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스물

주주클럽


yo shoking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yo shoking give me love give me love give me love
나 이제 16 너 20살이야 나 이제 16 너 20살이야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넌 전화로 내나이라 말을 했잖아 give me love
난 니가 이렇게 어릴줄은 몰랐어 give me love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아이 야 야야 쇼킹 쇼킹

난 너에게 이해해 달라고 말을 하진 않을 거야
널 보는 이런 내마음을 넌 이해해야만 해

하지만 지금은 싫어도 언젠가 니가 더 컸을때
그 때를 기다릴께 그땐 내가 널 붙들지 몰라
나에겐 어린 너는 필요 없어 애인이 필요해


난 남들은 신경쓰고 살진 않아 하지만 우리를 친구들이 본다면
나를 욕할꺼야 쇼킹 쇼킹 변명을 해봐도 쇼킹 쇼킹
너의 목소리는 쇼킹 쇼킹 니가 아니었어 쇼킹 쇼킹
난 너에게 이해해달라고 말을 하진 않을 거야

널 보는 이런 내마음을 넌 이해해야만해
하지만 지금은 싫어도 언젠가 니가 더 컸을 때

그 때를 기다릴께 그땐 내가 널 붙들지 몰라
나에겐 어린 너는 필요없어 애인이 필요해



PC통신으로 만난 남자아이가 20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자기보다 4살이나 어린 풋내기였다는 사실에

실망과 함께 그 아이가 더 클 훗날을 기대하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당시에는 이 곡의 가사가 엄청난 히트를 쳤고, 말 그대로 한국의 기성 세대에게는 'Shocking' 하게 들려왔을 것이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던 PC통신이나 폰팅 등이 직접 가사로 표현되어 대중 매체에 등장하다니, 해맑은 척 하면서 까발릴 건 다 까발리는 모습이 지금 봐도 인상적이다. 마치 패닉의 2집에 수록된 곡들처럼, 가사는 젊고 솔직하다.


당시 주주클럽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나큰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 이 선진적인 노래를 받아들여 일본의 국내가수 PV를 몰아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누구는 주다인의 특이한 창법이 고스란히 담긴 'Yo shocking give me love' 를 '요 쇼킹 디밀어'로 알고 있었다가 후에 가사를 들추어보니 'give me love'라는 사실을 알고 한참 웃었다고 한다. 나도 올해 들어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는 야야야야 쇼킹쇼킹 밖에 몰랐다.


다시 듣고 나니 이 곡은 지금 들어도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은 곧 그 곡이 세월에 상관없이 듣기 좋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음을 뜻했다. 올해 대동제에는 이 곡을 무대에 올려야지. 백양로 끝에 우거진 나무 밑 그늘에서 스무살이 된 이들에게 이 노래를 선물한다. 정말 멋지겠구나.

2008.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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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내년 대동제를 기약하게 되었음 ㅎㅎ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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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 순간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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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둘이 되어 거침없는 슬픔 찾아오네

이제와서 꿈속을 헤매어 본들 어디에도 너는 없을거야

I saw your something 너의 달콤했던 말

I saw your something 너의 영원한 미소

그리워 그 순간들을 다시 헤아려보니

그래도 내겐 기쁨이 더 많았어

영원한 것은 없다 생각하지는 말아요

우리 기억 속에 남은 순간을 믿어요


한마음 둘이 되어 달콤했던 순간 사라지네

이제와서 꿈속을 헤매어 본들어디에도 너는 없을거야

I saw your something 너의 달콤했던 말

I saw your something 너의 영원한 미소

그리워 그 순간들을 다시 헤아려보니

그래도 내겐 기쁨이 더 많은 날이었어

난 항상 너를 뺏길 것 같아

애써 모든 일들을 가리려고만 했지

그 아픈 속을 다시 헤아려보니

그래도 내겐 기쁨이었었네


I saw your something너의 달콤했던 말

I saw your something (너의 비밀의 고백)

I saw your something my peach be alive

이젠 모두영원한 순간이 되려하네

I saw your something

I saw your something
 

이번 새터공연에서 내가 드럼보컬로 등장할 첫곡.

간드러지는 기타 솔로와 차분한 보컬 그리고 촌스러운 오르간은

기성세대의 유물인 종로 구석의 트로트 악단과

지금의 대학생이 좋아하는 삼청동의 카페와 꽃집을

보기 좋게 섞어서 여러분들께 선사할 것이다.

