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직업적성 검사를 해 보았다. 결과는 사무형, 조직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데 최고의 수완을 발휘한다. 사무형은 감정에 호소할 필요가 없이 완벽히 이성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 오직 나의 직무에 충실하며 다른 사람에게 아부할 필요가 최소한으로 낮아지는 직장에 어울리는 적성이다. 옛날부터 대한민국 정부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던 나는 나의 이상에 나의 현실이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방 청소는 안 해도 정리는 반드시 했던 나였다. 옛날의 나는 평소에 어떤 일을 하며 시간을 때웠는지 생각해 보았는데, 옛날의 나는 책을 종류별로 책꽂이에 꽂아놓기, 책상 위의 물건 배치 바꾸기, 컴퓨터의 문서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정리하기 등의 지극히 사무적인 일을 일종의 유흥으로 삼고 있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내 주위의 세상이 규칙과 원칙에 입각하여 아무런 실수 없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미덕은 내 주위의 세상은 물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까지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그 사람들 사이의 예절과 원칙이 있어야 나의 마음도 편안했다. 나아가 나는 단순히 말로만 이야기해서는 조직이 유지될 수가 없고 반드시 제도와 문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나는 지금에 이르러 GLPS PA 일을 하고 있다. PA란 Program Assistant의 약자로,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초등학생/중학생 영어 캠프에 프로그램 행정 관련 조수로 참가하는 민족사관고 재학생과 졸업생을 지칭한다. 이곳에서 나는 동료 선배들과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과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제도와 PA의 활동 지침을 문서로 작성하여 본부장 PA 선배님을 도와드리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지만, 이 일을 함으로써 PA들이 하나로 뭉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때문에 나는 이 일에 최선을 다한다. 지금 다니는 대학교에서도 나는 나의 적성에 따라 갈 길을 결정했다.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부대학 학생자문단은 학부대학 행정 관련 부처와 함께 힘을 합하여 대학교 1학년생들의 수업 제도에 관한 문제점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단체다. 내가 사랑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나의 적성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일을 맡게 되어서 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나는 꼼꼼한 행정가가 되기 위해 작은 조직에서부터 일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고등학교의 선배님들과 황형주 선생님, 그리고 대학교의 교수님들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조직 속에서 일을 맡아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배우는 일은 참 가치있는 일이다.


  나의 맡은 일에 충실하던 중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내가 가고 싶은 직장에서는 문서의 전달과 정보 처리, 직장 동료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논의를 통한 생산적인 제도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외교통상부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알아냈다. 그곳에 링크되어 있던 외교통상부 특별채용 설명회 동영상에서 사회자가 심층면접 이후에 있을 역량평가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역량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읽어보니 과연 조직 내에서의 사무 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처음에 나는 이러한 꼼꼼한 성격과 어느 직장에서나 조직관리와 행정적 업무는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에 행정학과에 가려 했다. 하지만 꼭 행정학과를 가야 나의 적성에 맞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고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앞으로도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보면서 조사할 것이지만, 항상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자세로 일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그리고 작은 조직에서부터 나의 일하는 능력을 길러나가 나중에 정부기관과 같은 큰 조직에 몸을 담겠다는 꿈은 절대로 잃지 않겠다.


2007.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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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연애를 해라!

호랑이 눈썹을 빼고도 남을 그 아름다운 나이에 무엇보다도 연애를 해라.

네가 밤늦도록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두드리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몹시 흐뭇하면서도 한편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단다.

그동안 너에게 수없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마는,

또한 음악이 주는 그 고양된 영혼의 힘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마는,

그러나 책보다 음악보다 컴퓨터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역시 사람이 사람을 심혈을 기울여 사랑하는 연애가 아니겠느냐.

네가 허덕이는 엄마를 돕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기꺼이 설거지를 하거나

분리된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갈 때면 나는 속으로 울컥 화를 내곤 한단다.




딸아! 제발 그 따위 착한 딸을 집어치워라.

그리고 정숙한 학생도 집어치워라.

너는 네 여학교 교실에 붙어 있던 신사임당의 그 우아한 팔자를 행여라도 부러워하거나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

혹은 장차 결혼을 생각하며 행여라도 어떤 조건을 염두에 두어

계산을 한다거나 뭔가를 두려워하며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아닐 테지.



