있는 곳은 바로 책상 앞이 아닐까 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인생의 1/3은 잠으로 보낸다고 해야 맞지만 우리의 마음의 고향은 역시 편안하고 정겹고 그래서 때로는 잠도 잘 오는 낡은 책상 앞이다.  (개별 사진 출처: Flickr)

 그리고 한번 내 방 책상에 앉으면 1시간 정도 있다 이내 졸려서 즐겁게 싸이월드나 블로그를 뒤적거리다 잠에 들 날도 있지만, 어떤 날에는 정말 올바르고 자발적인 마음으로 몇 시간에 걸쳐 나를 위한 공부를 하고 싶기도 한다. 그중에는 가끔씩 정말 머리가 잘 돌아가거나 혹은 책에 몰입하기가 너무나도 쉽거나, 공부하는 게 유달리 재미있게 느껴져서 그에 따른 흥분에 취해 서너 시간 동안이나 지치지 않고 책에만 몰두할 때도 있다. 이런 경험은 천재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충분히 가져본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책상에 앉은 지 얼마 정도 지나면 눈앞의 컴퓨터 화면에서 드넓게 펼쳐진 정보의 바다가 나를 유혹하거나, 마루에서 TV를 보시는 엄마, 아빠, 오빠, 언니가 침묵의 추파를 던지는 식으로 (같이 보자~)이내 자리를 떠 애써 모아놓은 주의와 집중을 마치 검은 콩을 실수로 바닥에 좌르르 쏟아내듯 흩뜨리곤 한다. 마룻바닥 깊숙히 들어간 검은 콩은 주워담기도 힘들다.

 집중은 주변 환경이 조금만 움직여도 깨져버리고, 따라서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중을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박수를 보내야 할 천재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어서 참 고민이다. 특히나 나는 도서관이나 조용한 로비보다는 내 방에 있기를 좋아하는데 이 세상은 나만 사는 곳이 아니라 끊임없이 책상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20대 80 법칙

 이탈리아의 유명한 신고전주의 경제학자 빌프레드 파레토가 소득 불균형의 20대 80 법칙을 주장하였으나, 이는 비단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영계의 담론을 거쳐 모든 종류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적어도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모든 영역에서는 이러한 20대 80의 법칙이 인간의 불완전성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작동하는 듯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책상 앞에서의 20대 80 법칙'도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실천하지 못하는 인간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변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도서관에서 자신을 환경적으로 고립시켜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이들은 다른 지역 사람 얘기같이 낯설게 들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자취방에 있는 이들은 언제나 복잡다단하고 예상할 수 없이 변하는 주변 상황에 마음이 홀려 공부를 하다가 금방 다른 일을 했다 이내 다시 의자 앞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즉 몇 시간 계획을 해 놓고 '오늘은 오후 내내 4시간 동안 여기 앉아서 책 어디서 어디까지 보겠다' 라고 마음을 먹었어도, 정작 그 책을 열심히 몰입해서 읽어보는 시간은 4시간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800미터 달리기에서 전력 질주를 하는 시간, 한 곡의 재즈에서 후련한 드럼 솔로를 내지르는 시간, 혼자 있는 오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라 생각을 휘갈겨 적는 시간, 하룻밤의 사랑에서 절정에 이르는 시간(나는 아직 경험은 없다만), 협상 테이블 맞은 편 상대에게 숨막힐 듯한 제안으로 비수를 꽂는 시간, 그리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책을 제대로 보는 시간, 모두가 전체를 아우르는 시간의 20%도 못 되는 시간이다.


우리는 나머지 80%의 시간에는 도대체 무얼 하는가?

