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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밖에 나가서 운동하는 일은 나에게는 그리 행복하지 않은 일이었다. 바람은 불고 그렇다고 두꺼운 파카를 뒤집어쓰고 운동장을 달리거나 산책길을 뛰어갈 수는 없었다. 특히 아침 기온은 너무 차가웠고 해는 빨리 졌다. 많은 의학 자료들은 사람의 수면 패턴이 여름에서 겨울로 갈수록 더욱 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으로 바뀌어간다고 했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겨울에 사람이 운동을 덜 하고 실내에서 따뜻한 난로를 쬐며 책을 읽다 스르르 잠드는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안일한 선입견은 나로 하여금 겨울에는 더 따뜻한 난로를 찾게 하였고 바깥 바람을 최대한 피하게 했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고(나는 안 피지만) 책을 많이 읽는 학자의 모습, 따뜻한 카페 안에는 사람들이 많고 바깥에는 눈이 내리는 풍경, 나는 겨울에는 이런 모습을 동경하고 추구했다. 헬스클럽에 나올 듯한 음악을 크게 들으며 밖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씽씽 타고 다니는 영상은 내가 생각한 겨울에는 어울리지 않았으며, 난로를 켜고 두꺼운 니트를 입고 잠을 많이 자는 영상만이 떠올랐다. 니체, 사르트르, 베버, 그 외에 많은 작가와 학자들은 일년 내내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왔을 것이다라고 추측하며 그 사람들을 동경하는 나로 하여금 편안함을 추구하고 비활동적인 습관에 젖어들게 내버려두었다. 사실 만날 책만 읽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은 옛날의 학자나 수도사들도 맑은 날에는 밖에 나가 많이 일하고 운동을 했는데, 그 사실을 간과해버려서 결국에는 나의 건강을 악화시킨 것이다. 옛날에는 직접 힘을 써서 기계를 움직였고 지금처럼 자동화된 시스템이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농부든 학자든 직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적당한 운동량을 의도하지 않고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깨끗했는가. 1800년대의 학자와 지금의 대학생이 똑같이 공부하지만 공부 위주의 삶이 초래하는 건강상의 결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선입견이란 참 무섭다. 겨울에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혹은 이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거나 혹은 멋있다라는 생각이 나의 활기찬 모습을 희미하게 하고 건강을 악화시킨다. 자신의 모습을 한가지로 규정해버리면 삶은 점점 극단을 향해 나아가고, 그에 따라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성품이 나빠지거나 하는 등 어떤 문제가 반드시 생긴다. 따라서 겨울에도 여름처럼 운동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극단적인 삶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생각인 것이다.

  올해 겨울이 유난히도 따뜻해서일까, 나는 어느 순간 화창한 겨울날 비록 아침에는 매서운 찬바람이 그대로 불어올지라도 오전 11시쯤 되면 기온이 영상 4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조깅하기 참 좋은 날씨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냥 막연하게 '겨울에는 운동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해야지' 라고 생각해놓으면 운동을 하려는 첫날 매서운 찬바람을 느낀 순간 바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런데 '겨울의 햇살이 많은 날이면 오전 11시 쯤부터 공원에서 조깅을 하자' 라고 생각해놓으면 기분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뛸 수 있다. 어떤 일을 즐겁게 하려면 그 일을 시작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거나 혹은 그 환경이 조성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바깥에서도 지내고 실내에서도 지내는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 환경을 잘 이해해 놓으면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이 하는 일을 계획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일을 성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일을 하는 동안 얻는 즐거움 또한 커진다. 나는 올 겨울에는 날씨가 추우면 평소처럼 실내에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순간 밖으로 나가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활기 없는 몸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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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8.