딸아! 너는 결코 그 누구도 아닌 너로서 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당당하게 필생의 연애에 빠지기 바란다.

연애를 한다고해서 누구를 카페에서 만나고 함께 극장에 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종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그런 것은 연애가 아니란다.

사람을 진실로 사귀는 것도 아니란다.

많은 경우의 결혼이 지루하고 불행한 것은 바로 그런

건성 연애를 사랑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딸아! 진실로 자기의 일을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응석 떨지 않는

그 어른의 전 존재로서 먼저 연애를 하기를 바란다.

연애란 사람의 생명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푸른 불꽃이 튀어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말한다.

그 에너지의 힘을 만나보지 못하고 체험해보지 못하고 어떻게 학문에 심취할 것이며

어떻게 자기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냐.

그러나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깊고 뜨겁고 순수한 숨결을

내뿜는 야성의 생명성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솔직하게 말못할 것도 없다.

나는 아직도 제일의 소원의 하나로 연애를 꿈꾸고 있단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수많은 덫과 타성에 걸려서

거짓 정숙성에 사로잡혀 무사하게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여성의 삶이라는 것이 그런 범주였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
.
.


딸아! 지금 막 코앞에 다가오는 세기는 틀림없이 여성의 세기가 될 거라고 한다.

어서 네 가슴 속 깊이 숨쉬고 있는 야성의 불인 늑대(archetype)를 깨워라.

그리고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며 열정을 다해 연애를 하거라.


- 시인 문정희 -

내가 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이유는

내가 내 스스로 시 속의 '딸'처럼 지금까지 나를 가꾸어 왔기 때문이다.

우선 나를 사랑하고 나부터 고양시키자는 마음으로 살아온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넋이 나가 내 할일을 "캐막장"으로 만들어본 적은 절대 없었다.

항상 내가 맡은 일은 완벽했고, 나는 다른 사람의 성과와 나의 성과를 끊임없이 비교해서 나를 성장시켜 갔다.

일할 때에는 미친 듯이 일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한낯 미미한 나부랭이가 되어버린다.

이제 나도 일로 인정받기보다 인간성으로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

2007. 8. 5.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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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Personality라는 사이트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님들이 만든 전문 성격/궁합 검사 사이트다. 상업성을 지양하고 질 높은 학문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든다. 게다가 파스텔 톤의 이미지와 은은히 하늘거리는 인터페이스는 성격 검사를 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편안함을 준다.

 

이곳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크게 외향성, 정서적 안정성, 규범성, 배려성, 개방성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알려준다.

 

나의 외향성은 7점 만점에 4.83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38.59%다. 나는 대체로 외향적인 편이고, 모든 모임을 주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쉽다. 또한 나의 감정을 어렵지 않게 표현할 줄 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외향적이지만 지나치게 자극을 추구하지 않는 절제된 외향적 성격이다. 내가 살면서 '절제'라는 덕목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검사 결과는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의 정서적 안정성은 7점 만점에 3.5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39.24%다. 나는 감정의 변화가 약간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슬퍼지거나 이유없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물론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거절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경험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나의 아픈 점을 명확히 확인시켜주어서 나는 고맙다. 검사 결과는 나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한 명쯤을 가져보도록 노력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소울 메이트를 말하는 건가.. 나에게는 아직 그런 친구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만들고 싶다.


나의 규범성은 7점 만점에 7점,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0.01%, 1번째에 해당한다. 평소에도 내가 완벽함을 추구하고 일처리에 있어서 전혀 빈틈을 남기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내가 철저한지는 몰랐다. 어쩌면 나의 철저한 성격이 나의 직업과 30대 이후의 삶에서 큰 자양분이 되어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나의 이러한 철저한 성격이 강박관념으로 작용하여 나의 피끓는 20대가 차갑게 얼어버릴까 두렵다. 나는 한마디로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다. 교통 법규를 위반하지 않고 술도 절제하는 편이다. 웬만해서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고, 지나치게 폭력적인 자극물도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 성적이 좋았거나, 적어도 학교에서 품행이 바른 학생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말 나는 고등학교에서 매우 품행이 바르고 조용한 학생이었다. 나보다 4,5살 많은 우리 학교 선배들처럼 사감선생님이나 여러 담임선생님과 부딪치기도 하고 가족처럼 지내기도 하면서 살아갔으면 나의 고등학교는 훨씬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기존의 것들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나의 정치적 성향도 매우 보수적이다. 나에게는 완벽주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에서 약간은 인색한 편이다. 회계 업무와 같은 영역에 아주 적합한 성격이다. 나중에 UN이나 정부중앙청사의 행정 관련 공무원이 되고 싶은 나에게도 정말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한다.