 이런 질문을 가져본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괜히 우쭐해지기도 하고 왜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냐며 건강한 자아를 의심하기도 한다. 서너 시간 책상에 앉아있노라 계획한 그 시간 동안 내가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소나무처럼 온전히 꿋꿋하게 앉아 있지 않고 분명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딘가를 막 돌아다녔던 게 분명하다면, 돌아다닌 시간이 얼마이며 그동안 나는 무얼 했는가에 대해 아주 정밀하게 기록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자기관리에 관심이 없는 낙천적인 사람은 쉬엄쉬엄 하는 스타일이 더 맞기도 하여 이런 일의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 장시간 책상에 앉아 있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분명히 중간에 목이 마르지 않는데도 부엌에 나가 물을 마시고, 물을 마시니 먹고 싶어지기도 하여 바나나나 쥬스나 과자 등을 집어먹기도 하고, 할머니와 함께 집안일을 잠깐 도와드리고, 끝나고 마루를 지나는데 갑자기 눈앞에 TV가 보여 괜히 뉴스 한번 틀어보고, 뉴스가 별거 없으면 노트북을 켜 네이버로 들어간다. 그리고 네이버가 짠. 하고 뜨는 순간 나는 이성을 잃는다. 여기저기 기쁨을 찾아 돌아다니는 눈먼 나그네, 어디 갈 수 있는 사이트가 네이버 뿐인가. 다른 사이트로 가보면 내가 평소에 관심 갖고 있던 자료가 펼쳐지고, 언젠가는 꼭 보아야 하겠다는 진로에 관련한 정보도 들추어 보게 된다. 그럼 또 스크랩 하고... 이 뜻밖의 여행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에 그닥 취미가 붙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외에도 책상 앞에 앉은 나를 유혹하는 환경은 수도 없이 많다. 가장 기본적인 책과 연필만 책상 위에 올려놓은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은 이와 같은 홀림에 빠져 보았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홀림을 철저한 자기 통제로 완벽히 제압하여 장시간 동안 오직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근성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도서관이 아닌 이상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서관이 무조건 내방 책상보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내 책상은 열람실보다 아늑하고 쾌적하며, 다양한 장비와 도서를 펼쳐놓고 작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경우에는 분명 자율적인 활용이 가능한 책상이 좋다.) 하지만 자기 주변의 환경을 통제하고 자신의 행동 패턴을 수정한다면 그러한 홀림은 상당량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딘가에 홀려 계속 돌아다닌 그 80%의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기록하여 나중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고 가장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위치와 한 일이 변할 때마다 그 추이를 간략하게 적어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의 로그(log)와 같이 만드는 것이다. 이는 3시간, 4시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자기의 행동 패턴에 대한 자기 주도적 실험이다. 마치 심리학이나 기타 사회과학 분야의 실험과 같이 변인 통제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로그 작성을 위한 조건>


 1. 책상에 장시간 앉아 무언가를 하도록 계획을 해놓은 상태여야 한다

 2. 최소한 10분마다 의식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 주변에 큰 시계가 있거나, 전자 시계나 핸드폰 등으로 알람이 설정되어 있거나, 중간에 책상에서 빠져나오더라도 시간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일을 하거나, 10분 이상 시간을 볼 수 없는 상태에 놓이지 (예. 시간을 정해놓고 해보는 모의 test) 않는 등. 가장 좋은 방법은 실험 시간 동안 손목시계를 차는 것이다. 꼭 10분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10분+-5분 정도의 간격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20%의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도 시계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시계를 보고 활동을 기록하는 일이 그리 집중을 산만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3. 책상에서 계획해놓은 일 외의 일을 의도하는 순간 로그를 적어야 한다 - 일을 하는 도중 혹은 하고 나서 로그를 적는 것과 병행, 이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4. 타인의 부름이나 강요에 의해 이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이렇게 되면 절대 자신의 시간으로 회복할 수 없는 시간들까지 로그 안에 포함되어 실험의 변인 통제가 훼손된다

5. 장시간 다른 일을 하다 다시 책상에 돌아왔을 경우 바로 이전의 일에 대하여 로그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 다른 일의 소요시간이 너무 길면 안 된다


 이렇게 실험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뒤에 실험을 실시하여 로그를 작성해 보고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로그 작성을 반복해 본다면 자기가 어떤 일 때문에 주의를 흩뜨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후 눈에 띄게 반복해서 나타나는 일은 더이상 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작하고, 집중하는 시간은 더욱 확대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면 이를 한 덩어리로 모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만든다. 아직 나에게도 이 실험같지 않은 실험은 계획 단계에 있다. 하지만 분명 실효성은 있으리라 믿으며, 보완할 부분은 실험의 순조로운 진행 가능성에만 국한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실천에 옮길 기회가 생기면 그때 한 번 해보아야겠다.