기대해요 08들.

난 아무래도 풋풋하고 멋 안 내고 달리지 않는 노래가 좋더라.
2008. 1. 10.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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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동아리 So What에 들어오고 드럼을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한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드럼을 어떻게 잘 칠 것인가에 대한 기술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보았고, 드럼을 같이 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 사귀었다. 우리 드럼라인의 맏형인 종엽이형, 설계를 비롯하여 전공수업이 힘든데도 누구보다 열심히 드럼을 연습하여 '칼박'의 제왕이 된 재경이형, 같은 89라서 마음이 잘 맞는 광표..

  드럼이 두드리기만 하는 단순한 악기여서일까, 드럼을 치는 나로서는 이 단순하게 보이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각종 생각에 사로잡힌다. 종교적인 수행을 하는 사람들 중 특히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 등지에 있는 사람들은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단순한 일의 반복을 일상 속에 깊이 자리잡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경우도 단순한 드럼 두드리기가 일상의 큰 부분으로 자리잡아서 잡념이 사라지고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이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금방 알아챈다. 그리고 내가 이 드럼이라는 악기를 자신감 있게 치고 있는지는 나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가는 나 또한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한 채 드럼을 치다가 내 안의 부족한 자신감을 다시 채우려고 하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드럼이든 공부든 사회생활이든 모두 일을 처음 시작할 때에 자신감을 갖지 않으면 중도에 자신감을 회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하면서 나는 이탈리아의 아마추어 호르니스트 Giovanni Hoffer라는 분의 '7:30 PM' 을 연주했다. YouTube에 올라온 동영상에 첫눈에 반하여 이 곡을 연주하겠다고 대뜸 지원했다. 하지만 매우 복잡하고 생소한 라틴 리듬이 참 어려웠고, 나는 그동안 연주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라틴 리듬을 기피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연주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과 고민을 많이 했다. 나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아래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거의 무너진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는 이 곡의 드럼 패턴을 모두 채보한 뒤 거의 원곡을 카피하는 식으로 연습을 했다. 두혁이와 헌광이 그리고 준렬이형과 같이 맞추면서 합주를 할 때에도 처음에 자신감이 없던 나는 악보를 베이스드럼 위에 올려놓고 악보를 보면서 드럼을 쳤다. 어떻게 생각하면 바로 눈앞에 악보가 있으니 악보가 득이 되면 되었지 절대로 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드럼을 치는 나에게는 이 악보는 커다란 해가 되었다.


  악보에 매달려 나의 느긋한 자세와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마음가짐이 퇴색되었기 때문에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음악의 흐름에 맞게 내 마음이 자연스레 가는 대로, 내가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는 노트들을 찍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내가 그린 악보가 나에게 명령을 하면 나는 그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였다. 내가 풀어놓은 밧줄에 내가 묶인 것이다.


  드럼을 칠 때의 마음가짐은 나의 성향과 본능을 존중하고 내 안의 흐름을 살려 나의 음악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이다. 얼마 전에 우리 동아리의 큰형인 종범이형(01학번)이 나의 드럼 치는 모습을 보고 '동욱아, 조금 더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내가 이 드럼을 지배한다, 라는 거만한 생각을 가져봐. 그리고 몸에 힘 빼고' 라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다. 그 조언을 들은 뒤 잠깐 동안 내 연주가 멋지게 고조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나는 악보를 만들고 그 패턴을 학습함으로써 조금 더 다양한 연주를 표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른 연주자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키웠고, 결국 점점 나의 연주는 자신감을 잃게 되고 스트로크에는 힘이 빠졌으며 그에 따라 박자도 흔들렸다. 차라리 패턴은 다양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스트로크도 깔끔하게 하고 박자도 맞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공연이 끝나고 신촌으로 향하는 171번 버스를 타면서 나의 모습을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느낀 점은 내가 신나면 신날수록 연주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자신감이 가지면 신날 수밖에 없다. 아무한테도 간섭받지 않고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내 스타일대로 악기를 만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항상 이 점을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연주를 계속해야겠다고 나는 마음 속 깊이 다짐을 각인시켰다.