 

나의 배려성은 7점 만점에 4.33점으로 전체 검사자 중에서 하위 21.97%에 해당한다. 나는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편이다. 때로는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기의 의사를 끝까지 표현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 자신의 의사를 굽히기도 한다. 검사 결과는 자신의 이런 성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유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그리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아직도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여자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약간의 의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나의 개방성은 7점 만점에 5.67점으로 전체 검사자 중에서 상위 17.11%에 해당한다. 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편이고,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통이나 규범을 따르기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창의성도 높은 편이다. 나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백일몽이나 공상도 즐긴다. 때로는 위험이 따르더라도 어떤 일을 시도해보려고 하며,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영감을 얻으려고 한다. 정말로 나는 어떤 일이 내가 가지고 있는 규범에 어긋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모두 추구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개방성이 높은 규범성(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두려워한다는 말)과 충돌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맞는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나와 붕어빵처럼 꼭 닮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주기를 바란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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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_이쁘다




뮤직 비디오

덴마크 음악 차트 -> http://allcharts.org/music/denmark/singles.htm

7월 25일 덴마크 음악 차트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곡이라 한번 찾아가 보았다. 과연 이 나라의 1위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유튜브에서 Sys Bjerre - Malene를 치고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꽤나 많이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가수가 직접 찍은 일상 속의 사진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UCC 비디오도 만들어 올리는 걸 보니 꽤 사랑받는구나 라고도 생각했다.

  정말 얼굴을 자세히 보니 딱 우리네들이 예전 생각하던 '사운드 오브 뮤직' 느낌의 이쁜 백인 소녀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비디오 속의 Sys가 화장을 21세기로 해서 그럴 것이다. 역시 노래도 잘하고 얼굴도 이쁜 가수는 전세계적으로 꼭 몇 명씩 있는 거 같다.

 나는 처음에 덴마크 사람들은 다들 트랜스, 일렉트로니카같이 우울하고 침잠하고 반복하는 전자 음악을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노래는 이웃나라인 독일과 네덜란드와 비슷하게 한없이 밝았다. 영국이나 아일랜드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꾸밈없고 숫기 없으면서 일상의 모습을 닮은 곡들이 덴마크 사람들의 음악 차트에도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이 곡은 한국의 모던 락과도 감성이 참 비슷하다. 내가 아는 아티스트 중에 꼽자면 '뷰렛' 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체리필터에서 소녀다운 느낌으로 한발 치우쳐 젊은 대학생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뷰렛. 뷰렛의 음악은 빠른 비트의 경쾌하고 선명한 소리로 우리들의 귀를 반짝 열리게 해 주었다. 특히 대학교 축제가 되면 여성 새내기 보컬들은 너도나도 '거짓말'을 불렀던 기억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머나먼 덴마크에서도 이처럼 젊은이들을 발랄하게 띄워주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있었고, 두 나라 젊은이들의 감성은 비슷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다른 나라와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소통의 가능성을 찾는 것은 참 가슴 뛰는 일이다. 덴마크라고 해서 우중충한 날씨에 치즈와 요구르트만 먹는 조용한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시야를 넓히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차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외국에서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겠다.

<참고자료 - 뷰렛>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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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를 봤다.

  스토리는 한 여류 뮤지컬 작가가 작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남자를 좋아하게 되어 여러 가지 난관 끝에 결국 사랑에 골인하게 되는 매우 단순한 스토리지만, 이 뮤지컬의 묘미는 뮤지컬 작가의 마음 속을 매우 생생하고 공감 있게 보여주는 데에 있었다.