희망찬 결론은 산뜻하게

 대학생으로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책상 앞이기 때문에, 나는 내 삶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고 그와 더불어 모두의 삶도 소중하기에 더욱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각박해지는 이 현실을 여러 가지 자기관리 기법을 통해 보다 즐겁고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88만원 세대'같은 이야기는 훗날의 빛나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 정도로 보이리라.

대학생들!!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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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과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해 말하거나 어떤 질문에 대해 답하거나, 혹은 2쪽 정도의 답안지에 논리적으로 생각을 배열하여 쭉 써내려 가는 능력이다. 흔히 말하는 '썰 푸는 능력'이다. 대학 시험을 볼 때에는 이 능력이 4년 내내 필요하고, 한시라도 이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예의주시해야 한다. 하지만 나도 가끔씩 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반성하면서 보다 나은 능력을 위해 어떤 학습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고민한다. 여기서 보다 나은 능력이란 내가 그 내용을 말하거나 쓰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계속 준비한 후에 바로 유창하게 말하고 쓰게 되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시간적·정신적 조건에서든 그 내용을 차근차근 생각해낼 줄 아는 능력이다. 차근차근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말로 풀어쓰는 것은 그냥 하면 된다.

 우리는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 질문을 할 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등 대부분의 수업 시간에 키워드 몇 개에 의존한다. 이것이 바로 speech와 writing이라는 '야간 하이킹'을 도와주는 '야광 막대기'로서의 이정표다. 이는 마치 예전의 우리가 담력훈련을 할 때 깜깜한 산길에 드문드문 놓여있는 야광 막대기를 보고 길을 찾고 걸어가는 원리와 같다. 강의노트에 있는 하나의 키워드, 하나의 이정표, 하나의 야광 막대기는 내가 이만큼의 거리를 아무런 어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에 키워드만 간략하게 써 있어도 그 자리에서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말하는 내가 키워드를 바로 참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 실제 시험이나 면접이나 교수님과의 질의응답에서 그렇게 쉽게 키워드를 참고해볼 수 있겠는가. 우리는 키워드가 쓰여 있는 그 어떠한 종이도 들고 갈 수 없다. 다만 머리 속에서 내용을 끄집어내야 할 뿐.. 몇 시간에 걸쳐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그 내용이 해독할 수 없는 흐름으로 뇌에 기억되어 있다면 다시 끄집어낼 수 없다. 한 권 독서의 결과로 지리산, 설악산만한 등산로를 머리 속에 그려냈지만 야광 막대기가 없으면 그 길의 입구 조차 들어갈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많이 말하는 것보다 조리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야광 막대기 3개만 가지고 여기서 저기까지 가서 찍고 다시 오는 정도의 산책만 해도 충분히 가치 있고 능력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적인 '이정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멋진 말과 글을 생산하기'를 위해서는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리는 우리가 평소에 썼던 그 키워드 종이와 꼭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겉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머리 속의 눈으로는 보이는 종이 쪽지를 100장이고 200장이고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종이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길고 조리있는 말과 글에 어려움이 없게 된다.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0.3초 후에 '아,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느낌이 들어. 자신감이 생기는군! 벌써 머리 속에 3분 분량의 필름 롤이 뽑아져 나왔어. 이제 천천히 영사기를 돌리면서 차근차근 말하기만 하면 되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질문에 대해 이러한 경지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노력을 하면 반드시 이러한 경지를 달성할 수 있다.

 노력이 말이 쉽지 어떻게 하루아침에 되냐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 모든 서술형 시험문제는 정말 문제 내기 귀찮은 교수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에 대해 쓰시오. 논하시오. 이런 것들) 최소한 포괄적인 clue는 제시해 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 따른 서술형 답을 써내려가면 된다. clue의 도움으로 답을 쓰기 위한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쉽기 때문에 나는 그 가이드라인을 좀 더 쉽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보면 된다. 가이드라인 만들기가 쉽다는 말은 연상이 쉽다는 말이다.