  누구나 무미건조한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 일생동안 한 사람에게 끊임없이 행복을 주는 것이 나 스스로 세우는 목표 중 가장 지고의 것이라면, 우리는 그 행복을 얻기 위해 불행을 피하고 단순한 일상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욕망의 성취와 다른 사람들과의 사랑의 나눔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언제나 행복한 삶의 궤도에 진입하기 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행복을 위해 미리부터 고정된 옷과 음식과 집 안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은 참 어리석다. 기존에 자신이 경험하고 마음껏 조종할 수 있는 삶의 영역 속에만 갇혀 있든, 새로운 것을 향한 떨림으로 행복의 달콤함을 어렵게 조금씩 맛보아가는 새로운 삶의 영역으로 나아가든 그 사람이 당할지도 모르는 불행은 비슷하다. 하지만 감동과 기쁨으로 압축될 수 있는 그 느낌의 정도는 두 영역 사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인생에는 떨림이 있어야 한다. 이 떨림은 나에게 덮쳐올 가능성이 농후한 불행을 향한 무성의한 질주 속의 과정이 아니다. 이는 내가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감동과 기쁨을 향한 가벼운 발걸음 속의 과정이다. 안전과 위험 회피를 강하게 전제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사람의 자유에 달렸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스릴 그리고 그에 따라가는 희열은 위험을 당할 가능성이 없는 때에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인생 속에 떨림의 순간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


  떨림을 가장 강하게 얻을 수 있는 순간은 역시나 '새로운' 혹은 '첫 번째'라는 말로 시작하는 순간일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캠퍼스에서의 첫 수업, 나를 알아간 후 내놓은 나의 새로운 스타일, 더 높은 점수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시험, 늦은 밤 가로등 아래에서의 첫 번째 키스, 사람들 앞에서의 첫 번째 공연,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을 맞아들이는 순간 등 모두가 나에게 기분 좋은 떨림을 선사해 준다. 새롭거나 처음 시도하는 일은 익숙하지가 않고 주변의 환경도 낯설다. 내가 그 일 혹은 그 환경에 몸을 담기 전에 미리 그것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상된 모습이 아닌 현실을 직시한 후에는 자신이 처한 그 순간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고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 오직 그 순간은 나에게 떨림을 가져다줄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순간을 추억하며 감동과 기쁨에 휩싸인다.


  2008년 새해에는 수많은 떨림 속에서 살아야겠다. 두근거리는 긴장감, 황홀한 순간, 그리고 행복한 추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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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이해관계가 배제된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상대방이 나의 예상보다 계산적이어서 손해를 보는 때보다 상대방이 나의 예상보다 단순해서 손해를 보는 때가 더 많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와 대학교 친구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그들과 만나서 하는 일들과 그들과 보낸 시간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나는 친구들이 계산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가 결국 무리 중에서 나 혼자 약삭빠른 게 티가 난 적이 많았다.

  누구나 계산적으로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계산적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만나는 모임과 그렇지 않은 모임을 구분할 줄 알고, 이해관계가 없는 모임과 있는 모임을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첫 번째 부류의 모임에서는 정말 멍청할 정도로 말하고 행동하며 좋아한다. 웃음과 유머를 갈망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가 와서일까, 사람들은 최대한 계산하지 않고 머리를 비워서 오직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서로를 즐겁게 해준다. 모임에서 사람들은 단순하다.


  반이나 동아리에서 술을 마시러 갔을 때 나는 끝까지 모임이 수그러드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몇 번 없다. 집이 멀어서 막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집에 일찍 들어오기 위한 갖가지 말들을 생각해내곤 했고, 그와 더불어 주위에 나와 맞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가까이 갈 수 있고 나와 안 맞는 친구들과 어떻게 자리를 띄워 앉을 수 있는지를 마구 연구하곤 했다. 내 눈 앞에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속으로 계산을 하고, 그들이 몇 잔 마신 얼굴로도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판단 때문에 더욱 더 신중해졌고 더욱 더 계산적으로 행동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숨길 수는 없는 법, 몇몇 사람들은 내가 너무 계산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는지 나를 갑자기 적대적인 태도로 떠밀었다. 그동안의 내 잘못을 반추해 보면 이렇다.


 지금도 약간 그런 면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다. 속으로 나의 일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계산을 해야 할 때라면 차라리 아예 모임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 조금 더 현명해졌다. 주위 사람들이 나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계산적인 나를 깔보는 일은 더이상 있지 않도록 지금의 나는 계속 자신에게 긴장을 심어주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내가 잡생각을 모두 떨쳐버리고 긴장을 모두 풀어야 단순해진다는 사실이다. 긴장을 심었는데 곧 긴장을 풀어야 하다니, 그래서 이 두 개의 모순적인 상황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난제가 등장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단순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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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고등학교 동창인 나의 10기와 9기 선배들 그리고 11,12기 후배들 몇 명이 주를 이룬 학생들은 결혼식장에 한자리에 모여 어색해하기도 하고 반가워하기도 했다. 힘겨운 고3 생활을 마친 친구들이 밝은 얼굴로 나를 맞아주어서 기뻤다. 나도 대학에 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08학번 친구와 함께 결혼식장에 와서 다른 10기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른 곳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후배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준 9기 형이 10기와 11기 후배들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대화의 꽃을 피웠다. 멋지게 후배들을 갈구고 다독일 줄 아는 형이었다. 유쾌하고 듬직한 모습은 후배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선배의 상(像)이었다.