  작가의 상상의 세계에는 4명의 친구가 있는데, 이들은 작가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류하고, 작가의 마음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해준다. 특히 남자 주인공 배우 (박형준 役)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들 '친구들'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무대의 양쪽 구석에서는 두 명이 자판을 두드리며 대화를 하고, 그 대화가 전달해주는 의미를 무대 중간의 '친구들'이 각각 남자와 여자의 마음 역할을 맡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미모와 목소리의 여자 주인공도 이 공연의 매력 포인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공연을 최고의 공연으로 만들어준 주역은 바로 주인공 작가의 친구들이다. 짧고 짧은 역할을 다양하게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무대에서 사라진 뒤 분주히 옷을 갈아입고 목소리 톤을 바꾸려 노력했을 것이다.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만큼 빠른 배역의 전환이 뮤지컬 속의 단순한 대화를 역동적이고 눈에 직접 보이게 만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뮤지컬이 내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는 것. 나중에 대학로에서 새로운 배우들로 다시 찾아올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2007.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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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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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나와 효섭이형과 창우형은 신촌의 고기집에서 푸짐하게 한 사람 당 5900원으로 마음껏 배를 채웠다. 1학기가 끝나고 이제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삐져나와도 주위에서 뭐라 하지 않는 자유로운 시대가 왔다. 곧 장마가 시작됨을 하늘도 알려주려는지 오후 6시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비, 의자에 마주하고 앉아있는 사람들 그리고 걸어가면서 팔짱을 끼는 연인들을 놀래키지 않기 위해 땅에 살포시 내려앉는 그 비는 저쪽 거리에서 조용히 우리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쳤다.

  사실 나는 지난 1학기 동안 형들 혹은 친구들과 서너명이 함께 고기집에서 저녁과 술 한잔을 함께 했던 경험이 없었다. 초밥 가게와 서양식 레스토랑 같은 정돈된 곳에서만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을 뿐이었다. 깔끔함을 좋아하는 나의 위상을 떨쳐버리고 싶지 않아서일까, 지난 한 학기동안에는 꼭 그런 깨끗한 곳만 찾아다녔다. 하지만 어제 밤 나에게 '비오는 날의 고기집'은 새로운 분위기를 선사해주었다. 나를 쉽게 놓아주고 내 자신이 쉽게 풀어질 수 있는 분위기, 남자들만의 솔직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올 수 있는 분위기 말이다. 같은 신촌이라는 공간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난 기분이 들어 속으로 기분이 참 좋았다.


  고기집을 나와서 우리 셋과 지난 어울림 회장이었던 오혁이형 이렇게 넷은 먹자골목의 끝, 약간은 어둡고 쓸쓸한 그곳으로 걸어갔다. 나트륨등 아래의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활기찬 공간에서 빠져나와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떠드는 소리는 점차 작아지고 우리 넷은 자동차가 비를 뚫고 분주히 움직이는 굴다리 밑을 지났다. 수많은 예술가와 문인들도 이렇게 도시에서 조금은 구석진 곳을 걸어다니며 속으로 깊은 생각을 하며 거리의 아름다움에 취했을 것이다. 긴 통로를 빠져나와 우리는 이번 9월 일일호프를 열 장소인 NOVA라는 주점에 들어갔다. 파리의 작은 호텔에 나만의 작은 짐을 풀어놓고 늦은 밤 혼자서 커피를 마시러 골목길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평소에도 서울과 파리는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저 멀리 흰색 간판이 보이는 그 순간 신촌 구석진 곳의 한 컷짜리 풍경은 지난 파리 여행에서 담아온 풍경에 겹쳐져 더욱 나를 아련하게 했다.