 연상 작용이 쉬워지기 위해서는 머리에 떠올리는 내용이 쉽게 조작될 수 있어야 한다. 내용 자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을 머리 속에서 새롭게 조직하거나 구성 따위를 할 능력과 시간 같은 건 없다. 바로바로 그 내용을 조작할 수 있어야 하고 연상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또 다시 '흐름'이 중요하다는 얘긴데, 참 다행스럽게도 이 '흐름'이라는 것이 그리 길 수가 없다. 그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두뇌의 능력이 가진 한계에 근거한다. 즉 누구나 하나의 speech와 writing을 풀어나갈 때 길이는 그리 길지 않으며, 생각할 내용도 그리 많지 않으며, 많은 내용을 풀어내는 것이 요구된다면 이미 누구에게나 여러 개의 speech와 writing을 풀어나갈 기회를 준다. 하나의 아주 긴 흐름은 필요하지 않고 대신 매우 다양한 짧은 흐름이 필요하다.

 따라서 키워드 종이를 만들 때에는 매우 구체적인 주제에 관하여 만들어야 한다. < > 안에 주제나 질문을 써 넣고 < > 아래의 내용을 조금 더 짧게 쓰려 해보라. 흐름을 쪼개는 것이다. 학습이나 암기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있는 것 같다. "쪼개면 쪼갤수록 더 좋다."

 나는 재즈 동아리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데, 관객들 앞에서 드럼을 치면서 리듬 패턴과 솔로를 뽑아내는 느낌은 꼭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음악에도 흐름이라는 것이 있고, 나는 그 흐름을 제대로 탔을 때 멋지고 박수 받을 만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나의 음악도 형편없이 추락하게 된다. 또한 자연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흐름을 한꺼번에 만들어내려는 욕심을 버리면 훨씬 정교한 리듬을 구사해낼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음악 연주의 매력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연주와 말하기와 글쓰기가 결국 하나에서 출발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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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점점 논쟁적인 성격을 갖도록 교육받고 있다. 그리고 비단 학문과 토론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성을 감성보다 우위에 놓기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일이 주어지면 그것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그것의 장점보다 먼저 보게끔 유도당하기 시작했다. 세상은 점점 똑똑한 사람을 요구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갖가지 논쟁적인 설(說)들을 늘어놓는 것이 가장 생산적인 활동이라며 그러한 논쟁이 활성화되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나도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먼저 찾기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해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비판하는 일에 더 익숙해진 21세기의 젊은이 중 하나다.

 나도 그리 좋은 성품을 가지고 대학 생활을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대학교 사람들은 특히나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따지거나 불평부터 먼저 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늘 아침 혹은 어제 나에게 있었던 일에 대한 회상이다. 한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 자기의 어제 일에 대해 늘어놓는다. 자기가 그 일을 통해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그 사람은 자기가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위주로 설명을 한다. 어제 보았던 영화는 별로였어, 어제 수업을 듣는데 너무 지루했어, 그 조교/고학번/복학생은 왜 그리 말이 많니? 우리 교수님 완전 미쳤어. 과제 왕창 내줘. 그래서 지금 피곤해. 아 지금 돈 없어 밥도 아껴 먹어야 돼. 등등의 많은 말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친구들과 실없는 웃음을 지어보며 하는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종류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조금 더 깊이 들어간 것이 논쟁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불만을 느꼈던 그 일 속에 수많은 '마음에 안 드는 일'들이 눈앞에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항상 사람이 마냥 즐겁고,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우고,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운 말만 해줄 수는 없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연예인이고 정치인이지 현실 세계의 대학생이 아니다. 삶에는 당연히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공존하며, 밝은 면을 어두운 면보다 더 많게 끊임없이 비율을 조절해 나가려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다. 하지만 논쟁적인 성격을 가지고 일상생활에서의 대화에서조차 부정적인 상황을 강조하고, 우리 앞에 창조해 놓은 성을 주먹으로 조금씩 허물어뜨리는 삶은 절대로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쟁은 토론 시간에만 하고, 논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성의 힘은 수업 시간에만 발휘하도록 평소에는 잠재적으로 감추어 두어라. 평소에 그 이성과 논리를 써먹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머리가 부식되지는 않는다.