  그 형이 우리 10기 동생들에게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나는 말이 있다. 횡성군 안흥면 산골에 있는 우리 학교에 다시 찾아뵈려면 그곳에 있는 후배들을 많이 '심어놓아야' 찾아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평소에 고등학교의 후배들을 같은 고등학교의 사람들로 반갑게 맞아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후배들을 많이 심어놓기 위해서는 요즘 후배들이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며 성격적인 특성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능력은 후배들과의 대화에서부터 나온다. 결국 후배들을 향한 관심과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욕구만이 친한 후배들을 학교에 많이 심어놓을 수 있다.


  내가 가는 곳에 나와 친한 사람들을 심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오늘 깨달았다. 나에게는 '안녕, 잘 지냈어?' 와 같은 일반적이고 특색 없는 대화로만 무미건조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어색하게 서로 시선을 돌리고 지나치는 후배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고등학교는 내가 몸을 담고 있었던 곳이고 앞으로도 내가 찾아가고 사람들을 만날 곳이다. 나의 진로인 것이다. 그런데 나의 갈 길에 나를 반갑게 맞아줄 친한 사람들이 없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추고 시들해지게 된다. 내가 머물렀던 추억의 그 곳에 나를 뒤이어 몸을 담은 동생들이 나와의 소통을 멈추면 나는 동생들의 동생들과도 더 나아가는 만남을 시작할 수조차 없게 된다. 내가 가는 곳에 내 사람들이 없으면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같은 고등학교 동문이니까 서로간의 인맥은 형성된다. 하지만 인맥과 연줄이 통하는 사람과 나와 친분을 쌓은 사람은 매우 다르다. 만났을 때 나누는 대화가 즐거운가 즐겁지 않은가는 바로 그 차이에서 결정된다. 만남 그 자체로서의 가치가 그 차이에서 판가름난다. 누구나 사람을 만났을 때 어색해하는 것은 무척 꺼려하는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만남을 회피한다면 결국 나는 혼자고, 내가 가는 곳에 나를 반갑게 맞아줄 사람도 없게 된다. 외로울 때 찾아갈 수 있는 그곳에조차 나와 만남을 갖기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마치 비즈니스맨들처럼 대화를 하고 있다면 그 모습보다 슬픈 풍경이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내가 몸을 담았던 그곳의 추억을 회상하며 나와 똑같은 고등학교 시절 모습을 간직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함께 있음이 가져다준 여행 일지'를 눈앞에 펼쳐보고 싶다. 같은 고등학교에서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선생님들을 만나 공부했으니까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그리고 사상과 태도가 비슷할 것이다. 그런 비슷한 것들로부터 '여행 일지'가 각자의 마음 속에 비슷하게 기록된다. 두 사람이 서로의 '여행 일지'를 바꾸어 읽어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그 모습이 즐거운 만남과 즐거운 대화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하여 나는 다른 친구의 나무가 되어 그가 나중에 다시 나 있는 곳을 찾아왔을 때 그를 반갑게 맞아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가는 곳에 심은 사람의 나무가 일렬로 이어지고 무리를 지어 숲을 이룰 것이다. 건강한 만남과 즐거운 대화가 갖는 위대함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사람 사이가 어색해질 때쯤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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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지하철을 타다 보면 스스로 나를 위한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 구절은 주저리주저리 국수 면발처럼 뽑혀나올 때도 있고, 방금 찍어낸 뜨거운 기념 주화처럼 강렬하고 짧은 구절일 때도 있다. 나를 더 즐겁게 하는 것은 두 번째이다.