* 구성을 정하고 서로 약속을 하고 믿음을 바탕으로 연주하여 음악 중간에 같이 시작하고 같이 끝내는 것은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멤버들이 더욱 친해지게 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돋보였던 곡인 Autumn Leaves가 바로 그런 곡이었다. 7:30 PM도 모든 세션들이 동시에 음악을 끊음으로써 임팩트를 선사했다. 내년 재즈바 때에도 임팩트 있는 곡들을 많이 연주하면서 우리들과 관객들 모두를 즐겁게 해주고 싶다.


2007. 12. 24.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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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주관하는 '블로그 유저들의 행동 연구'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나처럼 블로그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5명의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인터뷰를 하며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주고받았다. 옆의 연구원 분은 우리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서 연구 자료로 활용한다고 하셨고, 그 점 때문인지 나는 네이버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능이나 그 기능이 가져오는 사회심리적 효과 등을 나름의 체계를 세워서 말해 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열심히 말해서 나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또 내 주위의 친구들한테는 말해도 반응이 시큰둥한 '전문적인 블로거의 일상'에 관한 지식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곳에서 블로그에 관련한 인터뷰를 끝낸 뒤 실험 참가자들은 40분 간의 창의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Torrance 창의력 검사라고 하는 주관식 심리검사인데 매우 재미있었다. 다음은 그 결과다.

이동욱 님,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HCI 연구실의 양승화 연구원입니다.

블로그 사용자 인터뷰에 참가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인터뷰 과정에서 진행했던 창의성 검사(TTCT)의 결과를 보내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검사 결과의 해석 ===============================

유창성 - 단어를 이용하여 많은 수의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능력
융통성 - 다양한 측면에서 사고하여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능력
독창성 - 생각해내기 힘든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능력

================================================

아래의 테이블에 창의성의 세 가지 요소인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타나 있습니다.

테이블에는 각 영역에서 획득하신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 점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표준점수는 각 영역별 원점수를 평균치 100, 표준편차 20의 정규분포 점수로 환산한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표준점수 100점 이상인 경우에는 평균 이상의 창의성 수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으며
표준점수가 100점 이하인 경우에는 평균에 못미치는 창의성 수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사람들이 각 영역에서 받는 평균점수를 100점으로 환산했기 때문에
그 점수를 기준으로 자신의 점수를 확인한다면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대적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하여,
각 표준점수에 대한 백분위 점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창성 점수의 백분위 점수가 60이라면,
평균적으로 60%의 사람들이 자신보다 낮은 점수에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주의 -

검사 결과가 “절대적인” 창의성을 측정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스스로를 이해하시는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1. 질문하기

7

6

3

#2. 원인 추측하기

11

6

9

#3. 결과 추측하기

12

6

9

#4. 작품 향상시키기

17

9

10

#5. 독특한 용도

20

13

15

#7. 가상해 보기

13

11

9

원점수

80

51

55

평균점수

표준점수

101

116

106

107.6

백분위점수

52

79

62

66

 

 

Seunghwa Yang, Researcher

HCI Lab @ Yonsei University, Seoul, Korea

 

Phone: +822-2123-2528 / Mobile: +8211-9478~5523

leoyang@yonsei.ac.kr

http://hci.yonsei.ac.kr

http://leo.isloco.com

 

평균을 넘었다. 나도 나름 창의적이라니 기쁘다. 사소한 것에서 성취감을 맛보며 사는 즐거움이란 이런 걸까? 대학교에는 나의 잠재력을 조금씩 점진적으로 늘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가 좋다.

2007. 11. 27.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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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진로간담회는 나에게 많은 자신감과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외무고시라는 아직은 막연한 시험, 그리고 외무고시 합격한 외교통상부 직원이라는 만나보지 못한 낯선 사람을 오늘 직접 대면하였기 때문이다. 94학번인 김동준 사무관은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여 4년간 공부한 뒤 외무고시에 합격하였다. 간략한 자기 소개와 함께 이어진 두서 없는 간담회는 준비성의 부족으로 학생들의 반감을 사기보다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과 선배 아저씨의 딱딱하지 않은 간담회의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이었다. 진로간담회는 대학생들에게 정보와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는 참 좋은 학부대학 주최의 행사이다.