  NOVA는 매우 은은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위치도 별의별 사람들 가리지 않고 환영의 메시지를 던지는 요란한 신촌 한복판이 아니라 중심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 지역이었다. 아는 사람들만 끼리끼리 찾아와 칵테일을 홀짝거리며 기쁜 일과 푸하하 웃을 일과 힘든 일을 적당히 섞어 이야기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지금 말하기 정말 이상하지만, 처음에는 'NOVA'라는 가게 이름에 초신성 폭발(supernova)을 생각했다. 자미로콰이의 음악이 갖는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는 투명한 플라스틱 벽과 요란한 네온싸인, 그러면서도 그리 요란하지는 않은 음악이 이곳 NOVA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긴 파리에도 이런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 NOVA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 추측은 완전히 뒤집혔다. 네온과 아르곤이 들어간 형광등이 줄지어 늘어설 줄 알았던 천장과 벽에는 은은한 노란 색 백열등이 가리워져 더욱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바닥과 벽과 천장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삶의 슬픔이 담긴 음악도 부드럽게 공간에 채워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점의 크기는 학생회관의 푸른샘보다 약간 작아서, 보통 우리들이 스타벅스나 할리스 커피같은 곳에 갔을 때 느끼는 크기와 비슷했다. 나는 내부를 들여다보며 이정도 크기면 조금 더 이상적으로 아담하고 조금 더 인간적이고 조금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에 안았다.


  우리들은 깔루아 밀크와 블랙 러시안을 주문했다. 칵테일 종류가 다양하고 남자들을 위한 양주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사람들이 왔을 때 성숙하게 앉아 음악에 귀를 기울일 것 같다. 확실히 MT와 새터같은 행사에 사람들과 처음으로 안면을 트기 위해 마시는 맥주와 소주와는 다른 술이 그에 걸맞게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주점 누나는 주로 한국 노래 중에 통기타가 들어간 곡을 틀었는데, 70년대의 남자 둘이서 느끼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아닌 조금 더 비트가 살아있는 곡을 틀었다. 그중 '살다보면'이 흘러나오는 순간 우리 넷은 '아, 이 노래가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하고 느꼈다. 하지만 꼭 한국 노래가 아니어도 외국 노래 중에서도 사람의 슬픔과 그리움과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우는 마음' 등을 표현하는 노래가 있다면 그것도 잘 어울릴 듯싶다.


  주점의 가운데에는 네모난 바와 의자가, 바 안에는 커즈와일 PC88 스테이지 피아노와 통기타가 놓여있었다. 보컬과 키보드가 이곳 안으로 들어가 앉아 음악을 만들며 바에 앉은 사람과 눈으로 말로 소통할 것이다. 저편에는 전자드럼이 있었다. 나는 주점 누나에게 가서 드럼을 잠깐 쳐보겠다고 한 뒤 전자드럼의 성격을 알아보았다. 라이드 벨이 안 된다는 점만 빼고는 모든 것이 어쿠스틱 드럼과 똑같았다. 크래시는 하나였고 스네어는 그리 크지 않아서 림샷을 할 때에 조금 애를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스네어 테두리를 때리면 림샷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내가 어울림 22기 기장을 맡았으므로 세세한 면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었다. 나는 칵테일을 홀짝거리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형이랑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다시 칵테일을 마시고 이쪽 저쪽을 살펴보았다.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앉자 효섭이형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번 일일호프는 확실히 대동제의 공연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약 4시간 동안 충분히 우리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팀 구성원들 간의 우정을 확인하자는 제안이었다. 즉 음악을 남들을 위해 들려주는 것을 뛰어넘어 곡 사이사이에 멤버들이 마이크를 잡고 길게 말도 하고, 우리 음악을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유머와 이벤트도 선사해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가만히 생각을 해본 결과 곡과 곡 사이에 3분 정도 어울림 멤버 중 한 사람이 말을 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다음 들려줄 곡에 대한 소개, 그 곡을 선정한 이유, 곡을 연습하면서 멤버들과 있었던 에피소드와 같은 말로 사람들의 눈과 멤버들의 눈이 서로 오가고 마주치고, 같이 웃고 기뻐하는 그런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곧 나른함에 잠겼다. 정말 편했다. 교수님이나 사과대 선배들 앞에서 내가 가졌던 남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은 전혀 없었고, 단지 내 마음은 밖에 보슬보슬 내리는 비와 함께 촉촉히 젖을 뿐이었다. 셋이 이야기를 한참 나누면서 우리들의 목소리는 점차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가끔 대화가 끊겨 침묵을 했지만 그 침묵 마저 달콤했다. 이곳에 와서 어울림의 음악을 듣는 다른 사람들도 조용하고 진솔한 대화의 그 활기와 침묵하여 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는 달콤함을 함께 즐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연인들끼리, 정말 친한 친구들끼리 와서 테이블 하나씩 맡고 칵테일 한 잔씩 마신다면 그들을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고 풍성할 것이다.