 평소에 대화를 할 때에는 즐거운 면을 먼저 보고, 나의 기쁜 마음을 먼저 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이러한 자세는 수많은 경구 중 하나인 'Look on the bright side.'의 실천 원칙이다. 그리고 밝은 면을 먼저 보기 위해서는 평소에 감정을 이성보다 앞세우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지, 요즘 내가 즐겨듣고 있는 음악과 즐기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어제에 있었던 끝내주는 경험은 무엇이고 그것에서 나는 무엇을 '느꼈는지,'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이나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등의 감정적이고,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말들을 주로 하면서 웃으며 살아야 하겠다. 무표정 혹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어색한 인사를 한 뒤 논리적인 불평을 곧잘 유창하게 시작하는 인간상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은 높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상이다. 물론 나 또한 논쟁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지 말고 조금 더 감정을 앞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성을 감정보다 앞세운 사람으로는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ㅠㅠㅠ 이제는 안 그렇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자. 실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밝은 면이 샘솟을 수 있는 곳을 빨리 찾고 빨리 그곳으로 떠나 정착하자. 그게 나에게 주어진 과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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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로] 새내기들이여, 꾸며라!

 자신 있게 반이나 과 선배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08학번 새내기들을 바라보면서 나와 내 친구들은 '요즘 새내기들은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아' 라며 속으로 흐뭇해한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부각되고 대학생들도 어른 못지않게 백화점과 쇼핑센터를 드나드는 시대가 왔기 때문일까. 80년대의 풋풋한 하얀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는 옛말이고, 이제는 너도 나도 꾸며야 사람들의 눈에 띄고 그래야 사람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시대이다. 나도 멋지게 단장한 후배들을 더 반갑게 맞아준다. 지금의 대학은 긴장감 없이 편안한 동네 잔칫집이 아닌 초긴장 상태의 생중계 토크쇼 장(場)이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평소에도 긴장하고 꾸미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은 흐트러지더라도 편안한 모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신촌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연대생들은 다른 대학생들보다 외모를 가꾸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자신을 꾸미는 주된 통로는 소비다. 친한 친구들과의 술 약속, 홍대의 라이브 공연장과 클럽, 열심히 돈을 모아 떠나는 해외여행, 이러한 모든 행위는 돈을 필요로 한다. 물론 처음부터 멋지게 꾸밀 줄 아는 새내기들도 많겠지만, 새내기의 들뜬 마음으로 소년들은 평소에 안 가보던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고, 소녀들은 미숙한 손놀림으로 파우더를 두드린다.


 하지만 소비만을 중심으로 겉으로 꾸미기에만 열중하다 보면 사람은 자신만의 색깔을 잃는다. 소비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결국 누구나 다 한번쯤은 해 본 것들이 되며, 결국 너와 나는 빛을 잃고 똑같아진다. 자신을 꾸미기 위해 애써 번 돈을 희생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꾸며 놓았기에 결국 꾸며도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외모를 꾸미는 것은 참 좋고 나도 그런 사람을 매우 반기지만, 외모만 꾸며서는 한계에 부딪친다.


 난 아직 부족한 선배이지만 후배들에게 소비로 대표되는 '누구나 하는 일상적인 일들'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무언가를 창조해보는 경험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지금부터 당장 여기서 자신이 온 힘을 쏟을 수 있을 만한 하나의 단체를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애써 번 돈을 순식간에 써버리지 않아도, 윗사람들의 연줄을 타지 않아도 자신만의 창조로 자신을 빛내고 꾸미기를 바란다. 음악 동아리든 연구 단체이든 학생회이든 무엇이든 괜찮다. 수동적인 소비 활동에서 탈피하여 자신을 세상 앞에 내보일 수 있는 기회가 그곳에 무한하게 열려 있다. 고3 티를 벗고 예뻐지고 잘생겨진 당신은 이제 한 차원 높은 '꾸미기'를 시도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으로 만든 아름다움은 남들과 다른 당신만의 매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촌 번화가에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홀로 외로운 군중이 될 때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을 의식하고 나와 그들의 겉모습을 비교해볼 때가 있다. 통학을 해서인지 혼자 번화가를 걷고 지하철을 타면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도 나는 얼마나 아름다워지기 위해 나를 꾸몄는가에 대해 고민해 본다.