  사무관 아저씨의 약 40분에 걸친 경험담과 조언이 끝나고 나는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이렇게 가장 먼저 질문을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이 점이 가장 궁금했다. '외무고시 외에도 외교통상부 특별전형이 있는데, 이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사람은 외무고시 합격자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직급 상승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오늘 내가 이 점에 대해 질문한 결과 선배님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아직은 고시가 외교부에 들어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외교부를 비롯한 대한민국 정부는 앞으로 공무원 채용 방법을 더욱 다양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특별전형도 참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채용을 위해 특정 분야나 지역에 대해 공부를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도 했는데, 외무고시 말고 외교통상부 특별전형의 경우 전형이 매우 다양해서 자기에게 맞는 전형을 찾아 오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믿을 수 있는 수준에서 말한 그 신중한 답변은 프랑스어를 계속 하면서 앞으로 네덜란드어와 체코어로 멋지게 단장하고픈 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설레게 했다.


 사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고시원으로 들어가 수능과도 같은 그런 공부를 반복하면서 고시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은 거의 없다. 공무원 채용 시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완벽한 객관성을 추구하다 보니 그러한 문제내기식 스타일을 고집할 수밖에 없지만, 난 정말이지 그러한 문제 유형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내가 수능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다시 떠올린다면 외무고시는 아직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나의 막연한 거부감은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외무고시도 참 할 만한 시험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선배님의 조언 중 기억나는 것은 신문 기사를 읽는 방법에 관한 한마디였다. 면접 질문에 답하기 위한 생각에 관련하여 신문 기사를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질문을 품고 글을 읽으면, 신문을 통해 사실을 습득하자마자 나는 사실의 조각들을 뒤섞어 의견을 만들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읽어보자' 라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글을 읽으면 말 그대로 오늘 신문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만 기계적으로 외우고 만다. 평소에 내가 신문 기사를 읽는 방법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외교관, 아직 그 꿈은 버릴 수 없다. 오늘 간담회를 하신 선배님 또한 어렸을 적에 외교관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고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초등학교 발표 시간에 손을 들며 큰 소리로 외치셨다던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렸을 적의 내가 생각났다. 7살 때 아빠가 항상 '넌 외교관 타입이다' 라고 다독여주시던 그때를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어본다.


2007. 11. 14.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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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콜곡 I Feel Good (James Brown)


연세춘추 2007년 11월 12일 - 양아름 기자


학내공연동행기- 'So What', 재즈로 호흡하다

  지난 9일 백주년 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쏘왓'의 정기공연. 재즈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쏘~왓"이라는 관중의 익살스런 대답이 이어졌다. 이렇듯 공연은 관중과 공연가 간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성균관대학교 재즈동아리 '그루브'의 부회장 이혜선씨는 "왜 저렇게 잘하냐"며 애교 섞인 시샘을 표했다. 관중들의 박수는 음악에 따라 강약과 빠르기를 달리했고 적절한 순간에 환호성이 터졌다. 박수소리만 녹음해도 음악이 완성될 정도로 관객들도 공연가들과 함께 재즈를 연주했다.

  재즈라면 완벽해 보이는 이들도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았다. 쏘왓의 무대는 빡빡하고 고된 연습을 통해 완성된다. 쏘왓의 동아리방 이웃사촌인 무선통신 동아리 '야라'의 최훈(화공,06)씨는 "밤낮 가리지 않고 연습하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이번 공연을 위해서는 매주 두 번 저녁에 모여 많은 악기들로 구성된 팀인 빅밴드 공연을 연습했다. 3~8명의 소수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캄보팀들은 개인적으로 시간을 맞춰 홍익대 앞 연습실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김현수(전기전자,06)씨는 "12시에 모여서 새벽까지 연습하고 귀가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같은 곡이라도 공연가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이 재즈의 매력이다. 그래서 쏘왓 동아리원들은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곡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의논한다. 이렇게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나서는 악기는 악기대로, 보컬은 보컬대로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을 가미한다. 이때 어떤 사람들과, 어떤 공간에서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음악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들도 고려한다.

  자유로운 음악표현과는 달리 연습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재즈는 다른 음악과 달리 악기들이 서로 다투지 않으며 개성을 드러낸다. 색소폰이 독주를 하다가도 더블 베이스가 솔로로 나서고 이어 전체 악기가 화음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항상 자신만이 두드러질 수 없는 인생처럼, 솔로 연주와 합주가 번갈아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악기의 연습이 끝나길 기다려 연습할 때가 많다. 가끔은 짜증이 날 만도 한데 쏘왓 동아리원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나이나 학번에 따라 격식을 따지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려준다.