사랑은 너가 너다울 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지난 1학년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나답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을 너무나도 많이 만났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이 부족했던 탓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자는 생각은 좋았지만 내가 나답지 않은 상태에서의 배려가 어색함을 자아내고 나를 가식적으로 보이게 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어떤가. 조금이라도 거칠게 삐죽삐죽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여주면 어떤가. 그러한 모든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하나가 진정 나다운 것이라면 나의 진심은 충분히 전달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진정 나다울 때 나는 다양하고 즐거운 사람이 되고 여러 가지 면을 모두 보여주는 솔직한 사람이 된다. 남성 잡지에서 읽은 노하우를 마치 행동 지침인 듯 받아들여 실행하는 기계적인 태도, 친구들과의 술자리 대화에서 결심한 것을 아무런 되새김 없이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태도는 단조롭고 몰인간적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체계화하는 나의 습관이 인간관계에서도 그대로 묻어나오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내가 스스로 나다워지는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 그래야 사랑도 이룰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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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골방에서 10년간 썩은 후 보여준 것은 사회와의 부조화와 갈등, 주위 사람들의 멸시,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 등이었다. 사회와 단절된 골방의 인간은 그 정도의 인간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나만 보고 내 방식대로 생각하니까 점점 더 사회 속에서 초라해지는 것이다. 다만 오대수는 그나마 TV에서 나오는 많은 광고나 스포츠 중계방송, 연예 오락 프로그램, 교양 시사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사회와 소통했기 때문에 스스로 계획을 세워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공부도 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게 움직인다. 각자 자신들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를 찾아서 움직인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 교육 수준, 거주지 등은 모두 다르고 옷차림도 모두 다르다. 지하철을 타다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젊은 남자는 꽃다발을 들고 여자친구에게 어떤 멋진 말을 할까 고민할 것이고, 어떤 젊은 여자는 전공서적과 논문 복사본을 한아름 팔에 끼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서 성공할까 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 사람들을 보면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내가 저 사람들만큼 가치 있게 살고 있을까, 나는 저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에는 관심이 없으니 저 사람에게 관심을 꺼도 되는가, 나는 저 사람에 비하면 오늘 하루 가만히 앉아 졸고만 있는 하찮은 인간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는가 하고 주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해 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면 할수록 나의 의지와 자신감은 더욱 선명해지고, 내가 오늘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더욱 샘솟게 된다는 것이다. 졸리던 눈도 다시 번쩍 뜨인다.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고 사회 속에서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생각하면 외면적으로도 더욱 나의 모습을 가꾸게 되어 더욱 멋지게 변한다.
 
  사람은 언제나 주위의 환경에 서서히 적응한다. 적응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놓여 있을 때 내면과 외면 모두에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변하고 싶지 않은 자화상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보다는 내가 변하고 싶은 모습을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를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항상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나는 성장하지만,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나 자신의 고양 이전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항상 마음 속에 동경하는 인물을 품고, TV나 책으로 멋진 연예인들과 위대한 기업가와 정치가와 과학자의 모습을 접하고, 내가 가고 싶어하는 도서관과 카페와 공연장을 도시 속에서 여행하듯 돌아다니는 사람은 그러한 주위 환경이 발산하는 문화에 자신을 내맡기며 서서히 성장한다. 사회 속으로 뛰어들어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들과 말로 혹은 무언으로 대화하고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얻으려는 노력은 삶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가치를 추구하든 이 작업은 필수 요건인 듯하다. 골방 속의 오대수를 벗어나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은 열망을 가진 젊은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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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안에서 사람을 사귀는 일은 나에게는 매우 'tough'한 일이었다. 일부러 tough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따로 있다. 사람 사귀기가 나에게 어려운 일, 힘든 일, 벅찬 일 등이라고 말한다면 꼭 내가 지금 사귄 사람들을 억지로 사귄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고 싶었는데 자신감과 의지가 부족하여 처음 다짐한 것보다 얕게 사귐을 만들면서 매일을 보냈다. 아직 대인기피증세가 조금은 남아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자신감'과 다른 사람들을 알고 싶어하는 '의지'가 더 필요한 때다.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에 대해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주위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눈길을 돌려준다. 인간관계는 정신이 배제된 인간 대 인간 사이의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이러이러한 생각들을 공유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이다. 무슨 말이냐 질문할 수 있겠지만, 이 말은 주위 사람들에게 지금 자신의 상황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어야 인간관계가 건강하고 알차게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자신감, 혹은 자기 존중감은 우선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정보와 감정을 대화의 형태를 통해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주위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을 때 그 맛을 보려고 내 곁으로 다가온다. 무미건조한 전봇대 같은 인간으로 사람들 사이에 우뚝 서 있으면 절대 안 된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나는 이런 점에서 매력 있는 사람이고 즐거운 사람이다' 라는 밝은 면에 대해서만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자신감을 가져야 된다는 사실이다. 삶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내가 너무나 고달프지 않는 이상 나 혼자 이야기하고 나 혼자 해결하면 된다.