  오혁이형이 먼저 가시고 10분 뒤 우리들도 주점에서 나왔다. 거리에는 우리들 외에는 아무도 걷지 않았다. 차도에서 발광어류들이 군집이동을 할 뿐이었다. 밤 10시 쯤이었는데, 나에게는 그 순간이 늦은 밤 12시처럼 아늑했다. 정말이지 이번 일일호프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조용하고 진솔해볼 기회를 찾아다녔던 사람에게 고마운 오아시스가 될 것만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연습인가,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효섭이형과 창우형에게 인사를 하고 나는 집으로 왔다. 272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차창에는 빗방울이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다. 대학로를 지나갈 때에는 창 밖에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우리의 음악을 들으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속으로 많이 생각하고, 많이 흐뭇해하고, 많이 즐거워한 하루였다.


2007.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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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lo - cosmicolor (2007)











<Lyrics>

Watch me when the sky is dark and sun is sleep
Time is here for me to show you wait and see
Want to love you, give you just ´bout everything
Won´t you come see me after 12AM
That´s when I change...(x3)
I know you´ll love me after 12AM

스카치와 담배연기를
털어내듯 자릴 일어나
그와 함께 할 너의 생각에
멋적은 쓴 웃음만 짓네

it´s true 어색하지만
been screwed, 네게 다가가
떨리는 나의 입술로
그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길

Watch me when the Tokyo lights glow in the street
Something turns me on and makes me want to scream
Wanna hug you, rub you up and down to your feet
I let myself looser after 12AM
That´s when I change...(x3)
I know you´ll love me after 12AM

Take me down to Akihabara City where the laptop´s cheap and lights are pretty
Let´s get fitted, with the villainy outfits
Chillin´ with velour suits make your boy jealous with the
Cinema tics, got killa tactics
So when clock hits 12 I be feelin that kiss
Yeeeeaaaahhhh!! It´s about that time
When I step out the phone booth watch me shine
In my linked up chains, vintage frames
Chanel´s see right through your tinted brains
Let´s switch lanes, out the mundane
so we can excange names and be Addicted to each other like Jane´s...surely
yes to the y´all and...we transforming
get metabolic that´s how we ballin´
From Cybertron to the stage of Apollo

가볍고 변덕스러운
너란 걸 나는 알지만
someone else who could be my love
너만이 나의 행복이란 걸

Nobody ROBOTs, act like they ao HOT
swarm like locusts, Please move over
yall´s getting´ NO LOVE, hold up now
Let me go with my chauffeur, slow down now
Room full of boom Clouds bigger than Louvre
Brown sugar on a soup Matsutake shrooms
From June to the mouth of the Moon I Lampoon
And lay on the sands of the Planet Dune

Huckleberry Finn in the skies
I´m lookin´ at Smurfs play games
Well, there´s fruits and we surf
Through the starry windows

Watch me when the sky is dark and sun is sleep
Time is here for me to show you wait and see
Want to love you, give you just ´bout everything
Won´t you come see me after 12AM
That´s when I change...(x3)

Watch me when the Tokyo lights glow in the street
Something turns me on and makes me want to scream
Wanna hug you, rub you up and down to your feet
I let myself looser after 12AM

  요즘 내가 추구하려는 이미지를 잘 머금고 있는 곡이다. 나는 싸이월드도 같이 하고 있는데, 그곳의 배경음악은 항상 나의 감정과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동시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나의 기분은 일상에서 벗어나서 누군가와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음악이므로 도시의 밤 풍경을 묘사하기 십상인데, 여기서도 어김없이 도쿄의 한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남자의 마음을 가사로 녹여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알렉스 (한국 여성들이라면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할 점은 하나도 없다)가 감미롭게 가사를 풀어주니 기분이 들뜰 수밖에 없다.