  쏘왓의 연습은 학기 중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방학 때는 동아리원이 모두 '뮤직캠프'를 다녀온다. "연주만 하러 온 사람보다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을 반긴다"는 김현수씨의 말처럼 뮤직캠프는 동아리원의 친목도모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이번 해에는 경기도 용평에서 3박 4일 합숙을 했다. 뮤직캠프에서는 재즈의 역사나 재즈 이론에 관해 배우고 마지막 날에는 직접 재즈 연주를 한다. 이때가 신입생에게는 처음 공연할 수 있는 기회다. 뮤직캠프에 참가했던 신예리(사회과학계열,07)씨는 "뮤직캠프 동안 속세를 떠난 기분이었다"며 그 시간이 천국같았다고 말한다. 공부나 일상 속 고민을 떠나 재즈만 생각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는 말이다.

  이렇듯 열심히 연습하는 쏘왓 동아리원들이지만 이들은 매주 한 번 재즈를 감상하는 모임도 가진다. 쏘왓은 재즈 연주를 잘하는 사람의 모임이 아니라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또 정기공연을 다채롭게 꾸미기 위해서 퍼포먼스도 준비한다. 정기공연에서는 『물랑루즈』의 영화음악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s」에 퍼포먼스를 곁들였다. 남자가 여자에게 꽃과 편지를 전해주지만 여자는 요염하게 거절한다. 그러다가 결국 남자가 선물하는 반지를 못이기는 척 받아들이는 퍼포먼스를 보고 관객들의 환호성은 절정에 달했다.

  쏘왓의 1년 중 가장 큰 공연인 콘서트가 끝났다. 신들린 피아노 연주라는 찬사를 받았던 고두혁(전기전자,07)씨는 "연습이 끝나서 후련하다"면서 "다른 동아리원들이 연주하는 곡을 듣는 것도 재밌었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공연이 무르익을수록 자리가 더 채워져가는 콘서트홀을 보며 재즈로 진정 호흡하고 있는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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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갑을 도난당했다. 오늘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9시 20분에 백양관의 교수님 오피스에서 잠깐의 회의를 갖기까지의 1시간 20분 사이에 발생한 도난 사건은 나에게 충격의 원인이자 깨달음의 근원이었다. 원래 지갑이 도난당하면 나는 마구 화를 낼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나는 금방 침착해졌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던 중에 누군가 나의 지갑을 슬쩍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의 머리는 많은 사색으로 가득찼다. 물론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당황스럽고 슬프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다시 대책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나는 평소에 매우 쪼잔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낙천적으로 변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아침에 교수님 오피스에서 회의를 가진 다음 나는 대강당으로 가서 채플 출석을 위해 지갑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내가 메고 다니는 에어워크 가방의 앞주머니가 텅 빈 채로 지퍼가 열려 있었다. 앞으로 3분 후면 대강당 입장이 끝나기 때문에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쌍시옷 단어를 주문처럼 더듬어대며 당황하다 쿵쿵 뛰는 심장으로 결국 대강당의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았다. 첫째는 집에서 지갑을 안 가져온 상황이다. 오늘 아침에는 허둥지둥 나오다보니 지갑을 넣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고, 내가 지갑을 가방에 넣었다는 확실한 기억이 머리 속에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 가정이 가능했다. 둘째는 걸어가면서 지갑을 떨어뜨린 상황이다. 하지만 몸을 요동치며 바쁘게 뛰어다니지 않는 이상 이는 불가능하다. 마지막 상황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상황이다. 처음엔 설마 내가 소매치기를 당했을까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결국 남은 선택지는 첫째 상황이라고 단정지었다.