 

  자신감과 함께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를 알고 싶어하는 의지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향한 호기심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가, 지금 얼굴에 새로 피어난 표정은 무엇인가, 귀에 못 보던 귀고리가 걸려 있는가, 그 사람이 최근 관심 갖기 시작한 영화나 공연은 무엇인가와 같은 잡다한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해야 한다. 혼자 있어도 주위에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주위의 친구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끊임없이 상상해 보고 추론해 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외면이나 내면의 변화를 일으켰다면, 그 변화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변화이다. 따라서 그 사람에게 다가가 변화를 지적하여 그것에 관해 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밖에 없다. 다만 여러 가지 변화 중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내는 능력을 센스라고 하며, 그 센스는 수많은 대면과 부딪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래도 지난 1년의 긍정적인 인간관계만 생각해본다면 나는 참 괜찮은 모습으로 사회 속에 섰다. 대학 생활을 1년 정도 한 나는 나를 알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과 나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구별하는 눈을 갖게 되었고, 나에게 눈에 띄게 보이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판단하는 센스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누구에게 정말로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누구에게 반짝거리는 눈빛과 상냥한 말투를 던져주어야 할지를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경험을 통해 얻은 이 느낌에 따라 나는 앞으로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충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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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리의 정기공연도 끝나고, 지금의 11월 중순은 마음 편히 나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차근차근 겨울을 맞이하는 시기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끌려다니지 않으면서 나의 공부와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기가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사실 일년이 끝나고 연말에 자신이 한 해 동안 한 일을 되새겨보았을 때 자기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한 일이 없으면 섭섭하고 허전하다. 나는 그런 허전함을 옛날에 느껴보았기 때문에 올해에는 느끼고 싶지 않다. 꽉 찬 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일년을 보내면서 항상 하루하루를 꽉 차게 모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꽉 찬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수시로 점검하면서 일분 일초를 밀도 있게 보내야 한다.


  프랭클린 플래너에는 Prioritized Daily Task List가 있다. 삶을 밀도 있게 보내고 있는지는 이곳에 써놓은 글씨의 밀도를 통해 알 수 있다. 글씨를 많이 써놓았다는 것은 하루 중의 Task를 많이 계획했다는 표시다. 하지만 그 Task를 써놓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밀도 있는 글씨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일을 최대한 자잘하게 쪼개서 한 Task의 소요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는 경우에는 Task의 실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면서도 하루의 Task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마치 하루에 많은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지며 실제로도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이 방법은 프랭클린 플래너 가이드가 말하는 Specific과 Realistic을 모두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오늘 12페이지짜리 소논문을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그 소논문의 4장의 1절과 2절과 3절을 인터넷 자료 조사와 도서관 논문 조사를 통해서 보완하면 소논문 쓰기가 마무리된다고 하자. 이때 Task List에 '소논문 최종 수정'이라고 간단하게 써놓으면 간략하게 기재하는 일이야 편하겠지만 나중에 되돌아보면 그 일은 잘 실천하지 못하고 중도에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한 Task를 끝내는 데 3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해도 그 Task를 건드리기 싫어진다. 우리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통해 일의 즐거움을 만들어내야 한다. 바로 앞의 체크포인트를 던져놓고 열심히 달려가 그 체크포인트를 획득하는 즐거움으로 하루의 레이스를 진행해야 한다. 체크포인트가 500m 앞에 있으면 조금만 달리면 된다. 하지만 체크포인트가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 저 먼 곳에 있다면 그 체크포인트까지 가려는 의욕이 상당히 떨어진다. 따라서 일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소논문 최종 수정'은 몇개의 세부적인 일로 쪼갤 필요가 있다. '4장 참고자료 목록 작성' '중앙도서관 4장 1절 자료조사' '소논문 4장 1절 작성' '4장 2절' '4장 3절' 이런 식으로 쪼개면 조금 더 일을 차근차근 열심히 하게 되어 결국 목표 달성이 쉬워진다. 목표 달성은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삶을 밀도 있게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밀도 있는 삶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말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모두들 스스로의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나는 프랭클린 플래너 사용자로서 나와 친구들을 위해 개인적인 노하우를 생각날 때마다 블로그에 적어놓을 뿐이다. 아직 나는 삶을 움직이는 방법을 조리 있게 강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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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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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망각