 /이동욱(정치외교․07)

2008년 3월 3일
연세춘추 제1581호
'백양로' 칼럼에 싣다
링크

개강호에 글을 싣게 되다니, 나에게는 큰 경험이고 영광이다.
아울러 내 블로그를 찾아와준 연세춘추 05 분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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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를 자연스럽게 디자인하기 위한 갖가지 고민이 나를 감싸돌고 있다. 사람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은 가식이 없이 진실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어내는 것을 말한다. 말하고 싶을 때에 말하고, 일하고 싶을 때에 일하며 놀고 싶을 때에 놀고, 관계를 증진시키고 싶을 때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음가짐을 사람들은 반드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아직 내가 하는 말에 대해 완벽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자연스러움이라는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면 되는 것 같다.


"시작은 급작스러우나, 그 이후는 모두 점진적이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우연히 갑자기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미미한 상태로 일어나는데 비해,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은 절대 급작스럽지 않고 천천히 진행된다. 시작은 급작스러우며 또한 급작스러워야만 한다. 용기를 가지고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그 일은 시작하지 않는다. 시작 이후의 모든 과정이 급작스러우면 일을 망치는데, 그 이유의 대부분은 앞서나가는 욕망이다. 사람들은 프로젝트, 대학의 첫 수업 등과 같이 거시적인 일을 시작할 때에는 매우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그러한 일들과 지금 여기서 말하는 '사건'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사건'은 직업, 성공, 부, 명예, 지식, 물질 등의 항목과 전혀 관련되어 있지 않으면서 오직 감정과 사람 그 자체와만 관련되어 있는 사건을 말한다. 사실 이러한 사건들이 인생에서 더욱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위에서 말한 원칙을 지키지 못한 두 가지의 분야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이성과의 만남이었다. 우선 나는 사람들과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모여 들어가 앉은 다음 말을 먼저 시작하는 것을 매우 두렵게 생각했고 또 매우 못 했다. 원래 화제는 급작스럽게 꺼내는 것이고 따라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꺼낸 화제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면, 사람들의 관심 없음을 눈치채고 난 후에 재빨리 다른 화제로 '급작스럽게'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는 사람들의 무관심을 경계하고 말을 급작스럽게 시작하게 해주는 용기가 부족했다. 그리고 한 번 말을 꺼내기 시작한 후에는 그 이후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점진적으로, 마치 영상이 Crossfade 되듯 옮겨간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급작스럽게 깨려는 습관도 대화의 단절을 부른다. 난 대화의 시작과 진행 이 두 가지 면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부했다. 물론 지금은 무엇이 자연스러운지 잘 안다. 이성과의 만남은 만남의 대부분이 대화라는 점에서 내가 대화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과 같은 실패의 양상을 띠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시작에서도 물론 자연스러움이 필요하지만, 정말로 자연스러움이 중요한 부분은 시작 이후부터다. 한번 흐름을 타면 흐름을 끊지 말고 흐름이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에서의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 흐름이 끊어지면 급작스럽고 미미한 흐름의 초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미미한 상태로 되돌아가면 거대한 상태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분위기를 한껏 잡아놓고 그녀에게 고백을 하려 하는데 옛 여자친구가 갑자기 등장하여 훼방을 놓는다면 그 다음의 고백이 성공하기까지는 한참이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술자리의 대화에서도 각자 조금 풀어지고 감정을 이성보다 앞세운 상태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과거사나 서로에게 갖는 불만사항 등의 이야기는 자리가 시작한 지 몇 시간이 지나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급작스런 충격으로 술자리가 파하면 다음날 아침에 사람들의 모습은 평소의 냉철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200년 묵은 나무가 갑자기 싹둑 잘라지면 1년만에 다시 그 나무가 원래 모습을 회복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자연의 모습이 사람 사는 모습을 닮았다는 사실은 신기하며, 그 사실은 나로 하여금 자연을 돌아보면서 잘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나는 이 말을 매우 좋아한다.