  채플이 끝나고 곧바로 수업을 듣는 2시간 동안에도 나는 지갑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잊었다. 사실 오늘 밤에 영화 약속을 해 놓아서 지갑이 오늘 반드시 필요했지만, 수업이 3시에 끝나므로 7시에 만나기 전 4시간 동안 집에 가서 지갑을 찾고 다시 오면 되겠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지갑에 대한 근심은 내가 집 현관문에 들어서고 나서부터 하기로 유보해놓았다. 일단은 수업을 열심히 듣자고 생각했다. 내가 집에 들어와 집 안에 내 지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지갑에 대한 근심은 불필요하다. 쓸데없는 근심은 가지치기 하듯 없애야 한다.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그 낙관이 아무 생각 없는 비합리적인 낙관으로 변질되지 않는 한 나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집에 전화해본 결과 할머니께서는 내 방에 지갑을 못 찾으셨다고 말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내가 직접 집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약간의 희망은 남겨두었다. 이때 나는 친구와의 영화 약속은 취소했다. 일단 친구에게는 내 지갑이 소매치기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갑이 없으면 사람의 하루 일정을 바꿀 정도로 지갑은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귀중품은 괜히 귀중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귀중품은 한 사람의 능력과 가능성의 범위를 결정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핸드폰, 지갑, 프랭클린 플래너, 드럼 스틱.. 나에게 귀중품은 이런 것들이다.

  결국 우리 반 친구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나는 근심 속에 집으로 왔다. 지갑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물론 근심 속에 집으로 올 때부터 나는 정말로 집에 지갑이 없을 거란 가능성을 90% 정도 상정해 놓은 채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지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화가 치밀었고 소매치기가 원망스러웠다. 생계형 범죄의 희생양은 나 말고 이 세상 누군가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내가 막상 일을 당해보니 당황스럽고 화날 수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혐오감과 재분배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완전 자유주의적 사상의 정점을 찔러 보았지만 이내 제정신을 찾았다.

  저녁이 되어 나는 자중하고 동사무소로 가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 왔다. 학생증과 은행 카드는 내일 재발급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사실 내 지갑에는 별 거 없다. 추억이 담긴 딱 한장 뿐인 사진, 누구나 마음껏 긁을 수 있는 신용 카드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 지갑이 비록 예전에 선물받은 지갑이지만 '구찌'라는 사실과 어제 친척에게 받은 돈이 그 지갑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지갑이 '구찌'인 게 다시금 그리워져서 그런지 명품과 관련해서 생각을 해본다. 이제부터 나는 명품같은 건 들고 다니거나 걸치고 다니지 않기로 했다. 어떤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사람은 그의 생활방식에 대응하는 소비행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풋풋한 고등학생이 평소에 용돈을 모아서 아무 것도 사먹지 않다가 갑자기 명품 지갑을 사서 갖고 다니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생활방식과 소비행태는 비례하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은 어리석다. 나와 같이 통학을 하는 대학생은 비싸 보이는 지갑이나 가방을 들고 다니기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도난 우려를 항상 마음에 품고 도시의 무서운 주위 사람들에게 수수하게 보여야 한다. 명품은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고 다니거나 김기사를 부르는 어른들의 것이다. 시장에서 팔고 나 또한 그 상품을 살 돈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상품을 살 정당성이 나에게 완전히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학생이라면 상품으로 매력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학력이나 특기, 성격 등으로 매력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나의 지론으로 굳어졌다.

  오늘 지갑 없이 몇 시간을 시내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그렇게 긴장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지갑이 사라진 후에는 일종의 안도감이 긴장감의 뒤를 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무소유'의 정신을 일부 맛보는 순간인 듯했다. 잃어버린 지갑과 그 내용물을 찾으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어졌다. 내 돈 뺏어간 인간아, 그걸로 좋은 여관방 잡아서 잘 자거라. 소매치기범은 정말 나쁜 사람이지만, 나는 크게 화나지 않았다. 다만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고 살았던 자신을 반성할 뿐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오늘의 깨달음을 소중히 간직한다.

2007. 11. 12.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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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게 푹 빠져 읽고 있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골드문트는 수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에게 있어 성자와도 같은 나르치스의 손을 뿌리치고 방랑자의 생활을 하면서부터, 그의 순수함은 여자에 대한 집착과 충동적인 살인과 화려한 언변으로 퇴색되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점점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확실히 알아나가며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중에 그의 고민 중 하나가 지금 나의 고민과도 너무 비슷하여 써 본다.