칼럼/관계 2008. 7. 2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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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면서 그렇게 많이 서로를 화나게 하고 섭섭하게 하지만, 언제나 흘러가는 시간과 그에 따른 '망각' 때문에 사람과 사람은 다시 친해진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우리가 흔히 '미운 정, 고운 정'이라고 하는 개념을 달리 풀이하면 '망각에 따른 인간관계의 회복과 증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방법을 기술적으로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그 사람 앞에 가까이 가서 손으로 그 사람의 어깨를 툭툭 치든 그 사람의 눈을 뚫어지게 보며 말하든 갖가지의 대면을 해야 한다.

  나의 모습이 내 앞의 사람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걱정하지 말라. 그 사람이 나를 좋게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내가 그 사람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대한다는 사실이 느껴지는지가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편하게 행동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의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많은 신경을 쓰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순간 신경을 쓸지는 몰라도 금방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 '망각'때문에 인간관계 구축에서의 사소한 실수는 모두 용서된다. 나는 상대가 그 순간 어떻게 반응하는지 신경을 쓸 필요 없이 편하게 다가가면 된다. 지속적으로 편하게 다가가다 보면 그 사람에게 내가 어떤 모습으로 특별하게 어필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한 특별한 어필이 쌓이고 쌓이면 사랑과 우정이 된다.

  이 세상의 수많은 '불알친구' 들과 '영원불멸의 커플'들이 항상 별 탈 없이 잘 지내왔는가라고 질문하는 것은 한푼의 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연히 그들은 계속 부딪치면서 싸웠을 것이다. 단 사소한 문제들로 말이다. 커다란 문제로 서로 싸우는 경우는 어떤 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인간관계에 해가 되는 행동을 저질렀음을 필수 전제로 삼는다. 사소한 문제는 대부분 의도적이지 않게 터진다.

 사소한 문제가 항상 터지는 모습은 처음 계곡으로 나가 뜰채로 미꾸라지를 잡는 도시 소년의 풍경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소년은 처음부터 대뜸 미꾸라지를 잡아올릴 수 없다. 아직은 낯선 미꾸라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소년은 뜰채를 휘두르다가 미끄러운 계곡 바닥에서 휘청거려 흠뻑 몸을 적시기도 한다. 그래도 별 탈 없이 결국에는 미꾸라지를 뜰채로 들어올린다. 사소한 문제는 인간관계에 대한 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일에도 내재해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이 동성이든 이성이든 일단 다가가고 보라.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나쁜 모습은 금방 지워버리려는 인간의 당연한 속성은 사람과 사람을 분명히 이어줄 것이다. 사람이 절대로 쪼잔하게 모든 대인행동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지 않고 느긋하게 '망각'한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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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든 오늘날의 방대한 인간관계가 얽혀있는 사회에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쉽게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큰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매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자기 동네에 있는 여자라고 해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결혼하지 않는다. 대학에 처음 와 같은 반에 소속되었다고 해서 같은 반에 있는 사람들과 모두 다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 사람이 다른 과에 있고 다른 지역에 있으며 나와 다른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평소에 별로 만날 기회가 없더라도, 그 사람만의 두드러진 매력이 나 자신에게 각인된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다가간다.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누구에게 관심을 주어야 하는지는 조금은 애석하고 냉혹하게 들릴지 몰라도 사람들 사이의 비교를 통해 결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개인은 자신을 둘러싸고 지켜보고 있는, 혹은 자신이 살다가 마주치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단점을 보고 나에 대한 관심을 끊고 돌아서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모든 사람의 서로에 대한 접근이 자유로운 시대에서 그러한 걱정과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대학생 새내기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는 내가 만나는 동기 친구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친구와 만나지 말기로 마음먹은 친구를 속으로 구별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였다. 나는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매력을 발견하는 일보다 나의 매력에 대해 회의하고 질문하여 걱정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그 결과 나의 1학년 1학기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굳어졌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다 보니 나는 내 마음이 가는대로 나를 놓아주지 못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여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이 함께 보여지는 사람이 정상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며 그 모습이 자연스러운데, 나는 완벽하지도 않은 화법과 처세술로 나를 꾸몄다.