  세련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음가짐은 참 좋은 것 같다. 그러한 마음가짐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과, 내가 몸 담고 있는 대학 생활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나를 돋보이게 하는 스타일을 만들 것이다. 자금사정이 된다면 m-flo의 2007년 새 앨범인 'cosmicolor'를 직접 사서 듣고 싶다. 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다운받은 음악보다 훨씬 더 곡을 잘 느껴보기 위해서 돈은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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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So What(우리 대학교 중앙재즈 동아리) 사람들과 같이 맥주를 마셨다. 기분좋게 서로를 조금 더 깊게 알아가고, 점점 서로 가지고 있었던 투명한 벽을 사르르 녹여갔다. 비록 내가 아직 89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주민등록증 검사에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했지만, 나의 행동은 술과 사람을 친하게 대할 수 있는 성숙함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나 자신도 이전의 소심한 성격에서 벗어나 마음 속에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말했고, 주위 사람들이 즐거워할 만한 대화 주제를 골라잡을 줄 알았으며, 내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거나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줄 알았다.

  맥주는 다른 술에 비해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준다. 아무런 걱정과 슬픔이 없는, 쾌락과 기쁨만이 지배하는 분위기가 맥주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 속을 휩쓸고 지나간다. 모든 사람들은 하루의 걱정과 고민을 싹 씻고 그 순간의 즐거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것은 소주가 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소주를 마실 때에는 힘든 심경을 털어놓고 서로 동정하고, 아니면 취중 고백을 하는 등 대부분 우울하고 진지한 말이 오간다. 첫번째 생맥주 집에서 퇴짜를 맞고 다시 찾아간 둘째 주점에서 우리는 붉은 노을빛의 레드 락 피쳐를 마셨다.


  회장 형은 정말로 활기가 넘치고 항상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스스로 남에게 벽을 만들어놓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에 가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우리는 처음에는 잠실에 같이 놀러가자는 이야기와 우리 동아리에서 유독 많이 붙은 카투사 이야기, 마에스트로의 표정을 한 두혁이형에 대한 이야기, 훈남 한길이형 이야기 등을 하면서 마음 가는 대로 깔깔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두번째 주점에 가서 우리는 우리 동아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누군지에 대해 말했고, 회장 형이 예전에 겪은 '성숙해졌다는 오해' 에 대한 에피소드도 이야기하면서 조금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하면서 또 웃었다. 사소하지만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말하면 그것은 최고의 웃음을 선사해주고, 인간관계를 가까이 하게 만드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우리 So What이 아마추어 동아리 치고는 최고의 동아리이고 빅밴드에 있어서는 전국에서 손꼽아도 된다는 자부심의 한마디도 하였고, 그에 따른 여러 음악 담론도 오고갔다.


  그리고 우리는 자리를 떠나 조금 빠르게 걸으며 주류백화점으로 가서 보드카 한병과 과자와 쥬스를 사고, 다시 동아리방으로 들어갔다. 늦게까지 학교에 있어본 적은 이번이 두번째다. 나는 방에서 형들이랑 같이 즉석 연주를 (Girl From Ipanema)한번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맥주가 들어가서인지 나도 조금은 감정적으로 물들어갔고, 그에 따라서 얻은 소득도 매우 많아 흐뭇했다. 나도 이렇게 즐거운 얘기를 하고 또 즐거울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곁에 두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다. 맥주와 같은 촉매가 들어가야만 사람이 주위 사람과의 벽을 허문다면 그 사람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지만, 평소에도 오늘과 같이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다면 그 사람은 최고의 인간으로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나는 바로 그 사람이 되고 싶다.


2007.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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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는 1학년이 되고 나서 한 달 동안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중 자신과 대학생활을 함께할 사람들을 일부 찾아내고, 그 후부터는 그 사람들과의 깊은 친밀함을 위해 애쓴다. 자신의 스타일을 명확히 규정하고 끊임없이 발달시키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그 사람들과 특정 주제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하는 사람은 폭넓은 인간관계를 뻗어나가면서 다양한 관심사와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치며 모두가 새로 접하게 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주제 안에서 같이 행동한다.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반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은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크게 두 가지 부류로 새내기를 나눌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촘촘하지 못한 담론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의 경우 나만의 스타일을 규정지으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내 스타일이 있으니 나는 그 스타일을 생활 속에 실천함으로써 나를 존중하게 된다. 주위의 환경이나 주위의 사람들이 나의 스타일을 무시하거나 나의 스타일이 아닌 그 단체의 획일적인 성향을 강요한다면 나는 그 순간 자존감을 잃어 끊임없는 방황에 빠진다. 그래서 나는 동아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반에서는 나와 같은 스타일과 성격을 공유할 수 있는 소수의 친구만을 만나고 있다. 나는 항상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배타적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만난 사람이 나의 스타일을 존중해주지 않으면 나는 가차없이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