성실을 지키기 위해 관능의 쾌락을 잃지 않았던 남편이나 가장이 있었으며, 자유와 위험을 잃을 염려로 가슴을 시들도록 내버려둔 안주자가 있었을까? 아마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이 지상의 모든 존재에 관한 한 그와 같은 이원적 대립에 그 근본이 있는 것이다. 여자가 아니면 남자이고 떠돌이가 아니면 안주자며 이성적이 아니면 감정적이었다. 숨을 들이마시면서도 내뱉고, 남자이면서도 여자가 되고, 자유를 원하면서도 질서를 바라고, 충동적이면서도 정신적이 된다던가 하는 그런 이원적인 것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를 위해서는 다른 것을 잃어야만 하는 희생이 있으며, 또한 그 한 가지는 다른 것만큼 중요하고도 열망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나는 충동적이면서도 굳은 정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왜 이렇게 그게 힘든지 모르겠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지난 1년간 나는 '나를 놓아주는 법을 찾아서..'라는 일종의 슬로건을 내걸고 스스로를 바꾸어 왔다. 지금은 지난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인 사람으로 바뀌었고 말수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이 가슴 속에서 들끓는 본능, 잠을 자기 전 마음껏 상상함으로써 펼쳐지는 그 달콤한 세계를 현실 속에 실천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내 안의 초자아가 나를 억누르는 걸까? 정말로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지닌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계속 사람들과 부딪칠 것이다.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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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의 나를 완벽주의자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들여다보면 나의 모든 생활은 계획되고 계산되어 있다. 시간 일분을 버리지 않고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에서의 능률을 높여왔으며 의미가 있는 모임과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모임을 구분하여 적은 노력으로 많은 인간적 유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나를 디자인해 왔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계산적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흔히 대학교 1학년생들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나 직업적 성취의 정도는 신경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노는 데에 신경쓰고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만 주력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의 완벽성에 과도한 신경을 써서인지 내 주위의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잘 못 쓰는 나의 이기적인 이야기와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나는 집안에서도 내 주위의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늘이 누구의 생일이고, 오늘 나의 학교에서는 단체로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 등을 순간 까먹어 내 방식대로 말하고 행동하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로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보이스카우트 내에서 수련회에 관해 새로 변경된 일정을 나만 기억하지 못해서 수련회 첫날 집에서 자고 있던 나를 위해 80여명의 아이들이 20분간 기다려주었다가 결국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났던 경험이 있다. 지금의 나는 물론 그러한 유치한 실수는 하지 않지만, 아직도 초등학교 때의 어리석은 모습이 남아있는 기색을 내 스스로도 엿볼 수 있다. 교수님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 일을 하라고 자신의 의도를 깔아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시면 나는 어떤 식으로 일을 할지에 대한 방법, 즉 내가 주도하고 내가 결정하는 것에만 신경을 잘 쓰지 교수님의 의도는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까먹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중에 교수님께서 나와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는 등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건대 나는 나를 이해하는 데에는 필요 이상으로 완벽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필요 이하로 무능력하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흔히 우리가 '눈치'라고 하는 능력을 나는 정말로 결여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여러 사람들과 계속 부딪치고 끊임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하면서 눈치를 점점 쌓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서 나의 판단 착오로 사소한 실수를 범할 때가 자꾸 일어난다. 내가 아닌 남들은,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나 아닌 사람들'은 내가 필요 이상으로 완벽하다고 해서 그것을 칭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나의 '나를 위한 완벽성'은 나에게만 득이 될 뿐 다른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한 완벽성'을 결여할 경우 그러한 결핍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며 나는 그때그때 질책을 받는다.