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내가 대학에 와서 손에 집었던 일들 중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일들은 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이 창대했다. 재즈동아리의 정기공연도 그렇다. 우연히 백양로의 공연을 보고 마음이 끌려 들어간 동아리에서 나는 처음에는 무대에 설 수 없는 준회원이었다. 빨리 공연이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동아리에 와서 공연을 하기 전에 사람들과 친해지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고, 그 후 내가 정회원으로 동아리에 자리잡은 후부터는 점점 서로가 아이디어를 내놓고 서로 일을 도맡아 함으로써 나중에는 900명이 들어가는 대형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지금 내 동아리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은 작년 3월 초 나의 급작스러운 동아리 가입 신청서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친구들이다. 꽃밭이 미미한 꽃씨 여러 개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사람 사는 모습도 자연이 움직이는 모습과 최대한 닮아 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낳고, 물론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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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사람들은 오직 지금에만 입각해서 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예전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괴롭힘을 당했다. 주위에 친구도 없었고, 내가 마음 붙일 동아리나 클럽도 없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교육이나 훈계를 통해 시킨 일들만 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내 주위에는 나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고, 내 능력껏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물건들이 있고 나는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해주는지 잘 안다. 나는 더이상 강요받지 않는다.' 질문에 대한 이 사람의 대답은 당연 '그렇습니다'일 것이다. 과거에 나쁜 기억이 쌓여 있더라도, 과거의 앙금이 때로 지금의 나에게 찾아와 나를 아프게 하더라도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운 일이라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인생의 목표가 행복 추구라는 생각에 따르자면, 우리는 언제나 현재 자신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동안의 세월을 비추어 보았을 때 내가 평균적으로 얼만큼 행복했는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얼마만큼 행복한가를 돌아보라. 중요한 것은 나의 인생 전체가 아니라 지금이다. 지금 내가 조금 더 나은 행복을 위해 노력할 때, 순간의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서 내 인생 전체의 행복이 계속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를 넘기고 또 하루를 넘기면서 매일 밤 자신이 추가적인 행복을 추구했는가 아니면 불행을 겪었는가를 되짚어보라. 오늘은 기쁜 날, 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날의 개별적인 행복은 양의 값일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한다. 그 후 내가 과거를 기억하는 범위 안의 모든 나날들의 행복에 해당하는 값을 나열해보라. 개별 값, 평균 값, 그리고 누적 값으로 나열한다. 예를 들어 하루에 자기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거나, 하기 싫었던 일을 하지 않으면 한계 행복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상당하다.


  오늘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내가 오늘의 개별적인 행복을 먼저 중요시하는지, 지금까지의 평균적인 행복을 먼저 중요시하는지, 아니면 누적된 행복을 먼저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나의 그날의 기분이 결정된다. 과거의 기억을 계속 상기해 보며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모두 되짚어보는 사람은 평균적인 행복이나 누적된 행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려는 사람은 개별적인 행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나 불행은 평균적인 혹은 누적된 행복이나 불행보다 더 강렬한 감정을 안겨준다. 즉 똑같이 '난 행복해'라고 말한 사람이라도 지금 이 순간의 기쁜 일 덕에 행복한 사람이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한 사람보다 더 강한 감정을 갖는다. 회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는 분명하다.


