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간표입니다. 원래는 그냥 평범한 시간표에 Franklin Planner 속지 모양으로 디자인만 짝퉁 Monticello로 해놓은 거였는데
어제 밤 작업을 통해 조금 바꾸었어요. 바로 공강과 쉬는 시간에 주기적으로 갈 장소 또한 시간표에 적어넣었습니다.
대학교 시간표는 학기마다 달라지고 또 교실과 수업 시간이 요일마다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특히나 9월 첫 2주간은 적응하는 데 애를 많이 먹습니다. 조금만 정보를 하나 빠뜨리면 꼭 뽑아 와야 하는 프린트를 안 가져오기 십상이고 가방과 사물함과 집을 왔다갔다하는 책과 공책 때문에 혼란스러워져 결국에는 포기하고 모든 책과 프린트를 커다란 백팩 안에 넣고 무겁게 다니곤 합니다. 저같이 통학을 하는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피로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항상 적게 짐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물함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시간표에 공강 시간에 갈 장소를 써넣는 것은 누구나 다 합니다. 주로 동아리에 관련된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각에 어떤 책/프린트를 내려놓거나 혹은 챙기는지에 대한 정보를 일주일의 주기 안에 집어넣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일주일 안에도 책이나 프린트를 사물함에 넣어놓고 집에 오는 날과 집으로 챙겨오는 날이 나뉘고 그러한 날들이 하나의 흐름을 만듭니다. 흐름을 한 번만 잘못 타면 귀찮게 학교에 갔다와야 하기도 하고 어쩌면 내일 제출해야 하는 숙제를 하나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시간표에 '사물함에 들렀다 가는 시간'을 표시해 놓습니다.
저는 이전에 단장으로 있던 학생자문단 동아리방을 사물함 겸 사무실 겸 동아리방으로 쓰면서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있는데, 그래서 아예 시간표에 동아리방 들르는 시간을 파란색으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빨간색은 So What 동아리방에 가는 시간이구요, 초록색은 점심을 먹는 시간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중 파란색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 모든 수업이 다 끝나면 동아리방에 들르지 않지만 수요일 저녁에는 동아리방에 들러 제 물건 몇개를 챙겨 집으로 가야 합니다. 이런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요일 9교시 아래에 파란색으로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시간표에 색깔과 직사각형으로 형상화해 놓은 정보는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시간표의 특성을 반영하여 구성되었고, 한 학기동안 고정된다는 시간표의 성격에 맞게 매주 주기적으로 꼭 계획대로 실현할 수 있는 시간대만 색깔 영역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시간표의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없다는 점과 특정 정보를 기억해내야 하는 시점에 나에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먼저 찾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핸드폰의 '일정' 기능을 활용합니다.
핸드폰과 알람시계와 같은 기계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는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할 감시관을 아주 적은 비용으로 가까이에 두어 그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항상 어떤 값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기에는 너무나도 자유분방한 인간들을 위해 극도의 지루함을 묵묵히 견뎌내는 기계가 등장했습니다. 어젯밤 '일정' 기능을 쓰면서 속으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주기: 매주 월요일
내용: 자료분석 필기공책 up
시간: 오후 02:52
주기: 매주 화요일
내용: 미국정치와외교 새프린트 확인
시간: 오후 12:00
주기: 매주 수요일
내용: 경영정보시스템 OR확정모델 up
(up은 알람을 받은 장소에서 물건을 챙기라는 뜻)
이런 식으로 '딱히 알람이 없더라도 알아서 잘 안 까먹고 잘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레 집에 간다던지, 가방이 무거우니 자연스레 물건을 책장에 꽂아넣는 등의 일) 을 제외하고 '꼭 해야 되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알람이 필요한 일'들을 일주일을 주기로 하는 일정으로 등록해 놓으면 처음 적응기간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많이 정신이 없어서 대학교 갈 때마다 옆에 매니저가 동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대학 생활을 할 때 뿐만 아니라 나중에 직장에 가거나 어떤 장기간의 캠프에 가거나 여행을 갈 때에도 초반의 적응기간 동안만큼은 조금 우스꽝스럽더라도 아주 치밀하게 일정을 세팅하고 표를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저절로 모든 할 일에 대해 적응이 되어서 아무 것도 참고하지 않더라도 잘 알아서 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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