     이제부터는 나의 완벽을 위한 노력이 다른 사람을 향하도록 나를 디자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완벽성은 나중에 슬슬 연구하기 시작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한 완벽성은 지금 당장 체득해야겠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나의 능력,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의 '눈치'를 필요 이상으로 과소평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내 자신에 대한 경멸로 가득하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나를 발전시켜왔는가? 가끔 이렇게 뉴욕의 국제무역센터가 자살 테러 비행기에 의해 폭삭 주저앉듯이 자기에 대한 존중감이 무너져내리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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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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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연고전(고연전)이 어제 첫 경기를 시작했다. 잠실을 가득 메운 푸른 물결과 붉은 물결, 이 두 물결은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장관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신문이나 연세대학교 잡지 등에서 보아왔던 연고전의 풍경들이 바로 내 눈앞에 벌어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뜨겁게 벅차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귀로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응원가, 그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고함치는 대규모의 학생 관중들, 경기의 긴박감에 온 정신을 집중한 표정, 주위의 친구들과 함께 맞추어 흔드는 손과 어깨와 몸, 모두가 귀로 눈으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1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잠실야구장이 있다. 오늘 나는 그곳에서 동아리 사람들을 기다렸다. 주위에는 연대 사람들보다 고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다니는 모습은 처음 봤기에 더욱 신선했고, 그 때문인지 고대 여자 아이들이 연대 친구들보다 더 이뻐 보이기도 했다. 내가 고대 학생들의 모습에서 참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너무 집단주의적이지 않은 기분좋은 단합이다. 파란색만을 유일한 공통 코드로 삼고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여 다양한 스타일을 걸치고 등장하는 연대 학생들과는 달리, 고대 학생들은 모두가 똑같은 크림슨 레드의 반팔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연대의 옷 색깔은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하늘색, 파란색, 남색, 이렇게 3가지로 나뉘었지만 고대의 경우 거의 모두가 크림슨 레드였고 극소수만 새빨간 티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반이나 과별로 디자인한 티셔츠의 경우라도 색깔과 도안이 차분하게 통일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 연세대도 반이나 과 티 디자인을 할 때 '크림슨 레드'처럼 조금 더 구체적인 색깔을 정하여 통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양 선교사가 세운 학교와 대한민국 민족 지도자가 세운 학교, 따라서 개인주의가 강한 학교와 집단주의가 강한 학교 사이의 차이는 아직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다.

 

2

오늘 경기는 3개, 야구와 농구와 아이스하키였다. 잠실에서 했던 종목은 이중 야구와 농구였고, 아이스하키는 목동에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지만 연대가 야구와 농구에서 모두 졌다. 나는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농구 경기만 보았는데, 농구 경기는 고대의 센터와 외곽 슈터의 맹활약으로 고대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 팀은 초반에 너무 방심해서 고대와 14점 차이를 만들었다. 그 차이는 3쿼터 중반에 7점 차이까지 좁혀졌으나 결국 4쿼터에는 15점 차이로 다시 벌어졌다. 초반에 방심을 한 팀이 거의 지게 된다.

고대의 경우 크게 두 가지 전술을 4쿼터 내내 일관성 있게 유지했다. 공격을 할 때에는 선수 3명이 동시에 앞으로 나가서 그 3명끼리 빠른 패스를 했다. 패스를 받은 사람은 안정된 자세로 3점 슛을 했고 따라서 정확도가 높은 슛은 득점으로 이어졌다. 반면 우리 연대 선수들은 3점 슛을 하기 전에 자세를 안정시키지 못했다. 정확성이 조금 더 좋았다면 우리 연대도 충분히 승리를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3

농구 3쿼터 중반에서 점수차가 7점 차이까지 좁혀졌을 때 연대는 정말 열심히 '해야'와 '아리요'를 외쳤다. 그 전까지는 잇따른 선수들의 슛 실수로 관중들도 지치고 앞의 응원단도 지쳐 있었지만, 점수차가 점점 좁아지고 빠른 팀워크에 의한 멋진 슛이 잇따라 연대에서 터지면서 관중들은 다시 우르르 일어섰다. 연대 응원가는 사람을 압도하는 무서운 맛이 없다고 흔히들 연대생들이 불만을 표시하는데, 나는 이번에 연대 응원가가 가진 독특한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느꼈다. 고대는 동작이 단순하고 소리 지르는 부분이 많아서 상대편을 압도하기가 참 편하다. 그러나 너무 단순하면 상대편이 그 응원에 익숙해진다. 우리 연대의 응원 동작은 매우 복잡하다. 정말 별의별 동작을 다 만들고 '응아일체'의 경우 관중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돌림노래 형식을 취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동작들은 복잡하면 할수록 하나같이 더욱 더 귀여워진다. 개인적으로 상대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즐거운 귀여운 동작보다는 조금은 단순하더라도 힘찬 동작이 더 좋은 듯하다. '해야'와 '아리요'는 바로 그 동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농구 이후로 그 두 곡이 무지무지 좋아졌다.

 

4

오늘은 연고전 둘째 날이다. 2승하자.


2007. 10. 6.

Posted by 마키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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