 사실 새내기 시절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걱정을 한 사람들은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2학년이 되어 생각해보니 모든 사람은 그 사람이 어떻든 상관없이 결국에는 좋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술만 먹여서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반 선배는 내 옆에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친구를 몇 시간동안 보살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결국 나에게는 두 번째 인상이 기억되었고 그 선배와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사람들끼리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일하면서 살다 보면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폄하하거나 상대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호의를 표하는 등의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첫인상으로 무관심 세 글자를 상대의 눈 안에 박아버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장점은 단점에 우선하여 기억되고, 매력은 추태보다 우선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저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같이 시간을 보내며 부대끼기 시작한 사람들 중에는 절친한 친구와 예쁜 커플이 생겨나는 것이고, 이것이 긍정의 힘이다.


 좋은 모습이 더 오래 남고, 좋은 모습이 그 사람을 대변하는 주된 이미지로 각인된다는 사실은 참 기쁘고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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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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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급히 자리를 뜰 때 이유를 분명히 말하면 그 사람은 기분 좋게 집에 갈 수 있다. 아무리 후배가 좋아서, 친구가 좋아서 아무 이유없이 후배나 친구를 잡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도 분명한 이유 앞에서는 갈 사람을 보내준다. 흔히 동아리나 반 등에서 같이 술집에 갔을 때 오래 있지 못하여 일찍 집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 그 사람들이 일찍 집에 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집이 멀거나 통금 시간이 엄격하거나 (여자의 경우) 혹은 그 술자리가 별다른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가 많다. 신촌에서 술을 마시면서 어느덧 밤 11시가 되었는데 집은 상계동에 있다면 즉시 자리를 떠야 한다. 그리고 보통 11시면 모든 여학생들은 술자리에서 빠져나온다.


결국 그 자리가 흥미 있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만 어쩌지도 못하는 상태에 있다. 주위의 사람들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동기 친구들이라면 '나 피곤해서 일찍 갈래' 정도로만 말해주면 되지만 만약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아리/반 선배라면 아무 이유 없이 혹은 컨디션의 문제로 집에 가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 꼭 술자리에 가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는 그러한 강박관념은 대부분의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첫 만남을 최대한 길게 끌려고 애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이 어린 사람은 최대한 구체적이고 개연성 있는 이유를 떠올려야 한다. 선배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유를 현재 자신의 계획 안에서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내일의 계획을 그려보고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 혹은 급한 일을 생각해 보라. 내일 아무 계획이 없는가? 혹은 내일이 토요일인가? 그렇다면 약간의 거짓말을 섞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집에 가는 길에 마을버스를 타야 되는데 마을버스의 막차 시간이 빨리 끝난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하든 진실을 말하든 상관없이 구체적으로 자초지종을 많이 늘어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길게 이유를 제시하고 나면 선배 측에서는 거의 모두 보내준다. 보내주지 않는 사람은 눈치가 없는 사람이거나 후배를 배려하지 못하는 험악한 사람이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에게 걸려서 대학 생활의 시작을 어두침침한 술집에서부터 전개해 나가면 그 사람의 장래는 그 수준에만 머물게 된다.


만약 어제의 술자리에서 만난 선배가 마음에 들지만 어제는 꼭 일찍 집에 들어가야 했거나 일찍 들어가고 싶었다면, 오늘 낮에 그 선배를 만났을 때 최대한 활기차게 반응을 해야 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을 통해서만 판단한다. 그 다른 사람이 남일 경우, 사실 아무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상관 없는 사람일 경우 그러한 방식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전부다. 따라서 술자리 이후의 처세 또한 인간관계의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처세라고 말을 하기 때문에 처세하는 사람이 매우 계산적이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만약 이 처세가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사람의 몸에 스며들어 있다면 그 사람은 똑 부러지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알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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