  행복하다고 내 마음이 판단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그 행복한 감정이 나를 전율시킬 정도로 와닿지 않는다면 마음 속의 판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당장 행복해지는 일들을 찾아야 내가 스스로 보기에도 남들이 보기에도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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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 일을 계획하여 실천하고 그만큼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하는 현대인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역할과 책무로부터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가지 일에 착수한 후 그것에 엄청나게 집중하다가 막상 그 일이 다 끝나고 곧바로 또다른 종류의 일이 그 사람 앞에 다가왔을 때, 그 사람은 이전에 하던 일에서 뭔가 부족한 것은 없었는지, 혹은 이전에 만났던 사람에게 오해의 소지를 던져주지는 않았는지와 같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한 고민은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러한 부조화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한 가지 일만 줄기차게 하여 아무런 걱정 없이 즐겁게 그 일만 할 수 없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마음가짐과 생각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과거에는 오늘날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만큼 시공간의 제약이 있었고, 그에 따라 한 사람은 어떤 특정한 하나의 일만 했고 하나의 주된 관심사만 가지고 있었다. 중세시대 유럽의 알자스 지방에서 포도 농사를 하는 농부, 서울의 변두리 골목에서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이발소 아저씨와 같은 사람들은 몇십 년 간 그 자리에 머물러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왔다. 물론 그들에게도 부업, 또다른 취미, 그들의 집을 찾아오는 외부인, 자주 다른 곳으로 옮겨다녀야만 하는 직업적 특성 등이 존재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그들에게 많이 주어져 있다면 그들은 훨씬 다양한 일과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현대인에 비하면 일과 책무의 다양성 면에서 매우 뒤처진다.


  지금의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은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다양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것처럼 간주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어뜨려서 누구나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항상 즐거운 것일까. 만약 400년 전과 같이 마을 중심으로 삶의 영역과 일터 그리고 공동체가 제한되어 있었다면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멀리 왔다갔다하며 다양한 일에 머리를 싸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다양한 일을 떠안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실제로도 다양한 일을 떠안는다. 대학생은 영어 실력을 쌓고 제2외국어도 공부하고 반이나 과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강남, 신촌 등지로 지하철을 타며 먼 거리를 다녀야 하고 틈이 나면 과외도 해야 하며 이성 친구도 챙겨주어야 한다. 이렇게 여기저기를 왔다갔다하며 24시간, 낮과 밤의 개념조차 모호하게 만들어 삶을 채워가다보면 갑자기 병에 걸릴 때도 있다. 다양한 일을 떠안을 수 있는 가능성과 다양한 일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불행과 스트레스를 낳지만, 후자는 그와 반대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후자보다 전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현대인은 여러 가지 일을 선택하고 그 일에 집중해야 하지만 누구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망각이다. 하나의 일이 끝나면 더이상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강한 의지, 혹은 지금 하고 있지 않은 다른 일이 신경쓰일 때 그것에 대한 신경을 과감하게 없앨 수 있는 강한 의지가 망각의 힘이다. 불필요한 고민을 달고 사는 사람은 망각의 힘이 약한 사람이고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 A에 집중하고 있는데 B를 망각하지 못한다면 A와 B의 부조화가 스트레스를 부른다. 잠을 잘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숙면을 위해 하루에 겪은 모든 일 (즐거운 일과 불행한 일에 상관없이) 들을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어야 한다. 침대 위에서 망각을 못하는 사람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힘겨운 다음날 아침을 맞이한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우리가 맡은 '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 '상태'도 있다. 밤샘 작업으로 무리하여 편도선이 부으면 2~3일간 식사를 할 때마다 편도선에 신경이 쓰인다. 멀티태스킹이 효율성을 높이므로 일하는 사람에게 미덕으로 간주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 대부분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하나의 일이 많은 고민의 여지를 남길 경우 스트레스는 더 커진다.


  하고 있는 일, 책임을 맡은 일이 너무나 다양하고 많아서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 망각하는 선택·집중·망각의 정신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불만은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에게는 당연하다. 일을 하다보면 당연히 하루 종일 지속되는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자신이 실제로 하는 일의 양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정신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정신력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완성된다. 다양한 일을 하려고만 하지 말고 하나의 사소한 동작에도 주의를 기울여 집중하고 충분한 힘을 써서 일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간다면 망각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어차피 여러 가지 일을 해야만 하는 환경에 있다면 그 환경을 거부하려 하지 말고 그것에 가장 건강한 형태로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매 순간마다 자신이 선택과 집중과 망각의 3단계 정신작용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가 점검해보는 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일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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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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