  나를 보는 사람들이 흔히 나를 보고 차갑다고 할 때에는, 나를 차가운 사람으로 인식할 당시에 그 사람과 내가 공적인 자리에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양한 스타일과 성격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상당히 차가워진다. 말수가 적어지고 나를 예의로 무한히 포장한다. 그러니 남들을 즐겁게 해주며 나를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은 결코 없다.
 
  내가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가 커다란 잘못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주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을 때 그것은 인간관계가 좁고 깊어지도록 만들어주는 능력이다. 나는 이 능력을 능력으로 믿고 계속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진정으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만나면서 대학 생활을 보내려 한다. 반면, 반의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사람들은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하고, 스펙트럼의 어느 한 색깔을 각자 가지고 있는 몇십명의 사람들에게 검정색의 단일한 성격을 부여해주어 결국 그 많은 사람들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그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의 성향과 능력을 바탕으로 살아가며, 그것은 우위를 가릴 수 없고 모두 존중해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스스로 나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도 존중하는 의식을 명확히 마음 속에 자리잡도록 만들기를 소원한다. 추구하는 가치가 정말로 가치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확실한 긍정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다. 다만 나에게는 스타일을 끊임없이 첨예하게 가꾸어 나가는 삶의 방식이 더 이상적일 뿐이다.


2007.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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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싶다.


한살만 더 먹고 떳떳하게 남들 앞에서 동생의 체면을 버리고 그들을 압도하고 싶다. 친구로서 다가가 나의 모든 생활을 공개하고, 그들과의 웃음 섞인 공감을 얻어냄으로써 거리낌 없이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 카리스마를 가진 남성적인 이미지를 무기로 내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술집에 들어갈 때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친구들과 그저 즐기기 위하여 주어진 시간에 아무런 걱정 없이 풀어지고 싶다. 장난을 치고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고, 같은 나이의 또래가 가졌던 예전의 기억들을 되새겨보면서 하하 웃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나이가 어리면 죄가 되는, 썩어빠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관습을 걷어 차버리고 싶다. 선배가 조금 더 편한 존재로 느껴지는 내가 되고 싶다. 친구를 직장 동료가 아닌 옆집 아이로서 부르고 싶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 서로의 어깨에 서로의 팔을 얹어놓고 '우리는 모두 똑같은 친구, 영원한 친구' 를 모두들 속으로 외치며 걷고 싶다.


조금 더 평범한 남자가 되고 싶다.


고등학교의 기억이 다른 친구들과 거의 일치하는 내가 되고 싶다.  누나들에게 둘러싸이기보다는 형과 남자 친구들에게 둘러싸이고 싶다. 사춘기를 제대로 겪어보았기에 그것을 즐거운 추억이나 로맨스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레디메이드 인생이 지겹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계획과 계산 없이 감정을 툭툭 내뱉는 말만 가지고도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30대 초반에 들어선 어른들이 가지는 취향에 안주하지 않고 10대와 20대의 경계선에 있는 보편적인 한국의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을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바람직한 아이가 아닌 멋있는 청년이 되고 싶다. 귀엽다는 이미지를 지구 저편으로 걷어차고 진지하고 고독한 이미지도 밟아버리고 싶다. 내 의도대로 혹은 의도하지 않은 방향대로 마음대로 망가져도 그것이 흉이 되지 않고 어색함이 되지 않고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유머가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일이 끊임없이 있을 때에도 나의 공부나 일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인간관계의 영역에 있어서 극도로 충실해지고 싶다. 약속이 2개가 겹쳐서 친구들과의 약속을 희생하지 않고 싶다. 그리고 평범한 남자이기 때문에 더해지는 매력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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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속이 시원하네.

2007.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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